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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LCK

Sonance 2025. 9. 29. 11:47

 

사진은 시드 순. 젠지 이미지 출처는 펨코 롤갤의 에나비(#)님.

 

올해는 마인드를 고쳐먹고 리그에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참 어려웠다. 우선 삶이 바빠서다. 보통은 출근해서 늦게까지 근무하고 쉬는 날에는 육아도 함께 하다 보니 롤 이스포츠는 내 여러 관심사 중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역설적으로 작년 월즈를 정말 열심히 봤었는데 그 이유가 늦은 밤~새벽 육아타이밍과 대회시간이 겹쳐서 그랬더랬다. 더불어 롤 이스포츠가 무르익으면서 MSI, 특히 월즈 등 국제전만이 더욱 부각된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 리그는 그냥 월즈 발사대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관심이 덜 간다. 하는 롤은 애초에 마음이 떠나갔지만 이제는 보는 롤도 그러는구나. 아마 내년부턴 관심 있게 본 국제전 정도나 톺아보고 LCK에 대한 글은 안 쓸 것 같다.

 

올해 러프하게 리그를 관망하며 들었던 몇 가지 생각만 간단하게 정리함. 

 

 

1. 피어리스

피어리스는 과연 좋을까? 보는 맛이 다양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보통 Bo5에 가서야 확실히 체감된다. Bo3 경기가 대부분인 정규시즌에는 매치가 누적될수록 나오는 챔피언만 나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경기 양상의 다각화를 꾀하는 건 좋은 움직임 같다.

 

피어리스는 결정적으로 다양한 조합을 유연하게 잘 소화하는 팀이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한 가지만 잘하는 팀은 한 세트는 몰라도 여러 세트를 따 갈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약팀이 강팀에게 한 방 먹이는 게 더욱 힘들어진다. 언더독의 반란을 늘 꿈꾸는 사람으로서 강약관계가 더욱 극명해지는 건 좀 안타까웠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스포츠다. 강팀을 꺾고 싶다면 시스템에 기댈 것만 아니라 스스로 좀 더 잘해야지.

 

 

2. Legend vs. Rise

여러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나는 상위권과 하위권이 서로 얽히며 난투를 펼치는 그림이 더욱 좋은 것 같다. 시즌 후반 종종 볼 수 있었던, 강팀을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약팀의 모습을 좀 더 자주 보고 싶다. 또한 시즌 후반 약팀을 상대로 시험해 보는 강팀의 실험픽 또한 더욱 많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3강에 치여 오랫동안 고통받는 2중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시스템의 취지는 알겠으나 앞으로도 리그를 길게 가져가고 싶다면 그룹을 좀 더 자주 섞어서 유연하게 진행하는 것이 리그 발전에 좀 더 도움 되지 않을까 싶다.

 

 

3. 통합 시즌

1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치러지는 대회다 보니 정규시즌의 중요도가 더욱 떨어지는 느낌이다. 어느새부턴가 모든 지역의 롤 이스포츠 리그는 플레이오프부터가 본게임이라고 느껴진다. LCK도 변경된 포맷 가운데 플레이오프 형식의 <Road to MSI>가 있긴 했지만(이건 꽤 열심히 봤었다) 트로피를 거는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중요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과거의 롤 챔피언스가 그랬던 것처럼 (FST를 위한)윈터 / (MSI를 위한)스프링 / (월즈를 위한)서머로 리그를 짧게 가져가면서, 플레이오프를 좀 더 자주 치르고, 자주 리프레쉬 하는 쪽이 모든 면에서 나은 것 같다. 지금의 LPL 포맷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

 

 

 

이외에 드는 생각은 올해 젠지는 정말 다른 것 같으니 이제는 쵸비가 성불했으면 좋겠다는 소망, 10년 리그 생활의 끝을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그래도 피넛이 월즈 한 번은 먹으면 좋겠다는 소망, 우승은 못했지만 젠지를 꺾는 가슴 벅찬 장면을 만들어 준 KT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역시나 월즈에서의 T1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 정도. 더불어 월즈 진출팀은 아니지만 애정이 있었던 DK에게 좋은 모습을 기대했는데 시작도 중간 과정도 마무리도 모두 아쉬워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올해도 누가 되었든 LCK가 월즈 맛있게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