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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소프트 후기 (16) 슈퍼 마리오 RPG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쿠파 집 찾아주는 이야기

 

이 게임은 내겐 신작과도 같지만 사실 원작을 해 본 적은 있다. 초중딩시절 에뮬레이터로 초반 한 시간 정도만 해 봤는데 마리오에서 이질적인 맛이 나는 것 같아 그만뒀었다. 하지만 짧은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전투(#) 및 승리(#) bgm은 머리 한켠에 계속 남아 있었다. 별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살다 보면 문득 쓸데없이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나에게 <슈퍼 마리오 RPG>는 그런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내 경험과는 반대로 북미에선 SNES를 대표하는 명작 중의 명작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27년 만의 리메이크.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마스터였어도 환영했을 것이지만 그랬던 것 치고는 클리어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추가적인 파고들기 요소를 포함한 두 번째 엔딩까지 소요된 실 플레이시간은 25시간 정도였으나 그 25시간 플레이에 무려 3달이나 소요되었다. 심지어 이 글마저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지웠다 썼다를 1개월째 반복한다. 왜 이 게임은 그렇게 구미가 썩 당기지 않았을까? 원작을 안 해본 사람 입장에서 생각 좀 해 봤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명작

 

원작 재현도가 워낙 높은 리메이크인지라 원작을 그대로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원작도 안 해 봤는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할 수도 있지만 요즘 게임과 달리 시종일관 휙휙 변하는 전개나 분위기 그리고 투박한 연출을 보면 리메이크를 거쳤음에도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바뀐 게 거의 없구나 싶다. 원작 재현 충실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클래식의 품격을 느끼는 것과 현세대에 뒤떨어진 골동품을 둘러보는 것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내가 느꼈던 것은 전자로만 그쳤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단순한 스토리와 고전적인 전투 방식, 쉬운 난이도는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내가 과거에 이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해 보고 좋은 추억을 가졌더라면 이 모든 것이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텐데.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면 구태여 새로이 플레이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환세취호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환세취호전>은 엔딩을 수차례 본 추억의 게임이다. 리메이크에서는 이래저래 변경점이 있고 엔딩 후 컨텐츠도 나름 있는 것 같지만 글쎄... 왠지 손이 안 간다.

3인 기술은 효과도 컷씬도 좋다. 다만 연출이 길고, 보스가 아니면 잘 안 쓰게 된다.

플레이타임이 적은 것 또한 아쉽다. 원작부터 플레이타임이 워낙 짧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리메이크하면서 추가 요소를 낭낭하게 챙겨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추가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회차 요소가 몇 가지 보스와의 재대결뿐이며 그 분량도 짧은 건 원작의 팬들도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알고 보니 원작은 용량 부족으로 구현하지 않은 부분(#)이 한가득이고 리메이크를 통해 삭제된 컨텐츠가 부활되길 바랐던 원작 팬들도 한가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부활시키고자 한다면 기획 및 밸런싱을 포함한 추가 작업 또한 한 트럭으로 몰려올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것이 아닐까? 원작 충실은 그대로 두고,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2회차 요소에 보스 러쉬나 추가 에피소드 등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보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나마 숨은 대사로 캐릭터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몬스터 도감 채우기는 재밌었다
달성할 만한 건 다 달성했는데 크리스터러 최단 돌파와 슈퍼 점프 100회는 그만뒀다. 전자는 귀찮고, 후자는 불가능하다.

더불어 과거에 느꼈던 이질감은 원작 개발을 담당한 스퀘어의 오리지널리티가 많이 가미된 탓인 것 같다. 리메이크를 플레이하면서도 그런 이질감을 다시금 느꼈다. 지금에야 본가가 아닌 페이퍼 마리오처럼 외주 맡겨서 만든 외전 시리즈는 스토리나 등장인물에서 워낙 분위기가 동떨어져 있다는 걸 아니깐 그냥 그렇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이런 것 때문에 손이 안 간 것은 아니었다.

 

 

 

원작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 게임이 얼마나 대단한 게임이었는지, 이 리메이크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싶었더랬다. 자연스럽게 원작의 정보도 찾아보고, 리메이크와의 변경점도 알아보게 되었다. 실제 플레이한 것과 종합을 해 본 결과 이 리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1) 비주얼의 일신, 2) 전투와 편의성 면에서 소폭 개선된 시스템이다.

원작 팬들에겐 감동의 선물인 컷씬

날카롭고 투박했던 모델링을 개선하고 어두웠던 색감을 맞게 밝게 일신했다. 모션 자체는 여전히 투박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스틸샷만 보면 요즘 게임 같은 때깔이 난다. 특히 수많은 컷씬의 추가로 서사 묘사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게임은 (쉬운) 전투보다도 단순한 스토리를 찬찬히 따라가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연출의 강화는 스토리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듯하다. 꼭 컷씬이 아니더라도 연출 면에서의 소소한 변경점도 있다. 특히 레벨업 화면에서 캐릭터들이 추는 춤이 나사 빠진 듯하면서도 참 귀엽다. 해외에서는 이걸로 꽤 화제가 된 듯.

 

여전한 독특함에 개선 한 스푼, 하지만 여전히 낡아 보인다

JRPG의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지만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액션 커맨드를 활용하여 콤보 체인, 3인 협력기, 광역 평타 등으로 발전시킨 점이 좋다. 하지만 원래부터도 워낙 쉬운 게임이었기에 이렇게 전투에 도움을 주는 요소는 게임을 더욱 쉽게 만들어 역으로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광역 평타는 FP 수급이 필요한 특수기 사용도를 떨어트리는 등 전투의 다양성을 억제시켜 오히려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원활환 개구리코인 수급, 지역 이동 개선, 일부 아이템(시그널링)/기술(무슨 생각하니)의 습득 시점 변경 등 편의성을 챙겨준 점은 전투나 스토리 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해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준다.

 

다시 한 번 이를 갈고 온 크리스터러도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다

요즘 분위기에 맞게 어레인지 된 현재의 bgm은 참 좋았다. 어레인지 bgm을 듣고 궁금해서 과거 bgm을 찾아 들어 보니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원작에선 악기의 한계로 표현하지 못했던 곡의 느낌을 리메이크에 와서야 비로소 잘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잔물결 타운 bgm인 The Weapons Show Up(#)이었다. 점령당한 마을에서 풍기는 수상함은 원곡보다 더욱 극대화되는 느낌. 부키 타워 bgm인 Welcome to Booster Tower(#)는 예나 지금이나 어색하다. 왜 잘 나가다가 이런 분위기 있고 쓸쓸한 곡이 나오지 싶다. 사랑을 찾고 싶은 부키의 쓸쓸한 마음인가? 그나마 어레인지 된 쪽이 좀 더 궁상맞은 것 같다. 반면 내가 기억하고 있던 일반 전투나 승리 bgm은 의외로 그저 그랬다. 뽀짝뽀짝한 과거의 느낌이 작품과 더 어울리는 듯.

 

그래도 멜로는 정말정말 귀엽다. 함박웃음은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느낌.
검은 닌텐도의 정도는 참 짙다. 많은 것이 검열되었음에도 이런 게 아직도 남아 있다니.

 

 

결론적으로 내가 이 게임에 푹 빠지지 못했던 이유는 나에게 있다. 예전에 이걸 한 번 플레이해 봤더라면 추억에 잠겨서라도 더욱 재밌게 플레이했을 것인데. 90년대의 게임 디자인 그대로 지금에 와서 처음부터 플레이를 하라고 하니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뿐이었던 것 같다.

 

뉴욕 닌텐도에서의 신작 PV 공개 실황은 항상 뜨겁다. 하지만 이 <슈퍼 마리오 RPG>의 리메이크 실황(#)은 훨씬 뜨거웠다. 북미 닌텐도 팬보이에게 이 타이틀이 가지는 의미를 이제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겠다. 내 추억의 게임, 가령 파랜드 사가 시리즈를 리메이크하면 비슷한 느낌일까? 이 게임들은 언젠간 리메이크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옛것 그대로인 게임에 조금은 실망했으나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체급이 있으니 소소하게 잘 플레이했다. 부디 이 게임은 원작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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