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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요즘 종종 청소년의 문해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사용에 의한 생활양식의 변화이다. 요즘 세대 아이들, 그리고 많은 수의 어른들은 유튜브를 위시한 영상매체에 더욱 노출되어 있고 그마저도 정보의 습득에 힘쓰기보다는 모바일 게임이나 짧은 쇼츠영상 등을 가까이하며 즉각적인 즐거움을 좇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전처럼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은 잘 볼 수 없다. 그전에 애초에 활자 자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한자 교육 찬반 논쟁이 있을 정도로(#) 한자 교육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작게나마 한몫을 할 것이다. 문해력 부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어려운 단어의 뜻을 몰라 공교육 하에서 이루어지는 평범한 수업조차도 적절히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거나 개선하지 않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오히려 역으로 큰소리를 치는 이상한 자신감이다(#). 이는 점차 심화되는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약 20년 전에는 한글을 이리저리 변형해서 쓴 일명 외계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양반이다 싶다. 이제는 언어가 새로운 형태를 갖추며 사회 구성원 간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경향이 점차 심해진다면 입시 가운데 있는 학생들이 수많은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우리말도 단어장을 만들어 외워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는 30년 이상 사전을 만들어오며 우리말의 뜻과 쓰임에 대해 부지런히 연구하고 정리한 사람이다. 긴 세월 우리말을 연구해 오며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뜻이 다르거나, 쓰임이 다른 말이 많음을 파악했다. 우리도 그렇다. 일상 언어생활, 여기에 무슨 단어가 들어갈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동포와 교민과 교포는 어떻게 구분해서 불러야 할까? 부도덕, 비도덕과 무도덕은 다 비슷하게 도덕해 보이지 않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사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어 문화권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용례에 맞지 않는 말을 보면 위화감이 든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쓰면 안 될 말인 것은 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한다. 저자는 그것을 모아 서로 비교하여 각 단어가 가진 작은 차이를 알기 쉽게 풀어내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단어에 따라 어감이 갈리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투는 '논쟁'과 '설전'은 뜻은 비슷해 보인다. 논리적 전개와 논증이 중요한 '논쟁'에 비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목적인, 갈등 상황에 주목하는 '설전'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어감의 문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제목처럼 '어감'의 차이만 따져 설명을 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가령 어떤 사건을 두고 누군가에게 따져 묻는 '신문'과 '심문'은 다르다. 전자는 수사나 판결을 위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밝히는 글이라면, 후자는 원고나 피고 등이 사건과 관련하여 주장이나 호소를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런 경우는 어감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올바른 단어의 쓰임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은 우리말 '올바른 쓰임' 사전이다. 이 책은 언어의 의미나 어감의 차이뿐만 아니라 구어적/문어적인 용례, 합성어나 구 등의 활용 여부 등도 따져서 설명한다. "나는 네가 걱정돼"는 맞지만 "나는 네가 근심돼"는 어색하다. 근심이란 말은 문어체에서 많이 사용되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채소수프보다는 야채수프가, 반대로 뿌리야채보다는 뿌리채소가 더 어울린다. 비슷한 단어끼리도 어떤 말들이 달라붙어 합성어를 이루느냐가 차이가 난다. 이런 용례를 통해 비슷해 보이는 말들이 가지는 쓰임의 차이도 알아볼 수 있어 좋다. 개중에는 설렁탕과 곰탕도 나온다. 예로부터 이 둘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규정하고자 했다. 많은 기원과 어원을 근거로 들어 길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한다. 백종원씨 말대로 그냥 둘 다 몸에 좋아유

 

그런고로 이 책은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우리말에 관심이 없거나 생소한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이 더욱 많이 나와 우리의 언어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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