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Sonance
freenote
thinkbig
c.life
g.life
design
journey
lateadopter
link
etc





Sonance | freenote | thinkbig | c.life | g.life | design | lateadopter | journey | etc | link


WORLDS 2022

 

최근 몇 년간 월즈는 매번 역대급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전에는 나오지 않았던 메타, 양상, 언더독의 반란, 새로운 선수, 팀, 그것들 하나하나가 만드는 반짝반짝한 서사 같은 새로운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변하지 않는 페이커 같은 선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서사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과가 완벽한 시리즈가 있었을까? 특히 이토록 아름다운 결승전이 있었을까? 롤이라는 게임은 애초에 스노우볼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역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런 전통이 참 우습다는 듯 이번 결승전에선 다섯 경기 내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양상들이 펼쳐졌다. 역전에 역전, 오브젝트 스틸에 스틸을 더하여 세트스코어마저 엎치락뒤치락 한 끝에 결국에는 DRX 한 팀만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결승 무대에 오른 10명의 선수 모두 그 큰 무대에 걸맞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며, 이 한 선수 한 선수 전부와 이 선수들을 담고 있는 두 팀 모두 우승을 거머쥘만한 자격이 있었다는 것을. 올해 월즈 전체,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까지 매 순간이 특히나 즐거운 월즈였다. 특히나 올해는 LPL에게 두드려 맞을까 했지만 LCK 네 팀 모두 하나같이 각성한 끝에 일찌감치 서열 정리하고 LCK를 1황의 리그로 만들어 주어 더욱 기분이 좋았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DRX

누가 영화 스토리를 이렇게 써요? 그 수많은 역배를 누가 이런 식으로 깨 부수나요? 시리즈 내내 있었던 그 수많은 억까들을 누가 이겨내나요? 그것은 오직 2022 월즈의 DRX만이 가능합니다. 기복이 심해서 팀의 구멍만 되었던, 그저 광대였던,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본인 포함 모두가 마지막이라고 하던, 가장 빛나는 팀에서 가장 어두운 팀으로 적을 옮긴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성장하여 결국 빅게임 헌터가 된, 오늘만큼은 세체정인, 로열로더를 완성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오랜 시간 끝에 원피스를 발견해 낸, 롤 도사를 넘어 이제는 신선의 경지에 이른 선수들이 되었다. 이 팀의 프런트가 보여준 행보는 비호감이지만 선발전부터 시작된 일련의 과정과 선수들 하나하나가 제각각 담고 있는 서사를 보면 자꾸만 응원을 하고 싶어지는 팀이었고, 특히 5세트 그 중요한 타이밍에 내 심장이 멎을 뻔했던 (내 모스트 챔피언인)바드 픽을 통해 주입한 치사랑의 낭만은 내 심장을 바치기에 충분했다. 플옵-월즈 최하위 시드에 소년 만화, 말도 안되는 드라마, 북산엔딩, 항상 역배 등 이런 저런 수식어가 많지만 어쨌든 이 팀은 우승을 거머쥐기에 합당했다. 축하합니다!

 

 

+ DEFT, THE UNBREAKABLE HEART

THE LAST DANCE. 본인 스스로도 내년을 기약할 수 없었던 만큼 이번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했지만, 결국 그는 그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그토록 바라 왔던 월즈 우승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이 선수가 이번 월즈를 통해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모든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현시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보고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T1

참 이번만큼 우승 적기인 적도 없었을 텐데. 생각하건대 시즌 내내 견고하던 상체가 한주만에 힘을 잃는 모습을 보면 4강과 결승 사이에 이 팀에 영향을 주었을만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월즈는 이 한 달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에 달린 대회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로 그 무언가가 있었다고 한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본인들의 몫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케리아의 눈물에 대해 많은 인상을 받았다. 나 또한 그랬다. 이 선수가 이렇게 애통해하는 것처럼 나는 무언가를 그토록 열망하고 내 모두를 바친 적이 있었나? 패배 후 흘린 그 수많은 눈물은 이 선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케리아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선수들이고, 그 강함이 결국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원동력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이 다섯명의 선수가 올해 보여준 반짝반짝했던 모습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리라는 확신을 준다. 

 

+ THE KING, FAKER

한때는 늙어버린 이 선수가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그런 평가에 코웃음 치는 듯 페이커는 매년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 결승전 선수 소개 때 mid lane이 아니라 'The King'으로 운을 띄우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격에 눈물이 흘렀다. 위대한 선수가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이 시대에 같이 살아 숨 쉬며 그 모든 과정을 목격하는 귀한 축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롤 씬은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REATIST OF ALL TIME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선수는 페이커 단 한 사람임을 믿는다. 아쉬운 패배이지만 분명 그다음이 있을 것임 또한 믿는다.

 

 

GEN

결승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했지만 결국 우승팀에게 그 자리를 내 준 것이니 어떻게 보면 납득이 되는 행보가 아닐까? 서머 직후까지만 해도 받는 평가는 LCK 1황, 올해 월즈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아무래도 기대를 받는 젠지는 항상 아쉬운 결과를 낳는 징크스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새가슴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난 쵸비 또한 아쉽다. 나는 사실 이 팀이 우승을 하길 바랐다. 우승해야 할 만한 선수가 가장 많이 모인 팀이 이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보건대 우승해야 할 팀이나 선수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단계를 밟는 팀은 상대했던 팀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떨어질 팀은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의 젠지는 더욱 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DK

아쉬운 정규 시즌, 하지만 분명 월즈에 와서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의문 부호 가득했던 개개인의 기량도 팀 합도 점차 올라오는듯 했지만 그 작은 부분 단 하나가 부족해서 다음 스텝을 밟지 못했다. 그 부분이 과연 무엇일까? 알 것도 알지 못할 것도 같다. 남은 스토브리그 동안 그 해답을 꼭 찾길 바라면서...

더불어 쇼메이커 선수의 워크에씩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선수의 마음가짐에서는 페이커의 향기가 난다. 몸이 따라주는 한 이 선수도 페이커만큼 롱런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시즌은 LCK 이외에 다른 팀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감상을 받지 못했다. 좀 이례적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작년 이맘때쯤 쓴 포스트를 보니 EDG DFM 이외에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올해는 2황과 나머지 지역의 갭이 더욱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우려스럽다는 느낌. 지역 상관없이 마구마구 비벼져서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 대회가 진짜 재미있는데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GAM

이런 팀이 있기에 롤 이스포츠도 스포츠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는 것. 하지만 이 팀이 잠깐 반짝했던 순간이 올해 DRX의 행보에 약간 가리워진 느낌? 그래도 언더독을 결코 얕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DFM

올해 성적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팀은 언제든 다시 올라올 것이다. 에비, 유타폰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제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닌가 했지만 올해 데프트를 보면 그건 사람 하기 나름인 것 같다.

 

 

 

+ 트리비아

월즈라는 대회가 항상 그렇다. 각 지역에서 시드를 얻는 과정만 두고 보면 1년 동안 누가누가 더 농사를 잘했냐 확인하러 모이는 자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농사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1개월 남짓하는 동안의 농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이 바로 월즈란 대회다. 월즈 전 바뀌는 메타와 상대방을 잘 분석해서 어떤 밴픽을 짜야하는지, 어떤 플레이 양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설계해야 한다. 팀 합이 부족하거나 자꾸만 반복되는 실수를 보완해야 하기도 한다. 큰 무대에서 맛보는 패배 후 흔들리는 멘탈을 잘 추스를 줄도 알아야 한다. 더불어 많은 요건 속에 피고 지는 팀의 기세나 흐름도 잘 잡아야 한다. 매 월즈는 짧은 기간 동안 이런 것들을 잘 완성시킬 줄 아는 팀이 항상 우승을 해 왔다. 이번 월즈 또한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 같은 단 하나의 4시드 우승도 이런 모든 재료를 토대로 빚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의 월즈도 그럴 것이다.

 

 

+ MUSIC of the Worlds 2022

MSI든 월즈든 늘 테마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 테마곡 이외에도 그 대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곡들이 있다. MSI 2021의 Like A Boss(#)같은 곡이 그러하다. 생각만 하다가 이번부터는 이런 곡들을 콕 집어서 꼽아 볼까 한다. 승리 음악, 세트 마무리 음악으로 종종 등장했던 이 음악이 내 뇌리에 깊게 남아 스스로 이번 월즈의 넘버 원 뮤직으로 꼽았다. DRX의 여정과도 맞물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So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