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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OKYO DISNEYLAND

 


올 여름 도쿄 여행 중 디즈니랜드 파트는 아주 간략하게 글을 작성해서 PGR에 공유를 했더랬다(#). 이 블로그에 쓰려던 글을 글쓰기 이벤트에 맞게 좀 더 포멀한 구성으로 고쳐서 썼었다. 하지만 블로그에 쓰려던 원래 목적은 도쿄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이나 퍼레이드 하나하나를 좀 더 훑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원래 취지에 맞게 다시 써 봄. 여행은 7월에 갔고 글 작성은 애저녁에 다 했는데 사진 편집을 미루느라 포스팅도 늦어졌다.
 
우리 부부 모두 도쿄는 처음이니만큼 가 보고 싶은 곳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도쿄 디즈니랜드가 일순위였다. 사실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유년기~소년기의 일요일 아침을 디즈니 만화동산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디즈니 팬이 아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곰돌이 푸는 우리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디즈니랜드는 꼭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 같지 않은 디즈니의 요즈음을 보면 참 슬프다😢 왜 디즈니는 점점 꿈과 희망을 팔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연일 떨어지는 매출과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보면 참 고소하다. 디즈니가 빠른 시일 내에 정신을 차리면 좋겠다. 다행히도 도쿄 디즈니랜드는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우리가 알던 디즈니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모든 해외여행이 그러하지만 특히 디즈니랜드는 흔히 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니 제대로 즐기자고 생각해서 오전 9시 개장할 때 들어가서 오후 9시 폐장할 때 나왔다. 본디 계획했던 만큼 정말 알차게 즐겼다. 올 여름이 특히 더웠고 도쿄는 한국보다도 더욱 더웠으며 우리가 디즈니랜드 갔던 이 날도 최고온도는 36도 찍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햇빛도 따가웠다. 하지만 노는 내내 신이 나서 그런지 별로 덥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이제는 다녀온 지 4개월 정도 되어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좀 풀어 봅시다.
 
 
 
1. 어트랙션
가족 단위로도, 연인이나 친구들도, 혹은 혼자서도 많이 찾는 디즈니랜드는 크게 어트랙션과 퍼레이드로 나뉜다. 디즈니랜드 내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어트랙션은 대부분 레일리스 다크라이드를 타고 돌아다니며 작품에 맞춘 연출을 감상하는 형태이다. 어트랙션은 두번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건물 밖으로 늘어선 대기 줄에서 한 번, 어트랙션에 진입하고 나서도 다크라이드를 타기 전까지 또 한 번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만 진입하면 다크라이드를 타기 전까지의 경로를 각 작품의 테마에 맞게 잘 꾸며놓았기 때문에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래서 체감 대기시간은 그리 길지만은 않다. 특히 <미녀와 야수>의 야수의 집이나, <곰돌이 푸> 내용의 커다란 책으로 된 벽 등 작품의 컨셉을 살린 묘사가 꽤 충실하다. 어트랙션 타 본 순서대로 감상을 정리해 봄.


 

- 스페이스 마운틴 :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생각 없이 탔다가 기강 씨게 잡힌 곳. 이걸 가장 먼저 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디즈니랜드 지리를 잘 몰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헤메며 뭘 타지 하다가 여길 발견했다. 롤러코스터였는지도 몰랐지만 그저 인터넷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있고 그냥 유명한 어트랙션인갑다 싶어 일단 먼저 타보자 했다. 대기는 40분정도 했던 것 같고 롤러코스터 자체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 것 같지만 어두운 내부 조명 탓에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어 체감 속도가 더욱 증폭되는 느낌이다. 어두운 우주에 반짝이는 별만 휙휙 지나가는데 내가 도는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도 잘 모를 정도였다. 이거 타기 전까지만 해도 디즈니랜드 입장하는 것도 힘들고 아무것도 몰라 정신 못 차리고 있었는데 이것 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첫 코스로 매우 좋았던 것 같다.

 

 

- 미키의 필하매직(Philharmagic) : 꼭 가 봐야 할 코스 중 하나. 주요 스토리는 미키의 마법 모자를 빼앗아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려던 도널드덕이 악기들의 봉기로 인해 마법 세계에 빨려들어가 마법 모자를 되찾기 위해 이 동화 저 동화를 누비는 힘겨운 여정이다. 3D효과가 꽤 좋다. 에리얼 파트에서 노래를 부르며 보석을 흩뿌릴 때 다들 머리로는 안 잡히는 것 알면서도 손 내밀어서 잡으려고 할 정도다. 심지어 에리얼은 빌어먹을 흑어공주가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오리지널 에리얼이라 더욱 좋다😊 물 뿌리거나 바람 부는 4D효과도 소소하게 마음에 든다. 전반적인 구성이 좋고 시종일관 고생하다가 맨 마지막에 뒷 벽에 처박히는 도널드덕이 여러모로 귀여움. 폐장시간 직전 빠져나가는 동선에 맞아 8시 58분에 다시 한 번 들러서 봤다.

 

- 잇츠 어 스몰월드 : 거의 비슷한 구성으로 미국 본토에도 있는 어트랙션. 각 나라의 문화와 디즈니 캐릭터의 절묘한 믹스업. 아시아 섹션에서 한국 코너도 볼 수 있는데 사실 한복도 아니고, 건물 양식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도 아니라 처음 보면 이게 정말 한국인가 싶다. 근처에 일본과 중국이 떡하니 놓여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 유추할 수 있는 정도다. 어쨌든 소소하게 보기 좋음.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느낌이었다.

 

 

- 몬스터 주식회사 '라이드&고 시크!' : 다크라이드를 타며 손전등으로 헬멧을 비추면 숨어 있던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방식. 생각보다 손전등 인식이 안 좋아서 어트랙션을 통해 이야기에 참여하는 느낌이 잘 안 든다. 이 어트랙션의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어트랙션 후반 설리번이 부를 안아 올리는 씬에서 나오는 문이다. 문 뒤에 공간이 없지만 마치 공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을 이용한 착시라고 하는데 원리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여튼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치 못하는 어트랙션이라 조금 실망이었음. 그나마 재밌는 건 다크라이드 타는 중의 모습을 탑승이 끝난 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미녀와 야수의 마법 이야기 : 도쿄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 어플로 대기시간 확인했을 때 최장 120분까지 소요되는 걸 봤었는데 접때 PGR에 글 올릴 때 다시 확인해보니 160분이 걸려 있더라. 여기는 돈 아까워하지 말고 DPA 끊어서 편안하게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다. 자본주의의 뽕 맛...

 

어트랙션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벨과 야수 씬도 괜찮고, 대기줄을 통과하며 볼 수 있는 루미에(촛대)와 콕스워즈(탁상시계) 씬 또한 좋았다. 우리 부부 둘 다 애니메이션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루미에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다크라이드 타고 춤추듯 빙빙 돌면서 스토리를 찬찬히 밟는 느낌은 정말 황홀하다. 많은 사람들은 야수에게 걸린 마법이 풀리며 아담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지만 나는 그보다도 최후반부 모든 갈등이 끝나고 벨과 아담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더욱 좋았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우리가 탄 다크라이드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회전하는데 마치 이 동화와 하나 되어 기쁜 일을 함께 축하해 주는 세계관 속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녀와 야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 어트랙션을 경험하고 나면 누구나 무조건 팬이 될 것이다. 그만큼 좋으니 필수로 즐겨봐야 하는 어트랙션이다.

 

 

- 푸의 허니 헌트 : 여기도 꽤 인기 있는 곳. 대기 시간이 길지만 일단 건물 내로 진입하면 동화책 스타일로 꾸며놓은 조형물 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 다크라이드는 도쿄 디즈니랜드 내에서도 꽤 수준급인 것 것 같다. 풍선 타고 날아가는 푸가 귀엽고, 홀로그램을 이용한 연출과 함께 꿈 속 환상의 세계로 떠오르는 푸가 귀엽고, 마지막 꿀통에 처박혀서 꿀 범벅이 된 푸는 덜 귀엽다. 타고 나면 투어 중 나오는 푸의 대사 '조심해!(気をつけろ!)'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다 죽어가는 노인 목소리인 원어 버전 푸(#)에 비해 일본 푸는 말 그대로 어리석고 살이 찐 순진한 곰 목소리다. 하지만 별로 귀엽다는 생각은 안 든다.

여담이지만 이 어트랙션은 각국의 디즈니랜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디즈니랜드마다 푸, 특히 바람 부는 날 꿀을 따기 위해 풍선을 타고 날아가고 꿀도둑 헤팔럼과 우즐이 나오는 꿈세계를 헤메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어트랙션이 있다. 여러 디즈니랜드의 푸 어트랙션을 보고 비교한 결과 어트랙션 시설의 퀄리티나 연출 등 전반적인 질은 도쿄 디즈니랜드가 가장 우위인 듯.

 

 

- 신데렐라의 페어리테일 홀 : 신데렐라 박물관. 여러 가지 아트 스타일로 신데렐라의 일화를 꾸며서 전시해 놓음. 휘황찬란한 의자가 포토 스팟이지만 그다지 거기서 사진 찍고 싶지는 않았다. 대기도 길다. 실물 유리구두 하나는 정말 볼만했다.

 

 

- 빅 선더 마운틴 : 어느 면으로 보나 스페이스 마운틴의 완벽한 하위호환. 그래도 스릴이 부족한 도쿄 디즈니랜드 안에서 스피디함을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어트랙션이기에 정말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이른 저녁 퍼레이드를 봤던 장소가 이 곳 근처라서 끝나자마자 바로 갔었는데 마침 퍼레이드 후 인파가 몰려서 평소 기다렸을 시간보다 좀 더 기다렸던 것 같다.

 

 

- 헌티드 맨션 : 밤 퍼레이드 다 본 후 푸의 허니 헌트 기념품샵을 다시 들리기 위해 지나가는 동선에 있어서 한 번 가 봤다. 호러란 호러는 전부 무서워하는 호찔이에겐 버거울 수 있겠다. 우리 와이프가 그랬다. 처음에는 시종일관 겁벅고 놀라다가도 끝날 때쯤에는 짜증내면서 보더라. 나는 수위가 낮아 그저 그랬음.

 

 

+ 클럽 마우스 비트 : 원래는 미키의 매지컬 뮤직 월드를 보고 싶었는데 이런 건 공연마다 단 1회만 응모 가능한 추첨제더라. 매지컬 뮤직 월드 응모를 대차게 실패하고 꿩대신 닭으로 여길 응모했는데 당첨. 사실 공연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 40주년 기념곡 'Living in Color(#)'가 매우 듣기 좋다. 여기서 나오는 곡은 통상으로 풀린 음원보다 편곡이 더욱 흥겹고 풍성한 느낌이다.
 

이외에도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꽤 푸시를 받는 베이맥스 해피라이드가 인기 있는 편이었는데 범퍼카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제꼈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점심 먹었던 사라 할머니 어쩌구 근처에 있어서 타 봤으면 좋았겠지만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DPA쓰기는 아까워서 또 제꼈다. 백설공주나 피터팬, 피노키오는 평범한 다크라이드 어트랙션일 것 같은데 그래도 안 타 본 건 좀 아쉽다.

 

 

 


2. 퍼레이드
수많은 어트랙션도 중요하지만 사실 디즈니랜드의 정수는 잠깐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퍼레이드다. 때문에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에 비해 퍼레이드는 이 테마파크의 상징처럼 굳어져 있으며 이 퍼레이드를 벤치마킹해서 다른 놀이공원에서도 크고 작게 퍼레이드를 열곤 한다. 하지만 이 곳의 퍼레이드를 보고 나서는 퍼레이드는 디즈니 미만 잡이라고 느끼게 된다.

 

 

- 베이맥스의 미션: 쿨 다운 : 조금 이동해서 물 쏘고 이동해서 물 쏘고. 그냥 멀리서 보고 말았는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베이맥스 밀어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만 받았다. 주인공이 일본계다 보니 빅 히어로 자체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나보다 싶다.

 

- 디즈니 하모니 인 컬러 : 오후 5시의 메인 퍼레이드. 말로만 듣고 영상으로만 보던 퍼레이드를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경험은 너무나도 황홀했다. 퍼레이드 보기 전까지도 디즈니랜드에 참 잘 왔다 싶었지만 그 생각은 이 퍼레이드를 보고 나서 더욱 강렬해졌다. 첫 시작을 팅커벨로 하는데 어느새 추억 저편으로 잊허졌던 캐릭터도 오랜만에 보니 매우 반갑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여러 캐릭터들이 나를 향해 손 흔들어 주면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린 채 같이 손을 흔들게 된다. 그때의 그 흥겨움과 황홀함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이런 느낌 때문에 디즈니랜드는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꼭 와 봐야 하는 곳이구나 싶다. 감사합니다.

 

- 일렉트리컬 퍼레이드 드림라이츠 : 하모니 인 컬러로부터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의 퍼레이드. 전반적으로는 하모니 인 컬러와 비슷하지만 일몰 후에만 즐길 수 있는 일루미네이션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엘사와 안나가 여기서만 나온다. 이것저것 다 볼 만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다른 디즈니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지니였다.


 
 
3. 트리비아

아직도 크게 인상에 남는 푸 아저씨. 우리 와이프가 푸를 정말 좋아하는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좀 둘러보니 이 아저씨는 좀 유명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명물.
 

도쿄 디즈니랜드는 이 둘이 가장 인기있는 듯. 여기저기서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이번 디즈니랜드에서 아쉬웠던 점은 더위 때문인지 불꽃놀이 개장을 안 했고 캐릭터 인형 옷 입은 직원들이 없었다는 점. 푸를 봤다면 울 와이프가 무조건 같이 사진 찍었을 텐데... 여튼 올해가 도쿄 디즈니랜드 40주년이라 5년 뒤 45주년이 되면 우리 가족끼리 다시 오자고 했다사실 바로 옆에 있는 디즈니씨도 가 보고 싶다그리고 만약 한국에 디즈니랜드가 생긴다면 지역을 불문하고 매년 갈 것 같다그만큼 이번 디즈니랜드는 참 좋았다. 언제 도쿄로 다시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 된다면 디즈니 리조트에서 1박을 묵으면서 둘 다 방문해 보고 싶기도 하다. 여튼 참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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