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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태쌤은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나한테 이런 무거운 짐을 맡겼나...

 

 

인턴에게 도움되는 말을 해주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인턴성적도 딱 반타작 수준이고 내가 그리 열심히 돌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사람임을 안다. 하지만 내가 안하면 힘든 경태쌤은 이야기를 해 줄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 할 것이고 결국 누군가는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소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고민은 해 본다.

 

 

개인적으로 꼽는 3의 법칙이 있다. 인턴 시작하고 나서 무슨 과를 돌아도 자기가 처음 도는 과는 처음 3일은 적응하느라 힘들다. 더불어 인턴 수료기간 전체를 생각해 볼 때 처음 3개월은 힘들다. 이는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실제로 필드에 나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부여받아 환자든 간호사든 다른 인턴이든 윗사람인 던트나 교수님이든 직접 사람을 상대하며 고된 노동의 끝에 돈이라는 보수를 받는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마음도 머리에 든 것도 학생수준인데 이 사람들은 왜 나한테 이런 과도한 수준의 것을 시키나 싶지만 그 길은 본인이 선택했으니 본인이 걸어가야 할 것이다. 다만 다른 병원에 GP로 빠지는 것보다야 훨씬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대부분 모병원에 입사를 했으니 그간 알던 선배들이 그대로 위에 있어 뭘 물어보기도 그나마 좀 편할 것이고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해도 자기를 도와줄 인턴 동기들이 40명이나 있으니... 레지던트 입성을 조금 앞둔 나는 이런 점이 참 두렵다. 내 잡을 커버해 줄 동기가 40명이나 있었는데 이제는 딱 한명이라니!ㅜㅜ

 

 

첫 3달은 적응하는 기간이니 다들 힘들다. 쉬운 과도 어려운 과도 모두 힘들 수밖에 없다. 다들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힘든 일도 어느 순간부터 편해지는 때가 있는데 그건 '그 일들이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다. 정확히는 '일'이 아니라 그 '생활'이 익숙해지는 때부터다. 퇴근이 아닌 당직을 일상으로 생각하고 그 사이사이 주어지는 오프를 금쪽같이 여기고 하루하루를 잘 버텨나가면 인턴생활이 편해지는 때가 온다. 일반 직장인들의 삶에 비하면 참 피폐하기 짝이 없지만 다들 각오하고 들어온 것 아닌가? 더구나 법이 바뀌어 전공의의 연속근무를 칼같이 제한하지 않는 이상 대학병원에서의 우리의 삶은 이모양 이 꼴일 것이다. 하하하.... 참 비참한 웃음이다. 어쨌든 그러한 삶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넉넉잡아 3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3개월의 인턴 생활은 그저 그렇고, 그 이후의 3개월부터는 편해진다. 일도 생활도 모두 몸에 익으니까 더이상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함에 있어서 한치의 망설임도 걱정도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되는 것. 인식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럼 그 첫 3개월은 어떻게 버티느냐? 같이 버틸 사람이 40명이나 있지 않은가. 과도한 루틴과 콜에 쓰러질 것 같아도 다른 인턴쌤에게 도움의 콜을 요청하면 마음씨 좋은 누군가는 와서 도와줄 것이고 결국 오늘 안에 다 못 끝낼 것 같던 잡들은 다 끝나게 되어 있다. 학생때 듣도 보도 못한 술기를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내가 아무리 방법을 알고 시행하는 술기도 실패할 경우가 많다. 그럴 때도 도와달라고 콜하면 나보다 먼저 성공한 누군가가 와서 도와줄 것이고 그 사람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아 다음번에 성공시키면 그 술기는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서로 도와가면서 점점 유능한 인턴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옆에 있는 인턴들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도움주고 도움받으면서 3개월을 견뎌가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이후부터는 편해질 것이다.

 

 

술기 빨리 배우고 싶어서 나는 다른사람한테 어떤 술기 하기 전에 연락달라고도 했고 하는 태도의 문제는 각자에게 달린 것이니 딱히 뭐... 그리고 첫 한달은 정말 힘든데 오프 안주는 과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주말에 처음 오프 받으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짤릴 때 생각하면 아직도 정말 눈물이 나는데ㅋㅋㅋㅋㅋ 지금은 다 추억이다. 더불어 하기 싫다고 나가는 사람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자기는 나간다손 치더라도 다른 사람은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꾸어야 하기 때문에... 인턴장을 포함한 다른 40명을 괴롭히는 꼴이므로 웬만하면 안 나갔으면.

 

 

근데 정말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면 내가 아니라 인턴성적 1 2등에 빛나는 훌륭한 분들을 모시면 될 것 아닌가? 내가 맞는 소리를 해도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 소리로 받아들여지고 그사람들이 헛소리를 해도 맞는 소리가 될 것 같다. 설득력 있는 사람이 설득을 해야지... 내일 경태쌤한테 이야기 해봐야겠다.

 

 

 

- 251209. 간만에 읽었는데 재밌어서 공개로 돌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결국 후배 인턴들에게는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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