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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결산

 

 

바빠 죽을 것 같은 연말이지만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지. 내가 반성을 깊게 하는 스타일은 아닐뿐더러 이 글 또한 자기 합리화로 점철된 넋두리에 그치겠지만 정말 그럴지언정 자신의 족적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일은 우리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대단하진 않지만 어쨌든 늘 하던 반성을 해 보자 나는 과연 올해를 어떻게 살았나...

 

울집 마스코트 호짝이와 푸

1. 가족

연애와 결혼은 확연히 다르다. 너무 가지치기를 많이 하나 싶지만 내가 생각하는 연애 때의 최소 필요 덕목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 그리고 약간의 책임감이다. 연애를 넘어선 결혼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하며 생활 형태의 변화와 집안 간의 관계로부터 수반되는 여러 가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부부는 이런 모든 것이 서툴기 마련이다. 결혼 이전의 삶에서 그런 것들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애 때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커플이 결혼 후에 박 터지게 싸우는 것은 그런 점에서 기인한다. 연애 때도 다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부부도 결혼 후에 다툼의 빈도가 더욱 늘어났다. 이 시점에서 필요로 하는 덕목은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다른 한쪽에게 져 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희생과 헌신이다. 배우자에게 기꺼이 나의 것을 내어 줌 없이 오로지 손해 보지 않는 생활을 하겠다면 그 결혼 생활은 무척이나 피곤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비교적 서로에게 헌신적이었다. 감사하다.

 

결혼 2년차는 1년차 때와는 또 다르다. 시간은 참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새로운 생활습관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며 불편했던 것들이 다소 누그러진다.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 끝에 평행선을 달리던 여러 문제에서 하나둘씩 합의점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격동의 시기가 지나고 비로소 약간의 안정기가 찾아오는 시기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1년이란 시간은 배우자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리며 끝난 줄만 알았던 전쟁은 예고도 없이 다시금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갈등 그 자체를 두려워해선 안되노라. 그 갈등의 해결을 방해하는 나의 이기심을 두려워할지니... 이건 작년에 한 말이지만 평생 반복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만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지만 그 모든 칼질이 의미 있다. 내가 지금 모시는 교수님이 말씀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혼을 하고 4년 정도가 지나야 상대방이 어떤 포인트를 싫어하는지를 잘 알고 피하게 되어 비로소 안정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 이제 2년 좀 안 되었으니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싶다.

 

작년처럼 부정적인 말로 운을 띄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좋은 것이다. 서로에게 0순위가 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그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차다. 시간이 지나며 내 배우자가 점차 편해지는 것은 초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이 되어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서로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는 소중한 증거이다. 또한 각자의 목표와 삶의 방향을 가지고 살던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관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우리네의 삶의 방향에 변화가 찾아온다. 방향 전환의 정도는 사람이나 가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걸어온 삶의 족적은 그 위치가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나는 부디 그것이 좋은 쪽으로의 차이가 되길 소망한다.

 

결론은 결혼은 좋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라는 말이 나는 인터넷 밈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도 많이들 하더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좋다. 지금까지도 좋았고 앞으로도 여전히 좋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2. Fellowship +

전문의 취득 후 졸국할 때까지만 해도 대학엔 다시 돌아오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더랬다. 물론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졸국 후 돌아본 대학병원 생활은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억이 더욱 많았던 것 같다. 게다가 학문의 목마름은 더 이상 없고, 연구에 뜻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내가 대학에 발을 들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서 지난 수년동안 내가 쌓아 놓았던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 파스스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자니 별다른 방법이 없더라. 제대하고 바로 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템포 쉬면서 조금 갖추고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겠다 싶은 생각에 내 원래 인생 계획에는 없던 전임의를 했다. 10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다시 대학까지 들어와서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우선시했던 것은 EDX의 숙련이었다. 하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잘 없고, 이걸 확실히 이해하고 잘할 줄 알면 어디를 가서도 먹고살 수는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건... 내 자체적인 평가로는 60-70% 정도 채운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정도가 없는 부분이라 나머지 부분은 앞으로의 숙제처럼 여기며 살아야겠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채웠던 것 같지만 사소한 것들이라 딱히 적지는 않아야지. 남은 두 달간 최대한 더 많이 채워 봐야지.

 

다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사실 좀 막막하다. 상기한 것처럼 대학병원 스탭에 뜻이 없는 건 애저녁에 알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개원할 돈도 깜냥도 없고. 내가 있는 지역에도 이미 개원가는 포화 상태다. 그러면 당분간은 취직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뿐인데 과연 어디로 가야 하나 무척이나 고민을 했더랬다. 마침 두 군데 연락 와서 저울질해 보고 우선은 마음이 통하는 곳이 있어 현재는 구두계약을 한 상태고 아마 내년 3월 이직은 별 문제없어 보인다. 당장 내년은 그렇게 흘러가지만 그다음에는? 다행히 내가 돈 욕심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라 적당히 벌고 개인시간 적당하면 만족이야 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동안 지속가능한 루트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에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이 배 땅땅거리고 잘 살 줄 알았지만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의과대학 처음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과연 이노무 인생 어데로 가는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삶의 형태를 추구해야 하는지, 그 삶의 형태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정하는 것이다. 너무 두루뭉술하게 적었지만 현재로서는 그 정도의 큰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사실 이미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은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을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3. Art

아트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지만 사실은 별 것 없다. 내가 예술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전에 취미로 했던 간단한 디자인에 사진과 영상을 접목해서 전체를 아울러 부르고 싶은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 예술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사이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비핸스이다. 레퍼런스 찾으려고 자주 둘러봤던 예전에 비해 올해는 비핸스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그래픽 디자인이나 모션그래픽을 잘하지 않다 보니 그만큼 비핸스도 멀어지는 듯하다. 그래도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알아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친구

3-1. 카메라

드디어 카메라 새로 삼ㅋ 바로 직전까지 쓰던 것은 a7m2였고 28-70 번들이랑 55.8 단렌즈 둘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캐논 D450을 쓰다가 무거운 것 같아 미러리스로 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미러리스마저도 무겁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가벼운 a7c로 갈아탈까 했지만 그 시기 즈음 a7c의 후속작 루머가 있어서 덥석 물기가 좀 그랬다. 그렇게 근 1년 정도 a7c2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a7c2와 함께 a7cR이 같이 발표되었다. 두 모델 사이에서 정말 여러 부분을 두고 비교하며 고민했는데 결국 a7c2로 가면 고화소를 택하지 못함에서 기변병이 생길 것 같고 이건 기변을 해야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조금 무리해서 바로 고화소 모델로 갔다. 고화소가 주는 느낌과 고화소로 인해 크롭이 자유로운 점은 확실히 큰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니 알파 C라인은 가벼우니 어딜 들고나가도 그다지 부담이 없다. 바디를 장만하니 렌즈 욕심도 난다. 사진의 질을 따지면 소니 퍼스트라인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쪽은 무게와 가격이 어마무시한 편이다. 가격은 둘째치고 가벼운 무게를 중시하는 나의 성향 상 소니 퍼스트는 잘 안 찾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를 잘 유지하면서도 그나마 준수한 선예도를 유지하고 무게까지 가벼운 탐론 렌즈 쪽이 내게는 가장 친숙한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전천후로 사용하기 위해 탐론 28-200을 영입했지만 이것도 무게가 다소 있는지라 해외여행용으로는 조금 어려운 느낌? 때문에 더욱 가벼운 렌즈를 기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 단렌즈 하나만으로도 주제와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사진을 찍어야 한다. 연습하자...

여담으로 그전까지 쓰던 a7m2는 사진 배우기 시작하신 우리 장모님 손에 가 있다. 안 쓰는 기기 놀지 않아서 다행이다.

 

3-2. 사진

라이트룸을 조금씩 만져보기 시작함. 예전보다는 조금 풍부한 보정을 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래도 초보자 수준이다. 없던 주제도 살려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경지에 이르고 싶지만 사실 이것은 라이트룸보단 포토샵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그전에 좋은 구도를 잡는 것부터가 문제다. 내가 사진을 찍어도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족스러웠던 경우가 참 많다. 크롭이나 보정 등으로 어느 정도 살릴 수는 있지만 아직은... 반짝반짝함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소미클이나 인스타그램 등지에서 포토그래피 위주로 자주 찾아보고 있다. 어쨌든 공부하자...

 

3-3. 영상

영상. a7cR로의 기변의 이유에는 a7m2의 아쉬운 영상도 한몫했다. 영상에 특화된 바디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전보다 영상 퀄리티가 좋아져서 매우 흡족. 하지만 a7cR에는 손떨방이 없다. 그전에 소니 라인 자체가 영상 손떨방이 매우 아쉬운 편이다. SteadyShot은 영상엔 전혀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처음부터 화각만 좀 여유 있게 두고 찍으면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소니 측에서 제공하는 Catalyst Browse도 영상 안정화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조금 있고, 그보다는 파컷의 안정화(stabilize)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확실히 미러리스로 찍는 게 때깔은 좋은데, 이것도 부피와 무게가 어느 정도는 있는지라 모든 영상을 미러리스로 커버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액션캠을 구해서 들고 다니는 것은 과연 어떨까 생각만 해 보고 있다. 조금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 수많은 브랜드가 뜨고 지는 가운데 굳건했던 고프로가 명성을 잃음과 동시에 DJI와 인스타360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DJI의 핸드헬드 카메라 포켓3가 정말 물건인 듯 하지만 단점 또한 명확하다 정도? 하지만 이런 기기의 영입은 괜히 짐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기기의 영입보다는 어떤 구도로 찍어야 영상이 더 예쁘게 잘 나올지, 어떤 움직임으로 찍어야 더욱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지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fix shot이 가장 좋은 것 같다.

 

3-4. 디자인

보다 원활한 브이로그 작업을 위해 미뤄두었던 파이널컷을 시작함. 툴이 쉬워서 익히기도 좋았고 모션 거의 없는 컷편집 위주의 작업이라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올해는 사진 보정만 좀 하고 연말 결산용 브이로그를 작년처럼 하나 만들었다. 새 툴을 익히고 적용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게 영상을 만든다 뿐이지 잘 만든다는 느낌은 아니어서. 유튜브에는 정말 많은 강좌가 있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그전에 모든 예술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본연의 천부적인 감각이 있어야 남들과는 다른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인생의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삼을까 싶다.

 

 

올해는 일본만 두 번

4. 해외여행

올해는 그래도 겨울 한 번 여름 한 번 총 두 번이나 해외여행을 갔다. 지금에 와서 둘 다 일본이었던 건 조금 아쉽긴 하네. 하지만 나는 일본 여행을 좋아한다. 일단 친숙한 것이 가장 먼저다. 또한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으며 교통까지 편리한, 좋은 관광지의 표본 같은 곳이다. 더불어 요즘 다시 조금씩 오르고는 있지만 그래도 한창때와 비교하면 지금 엔 환율은 정말 대바겐세일 수준이다. 그런 반면 와이프는 일본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지만 일본이 가볼 만한, 그리고 여행하기에 좋은 국가인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어쨌든 후쿠오카는 먹을 것이 많으니 아무리 많이 가도 좋았고 도쿄는 처음이라 좋았다. 특히 도쿄는 너무 모르는 채로 가서 좀 걱정했는데 의외로 볼 것도 쇼핑할 것도 많고 계획했던 대로 거의 착착 맞아 들어가서 너무나도 좋았다. 즐거웠던 순위를 따지면 이번 도쿄 여행은 여태껏 간 여행 중 탑3안에 들 것 같다.

 

이번 도쿄 여행 때 배운 한가지는 어설프게 일본어를 하면 말하는 나도 듣는 상대방도 답답하니 그냥 애초에 영어를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일본어 스피킹은 되는데 리스닝은 영 안 된다. 근데 일본 사람들은 영어 리스닝도 안 되지만 스피킹은 더욱 안 된다. 후쿠오카 호텔 문제로 국제 전화 할 때 확실히 느꼈다. 어렵구나...

 

 

 

5. 기타

5-1. 영화

그래도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꽤 봤음. 특히 전역 이전 실내 러닝하면서, 그리고 전역 전 모아 놨던 휴가를 한 달 가까이 쓰면서 하루에 한두 편씩 꾸준히 봤다. 하지만 전역하고 나서는 실외 러닝만 하니깐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물론 챙겨보려면 많이 챙겨볼 수도 있었지만 올해엔 젤다 왕눈을 포함한 여러 가지 신변잡기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아무래도 영화엔 별로 손이 안 갔다. 영화를 꾸준히 많이 보면서 영화에 대한 조예를 높여야겠다는 나의 큰 결심은 전역을 기점으로 꺾였지만 지금부터라도 겜 좀 줄이고 문화생활을 좀 더 열심히 해야 쓰것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나는 방구석에서 편하게 영화 보는 것도 좋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 또한 정말 좋아한다. 영화 티켓값이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볼 만한 영화는 그 돈 주고 충분히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따로 보러 가기는 귀찮고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면 와이프랑 데이트 겸 함께 보러 가는 편을 선호한다. 하지만 와이프는 영화 관람에 있어 호불호를 좀 타는 편이다. 로맨스 코미디나 드라마 장르는 곧잘 보지만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영 잼병이다. 특히 잔인한 건 진짜 못 본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서울의 봄>을 보고 싶은데 와이프 때문에 봇 보러 가고 있다. 이러다가 <잠>이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반년 뒤에야 OTT로 보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올해 본 것 중엔 에에올(2022),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대부 3부작(1972, 1974, 1990),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가오갤3(2023), 오펜하이머(202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2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안녕하세요(1959),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하녀(1960), 프렌치 디스패치(2021), 코다(2021), 굿 윌 헌팅(1997), 머니볼(2011)에 취향껏 엘리멘탈(2023), 씽2게더(2021), 스즈메의 문단속(2022), 스타 이즈 본(2018)을 더 얹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숙원사업처럼 여기던 대부 3부작을 완주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특히 올해는 고전 명작을 몇 개 찾아본 건 참 좋은 경험이었다. 명작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스타일이 다소 촌스러울 수는 있을지언정 그 전개나 연출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내년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고전 명작들을 집중적으로 헤집어보는 기회를 좀 가져야겠다.

 

5-2. 드라마

조금은 봤음. 와이프랑 함께 하는 거의 유일한 취미가 드라마 보기다. 올해도 볼만한 드라마는 꽤 많았다. D.P. 시즌 1, 슬의생 시즌 1을 제외하면 작년처럼 재관람한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작년에 비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을 해 보건대 아마 올해는 넷플릭스가 별로 힘을 못 썼던 것과 더불어 올해는 피곤해서 그냥 일찍 잘 때가 많아 절대적인 시청시간 자체가 줄어들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올해 본 것 중엔 로키 시즌2(2023),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2016, 2021), 무빙(2023), 한자와 나오키(2013, 2020), 더 글로리(2023) 정도가 좋았다. 이외에 나의 해방일지(2022)는 우리 와이프는 엄청 마음에 들어 하던데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바스러져 가는 사람들을 긴 호흡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내가 인생을 너무 편하고 즐겁게만 사나 보다. D.P. 시즌 2도 나름 괜찮았지만 보여주기 위해 사건을 만들고 전개하는 느낌이라 첫 시즌에 비하면 별로였다.

 

5-3. 글쓰기와 독서

글은 그래도 좀 씀. 아직도 나의 글은 볼품없지만 그래도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척도는 없지만 몇 년 전 글을 다시 읽어보면 예전엔 글을 참 못 썼구나 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멋있는 말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고, 보다 맛있는 말을 쓰고픈 마음은 있으나 아직은 어렵다. 반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올해는 책에 더더욱 손이 잘 안 간다. 무엇보다 읽을 책을 구할 방법이 줄어들어서 고민이다. 아파트 관리실 책방이라도 가 봐야 하나...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책을 읽자.

 

5-4. 운동

줄었음. 회식이나 학회 등 저녁시간을 잡아먹는 일정도 많아 예전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12월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나를 거의 뛰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이제 군인 티를 벗고 사회화가 되어 가나 싶기도 하고.

 

운동의 패턴도 다소 바뀌었다. 러닝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실내 러닝에서 실외 러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한 번 뛸 때 10km를 채웠지만 실외 러닝은 그만큼 몸에 부담도 크고 소요시간도 긴지라 한 번 뛸 때 8km 정도로 줄여서 달린다. 1주일에 최소 3번 정도는 달리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못 그런다. 특히 주말에는 이런저런 행사나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노라면 운동할 시간이 오히려 없어서 운동을 못 할 때가 많다. 그래도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열심히 운동합시다 살기 위해...

 

개인적인 올해의 투픽

5-5. 게임

올해 대부분은 젤다 왕눈으로 보낸 것 같다. 총 플탐 330시간이라니. 스크래빌드를 활용한 공작에 힘을 쏟지는 않았지만 밝히고 채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모두 완성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포켓몬 바이올렛도 조금 열심히 했는데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DLC도 아직 안 사고 블로그에 리뷰도 안 썼다. 포켓몬 DLC는 앞으로도 안 살 것 같은 게 지난 소드 때도 DLC 사고는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았다. 포켓몬은 이제 좀 피곤하게 다가온다. 레알세 같은 리미티드 시리즈가 아니면 그 타이틀을 충분히 즐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뭔가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마리오 RPG도 하고 있지만 왠지 손이 잘 안 간다. 빨리 밀고 치워버려야지... 어쨌든 올해는 왕눈과 슈마원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는 스팀게임에 손을 좀 대기 시작했다. <Melatonin>은 인스타 릴스로만 봤던 건데 리듬천국 감성으로다가 재밌어 보여서 플레이 중이다. 처음엔 퍼펙트 내기 좀 어려웠지만 적응하니 좀 낫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세일하길래 구매만 해 놨는데 언제쯤 꺼낼지? 이외에 <Thronefall>도 재밌어 보여서 조금씩 하고 있다. 보아 하니 이제 다른 PC게임은 잘 안 할 것 같고 해도 스팀으로만 할 것 같다. 그렇다면 PC 업글은 이제 그만두고 스팀덱 정도를 사서 같이 돌리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발더스 게이트 3>가 그렇게 재미있다던데 안 해본 건 좀 아쉽네.

 

 

 

 

 

6. 내년에는

여태까지 몸담았던 대학(+군대)을 벗어나 로컬 시장에 적응을 해야 한다. 이건 별 문제없어 보인다. 다만 남의 돈 받아먹으려면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재테크를 해야 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벌이가 조금은 더 나아져서 살만했다. 하지만 여유자금은 자꾸만 치솟는 대출을 미리 상환하는 데 집중하는지라 아직까지 투자를 시작하진 못했다. 내년에는 이전보다 더욱 여유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러 가지 이슈를 앞두고 있기에 속단은 금물. 잘 버는 것보다는 잘 쓰는 것이 여전히 더욱 중요하고, 더 나아가 잘 저축하고 잘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슬슬 다시 투자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장모님이 투자 수익이 괜찮으신 편인데 장모님 찬스를 사용해야겠다.

 

책도 좀 읽자. 영화도 의욕적으로 좀 더 많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주어진 시간을 잘 쪼개어 활용해야 한다. 이래저래 바빠지는 일정에 맞추어 체력도 키워야 한다. 무엇이든지 이 나태함이 사람을 가라앉게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부지런해집시다. 올해는 유튜브나 인스타 릴스 본다고 허비한 시간이 꽤 있는데 이런 도파민에 절여진 삶은 모 야메룽다

 

이외에도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지만 아마 내년 말쯤에서야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도 변화무쌍한 해였지만 내년은 과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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