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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소프트 후기 (18)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

 

슈퍼 페이퍼 마리오(#)-종이접기 킹(#)에 이은 나의 세 번째 페이퍼 마리오. 여태껏 딱 세 작품 해 보았고 모두 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왜 그 만족감에 비해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에 아무 관심 없이 살았나 고민을 좀 해 봤는데 초대작(N64)과 컬러 스플래시(WiiU)는 국내에 정발 된 적이 없고, 스티커 스타는 3DS를 포켓몬 머신으로만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루한 평가를 받은 나머지 두 작품에 비해 초대작은 평가가 괜찮은 편이다. 과연 나중에 다시 리메이크될 날이 올까?

 

어쨌든 많은 이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천년문을 해 봄. 원작과의 변경점을 비교했더라면 좋았겠으나 원작은 전혀 접해본 적도 없고 끼워 맞춤식 비교도 지양해야겠다 싶어 그냥 이 타이틀만을 가지고 느꼈던 점을 짚어본다. 포스트 작성을 시작한 9/26은 <지혜의 투영> 배송일이라 어떻게든 그 이전까지 플레이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서 바로 그전날 추가요소까지 모두 완료해 놓고 쓰는 따끈따끈한 포스트이다.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자

 

 

 

PROS

컨셉이 확고한 다양한 캐릭터

기존 마리오 시리즈에 등장했던 적들을 활용한 캐릭터 디자인이 정말 좋다. 기존 캐릭터를 활용하자는 기조는 초대작에서부터 이어진다. 하지만 초대작은 캐릭터 디자인이 원본에 살짝만 변화를 준 정도로 그쳐 그냥 '원래 적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선 우리 편' 의 느낌을 줄 뿐이다. 반면 천년문은 외형의 변화 정도가 더욱 크다 보니 명확한 컨셉으로 전해지는 캐릭터성이 더욱 풍부하다. 예를 들어 전작의 굼바리오는 그냥 굼바이지만, 본작의 굼벨라는 굼바가 아닌 굼벨라 그 자체로 다가오는 느낌. 이외에도 적 진영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 뿐이지만 TEC-XX처럼 몸뚱아리는 차가운 기계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피치에게 도움을 주는 따뜻한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사랑인걸 사랑인걸

 

깔끔하고 매끄러운 전개

전개 초반부터 등장하는 절대적인 악이 있고+그 뒤에 더욱 큰 악이 전개 최후반에 등장하고+이곳저곳의 사건사고를 해결하며+동료들을 모으고 성장하며+힘을 모아 절대 악을 무찌른다는 왕도적인 스토리다. 하지만 그 전개의 짜임새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또한 자칫 지루할법한 타이밍에 한 번씩 쿠파 혹은 피치로의 시점 변경을 통해 분위기가 환기됨 또한 좋다. 피치나 쿠파 파트도 그냥 텍스트 감상만이 아닌 실제로 조작하고 해결할 거리를 던져줘서 좀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피치 파트는 사건 전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반면 쿠파 파트는 '마리오 시리즈에 왜 쿠파가 등장하지 않냐'는 의문을 피하기 위해 그냥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 다분하다. 쿠파가 완전히 배제되어도 스토리 진행에 전혀 어색한 점이 없었던 것 같다.

적절한 분위기 환기 파트

 

나름 재밌는 전투

액션 커맨드를 통해서 대미지를 좀 더 주는 반면 피해를 줄이거나 회피하는 등의 요소로 전투에 계속 집중하게 하는 점은 마리오 외전작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자 장점이다. 다만 슈퍼가드 판정은 좀 어렵다. 독모드에 프로컨으로 하려니 지연시간 감안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어서 나중에 가서는 그냥 일반 가드로만 밀고 나갔다. 이외에도 시리즈 전통적으로 적용되는 점프와 해머 기술이 다양한 것도, 그것을 보조할 수 있는 동료 캐릭터 기술도, 은근 꾸준히 입수가능한 전투 아이템도, 그리고 느낌은 필살기 같지만 의외로 자주 써서 전투를 보조할 수 있는 스페셜 기술까지 플레이어의 입맛에 맞게 활용할 소재가 다양하다. 더불어 시리즈 내내 유지되는 무대 컨셉이 독특하다. 무대 기물의 활용과 관객 난입은 변수 없이 평이하게 진행되는 전투에 다양성과 무작위성을 부여하는 좋은 요소이지만 실제로 관객 난입은 도움보단 방해가 되었던 때가 더 많아 꼭 마음에 들기만 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공격 좀 할라치면 저 멀리서 바위를 슬며시 들고 있어 매번 정리해 주어야 하는 것이 좀 귀찮았다.

 

상대를 어떻게 격파할 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흡족한 몇 가지 전개와 연출

등장인물들이 화면 가득 덮는 연출. 적재적소에 잘 쓰이는 느낌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자주 등장해서 뒤로 갈수록 번잡하기만 하고 신선도가 떨어지긴 한다. 이건 원작이 나올 시절 게임큐브 때 성능이 어느 정도 받쳐 주니 제작진들이 구현하고도 싶고 보여주고도 싶었던 것 같다.

정말 무지하게 많이도 나온다

마리오가 몸을 뺏긴 후 그림자가 되어 몸을 되찾으러 가는 전개도 좋지만 그보다도 람펠이 마리오로 변신했을 때의 그 음침한 외형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건 전개 최후반부 선택지를 통하여 볼 수 있는 배드 엔딩에서도 최면에 걸린 듯한 마리오 모습으로 갑자기 한 번 더 나온다. 심심해서 그냥 한 번 선택해 봤는데 생각지도 못한 연출이 나와서 인상 깊었다.

 

나름 배드 엔딩도 있다

 

독특한 월드 스타일

거목은 보기 힘든 월드 스타일이다. 신비한 숲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흑백조합의 배경과 적들, 원시 부족 느낌의 기둥 구조물까지. <파타퐁> 느낌도 나지만 사실은 천년문이 파타퐁보다도 3년 더 먼저 나온 작품이다. 혼자만 그림체가 다른 어둑어둑 마을은 음산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슈페마 6스테이지의 언더랜드가 청각적으로 공포감을 자극한다면 어둑어둑 마을은 시각적으로 자극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작품 내내 무대를 활용한 전반적인 연출이 컨셉이 확실해서 좋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 느낌도 나네.

두 곳의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BGM

이 부분은 후술.

 

멋진 팬 서비스

 

 

 

CONS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전투 시스템

- 동료 캐릭터는 쓰는 것만 쓴다. 광역 딜을 위해서는 엉금돌이, 방어력 무시 딜은 꼬마요시, 박학다식+응원뽀뽀 요원 굼벨라, 광역+도트딜 및 회피요원 불비안 이외에는 잘 안 쓰게 된다. 폭탄선장은 강력한 전체기를 지니고 있지만 합류 시점이 후반이라 이미 마리오와 엉금돌이가 성장하여 안정적인 광역딜을 내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 마담클라우드도 좋은 광역기에 회피+탱킹요원으로 쓸 법하지만 외형이 취향이 아니라 그런지 손이 잘 안 갔다. 이외에도 동료 캐릭터를 활용하려고 해도 효과가 좋은 후반 기술들은 그만큼 FP 소모가 다소 심한 편이라 자주 사용하기에 부담이 된다. 이건 FP 투자를 통해서는 해결되지 않고 배지를 이용해 FP 소모를 줄이고(플라워절약) 수급을 늘리는(플라워출현) 쪽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

 

- 스페셜 기술도 쓰는 것만 쓴다. 처음 돈과 아이템이 쪼들릴 때는 건강합니다!(1SP)가 자주 쓰이고, 부족한 광역 딜을 커다랗게 콰광(2SP)로 커버하는 쪽으로 쓰인다. 하지만 중후반 재정이 넉넉하고 딜이 갖춰지면 이마저도 잘 안 쓰이고 보스전에서 단기간에 강력한 딜과 부족한 방어력을 보충하는 용도로 불끈불끈보디(3SP)를 간간히 써 주는 정도로 그친다. 아트 어택은 한 번 써 봤고, 나머지는 아예 써 보지도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스페셜 기술은 생긴 것만 보면 필살기의 느낌이지만 SP 수급은 넉넉해서 자주 쓸 수 있다. 그렇기에 사용 자체에 대한 자원적 부담은 별로 없지만 사용할 때마다 커맨드를 잘 입력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 또한 기술의 효과도 일반 기술 혹은 아이템에 비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스페셜 기술엔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결국엔 그냥 마리오로 밟아 주는 게 속 편하다

- 결국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마리오에게 배지를 둘둘 두른 채 활약시키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배지도 쓰는 것만 쓰게 된다. 배지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점프/해머 기술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소모 FP가 많은 편이라 자주 쓰기 부담스럽다. 가시나 불 등에 면역이 되는 배지를 두르고 대미지 업 등의 스펙을 키워 깡딜로 승부를 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 더불어 동료 캐릭터의 성장은 샤인으로 손쉽게 가능한 반면 마리오의 대미지 상승은 오직 배지 장착으로만 가능해 BP투자가 반강제되는 건 좀 아쉽다. 게임 끝날 때까지 BP에만 포인트를 투자하다가 끝나는 느낌. 그런 부분을 떠나 게임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또한 큰 원인이다. 100층 던전+좀자잔이나 프린스머시같은 히든 보스는 난이도가 있는 편이지만 그마저도 5HP 플레이 등의 꼼수를 이용하면 쉽게 돌파가 가능하다. 해당 부분은 빠른 진행을 위해 5HP 플레이를 이용했지만 이외의 컨텐츠에서는 너무 노잼일까 봐 정직하게 파워플러스+점프맨 배지를 장착하고 진행했다. 그래도 최종보스까지는 어렵지 않게 얼추 다 클리어할 수 있다.

 

BP만 남겨두고 HP와 FP는 배지로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어땠을까?

 

 

등장인물의 공기화

- 사건은 마리오의 활약을 위주로 진행되며 추가되는 동료 캐릭터들은 각 챕터에서 나름의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본인의 챕터가 끝나면 그 이후로는 비중이 공기화 되어 버린다. 그 와중에도 마담클라우드는 원래 공기 아니랄까 봐 등장할 때만 빡센 연출로 눈을 시리게 하고는 바로 공기가 된다.

 

- 그나마 캐릭터 각자가 지닌 필드 능력으로 숨은 요소를 찾거나(굼벨라, 불비안, 찍찍리나)/플레이에 편의성을 더하거나(꼬마요시)/퍼즐을 푸는 등(엉금돌이, 마담클라우드, 꼬마요시, 불비안, 폭탄선장)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중 굼벨라, 꼬마요시와 찍찍리나를 제외한 나머지 퍼즐요원들은 퍼즐을 풀 때만 쓸모가 있기 때문에 잘 꺼낼 일이 없다. 이 부문에서는 엉금돌이의 공기화가 너무 심하다. 마담클라우드+폭탄선장의 능력을 요구하는 퍼즐 요소는 후반까지도 잘 분포해 있으나 엉금돌이를 이용한 퍼즐은 초중반을 제외하면 후반부에는 최종장 한 군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 그래서 이렇게 동료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드는 부분은 캐릭터 간의 대화를 넣어 캐릭터의 성격이나 자잘한 서사를 좀 더 부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종이접기 킹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구현되어 있었는데. 문득 올리비아가 포탄병이라고 제멋대로 불렀던 게 생각나네.

이 게임의 몇 안되는 점프 스케어는 충분히 검은 닌텐도스럽다

 

+

국내엔 전작이 발매된 적 없어 전작과 이어지는 일부 요소들을 모두 알기 어려웠던 것이 아쉬웠다. 대식이의 정보에 의하면 낸시 같은 인물은 전작의 누군가와 연관 있는 모양인데 알 수가 없으니. 엔딩 후 천방부끄가 대놓고 나오지만 나는 전작을 플레이한 적이 없으니 별로 반갑지도 않았다. 사실 초대작도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을 통해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요즘 시대에 맞게 깔끔하게 리메이크되어 플레이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는 누구니

+

이외에는 꼬마요시를 타면 점프가 안 되는 점이 싫었음. 슈패마에선 대대시(#) 탄 상태에서 점프도 되어서 빠른 진행을 위해 늘 타고 다녔던 것이 생각난다.

 

도도한 표정과 함께 그야말로 원툴
키노피코도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의 주류로 등극하면 좋겠다
메타 발언
네타 발언

 

+ 사운드 갤러리

더보기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는 게임성도 게임성이지만 그보다도 OST가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슈패마의 틈새타운, 황천 리버(River Twygz) bgm이나 종이접기 킹의 불끈불끈☆쑤욱쑤욱은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아마 천년문에도 그런 곡이 몇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곡들은-

 

한편 피치공주는···

 

 

피치 테마곡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 피치를 사랑했던 TEC-XX의 테마곡. 보통은 이런 빅 시스템은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 혹은 월-E의 AUTO처럼 진정한 흑막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 작품에는 조직을 배신하고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 역할로 나와 신선했다. 피치와 테크 두 인물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매우 서정적인 곡이다. 0:34부터 피치 성 테마의 어레인지로 시작하는 리코더 파트가 참 듣기 좋다.

 

부랑배 타운 (광장)

 

 

부랑배 타운은 각 지역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한다. 심지어 리메이크에서는 부랑배 타운 지하에 숏컷 허브를 따로 만들어 놓아 더욱 자주 들리게 된다. 이런 장소에 지루한 bgm이 깔린다면, 혹은 좋은 bgm이라도 자주 들었을 때 금방 지루해진다면 참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부랑배 타운 광장 bgm은 자주 들어도 질리지 않고 참 좋았다. 마을의 이름도, 범죄가 난무하는 마을의 분위기도 살벌하지만 이 bgm은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밝고 힘찬 곡이다.

 

100층 던전 하층

 

 

단순하고 밋밋한 원작의 bgm에서 50층 단위로 나누어 배리에이션을 넣고, 동양풍 악기와 허밍 보컬을 가미하여 깊고 깊은 미지의 던전을 하나씩 뚫어 나가는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켜 놓았다. 이런 던전은 늘 지루하기 마련이지만 깔리는 bgm이 좋아서 덜 지루했다... 하지만 보통 밤에 육아하다가 짬 내서 게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졸게 된다.

 

이외에는 우롱 타운과 투기장 bgm, 메가엑스 군단의 기지에서의 모든 bgm, 그리고 각 챕터의 전투 bgm, 테마별 배리에이션이 있는 전투 종료 bgm도 좋았다. 리믹스된 모든 트랙에서 상황에 알맞은 악기가 사용되어 게임의 경험과 감상이 이전에 비해 더욱 풍부해진다. 특히 우롱 타운은 기존의 멜로디를 살리는 와중에도 동양풍 악기를 이용해 컨셉을 완전히 바꿔버렸지만 너무 절묘하게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원래 곡들이 잘 쓰였겠지 싶어서 그전 곡들을 일부러 들어봤는데 원곡 자체가 좋은 것은 맞지만 악기의 한계로 인한 작은 스케일로 분위기가 덜 산다는 느낌. 예전 팬들을 위한 옛멜로디 배지를 초반에 입수할 수 있었지만 부랑배 타운에서 10초 사용해 보고는 바로 빼고 다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만큼 실제 플레이 또한 가벼웠다. 그러면서도 엔딩 후 부랑배 타운에서 영영 떠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질 정도로 살짝은 묵직한 울림을 주는 타이틀이라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도 꼭 플레이해 보아야 하는 레귤러 시리즈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올 시리즈도, 그 이전에 <페이퍼 마리오>의 리메이크 또한 느긋하게 기다려 본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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