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희로애락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은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서 조금 더 성장하는 나의 이야기. 전작만큼의 기발함과 신선함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곱씹을수록 우러나오는 감상이 인상 깊어 글을 남긴다.
1. Anxiety
새 캐릭터 불안이는 본작의 메인 빌런이자 진주인공이다. 성장기의 불안함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창작물에서 다뤄진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불안한 마음, 흔들리는 눈빛, 진심은 아니었으나 결국 주워 담을 수 없었던 말들. 그 모든 것들이 성장기의 불안이 낳는 결과라면, 이 작품은 우리의 불안이 도출되기까지의 기전을 아주 잘 보여준다. 불안이는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것에 대비하며 상황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가끔은 안정을 향한 본인의 신념으로 다른 감정들은 억눌러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쁘게만 묘사된 것만큼 불안이가 그렇게 나빠보이지만은 않는다. 휘몰아치는 듯 독선적인 불안이의 행동에는 이렇게 해야 라일리가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모습에도 똑같이 투영된다. 성장기에 겪었던 그 수많은 불안감의 기저에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뭐든 훌륭하게 해 내고 싶은 우리의 간절한 소망은 늘 미숙함이 발목을 잡는다. 그로 인한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 내 스스로가 겪는 좌절감이 무서워 가끔은 멀리 회피하기도 한다.
이것은 몸과 마음이 크는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성장기 이후에도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성장을 겪는다. 사회인으로 신분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형성하고, 새 생명을 맞이하고... 새로운 환경과 끊임없는 변화 가운데 모든 것을 잘 해내며 잘 살아보고 싶지만 그 모든 것에 능숙할 수 없는 우리는 늘 불안하다.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그럼에도 찾아오는 실패, 거기서 파생되는 좌절은 우리를 무너뜨린다. 영화 후반 휘몰아치는 불안의 폭풍 속에서 불안이가 짓던 저 표정은 삶의 벽 앞에서 절망을 목도했던 우리들의 표정이 아닐까? 그래서 미숙하지만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 아둥바둥했던 사회 초년생들이 이 영화에 그렇게나 공감을 하더라. 이 영화는 삶의 풍파 가운데 애쓰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것만 같다.
더불어 불안이의 저 절망스러운 표정을 보면 불안이가 더 이상 밉지 않고 오히려 안쓰럽다. 불안이도 결국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는 것은 우리의 감정엔 그 어느 것도 나쁜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 Joy
기쁨이는 여전히 조이코패스다. 라일리의 행복 하나만을 위해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은 모두 기억 저편으로 넘겨 버린다. 하지만 하키 경기에서 파울로 페널티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야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된다. 이처럼 모든 감정과 기억은 라일리의 자아 형성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작품 후반 버려졌던 모든 기억들이 한데 뒤엉켜서 형성된 거대하고도 다면적인 라일리의 자아는 단 한 마디나 한 컷으로 규정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는 모든 순간이 우리를 형성함을, 그런 우리는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장면이다. 세상 모든 것이 허투루 흘러가는 것 없이 모두 쓸모가 있고 의미가 있다. 반면 좋은 자아 형성을 위해 좋은 환경과 경험에 노출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싶다가도, 우리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는 없기에 결국엔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또 다른 결론에 이른다.
더불어 기쁨이의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버럭대기도 하고 슬픔에 눈물짓기도 하고. 불안이를 통해 독단적이던 자신과 마주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성장을 겪는 걸 보니 3편에서는 더 이상 사고 안 치겠구나 싶다.
3. Lance Slashblade
내가 전작에서 애정했던 까칠이는 비중이 거의 공기라😭 좀 아쉬웠다. 반면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랜스 슬래시블레이드였다. 이 캐릭터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는 이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투박한 3D 폴리곤 그래픽, 너무나도 명확한 캐릭터 모티브, 실컷 멋진 척하다가 내지르는 개그 씬 등등. 나의 애정캐 까칠이와 뭔가 썸이 있을 뻔하다가 그냥 몸을 돌돌 굴려 가 버리고는 끝이라 또 아쉬웠다.
4. +α
전작 2회차 달리면서 꼭 보고 싶었던 문구가 있었다. 자녀를 위한 모든 부모의 메시지. 비슷한 메시지가 이번작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아이들은 크면서 점점 모습이 변한다. 영유아기를 지나 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갓난아이만큼의 귀여움은 없을지라도 천진난만한 말과 행동은 우리를 여전히 미소 짓게 만든다. 자아도 생기고 호불호도 명확해지며 가끔은 속을 썩이기도 할 테지만 우리는 선물같이 이 세상에 내려온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듬어야 한다. 곧 태어날 우리 꿀단지도 성장하며 이런저런 일을 겪겠지?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우리 아들을 늘 사랑해야겠다. 사랑하는 꿀단지야, 건강한 모습으로 곧 만나자.
+
과연 3편은 나올까요? 막 사회인이 된 라일리가 맛보는 세상의 쓴맛 그리고 따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