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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여름 부산 - 먹부림 이야기 (2)

출산 전 마지막 태교여행을 위해 부산을 찾은 건 막연히 차를 타고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볼 곳 먹을 곳 쉴 곳이 가장 많았던 곳이어서였다. 더구나 이번 여행의 테마는 관광이 아닌 쉼이었기 때문에 좋은 호텔 찾기가 중요했다. 특히 4박 중 이틀은 가심비 좋은 5성급 호텔에 묵고자 했다. 부산에는 5성 호텔이 정말 많긴 했지만 아무리 알아봐도 지난겨울 딱 하루 묵었던 아난티만 한 곳이 없었다. 큰 풍경은 늘 같지만 그 사이사이 디테일한 부분에 변화를 주어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난티. 반년도 안되어 다시 찾아가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난티에선 이틀 밤을 잤다. 첫날은 아난티 코브 레지던스 A동, 다음날은 앳 부산 코브의 프리미엄 킹룸에서 묵었다. 첫날 묵었던 아난티 코브는 장모님 지인을 통해서 아난티 저니박스를 구매했다. 가격은 39만원에 F&B 크레딧이 30만원이라 결과적으론 9만 원에 좋은 방에서 투숙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번엔 이틀 모두 거실분리형 객실에서 묵었는데 바다 보면서 반신욕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 객실 형태가 생활반경이 넓어서 호캉스 목적으론 훨씬 좋았다. 물론 TV가 거실과 침실에 하나씩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심지어 코브에서 묵을 때 거실 TV는 새벽에 스스로 켜져서 잠을 깨웠다.

 

각설하고 먹부림 2편은 아난티에서 이것저것 먹었던 이야기.

 

 

6. 아난티 앳 부산 코브; 자색미학

어쨌든 크레딧도 있으니 최대한 아난티 안에서 식사를 해결해 보자 싶었다. 다모임은 지난번에 가 보았으니 패스, 맥퀸즈 그릴 앤 바는 성대한 꼬막 점심을 먹은 그날 저녁으로는 좀 헤비 한 것 같아서 패스, 그러면 남는 것은 아난티 타운뿐이었다. 하지만 아난티 타운에는 생각보다 식당이 별로 없다. 뭘 먹지 하다가 그냥 정갈한 일식 한 상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와이프는 후토마키, 나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먼저 보았던 굴 나베를 먹고 싶어서 자색미학으로 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7시 50분쯤 갔는데 라스트 오더가 8시라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주문했다. 하지만 후토마키를 포함해서 생선 재료의 메뉴들은 모두 매진, 굴 나베는 스키야키로 메뉴가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돈카츠 정식, 스키야키 정식을 하나씩 주문함. 호텔 내 식당이라 가격대비 양이 적은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퀄리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돈카츠는 톤쇼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좀 잘 치는 돈카츠집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했지만 그냥 푸드코트 수준. 게다가 돈카츠 소스가 너무 짜기만 했다. 스키야키 정식은 그저 그랬던 것 같지만 재료들은 나쁘진 않았다. 가쓰오부시 국물이 나름 좋긴 했지만 내가 먹었던 관동식 스키야키는 이렇게 가쓰오부시 맛만 났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튼 전반적으로 가심비가 좀 떨어졌음. 그러고 나서 아난티 타운의 다른 식당들은 어떤가 봤더니 다들 하나같이 가심비 또한 떨어지는 느낌이라더라. 아니 가성비는 고사하고 가심비라도 챙겨 줘야 할 것 아니냐... 아난티 코브는 볼거리 놀 거리 많은 건 좋은데 이런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7. 빌라쥬 드 아난티; 르블랑 조식

지난겨울 경험했던 다모임 디너(#, 4.)에 조금 실망을 했더랬다. 다모임을 제외한 다른 뷔페는 아난티 코브의 라메르, 나머지 하나는 빌라쥬 드 아난티의 르블랑이었다. 동선을 고려하면 라메르를 가 보는 것이 맞았지만 우리 부부 둘 다 르블랑은 어떤 곳인지 지난번부터 궁금했기 때문에 가 보았음. 전반적으로 정말 만족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곳의 회. 상태가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방어가 올라와 있어서 쉬지 않고 계속 받아서 먹었다. 첫째 임신 후로 아내를 고려하여 날 것을 피하다 보니 회 먹을 일이 잘 없었는데 그동안 못 먹었던 반년치 회는 여기서 다 먹었다.

별 거 아닌 메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르블랑 더덕 튀김은 오묘하면서도 훌륭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약간 질긴듯한 더덕의 식감이 살아 있다. 별로 못 먹었는데 어느새 보니 메뉴가 다른 걸로 바뀌어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푸주를 사용한 음식을 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아스파라거스 푸주 볶음이 맛있었다. 푸주가 맛있다기보단 재료를 코팅하고 있는 소스의 맛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빌라쥬 드 아난티라 그런지 키즈코너도 있다. 이때의 메뉴는 떡볶이와 타코야끼 그리고 유부초밥. 우유 말아먹는 시리얼도 있다. 이런 곳의 분식은 잘 안 찾는 편인데 떡볶이가 뱁단짠밸런스가 아주 잘 맞았다. 더불어 쌀떡볶이의 쫄깃한 식감이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많이는 아니지만 자주 찾아 먹었던 것 같다. 특이하게  떡볶이에 표고버섯이 들어있는데 보통 표고는 자기주장이 심해 음식의 전반적인 풍미에 영향을 주지만 얘는 작은 존재감이 씹을 때만 내비치고는 그마저도 금방 사라진다. 옆에 있는 타코야키는 특별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는 정도였다.

 

그릴 코너에는 베이컨과 부챗살이 나온다. 새우나 갈치(였던 것 같다)구이도 있었는데 나는 둘 다 맛있어하긴 하지만 먹는 것이 귀찮아서 한 번도 손을 안 댔다. 부챗살 굽기는 제각각이다. 그리고 막 구웠을 때 먹지 않으면 너무 익거나 식어서 질긴 경우가 좀 있었다. 보통 스테이크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나 와사비 얹어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이런 곳에 오면 그냥 아무것도 없이 고기가 주는 본연의 풍미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다행히 르블랑 부챗살은 고기만 먹어도 참 좋았다. 이외에 사진은 없지만 쌀국수를 올리는 보통 호텔 조식 즉석코너와는 달리 우동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시치미나 텐카스 비율을 잘 맞춘 것도 있지만 베이스가 되는 육수가 괜찮았다. 우동 예쁘게 잘 만들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안 찍었네.

이외에는 아침으로 먹으면 좋을 해쉬브라운이 바삭바삭해서 손이 많이 갔다. 반면 감튀는 하나도 먹지 않았다. 프렌치토스트는 메이플시럽 얹어서 한 번 먹었는데 몇 번이고 가져다 먹고 싶은 퀄리티였으나 먹어야 하는 다른 메뉴가 많아서 한 번만 먹고는 먹지 않았다.

 

디저트는 3일 전 아리아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는데 르블랑이 많다는 말이 아니고 아리아가 적다는 말이다. 많고 많은 디저트 중에서 나머지는 제껴 두고 이 두 개만 먹었다. 요즘 밈으로 유행하던 것이 생각나 가져온 티라미수는 그럭저럭이었다. 크림브륄레는 부드러우면서도 캐러멜이 딱 달고나의 향과 맛이었다.

 

르블랑은 남해에도 있고 특히 디너가 역대급이라는데 참 궁금하다. 기장은 몇 번 와 봤으니 다음에는 남해 또는 가평의 아난티 코드를 가 볼까 싶다. 나는 골프 안쳐서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번외1 아난티 코브; 캐비네 드 쁘아송/맥퀸즈 라운지

이날은 느즈막한 시간에 과도하게 섭취했던 조식 뷔페 때문에 해가 지고 나서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늦은 밤이 힘들기에 뭘 먹을까 고민은 했더랬다. 앞선 자색미학 이후 아난티 앳 코브 부산의 다른 식당은 정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모비딕 마켓에서 컵라면이나 사서 소소하게 먹고 때울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쓰지 않은 크레딧이 약 4만원 정도 남아 있어서 다 털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빵이나 쟁여 놓고 저녁으로 몇 개만 까먹자 싶었다. 그래서 굳이 코브까지 걸어가서 캐비네 드 쁘아쏭에서 빵 몇 개 사고, 다시 앳 부산 코브로 돌아와서 10층의 맥퀸즈 라운지에서 남은 크레딧을 모두 털었다.

쟁여 놓은 빵은 많았지만 그중 저녁으로는 캐비네 드 쁘아송의 피자, 맥퀸즈라운지의 새우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었음. 피자는 생긴 것 치고는 꽤 맛이 괜찮다 싶었다. 도우 위에 올라간 흐물흐물한 식감은 마치 브라타 치즈 같다는 착각을 주지만 사실은 브라타가 아니었던 것 같다. 피자는 에어프라이어에 데우거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었으면 더 좋았을 듯. 샌드위치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나는 아보카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보카도 샐러드는 도대체 왜 먹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보카드를 이런 식으로 먹으면 전반적인 풍미가 깊어지는구나 싶다. 요즘 서브웨이가 아보카도 메뉴를 광고로 밀고 있는데 한 번 먹어보면 어떨까? 나머지 빵은 여행 후에 하나씩 까서 먹고 있는데 비싼 만큼 역시 대단하다 싶다. 근데 요즘 다른 곳 빵 가격 생각하면 또 그렇게 비싼 건 아닌 듯.

 

 

 

8. 빌라쥬 드 아난티; 루
아난티 코브의 먹거리에는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빌라쥬 드 아난티엔 희망이 있다. 일단 르블랑 조식이 좋았고, 바로 이곳 루는 미리 알아봤을 때 평도 좋아서 선택했다. 내가 본 리뷰는 코스 요리였지만 코스 요리를 먹기엔 배가 부담스럽고 그냥 딱 기본에 충실하게 이베리코 짜장면 하나, 소갈비 짬뽕 하나 주문해서 먹었다. 음식이 들어갈 배가 좀 더 있었더라면 탕수육이나 깐풍기도 한 번 맛보면 좋았을 테지만 지난 4일간 엄청 헤비 하게 먹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참았다.

 

두 메뉴 다 면발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곳 짜장면은 두 가지인데 유니짜장은 그냥 짜장면이고 이베리코 짜장면은 간짜장이다. 재료가 소스에 잘 볶아져 나온 형태가 보기 좋다. 파가 아니라 마늘종 넣은 건 특이했고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고소함은 극한을 달린다. 다 먹고 나니 기름이 엄청 많이 남았지만 그만큼 풍미 가득한 짜장면. 최근 5년간 먹었던 간짜장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소갈비 짬뽕은 해물 베이스의 국물이다. 살짝 칼칼하면서도 산뜻하고 담백한 느낌. 해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라 아쉽지만 토핑으로 한우 갈빗대가 세 덩이 있다. 갈비는 잘 익혀 놓아서 갈빗대에서 고기가 부드럽게 빠진다. 씹을 때도 전혀 질김이 없다. 해물 베이스에 소고기 토핑은 뭔가 맞지 않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모나지 않게 잘 어울려서 좋다.

 

추가로 다른 찬도 기억에 남는다. 유자로 향을 낸 단무지는 식사 중간중간 입맛을 리프레쉬하기에 딱이다. 캐슈너트 볶음도 달달해서 잘 들어간다. 간단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여긴 나중에 와서 디너 코스를 한 번 먹어보자.

 

 

 

+번외2 칠암사계; 칠암돌만주

여행 후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없지. 특히 나는 근무하는 병원 사람들도 챙겨야 해서 무슨 디저트를 사고 돌아갈까 고민 좀 했다. 처음에는 부산의 바다샌드(#) 같은 걸 사 볼까 했다. 하지만 해운대에서 2박 후 아난티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인지라 보관 문제로 기각되었다. 그래서 기장의 괜찮은 디저트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던 차에 아내가 이곳을 발견해서 가 보자 했음. 사실 이 동네는 어보(#)라는 맛난 해초비빔밥 집이 있어서 몇 번 들렀던 곳인데 이런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특히 이곳의 칠암돌만주가 선물용으로 딱인 것 같았다. 맛은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만주 생긴 걸 보면 맛을 몰라도 꼭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박스당 6개입에 나눠줄 사람을 생각하면 9~10박스를 구매해야 했었다. 그런데 그날 선물 판매 코너에 딱 9박스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날 선물용 만주는 우리가 매진시켰다. 돌아오는 길 불특정 다수에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늘 남들만 나눠 주니 이번엔 우리도 한번 먹어보자 해서 특별히 한 박스를 챙겨 먹어봤다. 크루아상을 떠올리게 하는 페스츄리 안에 달지 않은 팥 앙금이 실하게 들어 있다. 페스츄리 위에는 살짝 단단한 소보루 같은 느낌의 과자가 견과류를 잔뜩 머금고 있어 너무나도 고소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한 입 한 입이 소중해지는 맛은 이곳이 왜 그토록 유명한지 잘 알려준다.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여기는 또 가자는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기장에 단골집이 하나 더 생길 것 같다. 다음엔 꼭 점심 전후로 가서 매진 전에 반드시 챙겨 먹고 몇 박스 더 챙겨서 와야지.

 

 

 

5일간 큰 호강 하다가 올라왔다. 우리 꿀단지도 엄마 뱃속에서 함께 맛있게 잘 먹었겠지. 이제는 정말 놀 거 다 놀고 다가오는 아이를 위해 준비할 때. 다음엔 셋이서 맛난 것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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