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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SI

 

 

한 해 농사의 결산 무대인 월즈에 비해 그 화제성도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회이지만 월즈만큼이나 우승하기 힘든 대회가 바로 MSI다. 넉넉한 기간 동안 진행되며 8강 이후의 상위 라운드를 단순한 녹아웃 스테이지로 구성하고 있는 월즈와는 달리 짧은 기간 속의 빡빡한 일정과 더불어 더블 엘리미네이션까지 채택한 최근의 MSI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대회의 난이도는 높은 느낌이다. 모든 국제전이 그러하지만 MSI는 큰 체급, 빠른 메타 파악과 적응, 그 이전에 메타를 주도하는 강팀의 당연한 면모들이 더욱더 부각된다. 때문에 두 대회 트로피를 동급까진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월즈를 들어보았던 경험이 있는 선수라도 MSI 트로피가 없다면 증명해야 할 거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작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일에 쫓겨 이번 MSI도 100%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LCK를 포함한 주요 팀들의 경기는 하이라이트라도 챙겨 보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메타 파악이 정말 어려웠다. 8년 만에 부활한 라인 스왑 메타는 스프링의 모든 데이터를 부정하며 모두를 제로에서 시작하게끔 했다. 이는 상대방에서 걸어올지 말지, 우리가 걸지 말지 고민하는 극단의 심리전으로 이어진다. 또한 대회 중반 등장한 조커픽이 메타를 주도하는 형세 사이에 등장하는 몇몇 선수들의 장인픽 덕분에 대회 챔프 풀이 넓어진 점도 좋은 볼거리였다. 이렇게 혼란한 정세는 TES를 3:0으로 집에 보낸 G2, FLY를 집에 보내고 대회 준우승팀 BLG와 풀세트 접전까지 끌고 간 PSG처럼 곧바로 언더독의 반란으로 이어진다. 강팀 팬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환경이지만 이런 것이 국제전의 묘미이며, 이런 환경 또한 극복해야 하는 점이 강팀의 덕목이라 생각하기에 혼란스러운 이번 메타는 참으로 흡족하게 보았다. 다만 게임의 맥락을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웠던 단점은 있었다. 경기를 풀로 시청했을 때와는 달리 하이라이트만으로는 전체 흐름이 잘 와닿지 않아 좀 애를 먹었다. 아래는 기억에 남는 몇 팀들에 대한 소회.

 

 

 

GEN

쵸비 스스로가 하는 말처럼 꼭 우승컵을 거머쥐어야 하는 선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는 우승컵을 들어올려야만 하는 팀과 선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실패와 조롱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쵸비와 기인 그리고 우승을 찾기 위해 오랜 친정팀을 떠난 캐니언,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파괴력을 보여주었던 페이즈-리헨즈 바텀 듀오까지의 다섯 선수만이 올해 MSI를 들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지난 스토브리그때의 사건 이후로 젠지라는 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런 빛나는 선수들을 한 데 모아놓은 이 팀의 투자와 노고에 국제전 우승컵이 응당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프런트는 밉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끝에 다시 LCK가 MSI를 되찾아올 수 있 해 준 참 고마운 팀이다. 김칫국 마시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과연 그랜드슬램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BLG

LPL은 항상 LCK를 긴장하게 한다. 특히 빈이란 선수는 더욱 그렇다. 이번 MSI에서 빈을 제외한 나머지 네 선수의 기량이 들쭉날쭉했기에 이 팀이 정상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빈이 모두의 멱살을 잡고 혼자 통나무까지 들면서 매 경기 차력쇼를 펼친다면 얼마 되지 않는 확률을 뚫고 BLG가, 그리고 또다시 LPL이 MSI를 들어올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또한 들었다. 결국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젠지 앞에서 무릎을 꿇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 팀이, 그리고 빈이란 선수가 무섭다. 서머동안 칼을 갈고 온 BLG는 월즈에서 LCK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가 될까?

 

 

T1

고생이 참 많았다. 지난 월즈에서의 영광스러운 우승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는 다소 흔들리는듯한 T1이다. 특히 이 팀에서 페이커가 갖는 영향력은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페이커가 흔들리니 팀 전체가 흔들리는구나. 손목 부상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듯 한데 만약 사실이라면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팀은 항상 그랬듯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리라 믿는다.

 

 

G2

분전했다. 그래도 LEC가 LCS보다 앞서고 있음을, 또한 LPL과 LCK를 격추시킬 저력이 아직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팀이다. 맨날 또투 또나틱이지만 그래도 LEC가 앞으로도 잘 활약하여 좋은 경쟁 구도를 가져가기를, 그 이전에 서양롤도 충분히 재미있음을 증명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는 BrokenBlade에게 가장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이 선수가 이렇게 잘하던 선수였나?

 

 

PSG

우승팀인 젠지를 제외하면 올해 MSI에서 가장 빛나는 팀은 이 팀이었던 것 같다. 경쟁력 문제로 리그가 통폐합되며 마이너리그가 국제대회에 설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세태는 참 안타깝다. 그래도 이런 마이너리그의 활약만이 마이너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 BGM

개인적으로 이번 MSI bgm은 참 난해했다. 좋은 곡들은 많은데 테마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느낌? 매치마다 밴픽 bgm이 다르기도 하고 심지어 승리 bgm도 매 세트마다 다르다. 어떤 곡은 밴픽에서도, 승리 시에도 사용되기도 한다. 곡들이 주는 제각각의 느낌은 창공 테마 컨셉의, 총천연색의 그라데이션이 휘황찬란한 이번 MSI의 비쥬얼 테마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래도 그 와중에 머리에 꽂히는 곡들이 있어서 몇 개만 추렸다.

 

 

2세트 밴픽 bgm. 정배 그리고 역배대로 흘러간 1세트 후에 2세트를 맞는 모든 상황에서 어울린다. 거대한 태산 앞에서 일격을 맞고 쓰러진 약팀이 직면하는 부담감, 혹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깬 약팀의 역습 이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 모두가 그려진다.

 

 

5세트 밴픽으로도, 승리로도 사용되었던 bgm. 고조되는 분위기는 마지막 세트의 긴장감을, 쪼개지는 신스 사운드는 5꽉 끝에 얻어낸 승리의 벅참을 모두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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