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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023)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하나같이 다 실패를 할까? 아니다. 이건 말이 너무 심했다. 게임 원작 기반 영상물은 대부분 흥행에 참패한다는 징크스가 있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좋은 작품성을 지닌 작품도, 어쨌든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도 종종 있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하자. 게임 원작 영화는 왜 성공하기 어려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원작과 창작물 사이에서 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적절하게 줄을 타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원작 재현에만 충실한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영화는 게임이 주는, 조작에서 오는 쾌감이 쏙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한 좋은 연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잘 알려진 원작을 그대로 되풀이함에서 오는 식상함을 떨쳐 줄 적절한 독창성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고 원작은 참고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전부 무시한 채 새로운 것만 추구하면 기존 팬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결국 기존의 팬과 새로운 팬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게임 원작의 예는 아니지만, 원작은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자신들만의 독창성 또한 강하게 추구했던 2010년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바로 그런 훌륭한 줄타기에서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좋은 재현물'에 속한다. 이 영화는 근 40년 가까이 이어져 오는 수많은 시리즈가 가진 각종 기믹들을 나열해 놓았다. 그것도 누구나가 와 이건 마리오다 할 만한 대표적인 것들만 모았다. 이미 잘 알려진 요소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들은 그냥 과감히 생략해 버린다. 파워업 버섯은 어디서 온 무엇인데? 왜 벽돌이 공중에 떠 있는데? 마리오는 마치 <존 윅>처럼 그런 것을 설명할 시간에 버섯을 한 개 더 먹고, 벽돌을 하나 더 부숨으로써 이 요소들이 슈퍼 마리오 세계에서 어떻게 작용해 왔던 것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이것은 닌텐도가 추구하는 게임 디자인과 흡사하다. 일일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보이는 그대로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이루는 요소를 알게 된다. 영화는 한 시간 반 내내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데 힘을 쏟는다. 그런 덕분에 이 영화는 오랜 마리오 팬뿐만 아니라 마리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큰 무리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원작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바로 이런 보여주기를 위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했나 보다 싶다. 그가 닌텐도에 있으면서 평생 해 오던 것은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재미를 터득하게끔 하는 일이었다. 이미 우리가 열광해 왔던 것들을 누구나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실히 재현해 놓은 이 영화는 오랜 마리오 팬들을 향한 훌륭한 헌사이다. 물론 숨은 그림 찾기처럼 구석구석 들어가 있는 이스터 에그는 덤이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이 영화엔 스토리가 없다. 본디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큰 스토리가 없다. 컨트롤로 스테이지를 격파하며 빠른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에서 대사 한 줄 더 나오며 흐름이 끊기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원작처럼 게임의 많은 요소들과 독창적인 기믹들을 다양한 연출로 맛깔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대신 획기적인 플롯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부분은 전혀 없다. 특히 피치공주가 마리오를 실컷 훈련시킨 후 다시 콩 일족을 포섭하는 과정은 부자연스럽고 전개도 늘어져 지루함을 준다. 동키콩도 마리오의 일부이고, 콩 일족과 연계하여 마리오 카트 시리즈의 요소까지 집어넣고자 했던 것 같다. 결국 제작진은 탄탄한 흐름보다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택했다. 다채롭지만 결국 심심하고 늘어지는 영화라니, 낮은 평론가 평점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가 간다. 더 나아가 스토리라는 영화적 기반이 약하고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휘황찬란하니 그냥 한 시간 반짜리 슈퍼 마리오 프로모션 비디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그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하여 마리오, 더욱 나아가 비디오 게임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알리는 것,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종합하자면 이 영화의 첫 번째 타겟층은 1983년(마리오 브라더스), 혹은 그 이전인 1981년(동키콩) 이래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그 파생 시리즈를 즐겨 왔던 오랜 마리오 팬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팬들이 될 어린아이들, 마지막으로는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모든 이들이다. 다만 '이런 훌륭한 IP를 가지고 얼마나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지 한 번 볼까' 기대했던 영화 팬들 입장에선 좀 아쉬울 수 있겠다. 냉정하게 말해서 영화만 놓고 보면 작품성은 <수퍼 소닉> 시리즈(2020, 2022)보다 아주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판짜기를 훌륭히 마쳤다. 작품성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이미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 원작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쿠키를 통해 차기작도 빌드업도 해 놓았다. 하지만 다음 편부터는 작품성의 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캐릭터의 특징이나 구도가 모두 알려진 기존 IP를 사용하며 반전이나 극적인 전개를 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이 시리즈가 힘 있게 지속되려면 꼭 필요하다. 훌륭한 작품성을 지닌 좋은 가족 영화가 되지 않아도 아이들은 쏟아질 정도로 등장하는 각종 기믹에 또 한 번 매료될 수 있다. 그러나 볼만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 부모님은 애초에 그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고 오랜 마리오 팬들은 돌림노래처럼 자꾸만 반복되는 헌사에 결국 지칠 것이다. 하지만 늘 발전하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처럼 이 영화도 발전을 할 것이라 믿는다. 믿고 싶다.
 
 
+
성우 문제로 시끌시끌했는데 크리스 프랫이 생각보다 마리오를 잘 소화해 내어 나름 괜찮았다. 스타 로드가 아닌, 원래 성우 찰스 마티네이가 자꾸만 생각나는 목소리였다. 찰스 마티네이 본인도 나와서 참 좋았다. 더불어 다른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잭 블랙 쿠파는 호평이 많은데 비해 극 중 삽입곡 'Peaches(#)'이 그냥 완전히 잭 블랙 본연의 모습이라 좀 오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작중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뇌절에 뇌절을 거듭하는지라 아 그냥 컨셉인가 보다 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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