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눈물 좀 닦고...
지못미MSLㅠㅠ
그 날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모두가 꿈꾸던 대박경기가 펼쳐질 수도 있었다. 최근 급부상하고있는 박영민을 아주 쉽게 꺾고 이제동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미 결승에 올라와 있었고, 최근 좀 부진을 보여주긴 했지만 언제나 강력한 포스로 모두를 압도하는 이영호와 언제부터인가 탄력받고 자신의 최대 기량을 뽐내고 있던 박지수가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물론 엠겜측에서나 그걸 지켜보는 많은 이스포츠 팬들은 당연히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커리어가 훨씬 낮았던 박지수를 아주 쉽게 꺾고 이영호가 결승에 진출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꿈꿔왔던 이제동과 이영호의 결승무대가 성사될 줄 알았다. 엠겜은 한술 더 떠 실제 결승무대인 서울무역전시관과는 별개로 한강공원 잠실 야외수영장 특설무대에서 이스포츠 개인리그 결승전 최초로 2원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그때만 해도 너도나도 빅매치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한 예감은 지난 7월 17일 아레나 MSL 4강 B조에서 박지수가 이영호를 3:1로 이기면서 시작되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리그브레이커라고 불리우는 르까프에서도 리그브레이커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던 박지수였고, 이번 시즌에도 박지수는 염보성 그리고 지난시즌 준우승자 김구현을 거쳐 이번시즌 최대 흥행카드인 이영호까지 꺾으며 여지없이 리그브레이커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물론 박지수의 기량이 뛰어났으니까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겠지만 기대하던 빅매치가 무산되었다는 것과 그걸 깬 것도 듣보잡이라 여겨지던 박지수라 충격은 더욱 컸다. 분명 그날 MSL 피디는 술을 떡이 되도록 마셨겠지... 박지수가 올라온 이상 MSL의 마지막 흥행카드는 그냥 쉽게 발라버리든 아주 어려운 접전 끝에 3:2로 이기든 결국 이제동이 이겨서 다시한 번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커리어면에서나 포스면에서나 준본좌에서 본좌로 거듭나는 계단을 다시 오르는 것 밖에는 없었다. 진짜 이번 MSL 결승은 에버 스타리그 2008 결승보다도 더욱 흥행거리가 부족했다.
그러나 마침 결승에 쓰이는 맵들은 대부분 테란에게 손을 들어주는 맵들. 특히 3경기에 쓰였던 티아맷은 뭐? 테란대 저그가 4:0이라며. 그러니 엠겜이나 보는 팬들이나 사상 최악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예감을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나도 그랬다. 난 약자를 응원하는 편이지만 이번결승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이제동만 응원했다-_-
그래. 그래도 이제동의 영향인지 결승무대인 서울무역전시관에는 사람이 꽤 많이 왔더라. 하지만 한강공원 잠실 야외수영장은....
박상현과 구지성이 그래도 리그를 위해 많이 힘을 써 주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애초부터 비가 오는데 야외무대를 펴 놓고 거기서 패션쇼 하는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강공원쪽의 암울한 상황은 남김없이 영상으로 방송이 되었고 이것은 결승을 가라앉게 하는 또하나의 개그요소로 작용했다. 정말 두 사람은 "네 지금 여기 자리가 꽉 차있습니다" 하는데 정작 나오는 장면은
말다했죠
저 저리를 채우고 있는 두줄도 죄다 스텝일듯.
보는사람이 다 민망하더라.
오프닝도 참 답답한게 역시 연출은 엠겜보단 온겜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결승전 리뷰를 하면서 오프닝에서 멋진 장면을 캡쳐해서 띄웠다. 지난 에버2008 결승전 오프닝에서는 쓸 요소가 많아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아레나MSL 결승전 오프닝은 뭐 그리 쓸 게 없는지-_- 에이몰라 대충해.
하여간 경기로 넘어가서, 그런 열학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제동에게 1경기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어쩌라고. 이제동은 1경기부터 박지수의 안정된 운영 아래 무릎을 꿇었다. 점점 불안한 느낌은 모두를 엄습해왔고, 많은 사람들은 박지수의 우승을, 더 나아가 3:0 셧아웃을 점치고 있었다. 물론 나도. 2, 3경기야 맵이 맵이다 보니 이제동이 잡기는 좀 힘들 것 같고 1경기라도 잡아야 뭐라도 할 것 같았는데 1경기부터 그러니까 안봐도 비디오지. 3:1이나 3:2였으면 말도 안하겠지만 결국 모두의 예상대로 박지수가 3:0으로 셧아웃시키고 아레나 MSL 우승을 거머쥐었다. 경기내용이 그나마 좀 괜찮았으니 다행이지 경기내용까지 OME면 나 다시는 MSL 안본다-_-
우승의 순간에는 팡파레가 터지면서 우승할 때 그 특유의 음악이 흘러나와야 정상이지만 이번 결승은 뭐 그런것도 없고. 이긴 사람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다 우승의 전율도 감동도 흥분도 없고. 어떻게든 침몰해버린 결승무대를 마무리해야 하는 김철민 캐스터의 말도 없고. 빨리 끝내고 집에가자는 느낌이 역력하게 들었다-_-; 이때까지 지켜봐왔지만 이번 결승만큼 정말 OME 결승은 처음이다.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이 박성준을 3:0으로 발라버릴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제동이 이번 리그 우승을 했다면 본좌소리라도 들었겠지만, 박지수는 본좌는 고사하고 우승자 취급도 못 받고 있다. 예전의 리그브레이커라는 악명도 한몫 했겠지만 워낙 지난모습이 듣보잡 그 자체였으니까... 정말 박지수가 제대로 우승자 대우를 받고 포스를 떨치기 위해선 우승이 두 번 정도 더 필요한 것 같다. 박지수도 그렇고 엠겜도 그렇고 정말 모두 다 지못미ㅠㅠ
엠겜은 매 경기가 정말 명경기였지만 엠겜에도 이런 OME 결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새삼 마재윤이 대단했었다는것도 깨달았다. 결승에선 저그가 테란잡기 정말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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