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E10을 언제 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직 쓰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것 같다. 슈퍼파이트 1회 할 때 쯤 샀으니까 아직 1년 되려면 조금 멀었구나. 하여간 E10을 쓰기 전에는 iFP-795를 썼었다. 512MB였는데 살 당시에는 넉넉하고도 남을 것 같던 그 용량이 언제부터인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E10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라던가 시스템이라던가 그런 쪽이 불편해서 E10을 사용한 건 아니다.
-서론이 너무 긴데, 하여간 E10을 고른 이유는 그 당시 판매되고 있던 모델 중 용량이 가장 괜찮아서였다. 6기가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2기가는 남겠다 싶었고, 기존 iFP 시리즈에서 쓰던 기능 이외에는 그다지 쓰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없었고, 디자인도 나름 괜찮고. 여러가지 이유에 근거해 최정적으로 모델을 E10으로 결정. 구입하여 잘 쓰고 있었다.
BUT, E10은 예상외로 많은 오류들을 안고 있었다. (-다른 오류들도 많겠지만 일단 내가 겪은 오류들을 중심으로 서술.)
i) 힘드냐 - 잦은 시스템 다운
iFP-795를 사용할 때는 시스템이 다운이 되어 리셋 버튼을 헤집고 쑤실 일도 없었다. 그러나 유독 E10은 시스템 다운 현상이 잦았다. 짧게 보면 그닥 잦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쓰면서 한 20번정도 뻗은 걸 생각하면-_- (-글을 쓰는 오늘도 다운 현상이 일어났다.) 대부분 시스템 다운은 곡을 재생하고 있을 때 버튼을 눌러 다음 곡으로 리스트를 넘기면 발생했다. 뭐 거의 그렇고 라디오가 예약녹음을 하다가 뻗어버린 적도 있고 (정말)가벼운 충격을 받으면 가끔 뻗어버리던 것 같기도 한데... 다운이 되면 컴퓨터에서와 비슷하게 화면이 정지되고 소리가 짧게 반복되어 나오는(-쉽게 생각해서 게임하다 렉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편하다) 현상이 나타난다. 간혹 소리는 나오지 않고 화면이 깨지는 경우도.
ii) 입을 다물고 소리쳐 - 무음의 녹음파일
2시에 시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녹음하기 위해 주파수와 볼륨, 지속시간을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예약시간을 설정하면 제시간에 알아서 열심히 녹음을 한다. 전파수신도 잘 되고 용량에도 이상이 없어서(넉넉하다니깐) 대부분 지속시간도 알맞고 잡음도 없이 잘 녹음이 되어 나온다. 하지만 한 번씩 전체 파일크기(-녹음된 시간)는 같은데 재생을 해 보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1시간짜리 녹음을 해 놓으면 그냥 플레이바만 조금조금씩 움직이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무음=_=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파일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적이 얼마이던가.
iii)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 제멋대로인 플레이창
파일이 큰 경우(40분-1시간정도) 간혹 빨리감기/되감기를 하면 가끔 살짝 멈추다가 플레이 상태창은 그대로인데 재생하는 리스트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에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0001이라는 파일을 23분 7초째 재생하고 있을 때 빨리감기를 하여 에러가 발생하면 화면에서는 계속 0001을 23분 7초부터 재생하고 있다고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다음 재생목록인 0002가 재생되어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현상은 없었는데 파일이 크지도 않고 스크롤 할 일 도 없어서 음악을 들을 때 에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 솔직히 이 에러는 불편하다기보단 신기하다.
iv) 사족 - 리모컨 기능
E10의 장점아닌 장점은 리모컨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 설정만 하면 거의 모든 TV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홀드를 걸고 버튼을 누르면 그에 대응하는 신호를 쏘아 일반 리모컨과 다를 것 없이 TV를 다룰 수 있는 참으로 멋진 기능인데 ... 사실 왜 이게 MP3P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집에서 TV를 본다면 리모컨은 다 있을테고, 조작할 수 있는 범위도 적은(-채널/볼륨변경, 음소거, 전원 on/off 뿐이다) 리모컨을 온전한 리모컨이 있는데 쓸 일은 없다. 채널을 옮긴다고 해도 케이블TV부터는 채널이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채널을 보기 위해 일일이 한 채널씩 넘기는 건 아무래도 미련한 짓이 아닐런지. 그럼 바깥에 들고 나가서 전시용 TV나 깨작대라는 소리인가. 그리고 이 리모컨의 사정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다. E10의 리모컨과 TV와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멀다 하면 신호 수신이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거리에 가서야 제대로 작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_-; 과연 이 리모컨 기능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v) 우기면 다냐 - 임의재생
이건 E10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모델들도 갖고 있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임의재생, 즉 Random이라 함은 전체 리스트에서 무작위로 한 곡을 뽑아 재생하는 것. 역시 E10에서도 임의재생을 지원하고 있다 -지만, E10에서의 임의재생은 보통의 그것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임의재생을 시작하고 처음 두 곡 정도는 정말 본래의 의미에 맞게 무작위로 재생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세번째 곡부터는 두번째 재생하는 곡으로부터 가나다순으로 10번째 정도 떨어진 곡을 재생한다. 그 뒤 부터 계속 가나다순 10개간격으로 재생을. '임의재생'이라고 써 놓고 '간격을 두어 차례로 재생'이라고 읽는가보다.
vi) 기기점검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 오류에 대처하는 아이리버의 자세
나만 그러나싶어 아이리버 홈페이지 고객문의 게시판을 가 봤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더만-_-; 문의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직접 기기를 가지고 아이리버존/택배 서비스로 기기점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오류에 대한 불만사항이 꽤 오래 전부터 올라온 것 같은데 펌웨어 업그레이드 마지막 버전이 나온지도 꽤 오래됐고, 이제는 아이리버 메인에서도 E10을 내려버렸다.
▲ 아웃오브안중임미다[..]
이제 E10은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듯.
이미 아이리버에서도 버렸고, 값은 싸질대로 싸져서 팔기도 그렇고(-그다지 팔 생각도 없지만) E10은 그렇게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