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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소프트 후기 (15)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비밀과 신기함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작품

나에게 2D 마리오는 늘 먼 존재였다. 여태껏 올클리어를 완료한, 아니 시도조차 해본 2D 마리오 시리즈가 하나도 없다. 코스 클리어 형식의 2D 마리오는 1985년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이 시리즈의 근본이다. 그럼에도 이런 형태의 시리즈는 고질적인 문제가 두 가지나 있다.

첫째는 어려운 난이도다. 2D 마리오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잔기는 나름 잘 주어지지만 급사나 낙사의 위험이 많다. 클리어를 위해 많은 재도전을 해야 하는 점은 그대로 스트레스로 다가와 많은 이들이 쉽게 손댈 수 없게 만드는 장벽처럼 작용했다.

둘째는 매너리즘이다. 이 시리즈는 세대를 거듭해도 매번 똑같은 적과 비슷한 테마의 코스만 나와 새로운 면이 없다. 라이트 유저는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니 선뜻 손을 대지 않고, 고인물도 플레이에 다른 점을 별반 느끼지 못하니 지루해할 것이다.

이런 평가들은 슈마원 이전 시리즈들의 메타스코어가 증명한다. 개인적으로는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2>의 골든 러쉬 컨셉이 그나마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팡팡 터지는 코인을 와장창 모으는 그 짜릿한 맛. 하지만 그 컨셉도 후반에는 노가다로 이어지니 아무리 신선한 요소라도 고질적인 문제 앞에선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다. 그런고로 결국 2D 마리오는 하는 사람만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나마 최근 발매한 <슈퍼 마리오 메이커1, 2>는 그 인식을 깨고 2D마리오의 대중화를 이끌어내었지만 2D 마리오 후속작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엔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슈마메 시리즈를 통해 이미 정체되어 있던 시리즈를 플레이어들 스스로 나노 단위로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푹 우려 오고 있었기에 이제는 여기서 새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2D 마리오의 암울한 분위기는 나오는 족족 큰 성공을 이루는 3D 마리오 시리즈에 비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누구도 나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2D 마리오 신작

그렇게 2D 마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발표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특히 PV를 통해 전통적인 매너리즘을 보기 좋게 부숴버리는 것 또한 놀랍다. PV는 소개 문구 하나 없이 실제 플레이 영상으로 바로 운을 띄우며, 영상 내내 실황을 가감 없이 컷만 편집하여 내보낸다. 새로운 아트 스타일, 새로운 적, 그리고 말 그대로 약을 빤듯한 '원더' 연출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며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를 줄기차게 설명한다. 이런 짧고 단순한 PV만으로도 매너리즘에 빠진 이 시리즈를 내외적으로 일신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지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 유럽연합에 등떠밀리지만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하는 척하는 애플이 통쾌한 게 아니라 이런 게 정말 통쾌한 대목이다.
 

매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원더'

 
- 다양화를 통한 매너리즘의 타파
우선 다양한 기믹을 가진 적들이 꽤 많이 추가되었다. 친숙한 적도 나오긴 하지만 그 수나 빈도가 드물다. 그나마 자주 나오는 적은 딱 하나 굼바뿐이고 전통의 엉긍엉금이나 뽀꾸뽀꾸도 한두 번 정도밖에 안 나온다. 징오징오는 아예 안 나온다. 대충 생각해 보았을 때 스페셜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한 가지 종류의 적이 세 스테이지 이상 나온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게다가 원더플라워 획득 후 바뀌는 기믹은 스테이지마다 다르다. 맵의 구조가 바뀌거나, 플레이어가 무언가로 변신 혹은 상태 변화를 겪거나, 상대하는 몬스터의 변화로 상황마다 다른 대처법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스테이지 간 기믹의 재탕이 없다. 이런 원더 연출이 엄청 신선하진 않더라도 각 스테이지마다 어떤 기믹이 나올까 기대를 하게 만든다. 더불어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다분화 또한 주목할만한 점이다. 특히나 이미 스탠다드 캐릭터가 된 피치공주나 키노피코와는 달리 항상 쩌리 취급받던 데이지가 드디어 본가 시리즈에 정식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합류하게 된 것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추가된 이유가 하나뿐인 피치공주님을 서로 차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니... 여튼 이래저래 다양한 경험을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플레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

- 쉽게, 더 쉽게
그리고 이 모든 적과 스테이지가 결코 어렵지 않다. 난이도도 미리 5단계로 표기했지만 어렵다고 분류되는 스테이지도 기존의 마리오 시리즈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어려운 스테이지를 건너 뛸 수 있도록 코스 선택이 자유로운 월드맵 디자인은 덤이다. 심지어 마리오 시리즈의 전통이 된 도전의 장 스페셜 스테이지마저도 쉽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있던 타이머와 스코어(이 유명무실한 점수 체계는 왜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를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플레이의 직관성을 높인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원더시드 획득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간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입체적인 스테이지를 좀 더 여유롭게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런 난이도에 더욱 도움을 주기 위한 배지가 다양하게 주어진다. 심지어는 이 배지를 위한 튜토리얼 스테이지도 두개씩이나 주어진다. 상황 혹은 본인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배지를 선택하여 플레이하면 게임을 더욱 쉽게 이끌어나갈 수 있고, 같은 스테이지라도 다른 배지를 사용하여 플레이의 다양성도 이끌어낼 수 있다. 게임이 너무 쉽다면 달인 배지를 장착해서 자체적으로 난이도를 높일 수도 있다.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배지를 사용해도 어렵다면 요시나 톳텐 등 초심자용 캐릭터로 플레이하거나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완주까지 도움이 되는 장치를 많이 마련해 두었다.
 

스페셜 월드마저도 쉽다. 해금 스테이지까지 너무 쉬워서 뭐 이래? 싶었지만...

- 보다 더 구체적으로
마리오 특유의 몽실몽실한 아트 스타일은 그대로다. 여기에 UI/UX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단순하고 깔끔해진 점이 두드러진다. 이를 제외하면 현세대 AAA급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 시각적으로 훌륭하다는 느낌은 없다. 스위치의 기기 한계와 닌텐도라는 회사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늘 그러려니 한다. 그런 와중에도 닌텐도는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우선 뉴 마리오브라더스 시리즈 내내 우려먹던 모델링과 모션을 일신했다. 걷기, 달리기, 점프 모션과 더불어 파워업 종류마다 다른 고유 연출이 모두 맛깔난다. 단순히 모션만 개선된 것이 아니라 모션을 취하는 캐릭터의 표정 또한 디테일하다. 플레이어 캐릭터뿐만 아니라 적의 모션도 개선되었다. 이제는 굼바가 접촉하는 플레이어를 확실히 물어버린다. 더불어 각 모션을 뒷받침하는 사운드 이펙트도 공을 들였다. 일례로 캐릭터마다 점프 소리가 다르다. 심지어 게임 상황에 맞추어 스피커가 없는 컨트롤러에서 진동을 이용한 소리도 난다. 이런 디테일함은 최근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023)(#)>을 다분히 의식한 느낌이 있다. 실제로 제작진은 영화를 보고 유입한 플레이어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아트 스타일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한다.
 

푸짐한 플레이어블 캐릭터

 
결론적으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는 익숙하다 못해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마리오를 기발하면서도 새롭게, 그렇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만든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근본 2D 마리오 시리즈를 어렵게만 느껴 왔던 플레이어들을 서서히 적응케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 마치 제작진이 '마리오는 원래 이런 게임이란다. 그치만 어렵지 않지?'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이것은 최근 영화나 콜라보레이션 MD 등을 통해 저변을 넓히려는 닌텐도의 기조와도 부합한다. 다양한 IP, 특히 모바일 중심의 게임 생태계에서 닌텐도 같은 전통적인 게임산업이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런 거대한 튜토리얼 역할을 하는 작품이 꼭 필요했었던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월드 보스가 오직 쿠파주니어뿐이고 간혹 월드 보스가 없는 경우도 있어 아쉽지만 이는 쉬운 난이도와 단순한 게임 디자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입체적인 시점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D 마리오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다.

 
 
 
+ Final-Final Test

 
그렇게 쉽네 아기자기하고 이쁜 시리즈네 정도로만 하고 넘어갈 것 같은 작품이었으나... 마지막 '울트라 챔피언십 배지 온 퍼레이드'는 정말 너무 어려웠다. 이 스테이지는 제각기 어느 정도 난이도 있는 구간들을 여태껏 획득했던 배지를 활용해 하나하나 격파해 가는 방식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6구간(스프링)과 10구간(투명)이다. 나머지 구간은 배지의 특성만 잘 알고 있다면 보면서 순간순간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만 익히면 쉽게 돌파가 가능하다.
 
6구간(2:56~)이 어려운 이유는 스프링 배지 자체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다소 제한하는 부분이 있고(무조건 점프), 경로를 가로막는 파이어바의 속도나 길이 등이 제각각이라 대처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리어 영상들을 보면 파이어바가 어느 위치에 도달했을 때 진출해야 한다 하는 공통적인 포인트가 있다. 마지막 세 파이어바는 2~3사분면 중앙, 그전 한 파이어바는 4사분면 사이, 그전 두 파이어바는 1~2사분면 중앙을 타이밍으로 잡으면 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이 마지막 구간들만 특별히 외워서 돌파했고 나머지 파이어바는 눈으로 보고 피하기 쉬운 편이니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10구간(5:26~)은 훨씬 어렵다. 투명 배지는 플레이에 어려움을 부여하는 배지다. 적의 어그로를 끌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적이 없고 낙사 위험이 즐비한 10구간에서는 오히려 독만 될 뿐이다.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트램펄린은 그냥 타이밍을 잘 맞춰 밟고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내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플랫폼 그 자체인 풍돌이를 밟고 넘어가는 후반 구간이 매우 극악이다. 처음엔 전진 중의 플레이어 위치가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있다는 걸 이용해 가상의 라인을 만들어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동 속도에 따라 플레이어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는지라 이 방법으로는 풍돌이를 정확히 밟고 뛰어오르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플레이어가 지나가며 상단에 있는 구름이 걷히는 것 혹은 공중 스핀을 해서 나타나는 이펙트로 플레이어의 위치를 파악해 나가는 정공법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 글 쓰면서 유명한 마리오 고인물 녹두로는 어떻게 클리어했나 봤는데 이 10구간을 무려 원트에 클리어했네 우와... 역시 고인물은 고인물이다 싶다.
 

감격의 클리어!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국 전체 구간의 진행을 외우면 다 해결이 된다. 마지막 10구간은 외워도 대처가 어렵긴 하지만 운이 좋으면 결국 된다. 처음에는 이 마지막 스테이에만 한달 넘게 걸릴 줄 알았으나 운 좋게 다섯 시간 정도만에 클리어를 해서... 가까스로 시리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조금만 파고들면 올클리어는 쉽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지만 빼면요...

올클리어에 걸린 시간은 25시간 정도이다. 풀프라이스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타임이 이 정도로 짧은 것은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이다. 스트리머 녹두로도 금방 클리어하고는 노코인런 하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던데 이런 걸 생각하면 확실히 마딧세이가 눈을 높이긴 했나 보다.
 
 

 
+ 까메오?
스테이지 로딩 화면의 실루엣은 캐서린인가? 이것은 마리오 RPG 리메이크와도 연관이 있나?
 
 

알파와 오메가인 원더플라워

 

없을 줄 알았지만 이런 작품에 늘 존재하는 무한 1UP 비기. 여러 방법 중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이런 건 언더테일 같다.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하면 숨겨진 사소한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빠지면 섭한 반가운 얼굴. 키노피오대장 차기작 나왔으면...

 
여튼 짧지만 알차게 즐겼습니다. 부담 없이 접근이 가능한 작품이라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꺼내 볼 작품인 것 같다. 2D와 3D를 막론하고 이런 작품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 더불어 이번달 발매가 예정되어 있는 <슈퍼 마리오 RPG>도 기대가 참 크다. 연말까지 꽉꽉 채워 주시는 닌텐도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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