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NYPOT'S 1ST BIRTHDAY
우리 아들의 첫 돌을 기념하는 돌잔치. 돌잔치의 미술적인 부분은 내가 담당하고 싶었기에 오랜 시간을 들여 미리 준비했다. 문제는 올해 연말 결산 브이로그도 함께 구상하며 작업해 나갔다는 점. 각 프로세스를 동시에 그리고 따로 진행하는 것은 참 어려웠다. 4월 말? 5월 초? 부터는 직장 점심시간에 주어지는 40분 정도의 여가는 온통 이 작업들에 할애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끝냈음에 감사하다. 아래는 작업기.
성장앨범
- 구성 -
요즘 많이 튼다는 성장앨범 영상. 어디 맡기지 않고 직접 만드니만큼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러프 스케치를 하며 세웠던 몇 가지 원칙은 1) 흔해빠진 형식을 타파할 것, 2) 돌잔치 집중도를 고려하여 길게 만들지 말 것이었다. 유튜브에 성장앨범 예시가 참 많은데 하나같이 넷플릭스 UI 같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초반 시선 끌기+잔잔한 음악(거의 대부분은 윤종신의 'Oh My Baby'다)과 함께하는 후반 감동 펑펑의 형식이다. 또한 러닝타임도 5분에서 10분 사이로 꽤 길다. 나는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잔잔하고 감동적인 감상보다는 우리 아이가 첫 1년 동안 잘 자라온 기쁨과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구절절한 문구나 늘어지는 컷편집 트랜지션 등등을 모두 덜어내고 기존 연말 결산 브이로그처럼 컷편집 위주의 스타일을 취했다.
이번엔 상황 묘사(에 수반된 지명), 디데이 등의 정보를 중심으로 넣었다. 스크린 상영을 염두에 두어 타이포를 평소보다 더욱 크게 썼다. 인트로를 제외한 본영상에는 모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파컷에서 소스 불러와서 로테이션 정도만 줬다. 작업하기 편했다.
- bgm -
곡은 makou의 Emblem. 올해 연말 결산 브이로그 bgm 후보곡 중 하나였다. 원곡도 1분 30초 정도로 워낙 짧은 곡인 데다 아무리 편집을 해 봐도 3분 남짓이었다. 4-5분 영상을 위해 쓰기엔 아무래도 부족해서 그냥 안 쓰고 있었다. 하지만 러닝타임 4분 이내를 목표로 하는 이번 영상에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곡. 템포가 빠른 곡이다 보니 컷 편집도 빨라지기 마련이지만 작년 연말 결산 브이로그처럼 화면이 너무 빨리 넘어가 버리면 전달력이 낮아진다. 그래서 적절한 선을 지키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어쨌든 적당한 구성에 bgm 없는 구간 포함해도 3분 10초 정도니 러닝타임으론 적당하다 싶다. 현장에서도 가볍게 상영해서 잘 보여 드렸다.
- 디자인 -
메인 로고 디자인도, 전반적인 영상 그래픽 디자인도 Emblem의 비주얼 아트를 많이 따 왔다. 패러디를 가미한 로고는 거의 카피 수준이다. 별 요소는 그대로 차용, 달은 꿀단지로 변경. 타이포도 똑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같은 폰트를 열심히 찾아다가 썼다. 로고가 들어오는 모션그래픽도 똑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유튜브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어떤 모션이 쓰였는지, 어떤 효과가 쓰였는지 계속 분석했다. 정말 다양한 왜곡 효과와 더불어 평소 쓰기 꺼려하는 파티클 에미터 효과까지 쓰였더라. 애플 모션으로는 100% 구현이 어려워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비슷한 느낌을 최대한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 파티클 에미터가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다 보니 2019년형 맥북 프로(요즘 시대에 무려 인텔맥이다ㅋㅋ)가 많이 버벅거렸다. 가끔은 크래시 나서 레이어도 안 보이고... 그래도 전체 영상 중 모션그래픽이 차지하는 구간은 짧으니 어떻게든 꾸역꾸역 참으면서 만들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왜곡 효과 중 애프터이펙트의 CC Lens 이펙터를 꼭 쓰고 싶었다. 애플 모션에서 볼록 왜곡을 어떻게 쓰면 될 것 같은데 구현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파컷에서 이펙터 플러그인을 불러와 사용했다. 만들어 놓고 봐도 참 어설프다. 실력이 모자란 자가 모자란 환경에서 벌이는 최후의 똥꼬쇼(#) 같은 작업이었다. 그나저나 애플 모션에서 CC Lens 어떻게 만드냐...
- 기타 -
이번에도 역시 외수용/내수용의 투트랙으로 작업했다. 외수용은 그냥 티저 수준으로만. 영문 타이포, 로고에다 우리 아들 얼굴도 다 나오지 않는 컷만 대충 골라 만들었다. 내수용은 한글 타이포, 로고에 편집을 거친 풀구성으로 돌잔치 현장에서 상영했다. 다시보기도 일부공개로 남겨뒀다. 이런 건 잘 보존해서 자꾸 돌려보면 많은 추억거리가 된다.
라벨
메인 로고를 중심으로 답례품이나 떡 등에 붙일 종이 라벨을 만들어 인쇄함. 100일 때도 비슷한 걸 만들었는데 그때는 별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인쇄한 라벨에서는 토너 융착이 잘 안 되었는지 시간이 지나니 토너가 라벨지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느낌으로 다 번지더라. 지난번에는 윈도우 환경에서, 이번에는 맥에서 인쇄를 했는데 아마도 인쇄 설정 단계에서의 문제였던 걸로 추정된다. 조금 찾아보니 레이블 인쇄에서는 설정을 따로 해 줘야 토너가 잘 달라붙으면서 번짐이 없다고는 하는데... 이런 문제 때문이었는지. 당시에는 차마 수정할 틈이 없어서 손을 못썼는데 시간 나면 어떻게 인쇄를 해야 규격에 맞는지, 번지지 않고 잘 융착이 되는지를 한번 테스트 해봐야겠다.
이외에는 모바일로 보낼 초대장 이미지 등이 있는데 그냥 그럴싸하게 대충 만들었다. 초대장 만들면서 한 가지 느낀 건 '정보를 담은 이미지는 비율이나 전시 방식을 어떻게 해야 좋은가 하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피드백 받아가며 만들었는데 타인의 시선을 빌리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로 소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