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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컨시어지


JUST THE WAY YOU ARE

 

10분 내외의 짧은 단편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 또한 짧고 단순하다. 서두르지 말고 나답게 살기.  

 

 

개인적으로 생소하게 다가오는 컨시어지라는 말은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투숙객의 요구에 맞추어 모든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처리해 주는 가이드라는 의미란다. 일본 본토 료칸의 서비스 같은 걸 생각하면 될까? 작중 포켓몬 리조트의 직원들은 각자가 무언가 해야만 하는 정해진 일이 없다. 다만 주요 투숙객인 포켓몬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제각기 일을 알아서 찾아 한다. 현실의 애견 호텔을 넘어선 애견 리조트인 셈이다. 한편으로 이런 곳은 운영이 잘 될까 걱정스럽지만 잘 되는 애견 호텔들이 더러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잘 운영하겠지 싶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국내 다른 호텔에 가 보았더니 비로소 컨시어지의 존재가 보였더랬다.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이 있어야 더 잘 보인다.

 

그리고 혹독한 현실을 피해 이곳으로 피난을 온 하루. 그녀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자존감에 이곳에서마저도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곳 포켓몬 리조트는 포켓몬을 위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해 주는 것, 하지만 그 무엇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그뿐인 곳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하루, 그리고 그런 하루를 중심으로 변해가는 고라파덕과 여러 포켓몬(+넘나 귀여운 피카츄)을 통해 우리도 분명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보다도 더욱 크게 와닿는 것은 이 작품을 봄으로써 얻어지는 나의 힐링이다. 최근의 미디어는 보다 자극적인 화면과 전개로 시청률을 쫓기에 바쁘다. 반면 위기 하나 없는 이 시리즈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유유자적하다. 밝은 톤의 다채로운 색감이 가득한 화면은 느릿느릿 흘러가며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찬 휴양지의 느낌을 잘 담아낸다. 무엇보다 작품에 등장하는 포켓몬이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다. 정교한 움직임과 매끈하고 폭신한 질감은 이 포켓몬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네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 나면 마치 나 스스로가 휴양지에서 귀여운 포켓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온 것처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영상물을 볼 때 더빙은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예쁜 화면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일부러 자막도 끄고 더빙으로 보았다. 시리즈를 보는 줄곧 본가 시리즈가 이런 그래픽으로 나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겜프릭은 당연히 우리를 실망시킬 거란 생각에 좀 슬퍼졌다. 나름 공을 많이 들인 작업 같은데 4화로만 그쳐서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인기가 좀 있었는지 추가 에피소드를 제작한다고 한다. 좋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하루의 절규 씬은 사실 현실에 찌들어 의기소침해 있는 하루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개그 씬이다.

 

 

 

이 패턴으로 된 여권 케이스 MD를 포켓몬스토어 온라인에서 팔고 있다

기존의 포켓몬 팬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은 아니다. 포켓몬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힐링이 되게끔 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추측되기에 팬 서비스에 공을 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포켓몬 팬이라면 분명 기분 좋을 만한 요소가 소소하게 깔려 있다. 매 화 등장하는 아이캐치는 포켓몬 적/녹을 오마쥬한 이상해꽂 &리자몽 패턴으로 시작한다. 대부분의 삽입곡은 작품을 위해 새로 제작되었지만 시리즈 전통의 체육관 테마(1화)나 진화테마(3화)를 적절히 어레인지 한 부분도 있다.

 

또한 여느 포켓몬 미디어믹스처럼 이 작품도 똑같이 1세대 포켓몬이 자주 더 얼굴을 비춘다. 최근 세대(7-9세대) 포켓몬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으며 그나마 6세대의 데덴네 정도가 가장 최근 포켓몬이다. 심지어 그 이전 세대인 4세대 포켓몬도 등장이 없다. 이런 세대 편향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나온 포켓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리조트와 어울리면서도 '가장 포켓몬다워 보이는' 포켓몬들을 주로 뽑은 것 같다.

 

 

 

 

최근 나온 포켓몬 IP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포켓몬은 원래 이런 맛이다. 오랜 세월을 자랑하는 노포 집처럼 잘하는 본연의 것을 최대한 잘 살리는 것. 이 작품(+레알세#)을 제외한 최근까지의 포켓몬스터 IP는 좀 아쉬웠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시도하고,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어설프게 판만 키우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 이도저도 안 되어 흐지부지된다. 이 작품의 주제처럼 그냥 포켓몬은 그냥 포켓몬답기만 하면 될 텐데 왜 자꾸만 먼 곳으로 돌아갈까? 그 와중 최근 포켓몬 프레젠트를 통해 새로운 본가 리메이크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포켓몬 컨시어지>와 향후의 여러 작품들이 침체되어 있던 IP의 분위기를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추가 에피소드도, 추가 리메이크도 모두 기대가 된다.

 

 

 

 

 

 

 

나름 쿠키도 있다. 모다피마저 이렇게 귀여울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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