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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조지 오웰

 

 

작년 말부터 독서 슬럼프가 오던 시절 자그마치 반년동안 들고 다니기만 하던 책이라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책을 폼으로 들고 다닌다 생각했을 듯. 사실 이 책은 1984라는 소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조지 오웰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놓은 산문이라 쉽게 읽기 좋다. 하지만 그런 책도 읽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진 요즘인 것 같다. 그래서 정말로 진도가 안 나가던 책이었는데 올해 들어 어떻게든 독서의 물꼬를 다시금 틀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힘들지만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 1984(1949)

그 유명한 '빅 브라더'의 근원, 20세기 3대 SF 디스토피아 소설, 많은 소설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보다도 더 많은 영향력을 현재까지도 전파하고 있는 바로 그 책이다.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통해 자유의 의미와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때문에 줄리아의 "무엇이든지 말하게끔 할 수는 있지만, 믿게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대사는 핵심 주제의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엔 윈스턴도 현실에 굴복하여 그토록 의심하고 증오하던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것으로 끝맺어 안타깝다. 누구나 자유를 갈망한다. 최근 보았던 테런 에저튼 주연의 <테트리스(2023)> 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그려진다. 개인의 저작물은 개인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젋은이들은 억압된 사회 가운데 꽁꽁 숨어서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갈망한다. 현대 북한의 모습도 자주 생각이 난다. 연좌제로 반역을 꿈꿀 수조차 없지만(#), 당이 굴복시킬 수 없는 그들의 마음 속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억압당하는 자유는 얼마나 슬픈 것인가. 

 

 

# 정치와 영어(1946)

조지 오웰이란 사람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엄청난 사람이다. 메인이 되는 소설인 1984를 포함, 이 책에 실린 모든 산문이 '글'에 대한 그의 고민과 연구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귀감이 되었음. 올 초 들어 이런 저런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떠올리는 질문이 '글은 쓰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내용에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내용으로 점점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이 <정치와 영어>는 '좋은 글은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글을 좀 더 잘 쓰고자 하는 나에게 좋은 지침으로 다가와 꽤나 주의 깊게 읽었음. 다음 내용은 늘 숙지하고 내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꼼꼼한 작가라면 글을 쓸 때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것이다
- 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 어떤 단어를 사용해 그것을 표현하려 하는가?
- 어떤 이미지 혹은 숙어를 사용한다면 더 명확하게 전달이 될까?
- 그 이미지는 충분히 효과를 낼 만큼 참신한가?

여기에 덧붙여 두가지 질문을 더 던질 수 있다.
- 문장을 좀 더 짧게 쓸 수는 없을까?
-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내가 말한 것 중 너저분한 것은 없나?

단어나 어구의 효용성
- 출간된 작품에서 익히 봐 왔던 은유, 직유 등과 같은 수사법을 절대 사용하지 말기
- 짧은 단어로도 충분할 때 긴 단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기
- 빼도 문제가 되지 않을 단어는 반드시 빼기
- 능동태를 쓸 수 있을 때 수동태 문장을 절대 사용하지 않기
- 상응하는 일상어가 있을 때 외래어, 과학 용어, 전문 용어 등을 절대 사용하지 않기
- 너무 황당한 문장을 쓰느니 차라리 위의 규칙을 지키지 않기

 

 

# 나는 왜 쓰는가(1946)

조지 오웰이 말하는, 산문을 쓰는 데 작용하는 네 가지 중요한 동기는 바로 온전한 이기심(관심, 앙갚음 등등의 욕구) / 미학적 열정(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단어의 올바른 배열이 주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려는 열정) / 역사적 충동정치적 목적 등이 있다. 나의 경우는 무엇인가? 관심을 요하지 않는 기록 목적의 글쓰기는 조지 오웰의 네 가지 카테고리 중 그 어떤 것에 특별히 해당한다 하기는 애매하지만 사람이 꼭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모로 정치적인 글쓰기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다른 것에 더욱 감명을 받는다.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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