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전 짧게 갔다 온 부산에서 밥 먹은 이야기. 퇴사 및 이직 기념으로 급조된 여행인 데다 심지어 퇴사 직전에 갑자기 일이 많아져가지고 여행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무엇을 볼지도, 무엇을 먹을지도 중구난방인 채 둘째 날 묵는 아난티에 거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실로 안타까운 여행이었다. . . 식당들은 거의 하루이틀 대충 알아보고 정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고 나니 뭔가 다 아쉽다. 다음은 먹은 순서대로.
1. 해운대 무겐
편백찜이 메인인 식당. 여긴 3년 전쯤 다른 일로 부산에 왔다가 동선과 스케줄이 맞으면 한번 갈까 싶었는데 결국 못 갔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아내가 한번 가보자 해서 갔다. 늘 건강한 식단을 찾고자 하는 우리 아내. 근데 과연 편백찜은 건강한 식단일까?
보통 밖에서 사 먹는 식사를 생각하면 가격은 살짝 무겁지만 가격에 비해 구성이 참 좋다. 홍두깨살을 살짝만 익힌 타다끼는 날 것 피하는 아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인 것 같아 맛있게 먹었다. 다만 이렇게 소스를 끼얹어서 나온 타다끼는 원재료 본연의 맛보다 소스 맛이 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모둠사시미는 꽤 괜찮았다. 참치는 살짝 얼어 있었지만 좀 뒀다 먹으면 그만이었다. 아내는 참다 참다 좋아하는 연어 한 점만 먹었다. 참치도 좀 먹지... 근데 임산부는 회 포함 생선은 조심해야 한다기에 요즘엔 자주 먹던 생선구이도 잘 먹질 않는다. 슬프다. 출산하면 회 먹이러 다니고 싶은데 과연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을까?😥
대신 아내는 편백찜을 많이 먹었다. 예전 블로그 글을 보면 원래는 편백찜을 눈앞 있는 인덕션으로 바로 쪄서 먹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따로 쪄서 온다. 소고기가 푸짐한 게 참 좋았다. 하지만 편백찜은 조리법이 일맥상통하고 구성 또한 비슷하기 때문에 어딜 가든 다 비슷한 맛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1월 말 거제 료칸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훨씬 맛있게 먹었다. 나가사끼 짬뽕은 불맛이 살짝 나던데 요즘 불맛은 다 조미료 맛이라더라. 사실 이쯤 가니 배가 너무 불러서 짬뽕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냥 먹었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그냥 부산에서 편백찜이 생각나면 가성비 좋게 이것저것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다 싶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늦은 시간에 가서 그랬던 것 같다.
2. 톤쇼우 본점 (#)
짧게 써서 한 포스트에 다 올리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따로 빼야겠다. 톤쇼우는 따로 올릴만하지.
3. 노홍만두
만두는 앞서 말했던 3년 전에 만두만 포장해서 먹었던 적이 있다. 만두를 좋아하는 와이프를 위해, 칼국수가 궁금한 나를 위해, 그리고 저녁 뷔페를 대비해 간단히 먹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다. 만두는 다들 아는 맛이지만 촉촉하고 고기소의 육향이 훌륭하다. 이곳은 특이하게 김치만두가 참 맛있다. 김치만두가 맛있는 곳은 잘 없는데 내 입맛에 딱 맞게 고추기름 향이 물씬 풍겨서 좋다. 새우만두는 고기만두에 새우 하나 끼워 넣은 정도였는데 고기와 새우가 따로 노는 느낌? 샤오마이도 새우와 돼지가 함께 들어가 있지만 둘이 잘 조화되면서도 새우가 메인인 느낌인데 이곳의 새우만두는 글쎄올시다 이다. 아마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새우만두는 스킵하고 오직 고기만두 혹은 고기+김치만두 조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지나고 보면 만두보다는 칼국수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면발은 그냥 쏘쏘. 하지만 국물이 좋았다. 보통의 멸치육수 베이스였던 것 같은데 육수의 묵직한 베이스가 녹진하게 아주 잘 살아 있는 느낌이다. 부산 여행 후 하루는 집에서 떡국을 해 먹는데 마침 만들어 놓은 멸치육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코인육수를 썼더니 멸치육수에서 느껴져야 할 깊은 맛이 하나도 없어 당황한 적이 있었다. 결국 대충 멸치액젓으로 휘뚜루마뚜루 맛을 내긴 했는데 먹다 보니 노홍만두 칼국수 생각이 문득 났다. 원래는 우리가 먹은 보통 칼국수보다도 조개칼국수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조개가 안 들어와서 없다더라. 심지어 조개 칼국수가 없다고 하니 그냥 돌아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다음에 올 땐 조개칼국수가 꼭 있으면 좋겠다.
4. 아난티 앳 코브 부산 - 다모임 디너
신혼여행 때 갔던 제주 그랜드조선의 아리아 디너에 크게 만족했더랬다. 가짓수, 퀄리티, 디저트까지. 이후부터는 모든 5성급 호텔의 디너 뷔페에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모든 프리미엄 5성급 호텔 뷔페라면 모두 그 정도는 하는 줄 알았다. 이번 부산 여행 메인은 아난티였고 모처럼 큰 마음먹고 가는 만큼 디너 뷔페 또한 체험해보고 싶었다. 간만의 뷔페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점심도 간단히 먹고, 아난티 체크인하자마자 헬스장 가서 유산소 한 시간씩 하고, 수영복 챙겨서 워터하우스도 갔다 왔다. 워터하우스에서 30분 정도 있으니 엄청난 허기와 함께 정말 큰 꼬르륵 소리가 났다.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그 소리. 그렇게 모든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갔으나 결론적으로는 기대와 준비에 못 미치는 느낌. 총평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음식의 질은 나름 괜찮은데, 가짓수가 생각보다 적으니 뷔페 먹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억으로는 양식/일식/중식/디저트 코너가 있고 한식 코너는 따로 없었던 것 같다. 한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닌데 다른 카테고리에 비하면 매우 작았던지라. 전반적으로 음식의 가짓수가 적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많은 느낌은 아니다. 음식 가짓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두어 바퀴 돌고 나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랜드조선 아리아는 디저트도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디저트를 더 중시하는 아내는 디저트가 생각보다 부실해서 약간 불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시간도 좀 지났고 당시엔 큰 감상도 없어 기억이 희미하다. 그나마 기억나기로는 양식은 양갈비가 그나마 좋았음. 처음 맛본 양고기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양 먹자고 해도 좀처럼 먹을 생각이 없었던 우리 와이프도 이곳 양갈비는 잘 먹었다. 랍스터는 글쎄. 개수 제한이 있던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크기가 작고 대게도 있었는데 우리 부부 둘 다 귀찮아서 대게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중화요리는 6-7가지 중 세 가지나 마라 맛이 났다. 요즘 마라가 워낙 유행이긴 하지만 이렇게 한 가지 맛에 치중하면 별로 좋지는 않다. 일식 코너에 라멘이 있었던 건 특이했다. 해물 토핑이 엄청 들어간 돈코츠 라멘의 느낌이었는데 사실 돈코츠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멘 전문점에 비하면 맛은 떨어지긴 한데 그래도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뇌리를 탁 스치는 메뉴는 딱히 없었던 것 같고 단 하나 참 맛있었던 봄동 무침만 머리에 남는다. 아마 여기가 호텔 뷔페가 아닌 그냥 한식뷔페였으면 봄동 무침에 밥 비벼 먹었을 것 같다. 푸드섹서 타이틀을 가진 강호동이 1박2일에서 봄동 겉절이 비빔밥에 왜 그렇게 환장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여기 가기 전에 봤던 리뷰에서는 그저 그랬다는 말이 많았다. 근데 진짜로 그랬다. 아마 다음에 아난티를 또 가면 다모임 디너보다는 조식을 한 번 먹어 볼 것 같다.
이외에는 부산에 왔으니 간만에 화국반점을 가 볼까 했는데 마지막으로 들렀던 2020년 초 이후 몇 년 사이 너무 맛탱이가 가버렸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고는 마지막날 저녁은 스킵 후 그냥 부산을 떠났다. 이번 부산 여행은 거의 호캉스 위주에다 정말 급조한 여행인지라 별다른 감상이 없다. 심지어 해운대에서 묵었는데 해운대 해수욕장은 근처도 못 가봤다. 이래저래 사건사고만 많았던 느낌... 이제 언제 또 여행 가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