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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시즌 2

- 총평
시즌 1의 로키는 이름뿐인 주인공 신세였다. 사건은 TVA와 주변 인물들에 의해서만 전개되며, 로키는 멀티버스의 존재와 그것을 관리하는 계속 존재하는 자를 목격만 할 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 시즌 1에서는 로키보다도 또 다른 변종 로키인 실비가 더욱 조명받는 듯하다. 그럼에도 변종 로키에게 소득은 있다. 시리즈 초반 원종 로키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출신과 성격, 컴플렉스를 극복하며 얻었던 성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본인 스스로를 솔직히 마주함으로써 얻는 인격적 성장은 참 값지다. 반면 시즌 2에서는 철저히 로키에 의해 전개된다. 멀티버스 안에 실재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스로가 살아 있는 시간 직조기, 곧 시간선을 관장하는 위그드라실 그 자체가 되는 숭고한 희생이었다. 만년 조연 역할에만 그쳤던 컴플렉스 덩어리 로키가 훌륭하게 성장함과 더불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그 영광스러운 업적을 길고 긴 시간과 과정 끝에 비로소 달성해 낸 모든 여정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그토록 도달하고자 했던 아버지와 형을 뛰어넘는 존재로까지 거듭나게 된 그의 얼굴에서 굳은 결의가 돋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위업을 위해 고독 속에 파묻혀야 하는 슬픔이 조금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로키는 어떻게 될까? 위그드라실의 왕좌 가운데 외로이 홀로 앉아 시간선을 계속 관리하고 있노라면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지는 MCU엔 얼굴을 못 비추는 것이 아닐지. 물론 로키라는 존재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욱 큰 힘을 얻은 신 로키는 제작진의 의지만 있다면 앞으로도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MCU가 리부트를 예고하고 있고, 그 이전에 마블 스튜디오나 모체인 디즈니도 상태가 영 좋지만은 않아서 이런 걱정이 의미 있는 것인가 싶다. 결국엔 케빈 파이기의 손에 달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톰 히들스턴이라는 배우를 MCU에서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튼 서사가 쌓이고 로키가 진정한 신으로 거듭나며 얻는 전율과 감동은 내 나름 <엔드게임> 급으로 두고 싶다. 이 드라마 시리즈의 단점은 이것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라는 것과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챙겨봐야 할 영화가 몇 개 있다는 것이다. <토르> 3부작과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등 원종 로키가 나온 작품과 더불어 변종 로키가 처음 나온 <엔드게임>까지 기본적으로 챙기고 <어벤저스> 시리즈가 여러 작품을 총망라하는 역할이니만큼 이 작품들도 제대로 향유하고 싶다면 결국 페이즈 1~3의 모든 영화들을 부지런히 잘 챙겨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니... 그래도 페이즈 4 이후의 작품들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여 MCU의 전성기였던 페이즈 1~3까지의 작품들을 착실히 즐겼던 팬들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바로 이 <로키> 시리즈 정도는 찍먹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 트리비아
 

+ Time is green colour
타임 스톤이 먼저 생기고 나서 '신 로키'가 모든 시간의 신이 되었을 터인데, 두 요소를 상징하는 색깔이 녹색인 것은 MCU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그냥 우연이었을 것 같다. 로키와 시간을 접목할 생각을 했던 작가는 정말 상 줘야 한다고 본다.
 
 

+ Multiverse and dimensions
신 로키에 의해 안정화된 멀티버스. 수없이 가지를 쳐 나가며 불안정해지는 멀티버스를 왜 안정시켜야만 했는가? 우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설정은 분기된 멀티버스 간의 간섭이 가능하며 그것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 끝에 한 세계가 인위적으로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멀티버스 전쟁이라 칭한 계속 존재하는 자는 이는 이미 다른 멀티버스의 수많은 자신들과 많은 분쟁을 겪었다. 하지만 이 개념 상에서 한 세계는 다른 세계를 파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시간선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시간의 끝에서 계존자가 경고하는 것도 시간선 관리의 부재가 낳는 것은 멀티버스의 붕괴가 아닌 자신의 변종들로 야기되는 혼란(=멀티버스 전쟁)이었다. 반면 <로키> 시즌 2에서는 여러 시간선을 시간 직조기로 엮어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또한 시간 방사능과 직조기의 한계를 넘으면 발생하는 멜트다운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말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스파게티 면발처럼 서서히 분해되는 독특한 연출을 통해 붕괴에 대한 묘사가 매우 충실하다. 최근 멀티버스에 대한 설정 혼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결국 이런 멀티버스의 붕괴 개념은 사건의 전개를 위해 <로키> 시즌 2에 와서 새롭게 추가된 설정인 듯하다. 멀티버스 그 스스로가 그렇듯 이런 설정은 점점 가지를 쳐 나가면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쯤에 다다라서는 멀티버스는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까?

애초에 분열하는 시간선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건데? 하지만 애초에 TVA가 현실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의 시간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고차원(6~7차원 정도로 추정된다)에 존재하든지, 혹은 시간 직조기(Temporal loom)가 3차원의 현실 속에서도 여러 시간선들을 물리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변환을 시키든지 해서 관찰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상의 존재에 너무 깊게 파고들면 피곤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의 완성도는 핍진성과 비례하니 잘 갖춰져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 Ouroboros / Victor Timely
빅터 타임리와 엮이는 우로보로스는 또 다른 흑막이 아닐까 했지만 그냥 이름 그대로 빅터 타임리에게 영감을 주고 역으로 영감을 받는 무한한 순환, 타임 패러독스 그 자체를 상징하는 캐릭터였다. 배우 키 호이 콴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애초에 흑막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감명 깊게 보았던 <에에올(#)>의 그 배우가 다시 나와 반가웠음.
 
계속 존재하는 자/빅터 타임리 역의 조너선 메이저스는 참 대단하다 싶다. 한 작품 안에서도 이렇게나 다른 캐릭터를 아주 완벽히 소화해 낸다. 폭행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이라면 그의 연기력은 악마의 재능이고, 혐의 없음으로 종결이 된다면 이 혐의는 천재에게 내린 안타까운 시련이다. 아무쪼록 옳은 방향으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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