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3년 전 열정과 꿈을 품고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 시작을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고 탁구대를 깔아 중계를 해야 했던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도 이 대회가 강산도 변하는 시간을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는 어린아이가 성장하듯 무럭무럭 자라났고 많은 기록과 역사를 낳았으며 더 나아가 이땅에 젊음과 열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냈다.
최근에는 잘 꺼내지 않았던 결승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역시 나또한 프로토스 유저였기 때문에 허영무를 응원했지만 마지막 스타리그이니만큼 누가 이기든 풀세트까지 이르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길 바랐다. 전용준 캐스터의 입에서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이라는 말보다 '정말 마지막 세트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욱 그럴듯한 말 같아 보이지 않은가. 하지만 물론 풀세트까지 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허영무는 철저히 전략 그리고 판짜기로 최종병기를 씹어먹으며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기세로 결승에 올라온 정명훈을 무더운 여름에 분 때아닌 가을바람에 쓰러지는 낙엽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브루드워 스타리그의 우승자에 걸맞는 경기였던 셈이다. 새로운 기록과 새로이 역사를 쓴 점은 덤.
그리고 예상대로 저물어가는 브루드워에 대한 간단한 식순이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욱 컸던 자리였던 것 같다. 김태형 해설은 아니나 다를까 눈물을 훔쳤다. 대회를 빛낸 다른 인물들도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나또한 슬펐으나 그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욱 컸다.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건 아쉽지만 앞으로 함께 할 새로운 친구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불태웠던 그 열정을 꺼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스타리그라는 친구는 우리 곁에 영원히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누가 함께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가슴이 얼마나 뜨거운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