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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게임프리크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

 

2024년 10월 한 해커에 의해 게임프리크 내부 자료가 대량 유출되었다. 8세대 시절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한 타카베 타쿠토라는 개발자의 안일한 보안 관리 덕분이었다. 해킹은 2024년 8월까지 진행되었으며 그 이후 접근권한을 잃어버린 해커는 2개월 정도 닌텐도와 유출과 관련한 협상이라도 벌였다가 10월부터 순차적으로 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13일부터 조금씩 유출되고 있는데 인상 깊은 것만 조금 짚어 본다.

 

 

1. 인상 깊었던 것

 

1-1. 박훈 설화

 

"인간과 포켓몬의 경계가 모호하던 시절..."

 

이상성욕은 존재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포르노가 존재한다(Rule 34). 나는 이런 것에 그다지 취향이 없고 오히려 반대하는 쪽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세계 어디에서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특히 요즘 퍼리(furry)로 대변되는 이상성욕이 점차 양지화되고 있으며, 더구나 포켓몬은 퍼리의 양지화 이전부터 유구한 이상 성욕의 역사를 지녀 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보통 이런 음지스러운 소재는 2차 창작 선에서만 소비될 뿐 공식적으로 다뤄지지는 않는다. 포켓몬 시리즈 내내 포켓몬과의 유대감과 함께 더불어 살아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람은 사람, 포켓몬은 포켓몬으로 명확히 구분한다. 다만 4세대 DPPt의 운하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는 신오신화 중 '포켓몬과 결혼한 사람, 사람과 결혼한 포켓몬' 대목을 보면 제작진도 은연중에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은 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내부 문건 중 개발중인 신오신화 관련 자료가 매우 충격적이다. 다만 보다 나이브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모든 신화의 작성자는 개발자 한 사람에 불과하다. 또한 이런 것들이 모두 미완성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한 가지 설화에 이야기를 점차 덧붙여 가는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이야기에 포켓몬도 여럿 바뀌는 것, 더구나 게임에 날 것 그대로 반영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자료들은 개발 단계에서 컷된 설정들일뿐'제작진이 포켓몬을 이용한 이상 성욕을 공식화한다'라고 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순화된 링곰 설화, 단 두 문장으로 축약된 사람과 포켓몬의 사랑 등 형태를 달리하여 부분적으로라도 인게임에 반영된 것을 보면 제작진도 이런 생각을 완전히 안 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 정도는 든다.

 

어쨌든 이런 류의 설화에서는 가장 먼저 발굴되고 번역된 점, 그 내용이 꽤나 체계적이고 직접적인 점, 블레이범의 일칭 '바크훈'이 하필 '박훈'으로 번역되어서 한국인 눈에는 보다 친근하면서도 어둡고 쿰쿰한 맛을 함께 내는 점 등 블레이범이 이런 신오 신화의 대표 격으로 자리매김 할만한 많은 포인트가 있었다. 블레이범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하나의 밈으로 전락해 버릴 것 같다. 2세대 스타팅들은 바람 잘 날 없구나. 이 이미지 회복하려면 레전즈ZA에서 멋진 메가진화 받아서 두드려패고 다니는 수밖에 없겠지만 글쎄...

 

 

1-2. 포켓몬 애니메이션 시리즈 이슈

 

방대한 양의 회의록. 구구절절한 텍스트는 딱 한 문장으로 축약이 가능하다. IP에 잡아먹힌 본가. 포켓몬의 흥행에는 애니메이션이 크게 기여했기에 포애니 사업을 무시할 수 없다지만 어디까지나 미디어믹스는 부수적인 것이다. 포켓몬스터의 태동부터 포켓몬을 이루는 주류는 게임이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의 전개를 위해 본가의 설정이나 개발 단계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같은 겜붕이의 입장이다. 이제는 거대한 산업이 된 포켓몬이 그 사업을 굴려 가는 방향을 쉽게 휘어잡기란 어렵다. 큰돈이 오가는 이야기이니 만큼 애니메이션도, 굿즈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 다만 이번 사태 이전에도 리코 체제로의 전환 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포애니였지만 이번 유출로 이미지가 더욱 나락으로 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원래 포애니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그냥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이런 상황은 TPC와 OLM이 좋은 작품을 통해 스스로 돌파해야 한다.

 

 

1-3. 오모모리 재평가

 

 

전국도감 삭제, 실패한 배틀 시스템과 밸런스, 늘 미완성 같아 보이는 타이틀. 오오모리가 본격적으로 손을 댄 이후로 본가 포켓몬의 처참한 완성도를 통해 오오모리로 대표되는 게임 프리크의 개발력이 의심받아 왔다. 하지만 TPC, OLM와 함께 진행한 애니메이션 제작 회의록에서 오오모리가 게임 개발의 정상화를 위해 힘썼다는 부분이 알려져 재평가의 물꼬가 트였다. 또한 6세대 개발 당시의 브레인스토밍 노트를 통해 오오모리가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접목시키기 위래 노력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재평가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본가에 적용된 수많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폭권> 등의 스핀오프 작품, 무엇보다도 글로벌 메가히트작이자 게임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포켓몬 고>의 원천이 된 아이디어가 특히 눈에 띈다. 더불어 <포켓몬 레전즈 아르세우스>의 구상 단계인 'Hayabusa'의 기획서에서는 게임의 시스템이나 기술적인 부분, 노려야 하는 팬 층 등 포켓몬 게임의 다각적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 또한 절실히 느껴진다. 팬들의 반응은 끝내주는 기획력, 포켓몬 개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 기획력을 발목 잡을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듯.

 

 

1-4. 6세대 XY DLC 이슈

 

<포켓몬스터 X · Y>는 첫 3D로 의 전환, 메가진화 등 포켓몬 시리즈에 빼놓을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타이틀이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뭔가 빠진 느김을 지울 수 없다. AZ로 대표되는 허술한 스토리, 빈약한 엔드 컨텐츠, 갈 수 있어 보이지만 막혀 있는 미지의 지역 등등. 이전까지는 항상 확장판을 추가로 발매해 왔기에 당연히 '포켓몬스터 Z'에서 이런 부분을 보완하여 전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확장판은 그대로 패싱 당한 채 7세대 선/문이 조악한 퀄리티로 발매를 했더랬지. 이런저런 상황 가운데 6세대는 미완성이라는 평가가 늘 따라다녔지만 반쯤은 우스갯소리 섞인 자조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이번 유출로 정말로 미완성이었음이 밝혀졌다. 개발 단계에서는 칼로스 남부지방이 개발예정이었네. 5-6세대, 특히 6세대를 가장 열심히 했던 나로서는 이래저래 참 아쉽다. 팔데아 상부랑 칼로스 하부가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다가오는 <포켓몬스터 레전즈 Z-A>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떡밥이 풀릴까?

 

여담으로 DLC 관련은 아니지만 구상 및 개발단계에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메가진화가 메가루주라 하나인 건 좀 아쉽네. 훨씬 더 많이 구상하고 스케치를 해 놓았을 줄 알았다.

 

 

1-5. 6세대까지의 디자인 소스 파일

 

 

취미로 디자인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소스 파일은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런 입체적인 디자인은 2010년대까지만 유행했던 낡은 스타일이다. 나도 2010년대 닌자대전 짤작업 할 때나 이런 디자인을 했지 요즘 들어서 이렇게는 잘 안 만든다.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플랫과 미니멀이다. 최근 포켓몬 타이틀(SwSh, SV) 또한 이전의 로고와 비교하면 좀 더 플랫해졌다. 하지만 유행은 돈다고 10~20년 지나면 이런 디자인이 또 유행하겠지?

 

 

1-6. 지그제구리 초안

 

 

개발 단계에서 포켓몬 디자인이 바뀌는 건 부지기수지만 그 중에서도 지그제구리 초안이 너무 귀엽다. <꿈꾸는 섬>의 너구리 같기도, NC소프트의 도구리 같기도 하다. 지금 직구리 라인 취급이 내외적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데 지그제구리가 초안대로 나왔더라면 꽤나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 같다.

 

 

 

2. 트리비아

유출된 정보 중에선 포애니를 둘러싼 OLM의 횡포 정도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 측의 갑질로 인해 본가에서 폐기되고 흐지부지 마무리 지은 설정이 꽤 많아 보인다. 타카베 타쿠토는 겜프릭 측의 유리한 여론을 끌어오기 위해 일부러 기밀 자료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풀어둔 것은 아닐까? 싶긴 하지만 그러기엔 풀리지 말아야 할 것도 너무나도 많이 풀린지라. 아직까진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는데 앞으로의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 겜프릭 측 대응이 궁금해진다.

 

더불어 유출 된 것 읽어보면 항상 재미는 있는데 사건의 기원으로 돌아가 유출되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폐기된 설정이나 디자인은 잘 묵혀두었다가 추후에 재발굴되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이전 세대의 스프라이트나 기획이 추후에 형태를 달리하여 구현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대규모 유출은 앞으로의 개발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닐까? 7개월 전 트레이너 하나만 달랑 공개하고는 여태껏 아무 정보도 풀리지 않는 <레전즈 Z-A>는 이런 대규모 유출의 영향을 받았을까? 또한 현재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이는 10세대(코드네임은 Gaia라고 한다)도 영향을 받을까? 그 와중에 이 두 작품에 대해 입꾹닫 하고 있는 해커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

 

 

근 1주일 동안 굵직한 건 대부분 다 풀린 것 같은데 좀 더 보고 더 다뤄볼 만한 게 있으면 추가하는 방향으로.

 

 

 

+241028 :: 보안 관리가 허술했던 건 타카베 타쿠토가 아니라 그냥 보안관리자였고, 접근가능한 범위 내 권한이 가장 높았던 어카운트가 타카베 타쿠토였다고. 타카베 타쿠토님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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