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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빌라쥬 드 아난티 - 먹부림 이야기 + α

Sonance 2025. 12. 18. 15:48

 

 

계획에는 없었으나 갑자기 숙박권 구할 기회가 생겨 급조된 여행. 빌라쥬 드 아난티는 아난티 코브와 인접해 어느 한 곳에서만 숙박하더라도 조금만 이동하면 양쪽의 시설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작년 겨울과 여름 코브에 두 차례 숙박할 때마다 잠깐 와 봤더랬다. 볼 건 다 봤다는 생각에 빌라쥬는 일전에 잠깐 셋업 했던 아난티 도장 깨기 리스트엔 넣지 않았지만 얼떨결에 리스트 클리어를 하게 되었음. 역시나 먹은 것 위주로, 그리고 몇 가지 감상을 정리함.

 

 

1. 먹부림 이야기

호텔의 식음 문화에서는 가성비를 찾으면 안 된다. 다만 내가 이만큼의 금액을 지불했을 때 얼마나 만족할만한 퀄리티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가 하는 가심비가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여행에서 점차 확고해지는 생각은 이런 확실한 가심비는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 빌라쥬 드 아난티는 작년도, 올해도 가심비 하나는 낭낭했다고 감히 평한다.

 

 

1-1. 루 : 유니짜장, X.O. 게살 볶음밥, 제주 흑돼지 호부추볶음

기장의 아난티, 빌라쥬와 코브 전체에서 식당을 단 한 군데만 고르라 하면 나는 여기를 꼽겠다. 맛도 분위기도 모두 다 만족스러운 중식당 루. 작년 여름 이곳에서 먹었던 갈비짬뽕과 이베리코짜장이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에 꼭 다시 오자고 다짐했던 곳이다. 나중에 아난티 코브를 가더라도 한 번은 꼭 여기 와서 밥을 먹을 것이다. 그만큼 이곳은 매 방문마다 만족하는 곳이다. 다만 작년에 먹었던 갈비짬뽕이 올해엔 메뉴에서 빠져 있더라.

 

이전과는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싶어서 조금 고민한 끝에 몇 가지를 주문. 가장 맛있었던 건 게살볶음밥이었다. XO 소스가 좀 맵다더니 매운맛은 거의 없고 게살 향이 물씬 풍겨서 참 만족스럽다. 쌀도 장립종을 써서 색다른 느낌이다. 포슬포슬하면서도 또르르 잘 굴러다니는 밥알은 씹으면 약간의 찰기가 느껴진다. 유니짜장은 지난번처럼 이베리코짜장을 또 먹어볼까 했지만 같이 주문하려던 흑돼지 호부추볶음에 의해 투머치포크가 될 것 같아서 선회했던 메뉴였다. 유니짜장은 맛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베리코짜장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심했다. 돼지 호부추볶음은 싸 먹는 꽃방이 매우 부드러웠고 호부추볶음 자체도 맛은 있었지만 부추볶음 자체는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만한 평범한 메뉴다 싶었음. 결론은 다 괜찮았다. 이 돼지 호부추볶음과 누룽지탕이 이번 시즌 신메뉴였는데 누룽지탕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꽤 많이 찾는 메뉴였다. 다음에는 누룽지탕을 먹어보자.

 

 

1-2. BAEDAL : 분식 세트

아이 재우느라 저녁은 룸서비스로. 원래는 일식이 당겨서 스시와 사시미가 메인으로 구성된 다자이 패밀리세트를 먹어볼까 했다. 12만 원으로 가격이 꽤 세긴 하지만 퀄리티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문하려고 보니 가격이 15만 원이었다. 같은 구성에 이 정도 가격은 가심비가 떨어진다 생각해서 다른 메뉴로 급선회했다. 아난티 남해에서 먹었던 치킨 세트가 그리워 메뉴판을 뒤져봤지만 이곳의 치킨 세트는 다른 구성과 다른 퀄리티였다. 조금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아내의 선택이었던 분식 세트. 3-4인 구성이라 생각될 정도로 양이 꽤 많았다.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튀긴 어묵이 올라간 치즈떡볶이는 아내가 극찬함. 떡볶이 좋아해서 여기저기 먹으러 다녔던 아내 말에 의하면 여태 먹었던 떡볶이 중에서 가장 맛있었을 정도란다. 맛이란 건 상대적일 수는 있으나 절대적인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아내 입맛에 착 맞았나 보다 싶다. 긴 가래떡은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치즈어묵도 삶은 계란도 들어있어 알찬 구성에 양도 넉넉한 떡볶이는 이래저래 팔방미인 느낌. 치킨은 아난티 남해에서 룸서비스로 먹었던 치킨(#, 1-2.)에 비하면 약간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중박은 친다. 다만 양념치킨소스를 포함한 여러 소스가 소스볼에 따로 담겨 나왔던 아난티 남해와는 달리 여기는 오뚜기 양념치킨 소스 단 하나만 낱개 소포장으로 온다. 이런 디테일한 점에서 남해 치킨 세트가 그리워진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란 본디 싼 재료로 간단히 조리해 가벼운 맛에 먹는 요리라지만 이곳의 나폴리탄은 어째서 이다지도 묵직한가.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 레시피 배워보고 싶었다. 꼬마김밥은 쏘쏘. 찍어 먹는 와사마요 소스랑 궁합이 좋았음. 얘는 또 일회용 용기에 담아서 온다.

 

여행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알고 보니 다자이 패밀리세트는 스시가 메인 중 하나였던 구성에서 스시가 사이드로 빠지고 메인이 대부분 회로 구성되면서 가격이 올라갔던 것 같다. 이런 걸 모르고 같은 구성에 가격만 올랐다고 착각을 했음. 그대로 주문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다음에 빌라쥬에 묵을 일이 또 있다면 가격 생각 하지 말고 다자이 패밀리세트를 한 번 먹어 보자.

 

 

1-3. 정월 : 전복솥밥과 갈비탕

원래 둘째 날 아점으로는 작년에 가 봤던 르블랑에서 조식 뷔페를 먹을까 했었다. 하지만 전날의 분식 세트가 양이 꽤 많았던 탓에 다음날 아침까지도 쉽사리 꺼지지 않는 배를 움켜잡고 르블랑 조식으로 향하긴 어려웠다. 더구나 르블랑 조식은 작년에도 먹어 본 적 있으니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도 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솥밥 먹으러 정월로 감. 정월은 본디 한우 구이가 메인이지만 점심때는 이런 한상 차림도 즐길 수 있다.

갈빗대와 함께 얇게 썰어낸 편육이 함께 들어 있는 갈비탕. 편육도 나름 괜찮지만 식감이 조금 질기다. 그냥 갈빗살만 있으면 좋겠다 싶다. 갈비탕에는 솥밥이 함께 제공된다.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는 있지만 솥밥만큼 밥이 눌어붙어 있지 않아 긁어먹는 재미는 없는 편. 전복 내장을 곱게 갈아 넣어 함께 찐 전복솥밥은 특출나진 않지만 퀄리티가 좋다. 따로 양념 추가할 필요 없이 알맞은 간. 이날 곁들여 나온 국은 소고기미역국인데 이 또한 괜찮았던 편. 이외에는 기본찬으로 나온 잡채가 맛있었다.

 

테이블 위에 차갑게 식은 불판을 보고 있자면 나중엔 많은 일행과 같이 와서 갈비 구워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단체 숙박할 일이 있을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있지 않겠습니까?

 

 

1-4. 사과당 : 시그니처 세트

이런 여행을 오면 꼭 돌아오는 길에 디저트를 사 오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기장 올 때마다 찾는 칠암사계(#, 번외2)를 또한번 찾아야 하나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모비딕 마켓에 사과당이 입점해 있더라. 요즘 한창 논란 중인 백종원 대표와의 기묘한 신경전 후 오히려 좋은 기세를 타 매출도 매장도 엄청 늘었다던 사과당. 발견한 김에 사 먹어 봤다. 기본 애플파이 6구로만 구성된 오리지널 세트, 기본+바닐라+우유크림 애플파이가 각각 2구씩 구성된 시그니처 세트, 그리고 쇼콜라니 뭐니 여러 가지 맛이 하나씩 다 들어간 프리미엄 세트였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기본맛 6구는 단조로울 것 같고, 모든 맛 하나씩은 너무 호들갑인 것 같아 시그니처 세트로 구매했다.

기본 사과파이는 그다지 달지 않은 점이 참 좋다. 사과는 존재감 없이 포인트만 주는 편이고 사과잼을 감싼 파이의 고소함이 더욱 물씬 풍긴다. 왜 인기가 있는지 알만 하다. 좀 더 단 맛을 먹고 싶으면 바닐라 애플파이가, 거기서 더욱 묵직한 단 맛을 원하면 우유크림 애플파이가 제격이다. 내입에 우유크림은 좀 달았고 바닐라가 적당한 정도였다. 대구도 한 지점 있던데 나중에 사 먹으러 갈지 말지... 직장이나 집 근처에 있다면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사 먹을 것 같다.

 

 

 

2. 트리비아

2-1. 스프링하우스

이번에 묵은 곳은 클리퍼 C의 스프링하우스. 2인 정원이지만 미취학 아동 1인 추가 숙박이 가능했다. 객실이 꽤나 넓고 방도 참 다양하고 특히 자쿠지가 객실 내에 있는 점이 참 좋다. 첫날밤에 이용하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일정을 치르고 나니 시간이 늦어서 이용하지 못했다. 대신 다음날 체크아웃 전에 온 가족이 들어가 잠깐 몸을 녹였다. 따땃한 물이 참 기분 좋던데 첫날도 좀 써 볼 걸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앙의 화장실을 중심으로 S자로 꼬이는 동선이 조금 불편했다. 통유리창 건너로 자쿠지가 보이는데 자쿠지까지 가려면 S자 복도를 돌아돌아 가야 했다. 그래도 긴 동선 사이사이에 아이의 관심을 끄는 여러 요소가 있어서 막 자유롭게 걷기 시작하는 우리 아들이 참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둘째 날 새벽 다섯 시부터 깨서 놀았니...

 

 

2-2. 잠과의 전쟁

아이와 함께 하는 여러 차례의 여행에서 점차 노하우가 쌓이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낯선 환경에서 아이를 재우는 것이다. 수면환경이 분리되어 있든, 분리되어 있지 않든 아이를 먼저 재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6시 반부터는 잘 채비를 마치고 아이를 눕혀 재운다. 하지만 생경한 환경에서 아이가 쉽사리 잠이 들 리 없다. 안 자고 방을 마음껏 걸어 다니기도 하고, 재우려고 하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어떻게든 일어서 있으려고 한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들여 재우고 나면 재우는 엄마도, 기다리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아빠도 진이 빠진다. 앞으로는 낯선 곳에서 잠 못 자하는 아이 억지로 재운다고 엄빠 저녁 늦추는 일 없이 밥도 다 같이 스케줄 맞춰서 먹고, 엄빠 잘 채비도 다 하고 해서 9시쯤 느즈막하게 다 같이 잠자리에 들면 좋지 않겠나 하고 구상해 봄. 다음엔 또 언제 나갈지 잘 모르겠다만 충분히 시도해봄직 한 것 같다.

 

 

2-3. 코브와 빌라쥬 그리고 아난티

본디 다양하게 놀기 좋은 곳은 건너편의 아난티 코브 쪽이라 생각한다. 이터널 저니에서 책 구경하기도 좋고, 곳곳에 상점도 꽤나 즐비해 있고, 해변 산책로로 걸어 다니면 가슴이 뻥 뚫린다. 그래서 여태 기장에선 빌라쥬가 아니라 코브에서만 숙박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빌라쥬에 숙박을 하고 보니 1박 정도로 짧게 치고 빠지기에는 빌라쥬 쪽도 괜찮다는 느낌. 빌라쥬는 우선 조경이 훌륭하다. 잘 꾸며놓은 수변공원, 미디어아트, 지스퀘어와 프렌치 가든은 참 아름답다. 특히 시즌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이따금씩 변주를 주는 지스퀘어는 숙박권 없이도 보러 올 정도다. 모비딕 마켓이나 L.P.크리스탈같은 상점가도 큰 볼거리다. 그중 여러 가지 굿즈나 먹거리가 즐비한 모비딕 마켓은 참 매력적이다. 이터널 저니의 부재로 도서 코너가 좁은 건 좀 아쉽지만 모비딕 마켓의 큰 규모가 단점을 상회한다. 하지만 엘피크리스탈은 갈 때마다 참 이쁘긴 한데... 쇼핑 목적으로는 글쎄올시다 싶다. 이미 살롱 드 이터널저니, 코발트 등 아난티 자체 편집샵이 두 개나 있음에도 다른 편집샵 더욱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런 가게들은 외관만 보았을 때는 무엇을 팔겠다, 어떤 스타일을 중점적으로 팔겠다는 의도가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이전에 점원이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 보니 과연 팔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드는 걱정 아닌 걱정은 아난티 전체적으로 사람이 줄었다. 아무리 비성수기라도 주말에 갔더니 사람 하나 없이 텅텅 비었더라는 말은 좀 들었지만 성수기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이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식당도 시설도 웨이팅 없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비수기 때 아난티가 프로모션에 그렇게 열을 올리던데 괜찮은 거 맞...죠? 분양매출 의존도보다는 플랫폼 운영에 좀 더 힘을 싣겠다는 기사(#)가 작년에 나왔었는데 작년과 올해의 감상이 그다지 다르지 않은 점은 그런 노력이 아직은 크게 체감될 정도가 아닌 것 같다.

 

감상이 달랐던 부분 한가지는 아난티 앱으로 시도가 가능한 스탬프 투어에 점차 변화가 있는 점이다. 스탬프 투어는 장소, 퀴즈, 식문화를 포함한 다섯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된 미션을 해결해 스탬프를 모아 리워드를 얻는 소소한 즐길거리다. 필요 스탬프는 다섯개 카테고리 중 세개만 달성하면 되어 허들이 낮은 편이었다. 작년 여름에는 보냉팩을 줬다. 올해 상반기 아난티 남해에서는 실물 리워드가 아니라 RIM 포인트를 줬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다섯개의 스탬프를 모두 모아야 RIM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스탬프 올 콜렉팅은 난이도가 너무 높지. 그럼에도 RIM 포인트 정도만 주는 건 시간 낭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처음으로 스탬프 투어를 스킵했다. 이런 면, 앞서 말했던 적은 방문객, 그리고 엘피크리스탈의 공실을 보니 조금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음.

 

 

2-4. 빠씨는 어디 있나

이외에는 아이가 좋아할까 싶어 체크아웃 후 컬처클럽에서 진행 중인 <빠씨를 찾아서(#)>를 관람하러 갔다. 다소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적절히 구성해 놓은 설치미술. 사진과 리뷰로 본 것에 비해 뭔가 간략하고 허술한 느낌이라 약간 실망했다. 이 체험형 설치미술은 엘피크리스탈에서 이전에는 서울의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이곳에서 봤더라면 감상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새벽 5시부터 잠에서 깨어 하루 종일 깨어 있던 우리 아들은 오전 10시 반쯤 갔더니 다소 피로한 상태였던지라 제대로 놀지는 못했다. 이래저래 안 가도 될 뻔했다 싶다. 그런데 이런 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르니깐 그러려니 한다. 아이 컨디션을 잘 고려하며 스케줄을 짜야겠다는 깨달음을 또다시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음.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소소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멋진 곳으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