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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소프트 후기 (20) 마리오 vs. 동키콩

 

 

 

가볍게 써보자.

 

 

요즘 내 뇌가 굳은 것이 느껴진다. 최근 그걸 절실히 느꼈던 것은 <유니콘 오버로드>를 플레이할 때였다. 정말 재밌게 했지만 후기를 따로 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이 게임의 시스템을 100%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코딩하는 게임이지만 전투를 설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숙지해야 할 클래스도, 스킬도, 아이템도 너무 많은데 게임을 진행하며 추가되는 정도 또한 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손을 놓고 무지성 닥돌을 하더랬다. 재미는 있었으나 역설적으로 나는 좌절을 맛보았다. 내가 그렇게 똑똑하다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순간의 반짝반짝함이 조금은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반짝반짝함이 남아 있질 않구나.

 

 

그냥 돈주고 사면 되잖니

<마리오 vs. 동키콩>은 2004년 발매된 액션 퍼즐 장르의 게임으로 올해 한 번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리메이크되었다. 볼륨도 그다지 크지 않으며 메타스코어 또한 높지 않은 게임임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퍼즐을 풀고 싶었다. 특히 이런 퍼즐을 고민하며 굳어버린 내 뇌를 다시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게임 구매 당시의 그 니즈를 이 게임이 충족시켰는가? 아쉽게도 실패다. 게임이 워낙 쉬웠기 때문이다.

 

 

 

 

 

CONS

-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게임은 퍼즐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은 피지걸 게임이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퍼즐은 꽤나 쉽다. 스테이지 시작 때 R키를 눌러서 퍼즐 전체를 훑으면 1-2분 내로 한붓그리기처럼 동선을 짤 수 있다. 문제는 컨트롤이다. 마리오 특유의 액션이 가미되어 있다 보니 적을 피하거나 플랫폼을 밟아야 할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2D마리오 특성상, 특히 3D 월드 엔진 기반임에도 조작감이 생각보다 안 좋다. 2단 점프 때 좌우로 전진하는 방향키가 잘 안 먹혔던 건 내 프로컨의 스틱 문제 같지만 여튼 전반적으로 미세하게 불쾌한 조작감. 그리고 판정이 정말 안 좋다. 밟고 드는 특유의 액션이 있는데 밟았다 싶은 각도라도 측면 판정이라 사망할 때가 많았다. 이런 조작의 불명확함에서 오는 난이도의 상승은 플레이어에게 굉장히 불쾌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퍼즐을 풀면서 느끼는 즐거움보단 스트레스를 더 받으며 플레이했던 것 같다.

 

맵을 살피며 동선을 그려보자
가장 운에 의지해야 했던 스테이지이지만 그 와중에도 보이는 공략 포인트
플러스 스테이지의 미니 마리오는 참으로 멍청하지만 그걸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역할
몇 개 빼고는 대부분 쉬운 엑스퍼트 스테이지
보스전 특히 미끌미끌 설산은 어려웠지만 리트라이가 후해서 덜 부담스럽다

 

 

- 또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잔기가 짜다. 스테이지 초입에 동선을 짜긴 하지만 결국 타이밍이나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은 부딪혀 가면서 익혀야 할 것인데, 그런 부분을 감당하기엔 잔기가 부족했다. 일반 스테이지를 6회 정도, 플러스 스테이지는 4회 정도를 플레이하면 보너스 스테이지가 나온다. 잘 돌파하면 8-UP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짠 것 같다. 결국 내게는 조금의 파밍이 필요했다. 스테이지를 리셋해도 올라간 잔기가 보존된다는 점을 발견한 이후로는 파밍 속도도 빨라졌다. 이걸 게임 플레이 초반에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거의 중후반에 알아버려서... 플레이타임 30분 정도는 더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가뭄에 단비같은 보너스 스테이지만 그냥 파밍하는 것이 편합니다

 

 

- 엔딩 후 추가되는 타임어택 컨텐츠도 있지만 하지 않겠다. 애초에 나는 이런 타임어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타임어택을 모두 달성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아무런 보상이나 특전도 없다. 이런 무의미한 컨텐츠는 손을 안 대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같은 이유로 <요시 크래프트 월드>도 타임어택 컨텐츠는 제꼈다.

 

 

 

PROS

- 비주얼은 깔끔하다. 플스 같은 최신 기기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애초에 마리오가 사실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풀 렌더링으로 일신한 컷신은 구작 팬들이라면 좋아하겠다. 여담으로 타이틀 화면이 꽤 세련되었다 생각했는데 원작 또한 이렇다. 20년 전에도 이런 감각이라니.

구도 등이 조금 더 요즘 게임 스러운 편
아동용 애니메이션 보는 듯한 컷신

 

 

 

결론. 불만족스러운 타이틀이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좋았던 점이 딱 하나 있다면 2D 마리오 시리즈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구린 컨트롤의 2D 게임을 비교적 잘 소화해 내는 걸 보면 그간 막연한 공포감으로 기피했던 2D 마리오 시리즈에 손을 대 보아도 될지도? 그렇다고 이제 와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U>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다.

 

볼륨도 적고 퍼즐도 쉽고 그만큼 플탐도 짧았지만 쿠팡에서 웰컴백 쿠폰 받아 2만 원 초반대로 싸게 구매해서 별 불만은 없다. 하지만 피지컬 게임인 줄 알았으면 애초에 시작을 안 했을 것 같다. 돈을 주고 스트레스를 사는 꼴이라니... 내가 게임을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이 게임 시리즈가 참 많던데 다른 작품들이 리메이크가 될지 후속작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손은 안 댈 듯.

 

 

 

 

함께해서 즐거웠고...(후략)

So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