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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4 오픈베타 후기

 

 

블리자드 키드였던 나는 어린 시절 디아블로 2,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3를 하며 자랐고 조금 더 커서는 스타2 런칭 벙커 파티도 참가했고 와우도 대격변 때 잠시 찍먹 했고 디3 한정판이라는 아주 비싸고도 예쁜 쓰레기도 샀고 시간이 지나서는 오버워치도 예구했고 심지어 히오스마저 재미있게 즐겼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즐겼음에도 요즘은 블리자드가 예전 같지 않으므로 더 이상 블리자드 게임에 미리 돈을 쓰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기조로 곧 선을 보일 디아블로 4도 예약구매는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 게임이 성공하면 블리자드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겠으나 만약 실패를 하게 된다면... 그 이후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애증의 블빠로서 이 게임이 어떨지 잠깐 찍먹 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음. 가볍게 플레이했으니 후기도 가볍게 써 보자.

 

 

1. 게임 디자인

전작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폐지 줍는 게임성은 모두 같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조정하며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겪는 디2와 편리함을 통한 캐주얼함을 추구하는 디3은 핵심적인 게임성이 다르다. 그래서 2나 3 중 어느 한쪽만 좋아하고 다른 쪽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 게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디3과 디2의 좋은 부분을 섞어서 잘 조합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번 오픈베타를 통해 경험해 본 바로는 전반적인 게임 디자인은 디3 베이스에, 디3에서 아쉬웠다고 평가받던 부분을 디2로 조금 회귀시킨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게임 디자인 베이스가 한쪽으로 편중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호불호가 오는 사람들이 좀 있겠구나 싶었다. 디3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특히 디아블로 2의 회귀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좀 아쉽겠다.

 

1-1. 스킬트리

하지만 손을 보았다고 하는 디4의 스킬트리 시스템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디2의 스킬트리 시스템이 부활하길 바랐고 나도 그 맛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디4의 스킬트리는 디2처럼 한 트리를 타면 나머지 트리를 못 타는 게 되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스킬트리에 제한이 없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재화를 지불하면 언제든 트리를 밀고 다시 찍을 수도 있어 편의성 면에서는 좋지만 뭔가... 디2의 스킬 하나하나 찍어가면서 상위 스킬트리를 하나하나 타 가는 맛이 없다. 더불어 6개를 선발하여 전투에 활용하는 점 등은 영락없는 디3방식이다. 오히려 디3에서는 같은 스킬 안에서도 여러 룬으로 다양화를 시켜 다른 느낌을 주는데 비해 디4는 한 스킬 안에서 세부 포인트를 투자해 부가효과를 바꾸는 정도라 좀 아쉽다. 디3 마법사의 번개 전기 히드라 나름 신박했는데 말이지. 결론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서 약간 붕 뜨는 것 같다.

 

이 정도로 적당히 즐겼다

1-2. 직업: 도적과 드루이드

직업은 도적과 드루이드를 플레이해 봄. 도적은 전작에서 가장 재밌게 했던 악마사냥꾼의 느낌으로, 드루이드는 디2시절 늑드루를 힘들게 꾸역꾸역 키웠던 기억에 손을 대 보았다. 도적은 처음엔 활 스킬 위주로 굴렸다가 단검 스킬이 더욱 시원시원하길래 갈아탔고 전반적인 스킬 구성이나 스피디함에 큰 만족. 재밌어서 25렙 찍고 나서도 한동안 더 플레이했지만 1막 퀘스트는 밀다가 말았고 월드 보스는 구경하지도 못했다. 던전에서 만난 도살자를 잡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쉽다. 드루이드는... 아주 잠깐 찍먹만 했는데 야생생활하면서 고기 잘 드시고 다니는지 떡대가 바바리안급이던데 디2때의 여리여리한 이미지와 차이가 나서 적응에 시간이 걸렸고 늑드루 테크를 타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레벨 6인가 7까지만 키우다 말았다. 25까지 찍고 전설템 몇 개 좀 맞춰보면 더 재미있었을까? 아니 그전에 외형이 너무 비호감이다. 특히 여성 드루이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생긴 것 때문에 플레이가 꺼려지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우리 풍형이 드루이드를 신랄하게 까는 걸 보니(#) 역시 드루이드는 캐릭터 및 게임 디자인 자체가 잘못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원소술사나 강령술사 같은 걸 손대볼 걸 그랬나 보다 싶다.

 

넓은 듯 넓지 않은 듯

1-3. 오픈 월드

오픈 월드를 표방한 게임이지만 이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각 필드 사이가 이어져 있는 심리스 월드이지만 필드 내의 던전은 필드와 구분되어 있다. 던전 출입 시 로딩이 걸리며 새로운 맵을 불러오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서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은 이전작들과 똑같다. 다만 이전과 같은 일직선 진행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퀘스트나 던전 공략 순서를 취사선택 할 수 있다는 점이 오픈 월드의 특성을 지닌다 하겠다. 아마 정식 오픈 시에는 모든 맵의 이동제한이 풀려 있고 퀘스트도 막(Act)의 순서와 상관없이 본인이 발 먼저 닿는 곳의 퀘스트를 먼저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전보다 맵이 넓어졌다고는 하는데 몹이나 이벤트, 야영지, 던전, 릴리트의 제단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딱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듯. 웨이포인트가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추후 탈것이 추가되면 그마저도 크게 필요 없지 않겠나 싶다.

 

1-4. UI: 인물 초상화

디3에서 추가된 요소 중 좋았던 점은 대화 출력 시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를 함께 띄워주는 것이었다. 초상화 일러스트를 통한 캐릭터의 구분과 이미지 자체에서 오는 캐릭터성의 직관적인 인지는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디4는 초상화 없이 그냥 대사만 나오는 게 좀 아쉬웠다. 디3 확장팩에 나왔던 로라스 나르가 늙은 얼굴과 굵직한 목소리로 재등장했을 때는 꽤 인상적이었지만 아직도 늙은 로라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디1도 디2도 캐릭터 초상화를 띄우지 않았다. 다만 디2 NPC들의 도트가 비교적 원색을 사용하고 있고 외형도 천차만별이었던 것에 비해 디4 NPC들은 다들 칙칙한 거적때기만 둘둘 두르고 있으니 캐릭터의 구분이 좀 어렵다 싶다. 어쨌거나 초상화 관련한 부분은 의도한 과거로의 회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러스트를 띄워주면 더 좋겠다.

 

1-5. 이제는 온라인 게임

더불어 나는 파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고 디아블로 자체가 원래 고독하게 홀로 플레이하는 맛이 있는데 이제는 반쯤 온라인화되어 지나가던 다른 플레이어도 마주치고 잠깐이지만 함께 사냥도 하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파티를 맺지 않아도 협동이 가능하고 보상도 똑같이 받을 수 있는 점은 파밍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간편해서 좋을 것 같다. 고독한 게임이 복작복작해지는 건 내가 가진 디아블로의 이미지와 맞지 않지만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듯싶다.

 

 

2. 쾌적함과 최적화

이번 오픈 베타를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기에 디3의 그 Error 37을 다시 보는 건가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었다. 메인화면 접속도, 캐릭터 선택 후의 인게임 접속도 큰 대기시간 없이 원활했다. 지역이동 간 발생하는 인게임 로딩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픈베타 하는 사람이 별로 없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PC방 게임순위 15위에 들었다는 걸 보면 그렇게 적지도 않은 느낌이다.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전반적으로 대비를 잘해 뒀네 싶었다.

 

더불어 최적화에 꽤 힘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라이젠5+DDR2 8G+GTX 1050의 약 6년 전 사양으로 계속 돌리고 있는데 비록 최하옵이고 렉도 간간히 발생하지만 플레이 자체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는 점에 매우 감탄했다. 베타라 안정화가 덜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준이다. 하지만 콘솔에서는 생각보다 그래픽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렸던 것 같다. 사양을 통한 퀄리티 싸움으로 들어가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고사양을 맞춰서 최상옵을 뽑아내었을 때는 과연 만족할 수 있었을까? 그래픽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게임성에 좀 더 집중하는 타입이라 별로 상관없었을 것 같지만 스트리머들 최상옵에서 플레이하는 걸 보면 나는 약간 다른 게임을 했네 싶다.

 

 

3. 음악

디1-2 때의 음악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그 특유의 멜로딕 함이라고 본다. 주요 선율 위주로 따박따박 귀에 꽂으니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좋고, 선율 자체도 훌륭하며 게임과 잘 매치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디3때부턴 그냥 영화음악 같은 느낌... 디3을 꽤 오래 플레이했었지만 바로 떠오르는 곡이 메인 화면과 디아블로 방에서 나오던 메인 테마 말고는 잘 없는 것 같다. 디4는 더 나아가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만 할 뿐 곡 자체가 큰 개성이 없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이것도 요즘 트렌드인가?

 

 

 

결론. 잘 팔릴 것 같지만 대성할지는 잘 모르겠다. 잘 만든 게임이니 잘 팔릴 것 같지만 출시하는 게임마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영광을 찾기에는 쪼오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건 과거와 현재가 다름에서 기인한다. 예전에는 블리자드 같은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대형 회사가 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회사가 아니더라도 게임을 곧잘 만든다. 그만큼 대체제가 많아진 가운데 블리자드는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니 이 게임마저도 큰 성공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렇게나 변해버린 블리자드가 좀 안타깝긴 하다. 난 일단 구매는 보류하고, 정식 게임 나오는 거 보고, 내가 게임할 시간이 충분하면 세일할 때쯤 살 것 같다. 이제는 게임하기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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