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adopter

레고 43279 월-E와 이브

Sonance 2025. 10. 2. 14:20

 

 

 

실로 간만의 레고 리뷰 포스트. 2019년 병 속의 배(#) 이후로 가끔 레고를 사 모으긴 했다. 하지만 리뷰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만한 모델은 딱히 없었다. 그나마 증기선 윌리(#) 정도? 그것도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만 올리고는 말았다. 그러던 중 나의 최애 작품 중 하나인 <월-E> 시리즈를 모델로 한 새 제품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나와 구매했다.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첫 프리오더를 넘기고, 9월 1일 백오더가 열려서 그냥 레고 공홈에서 주문했더랬다. 사실 2015년 발매한 21303 월-E를 2018년에 구매했었다. 실컷 잘 조립하고 사진도 인스타에 올리고 이 블로그에 리뷰도 적당히 쓰던 중 귀찮아진 바람에 그냥 안 쓰고 말았다. 함께 동봉된 이브와 모(M-O)에 대해서 다루고 싶기도 하지만, 구모델과 신모델의 월-E를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기에 오랜만에 리뷰를 해 봄.

 

 

1. 월-E; 21303 vs. 43279

 

우선 20303 월-E와 43279 월-E의 비교. 예나 지금이나 레고 월-E가 마음에 드는 점은 스티커가 아닌 프린티드 브릭이라는 점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서도 프린팅을 통한 웨더링 연출 등은 신모델 쪽이 훨씬 우수하다. 또한 자칫 죽은 눈처럼 보이는 구모델에 비해 신모델은 프린팅으로 빛반사를 표현해 좀 더 생동감 있는 느낌을 준다.

 

 

다만 더욱 많은 브릭을 사용함에서 얻을 수 있는 형태적인 디테일은 구모델 쪽이 더욱 낫다. 이런 점에서 신모델은 많은 부분이 아쉽다. 안구 카메라 케이스, 전면의 패널, 눈 뒤를 잇는 와이어나 후면 백커버 등등. 특히 사진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양 측면의 브릭은 몸체와 같은 Bright orange가 아닌 Bright yellow라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왜 같은 색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구모델은 복부의 수납공간이 있음에도 딱히 넣을 것이 없었지만 신모델은 압축한 쓰레기 더미를 넣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쓰레기 더미가 은근히 귀엽다. 이외에 작중 월-E가 신체를 수납해 박스 형태로 웅크리는 기믹은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완전 변형 기믹은 아마 레고가 아니라도 어렵지 않을까?

 

 

2. 이브

 

이 제품의 의의는 애니메이션 <월-E>의 또 하나의 주인공, 이브의 첫 정식 레고화(브릭헤즈 시리즈로 먼저 선보인 적은 있다)라는 것. 투박한 기계 그 자체의 외형 속에서도 귀여움을 잃지 않는 월-E에 비해 그저 애플스럽기만 한 이브의 차가운 외형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다. 하지만 작중 이브의 따뜻한 모습을 떠올리면 그 차가움 또한 사랑스럽다. 수납되는 팔, 움직이는 손가락, 애니메이션처럼 둥둥 떠 있지는 않아도 자유롭게 돌아가는 목, 그리고 식물 수납을 위한 공간까지 각종 기믹이 한가득이다. 표정이 바뀌지 않는 건 아쉽지만 얼굴을 담당하는 커다란 브릭이 여러 개 들어 있는 게 좀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웃는 표정 하나만 넣어 놓은 게 딱 좋다.

 

 

3. 기타

월-E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는 신모델 쪽이 좋다.

구모델의 화분은 단순히 화분일 뿐이었지만 신모델에서는 이 화분을 작중에 나오는 부츠로 바꿔 표현한 것이 좋다. 심지어 이 부츠 화분은 이브 안에 수납할 수 있다.

 

 

바퀴벌레 할(Hal)도 두 브릭으로 너무 단순하게 표현한 나머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구모델에 비해 신모델은 여전히 단순하지만 좀 더 바퀴벌레처럼 보인다. 이렇게 보니 구버전은 정말 양심이 없었구나...

 

모는 최상단의 사진으로 대체. 모는 보너스 느낌이다. 월-E보다 훨씬 귀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모. 단순한 조형에 기믹도 단순하지만 귀여우니 되었다. 목이 잘 돌아가서 이래저래 포즈 잡기도 좋다.

 

마지막으로 깨알 같은 이스터에그. 월-E 설명서에서는 월-E가, 이브와 모 설명서에서는 모가 프로그레스 바를 담당한다. 월-E 쪽은 색이 채워지는 반면 청소담당 모 쪽은 색이 지워지는 디테일이 재미있다.

 

 

 

현재는 백오더가 가능하니 월-E의 팬이라면, 특히 21303 월-E를 놓친 후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담아 둔 사람이라면 꼭 구매할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