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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리뷰








스포일러가 가득할 수 있으니 안 본 사람은 조용히 창을 닫아주길 바랍니다.







흥행과 실패를 거듭했던 디즈니지만 나에게 있어 디즈니는 '믿고 보는 디즈니'였다. 어린 시절 디즈니의 웬만한 장편 애니메이션은 다 챙겨 보며 자랐고 2000년대 초중반에는 본격적인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외에도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아졌기 때문에 시리즈 몇 개를 훌쩍 뛰어넘는 공백기는 있었지만 가장 최근의 라푼젤과 주먹왕 랄프를 보며 에전의 그 느낌은 어디 가지 않는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가장 최근 3D 애니메이션인 주먹왕 랄프와는 달리 개봉 후 대중들의 찬사가 끊이질 않아 역시 극장을 찾기로 결정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홍보용으로 공개된 영상만 보아도 이런 영상미와 스케일을 지닌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애들 없는 심야로 시간을 잡아 갔다 왔고 역시나 대만족.


 


 


그 이전에 개봉 전 웹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며 'Let it go!'하는 엘사(이때만해도 엘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이미지를 보고 우와 이건 무슨 애니메이션이야 하면서 바로 구글 이미지검색으로 열심히 찾았는데 디즈니 신작에다 아직 국내개봉이 안 되었음을 알았을 때 하루빨리 개봉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더랬지. 처음 볼 때는 피겨하면서 노래하는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뭐 개봉되자마자 극장을 찾지는 않았지만ㅋㅋ 어쨌든 감회가 새롭긴 하다.




어쨌든 기승전결식으로 모든 부분을 훑는 건 이미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해 봤을테니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자.




1. 제목

사실 겨울왕국이라는 번안된 제목보다 원래 제목 'Frozen'을 더 좋아한다. 프로즌 자체가 얼어붙은 아렌델과 마음 모두를 중의적으로 대표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그렇다고 그냥 '얼어붙은'이라거나 '얼어붙은 왕국'이라고 번역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여러모로 주요 타겟층인 어린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에서 지은 제목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겨울'이 왜 제목으로 등장했는지는... 상영하는 계절이 겨울이라서? 실제 계절은 여름이지만 '이 겨울을 끝내도록 하게' 등 아렌델의 계절을 겨울로 칭하는 사람들의 대사 때문에? 잘 모르겠다.



2. 꼬아내기

겨울왕국은 선악 관계가 분명하고 그 악이나 그로부터 처하는 상황에 비해 별로 보잘것 없는 힘을 지니고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혹은 노력과 인내 사랑으로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주인공, 형태는 다양할지 몰라도 결국엔 모든 역경과 고난을 떨쳐낸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전형적인 디즈니의 스타일을 확 비틀어버리는 작품이다.

물론 그 스타일의 타파는 이전 작품에서도 조금씩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같은 제작자에서 나온 작품을 예를 들어 보자면... 긴 머리카락은 후라이팬을 제외한 라푼젤의 유일한 무기이며 라푼젤이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치유능력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였기 때문에 치유능력 자체가 결정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주먹왕 랄프에서도 킹 캔디가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한 듯 보였지만(다크나이트?) 결국엔 모든 원인을 제공한 흑막 터보였다는,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에서 한 번 더 꼬아낸 모습이라든가 랄프와 바넬로피의 관계는 그냥 친한 아저씨와 꼬맹이 정도로 보이지만 어쨌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기존의 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있을까 싶다.


안나와 처음 만나 결혼까지 할 것 같던 한스(심지어 크리스토프에게는 없는 안나와의 듀엣송까지 가지고 있다)가 사실은 흑심을 품고 아렌델에 들어온 이국의 왕자였던 점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단순한 반전인 듯 하지만 안나와 한스 두 사람의 진도가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었다. 다만 한스가 돌변하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선한 모습만 보여줬고 위즐턴의 공작이 초반 어그로를 다 끌었기 때문에 간과하기도 쉬운 사항이긴 했다. 난 어그로를 끌린 쪽에 속하지만... 아 꿈과 사랑의 디즈니가 이런 식으로 꼬아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더불어 영화의 중심을 관통하는 진정한 사랑은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아닌 엘사와 안나 쪽이기 때문에 이 또한 기존 디즈니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듀엣곡도 없고 형태를 좀 갖춘 전용곡도 없는(심지어 올라프도 전용곡이 있는데!) 크리스토프가 작중 차지하는 비율도 높고 위치도 안나와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남주인공 같으면서도 엘사라는 더욱 큰 거목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막판으로 갈 수록 존재감이 좀 작아져 그냥 조연에 그치고 만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좀 불쌍하긴 하다. 다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더불어 주인공 엘사가 가진 능력은 절대적이다. 한 팬이 상상한 본편 이후 엘사가 통치하는 아렌델의 모습에서는 엘사의 능력으로 엘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 외부의 침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정도로 주인공치고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는 했으나 작품 내에서 엘사에게 대항할 사람이 없었음은 저명하다. 때문에 엘사를 빗대어 표현하는 타 작품의 캐릭터로 아서스 메네실(혹자는 리치퀸이라고도 한다), 리산드라 등이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인기가 많은 나머지 디즈니 미디어 산하의 프렌차이즈인 디즈니 프린세스에 안나와 더불어 엘사도 포함된 것은 유머 아닌 유머.



크게 보면 권선징악에 어째저째해서 결국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불변의 틀은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깔려 있는 배리에이션들이 중요한 어필 요소로 작용했을듯 하다. 관점에 따라서 올바른 육아의 중요성(엘사, 안나 자매의 부모), 억압된 소수자의 한 등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많긴 하지만 여기선 하지 않겠다. 물론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경쟁요소는 영상미와 음악이다.




3. 굿즈

겨울왕국의 백미라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노래로 마치 예전에 봤던 레미제라블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렇게 곡들이 쏟아지면 그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곡이 분명 나올텐데 겨울왕국에서 나오는 곡들은 죄다 주옥같았던 점이 꽤 크게 다가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곡이라 해도 무방한 Let It Go는  다른 곡도 가사며 멜로디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들을만한 BGM이 많던 주먹왕 랄프에 이어서 겨울왕국도 OST를 사기로 결정. 영화관에서 나올 때도 지금도 겨울왕국에 수록되었던 모든 곡들을 여러번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영화이고 자꾸 돌려봐도 괜찮다 생각하기 때문에 DVD도 구매를 해 볼까 싶다.



4. 기타

어쨌든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영 시원찮았던 디즈니가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관람 이후에 이어지는 팬덤, 그에 의한 2차 창작물도 지속성이나 규모 면에서 보았을 때 예전보다는 이상할 정도로 크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달아 놓았는데 좀 오그리 토그리... 얼른 엘사가 좋은 남자를 만나 아렌델에도 왕이 생겨야 할 텐데.


영화 보고 나오면서 슈렉처럼 후속편 잘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네 싶었는데 후속편 제작이 벌써 결정되었다고 한다. 환영하지만 과연 내가 제때 챙겨 볼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포함하여 앞으로 나올 많은 기대작들을 제때 챙겨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졌다.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아마 새로운 인물을 가져다가 엘사의 남편으로 붙여 두려고 할 것 같은데 만약 그런 구도로 가게 된다면 크리스토프는 한 번 더 쩌리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인가. 여러모로 불쌍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작중에는 안나의 능력에 대해 아무런 설정도 없었으나 이 영화의 스핀오프격인 게임 '디즈니 인피니티'에서는 엘사와 정반대인 화속성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후속작에서 이 설정을 가져와 제대로 써먹을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들 하던데 안나는 그냥 지금처럼 당돌하면서도 직접 맞서는 캐릭터로 쭉 갈 것 같다. 언니가 얼음 쏴 대는 것만 해도 주변사람들은 이미 버거운데 동생마저 불을 쏴대면 아렌델은 그야말로 지옥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전작에서는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불펑펑 쏴대면 뜬금없기도 하고.


어쨌든 엘사와 안나 둘 다 넘쳐 흐르는 매력으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 두 캐릭터에 대한 열풍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전문용어로 모에 캐릭터를 꽤 괜찮은 퀄리티로 둘씩이나 만들었다. 간만에 큰 성공을 터뜨렸군...

 

영화관에서 보는데 왼쪽의 커플이 시종일관 떠들어대서 초반에 너무 집중이 안됐다. 애들을 피해서 심야로 왔더니 다 큰 어른들이 떠들고 있었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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