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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Hokkaido - 텐푸라 이야기

 

 

이번 여름 휴가는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쉬려고 하였으나 뜻밖의 상황에 의해 홧김에 여행을 질러버렸다.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홋카이도의 몇 지역을 둘러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굳이 삿포로를 선택한 이유는 (1) 날씨가 그리 많이 덥지 않은가, (2) 포켓몬센터가 있는가 하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큰 행선지를 먼저 정해버리고, 세부적인 행선지는 정말 어렴풋하게만 정한 채 먹을 곳 다닐 곳 모두 현지에서 발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얼렁뚱땅 정한 노플랜 트립이올시다.

행선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그럴만한 의지도 없기 때문에 일단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하자. 나중에 정 심심하면 나머지 이야기도 하나둘씩 꺼내게 되겠지...

 

어쨌든 큰 테마는 '먹방'이었던 만큼 맛있는 곳을 찾으러 다니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는데 사실 동선 고려해서 좋게좋게 타협한 식사도 몇 개 있긴 하다ㅎㅎ 아쉽게 후보에서 밀려난 식당들은 기억을 해 두었다가 다음에 꼭 찾고 말리라. 어쨌든 그 식사들 중에서도 튀김 종류를 몇가지 먹었는데 기억도 되살릴 겸 해서 한 번 옮겨 봅니다.

 

(1) 오타루/와키사카 텐푸라 - 홋카이 텐동
꼭 보고 가야 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안 들르면 아쉽다는 오타루. 내가 갔을 때는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운치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오르골당이니 오타루 운하니 해서 소소하게 볼 건 많아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오타루의 가장 큰 문제는 크게 알려진 맛집이 그렇게 없다는 것이다. 저녁을 해결하고는 싶은데, 주위를 둘러보면 열에 일곱 정도는 카이센동 집이다. 나머지는 르타오 등의 디저트 카페나 스누피 정도? 눈에 띄는 데는 잘 없었다.

그나마 오타루에서 한국인에게 알려진 맛집은 와키사카 텐푸라라는 텐동집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위생 문제가 심각하고(주인 혼자 일하는데 돈 받은 손으로 그냥 음식을 계속 만든다던가) 웨이팅이 긴 점 및 이외의 자잘한 문제를 이미 다녀간 방문객들이 꼽았는데 사실 다른 큰 대안도 없고, 어쨌든 나는 최근 방영한 골목식당의 영향을 받아 텐동을 한 번 먹고 싶었기 때문에 그나마 오타루에서 알려져 있는 와키사카 텐푸라로 가기로 했다.

한가지 변경점은 이 집이 최근 이전을 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데누키 코지에서 다른 가게들과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손님이 워낙 많은지 마사 주시 1호점 근처로 옮겨버린 것. 사실 이렇게 이전을 하면 위생이나 웨이팅 면에서는 어느정도 개선이 되었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여기를 선택한 점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돌아돌아 찾아간 와키사카 텐푸라는 음식 하는 주인 아저씨(여행기를 보면 항상 입을 쭉 내밀고 있는ㅋㅋㅋ)는 여전하고 주문 받고 서빙 및 계산하는 직원 아저씨 하나가 더 있었다. 가게도 이전에 비해 확장이 되었고 위생 면도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이런 부분을 문제삼았던 분들은 별로 거리낌 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는데... 이전에 알려진 만큼 구성 자체는 알찬 편이다. 하지만 다른 텐푸라 집에 비하면 튀김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가볍게 파삭거리는 느낌도 아니고, 튀김옷도 눅눅하니 흐물거리고, 결정적으로는 그냥 맛이 별로 없었다. 처음 몇 입만 신선하고 이후로는 그저 그런 느낌? 무엇보다도 밥과 튀김에 섞인 소스가 그저 그런 것에서 더 나아가 왜 이런 맛이 나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맛이... 참 애매하고 기묘하고 언밸런스했다.



오히려 함께 마셨던 오타루 맥주가 훨씬 맛이 있었다. 이건 홋카이도 여행 다니면서 마셨던 맥주 중 탑3 안에 든다(넘버원은 삿포로 맥주공장의 샘플러 세트), 사실 텐동 종류는 잘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그냥 텐동의 맛인가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이후의 먹은 텐푸라들은 그냥 이 곳이 별로 맛이 없었다는 생각을 좀 더 확고히 해 주었다. 그래서 결국 와키사카 텐푸라 이 집은 같이 놀러가는 사람이 나는 죽어도 여길 가야겠다 하는 게 아니면 그냥 안 갈 듯.

 

 

(2) 비에이/쥰페이 - 에비동
비에이 버스투어 중 점심을 먹으라고 비에이 역 근처로 세워주는 일이 있었는데, 사실 다른 집은 알아보지 않았다. 그나마 잘 알려진 쥰페이를 가는데 에비동을 먹느냐 가츠동을 먹느냐 하는 고민만 흰수염폭포에서 비에이 역으로 가는 30분 내내 했다. 결론은... 그래 처음이면 시그니처를 먹어야 실패가 없다고. 또한 전날 먹은 텐동이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덮밥류에 도전하는 의미도 있었다.



골-든 정답. 새우 살이 매우 튼실한 점이 인상깊었다. 튀김 자체의 질도 훌륭했고 밥이랑 먹기에 적당히 짠 소스도. 더불어 와키사카 텐푸라의 새우튀김은 너무나도 허접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튀김덮밥의 한을 여기서 풀었다.

 

 

(번외) 삿포로/타마후지 - 로스카츠
이건 텐푸라는 아니지만 튀긴 음식이니 번외로 넣었다. 처음 홋카이도 계획 짤 때도 돈카츠 먹을 계획은 추호도 없었으나 이날 비에이를 쭉 돌아다니다 보니 로스카츠가 굉장히 먹고 싶었다. 두껍한 살에 비계가 야들야들 들어간... 버스투어 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이드분이 삿포로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이것저것 말해 줬지만 내가 생각해 두었던 식당은 하나도 나오질 않았다. 결국 그 식당들은 찾지도 않았다. 한국인에게 삿포로의 돈카츠 하면 유명한 집은 삿포로 시내의 스미다가와 혹은 조금 떨어져 있는 돈카츠 산카 정도였고, 나는 여건만 되면 돈카츠 산카로 가 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동선을 짜도 거기까지 갈 수 있을 만한 루트가 나오질 않았다. 장도 보아야 하고. 그래서 삿포로 역에서 내려서 빅카메라에 들러 쇼핑을 하고, 로스카츠도 거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에스타에 있는 타마후지.



실패하지 않는 준수한 맛.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사실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으나, 삿포로는 머지 않아 다시 찾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사무치는 후회 같은 건 없었다.

 

 

(3) 삿포로-고토니/수타우동 테라야 - 텐자루
이건 루리웹 음갤을 마구 뒤지다가 누가 갔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우동... 예전에 소스에 비벼먹는 우동을 오사카 갔을 때 갔었는데 그게 생각나서 가고 싶었던 건 아니고 그냥 그 리뷰 게시물에 사진이 엄청 맛있게 보여서. 별다른 계획 없는 여행이었지만 여기는 어떻게 스케쥴을 짜서 꼭 가 보자고 생각해두었던 곳이다. 삿포로 시내에서는 조금 먼 곳이라 일부러 스케쥴을 내서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귀국하는 마지막날 호텔 체크아웃 후 바로 찾아갔다.

11시 오픈이고 10시 50분쯤 도착을 했었는데 평일(목요일)이라서 그런가 대기 줄은 그다지 없는 느낌. 앞에 세 팀이 있었고 내가 도착하고 5분도 안되어 뒤에 5~6팀이 더 따라붙더라. 사실 가게 내부는 꽤 넓고(한꺼번에 20~25명정도 들어가는 것 같음) 오픈 시간에만 맞추어 가면 그다지 기다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리뷰에서 본 텐자루를 먹고 싶어서 갔는데 텐자루뿐만 아니라 비빔우동 일반 국물있는 우동 냉우동 등 종류는 많았다. 



여기 특징이 오뎅 등 꼬지류 음식을 물에 데워놓고 주문하면 받아 먹을 수 있는 것인데, 고기완자나 계란 등 종류는 많았지만 난 이 규스지(소 힘줄)를 먹어보고 싶었다. 힘줄이라 질기지 않을까 싶지만 오랜 시간 폭 삶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잘 끊어질 정도이다. 비쥬얼을 보고 엄청 대단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일반적인 소고기 맛이 났던 것 같다. 함께 나오는 겨자랑 곁들여 먹으면 굿.



그리고 대망의 텐자루. 텐자루는 크게 닭을 튀겨서 나오는 카시와텐자루와 새우, 꽈리고추, 호박, 고구마튀김 등이 나오는 그냥 텐자루가 있는데 그냥 텐자루는 그림이 함께 나오는 메뉴에는 없어서 나는 처음에 메뉴가 없어졌나 했다. 메뉴판을 세번째 뒤져보는데 맨 아래쪽에 텐자루 하면서 나와 있어서 그게 내가 본 메뉴가 맞구나 하고 주문을 했더랬다. 튀김과 우동면이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와 함께 나오는데 사진은 작아 보여도 막상 받아들면 양이 엄청나게 많다ㅎㄷㄷ;; 이런 류의 음식을 자주 먹지는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우동면이 적당히 차갑고 매우 쫄깃쫄깃했다. 일반적으로 우동 등의 면 음식을 먹을 때와는 다르게 면을 신경써서 끊어 주어야 하는 느낌? 그래서 나중에는 몇가닥만 길게 집어서 적셔서 먹고는 오래 씹어야 하는데 이게 내가 우동을 먹는 건지 다른 음식을 먹는건지...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곳 또한 튀김 질이 좋아 맛있게 잘 먹었다. 더불어 상 앞에 놓여있는 소스류나 향신료 이외에도 튀김부스러기(텐카스)를 모아놓은 자그마한 함이 있는데 무언가 튀김의 바삭한 맛을 더 느끼고 싶을 때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나는 우동을 반쯤 먹고 저 소스에다가 텐카스를 넣어서 같이 먹었는데 바삭한 식감은 둘째치고 부스러기를 넣고 시간이 1-2분정도 지났는데도 부스러기가 눅눅해지지 않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이 집은 다음에 홋카이도를 찾을 때 또 갈 것 같다. 다른 메뉴도 많지만 나는 그래도 그냥 텐자루를 먹을 것 같다. 그만큼 만족했던 메뉴였음.

 

 

튀김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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