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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생활치료센터 근무 썰 (1)

0.
2020년 전문의시험을 치고 나서 졸국까지 한달가량 시간이 남았다. 원래는 1월 시험 후 군입대까지 두달 정도 시간이 남는 것인데 올해부터 전문의시험 날짜가 2월로 한달이나 미뤄졌기 때문이다. 뒷방도 없어지는 와중에 이전 년차 선생님들보다 한 달 씩이나 더 일하게 된 건 억울하지만 지금 와서는 그러려니 한다. 어쨌든 그 남는 시간동안엔 별다른 근무를 하지 않았다. 원래도 고시 친 4년차는 일을 별로 안 시키기도 했고(교수님들이 전공의가 병원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31번 확진자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와 더불어 논문작성 건도 있어 기존의 진료일선에선 자연스레 떨어져 있게 되었다.

사실 그 즈음해서 한가지 바랐던 것은 코로나 관련 업무에 잠깐만이라도 참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의사면허를 달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 감염병은 아니었지만, 일전의 메르스는 내가 인턴으로써 내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상황이기도 하였고 코로나 업무지원은 내가 능동적으로 지원하여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확산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 판데믹을 저지하기 위해 힘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당시엔 약간 '의사라면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생각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후에 문재인이 되도 않는 소리로 편가르기 하는 걸 보니 그런 순수한 고민은 그다지 별 소용이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당시 대구시의사회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정말 열심히 모집하고 있었다. 대구시의사회장 이름으로 지원을 호소하는 문자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왔다(페이는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도 같이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이해한다면 익스큐즈 가능한 사항이었다. 그때까지는 이래저래 사명감으로 지원이 가능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쉽게 지원할 수 없었던 점은 병역이 예정되어 있어서였다. 자세한 이유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분류와 상관 없이 내가 코로나 진료업무에 투입되었다가 불의의 사고로 감염되어 3월 9일 훈련소 입대날짜에 입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1년을 통째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의사면허취득 이후 공보의로 빠진 것이 아니라 바로 인턴부터 레지던트까지 5년을 내리 달렸던 나였기 때문에 이 군의관도 같은 이유로 미루기 싫었다. 그렇게 희망하는 바는 있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으로 인해 희망만 마음 속으로 꾹꾹 눌러담고 근신하고 있었다.

1.
그러던 중 병역분류가 났다. 우리 과는 현역(군의관) 비중이 굉장히 낮았으나 그 몇 명 안 되는 현역인원에 내가 뽑히게 되었다. 아... 한차례 절망하고 있을 찰나에 병무청에서 연락이 왔다. 군의관 후보생 대상으로 코로나 관련 업무 지원 요청에 대한 건(#)이었다.

요는 우선 3주간 근무+약 10일간 예방적 격리 후 입대, 입영시기는 해당사항 고려하여 늦춰주지만 똑같이 임관하니 의무사관 후보생 신분으로 훈련하는 기간을 약 2주 정도로 줄여준다는 것이었다. 이때는 급여 등의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그냥 가서 무료로 일하는 줄 알았다. 어쨌든 병무청에서 몸소 코로나 진료업무의 기회를 주어 매우 솔깃하던 차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병무청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이 시기 문자를 받았던 모두의 의문은 (1) 코로나 관련업무 중 코로나에 감염되어 입영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2) 군의관은 임관 후 부대배치와 관련하여 훈련소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업무 지원시 성적에 불이익을 받아 배치도 불리해지는 것이 아닌가? 였다. 처음 연락 받을 당시에는 이래저래 좋은 기회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수차례 병무청에 문의한 결과 병무청의 답변은 (1) 코로나 감염시 입영이 늦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병무청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 입영이 한 해 미뤄지는 경우는 없다, (2) 성적 및 이로 인한 배치에 최대한 문제 없도록 하겠다 였다. 불신의 아이콘 병무청 및 국방부였지만 우리는 이 대답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난 이래저래 참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이후의 것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지원 신청을 했다.

얼마나 질문이 많았으면 바로 다음날인 3월 3일 재공지가 왔다. 그래 너네들도 힘들겠지만 이건 민감한 문제긴 하단다...

2.
이후 3월 7일 의료지원인력으로 선발되었음을 공지받았고, 배치지역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뉘엿뉘엿 흘러갔다. 그리고는 3월 9일 중수본에서 연락이 왔는데...

애시당초 병무청에서 공지한 대구-경북지역이 아닌 서울시로 배치가 되었다. ㅋㅋ엌ㅋㅋㅋ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병무청 이색히들 역시 일 대충하네 싶기도 했고... 여튼 어디든 따져야겠다 싶어서 병무청에 먼저 연락을 했더니 병무청은 인원을 받아서 중수본에 넘기는 역할까지고, 배치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란다. 그래서 중수본 해당부서에 연락을 해야 답변을 받을 수 있다더라. 그래서 중수본에 연락을 했더니 애초에 병무청에 인원요청을 할 때는 대구-경북지역에 배치할 목적으로 요청을 한 것이 맞지만 인원 모집 기간 중에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각종 시-도 지자체에서 인원충원 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그 가운데 전국으로 배치를 확대를 한 것이란다. 내가 살다살다 잠수함패치를 현실에서 당할 줄은 몰랐다. 그럼 그런 변경사항은 사전에 공지를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데꿀멍을 하더라. 나의 요청은 대경지역으로 재배치가 가능한가 였으나 그건 불가능하단다. 알고 보니 과별 TO가 정해져 있어 신청했음에도 선발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고, 특히 내가 서울로 가게 된 이유는 내 전공과목 TO는 서울시에서만 인원요청을 했던 터라 서울시가 아니면 배치될 자리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들이... 결국 서울시로 파견을 나가든지 아니면 지원 자체를 무르든지 하는 것인데 여기까지 온 이상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입영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으니 일을 하러 갈 수밖에.

그렇게 짧은 서울행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만 해도 나는 굉장히 불행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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