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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소프트 후기 (12) Pokemon Legends 아르세우스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전설의 시작

 

사실 난 소실도 그다지 만족을 하지 못했다. 썬문-울트라썬문의 괴랄함을 어느 정도 탈피한 듯 보이지만, 내가 한참 포켓몬 시리즈에게 늘 기대하는 그 컴팩트하게 꽉꽉 들어찬 만듦새와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DLC로 두 타이틀이 추가되었지만 구매는 해 놓고 아직까지 플레이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아마 겜프릭에 대한 정이 떨어져서였던 것 같다. 그걸 플레이했다면 생각이 좀 달라졌을까? 여튼 그것의 연장선인지는 모르겠지만... BDSP는 그냥 걸렀다. DPPt는 내가 가장 열심히 한 타이틀 중 하나이지만 그래픽만 일신해서야 내가 다시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때깔도 그렇고 게임성도, 버그도 수년 전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누구 말마따나 역시나 하던 것이 역시나 했구나 싶었다.

 

이런 와중에 레알세는 나 자신이 게임프리크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 같은 타이틀이었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1세대부터 꾸준히 즐겨온 오랜 포켓몬 팬이지만 이 타이틀마저 내게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포켓몬은 내 인생에 있어 예전만큼의 우선순위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는지 이 타이틀은 예약 구매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었다 싶다.

 

 

1. 탐험

이 게임은 야숨의 영향을 받았다. 정확하게는 야숨의 영향을 받아 '포켓몬이 야숨식 오픈월드의 형태를 띠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으로 나온 한 포켓몬 팬의 컨셉 아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추측한다. 소실에 이어 여전히 완전한 오픈월드를 구현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그 반쪽짜리 오픈월드에 본격적인 탐험의 요소가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포켓몬을 타고 달리고, 날고, 암벽을 오르는 등의 자유도는 오직 자전거로만 평면적인 필드를 다닐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인상을 준다. 보다 더 야숨라이크함에 다다른 느낌. 더불어 이러한 기능이 스토리를 진행하며 하나씩 풀리는 부분은 포켓몬 시리즈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얻는 배지 등에 의해 사용 가능한 포켓몬의 레벨이나 필드에서 사용가능한 비전머신이 점차 개방되는, 플레이어도 성장을 거치게 되는 방식이다. 나는 이런 전통적인 성장의 맛을 나름 살리는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단계적인 성장 끝에 필드를 자유롭게 누비며 마주하는 포켓몬을 잡는 이 컨셉... 레알세 정도만 되어도 매우 만족했는데 9세대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은 과연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더욱 발전하여 선을 보일지가 매우 기대가 된다.

 

왕/여왕 포켓몬과의 전투는 포켓몬치고 신박하다. 근데 왜 가만히 있는 크레베이스를 못 살게 구는걸까?

 

2. 포획

탐험으로 운을 띄웠지만 사실 이 게임은 포획을 위한 게임이다. 포획을 하여 도감을 채움으로써 다음 지역으로 진행 가능한 루트를 뚫는 것이 게임의 주된 흐름이다. 전통적인 포획 방식은 포켓몬을 조우하여/전투 등으로 체력을 깎아 놓고/볼을 던져서 잡는 다소 번거로운 방식이었지만, 포켓몬GO와 레츠고 시리즈의 간편한 포획도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전통적인 전투 없이도 목표로 하는 포켓몬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이거나, 들켰다 하더라도 아이템 등으로 포켓몬을 지치게 만들면 볼을 던져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은근 포획률도 높아 포획에 그리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포켓몬의 주의를 끌지 않고 살금살금 다가가 헤비볼로 후방을 제대로 노렸을 때의 그 손맛은 이 게임의 정수이다. 이 포획이 얼마나 즐거웠냐면 흑요들판에서 4성단원을 찍고 나서야 미도를 처음으로 보러 갔음.

 

헤비볼을 들고 가서 살금살금...

다만 역설적으로 포획이 너무 쉬워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플레이 초반 (주인 포켓몬을 떠올리게 하는)우두머리가 주는 중압감은 실로 뛰어나다. 울음소리도 크고, 덩치도 크고, 레벨도 내 소지 포켓몬의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배틀로 때려잡으려고 해도 내쪽에서 포켓몬들이 금방 픽픽 쓰러져나가 버리니 포획이 쉽지가 않다. 다만 아이템으로 포켓몬을 지치게 만들기만 하면 그게 아무리 우두머리라도 전투 없이 포획이 가능해지는지라 난이도 자체는 매우 떨어진다. 이걸 몇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서 처음부터 전투를 건너뛰고 지치게 만들기부터 하거나 아예 인식범위 밖에서 잡힐 때까지 윙볼을 계속 던지면 되니깐 결국 우두머리도 처음의 긴장감은 희석되고 결국 '아이템 잘 주는 필드 포켓몬 1'의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 좀 아쉬웠던 것 같다.

 

색이 다른 포켓몬은 확실히 많이 나오고 특유의 알림으로 놓치기도 어렵다

덧붙여 온라인 등을 이용한 교환 없이 이 타이틀 하나만으로 시리즈 내 모든 포켓몬 포획이 가능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음. 보통 시리즈라면 도감작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처음으로 예전 GBA시절 이후 처음으로 기를 쓰고 도감작을 했다.

 

 

3. 전투

본디 포켓몬은 전연령 대상으로 쉬운 게임이었고, 최근에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학습장치나 교배 시스템을 변경하기도 하는 등 게임이 점점 쉬워지던 차였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흐름과는 다르게 어렵게 만들고 싶었구나 싶은 티가 났고 그걸 가장 강하게 드러낸 것이 이 전투 시스템이다. 기본 토너먼트 룰에, 행동력 기반으로 턴이 왔다 갔다 하는지라 고스핏 고화력몬으로 스토리를 미는 게 불가능해졌다. 물론 그런 포켓몬을 써도 클리어에는 지장이 없는데 필드가 넓으니 기지로 돌아가서 회복하는 것이 좀 귀찮다. 결국 파밍을 해서 회복 아이템을 만들어 써야 하는데 내구가 약한 포켓몬들은 잘 죽으니깐 아이템 소모가 심해 가지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출을 지닌 시스템이라서 좋다. 하지만 계산만 잘하면 선공 기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이전작들과는 달리 이 행동력이라는 것이 직관적이지가 않아서 이 시스템이 본가로 역수입된다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어떻게 될까?

 

어렵진 않은데 어려움

 

4. 자연스럽게

레알세의 강점은,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탐험과 포획은 거의 나누어져 있지 않고, 전투도 화면 전환 등을 최소화하여 좀 더 자연스러운 연출을 꾀했다. 나의 여행이 끊임 없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은 이 모든 경험들을 훌륭하게 엮어 고운 장신구 같은 느낌을 만들어 줄 뻔 뻔했지만 지형 간 이동에는 꼭 축복마을을 거쳐야 했던 것이 옥에 티로 남는다. 어차피 필드에서 전체 지도 볼 수 있게 해 놨으면 이동도 마음대로 가능하게 해 주지... 자연스럽게 도감 작성과 정비를 유도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그 정도의 자유도는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필드 그래픽은 그렇다 치고, 포켓몬 그래픽은 너무 아쉽다 싶음
이 게임은 영빈을 고르고 경멸+따봉윤슬을 보는게 정석 아닙니까?
구작의 어레인지가 아닌, 그대로의 얼굴도 보여서 반갑다. 근데 영빈/윤슬은 광휘/빛나가 아니라 치지만, 상행은 대체...

여튼 이 게임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만큼 정신없이 플레이했다. 작품 곳곳에 이스터에그처럼 녹아든 전작의 요소를 통해 옛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특히나 포켓몬으로 시대극 느낌을 낼 수 있구나 했던 것이 정말 독특했다. 포켓몬 본가 라인의 새로운 장을 썼지만 찐 본가에 흡수합병되어 레알세로 끝이 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전설의 포켓몬을 내세워 시리즈를 이어나갈지? 그건 겜프릭만 알겠지.

So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