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쯤 미리 아웃라인만 짜 보려고 했는데 12월이 되기 전에 다 써버렸다. 12월 내내 느긋하게 퇴고하며 2024년의 마지막날 발행하는 올해의 결산. 올해는 예정된 일이 많아 천천히 지나갈 것 같더니 참 빠르게도 벌써 마지막날이구나. 올해는 참 다사다난했다. 특히 범국가적으로 안 좋은 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 가운데 나와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았나.
1. 가족
늘 노력하는 우리 부부.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결혼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서로에 대한 헌신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헌신이란 것은 집안일도, 부부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에서도 한껏 여유가 생기면서 부릴 수 있는 일종의 심리적 사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나보단 서로를 먼저 챙기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참 고무적이다. 이제는 자잘한 것들이 소폭 조정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끔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거대한 것들끼리 맞물려 큰 임팩트를 낳을 때도 있다. 잔잔하기도, 격정적이기도 한 대화를 통해 갈등이 해소되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고 살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이런 과정은 참 힘들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려 하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느낀다. 갈등의 해결과 화합을 방해하는 이기심을 조심해야 한다고 늘 말하지만 사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나조차 그 이기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많다. 상황을 관조하고, 나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설득 또한 해야 한다. 예전에 모시던 은사님이 말씀해 주신 약속의 4년이 점점 다가온다. 이 시기를 거친 우리 부부는 과연 그토록 바라던 한 몸이 되어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함께 찾아온다.
올해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 가장 큰 일은 선물 같은 새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참 감사하다. 인생은 결혼 전과 후, 그리고 출산 전과 후가 다르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직접 겪어보니 정말 그랬다. 특히 출산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육아는 많은 육체적 정신적 자원을 요구한다. 때문에 이전까지 누렸던 개인의 삶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출산 후 개인의 생활이 소멸하는 것은 비단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도 똑같다. 그 가운데 환기가 되지 않아 덩달아 산후우울증을 겪는 남자들을 더러 보았지만 난 그런 건 없다. 오히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 걱정과 나의 욕망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오로지 이 아이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우리 아들은 너무 사랑스럽다. 똘망똘망한 눈빛, 천진난만한 미소, 몸과 행동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부쩍 크는 모습까지. 육아에 지친 아내는 한 세 살까지 스킵하면 좋겠다는 말을 더러 하지만 나는 이런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지금이 우리 아이의 가장 어리고 귀여운 모습이라 생각하면 바쁘게 지나 보내는 하루하루가 참 아쉽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새롭고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과 나보다 더 고생하는 우리 아내를 생각하노라면 내 인생의 방향은 우리 가족의 행복을 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큰 확신으로 다가온다.
1-1. 육아
육아에 있어 가장 큰 염려는 수면시간이었다. 가정에서 육아를 주로 맡는 사람도, 밖에서 돈 벌어 오는 사람도 잠을 충분히 자야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잠을 보장하고자 분업을 하기로 했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늦어도 새벽 2시까지는 깨어 있다가 최소한 5시간 정도 자고 아내는 그 이전에 9~10시부터 2시, 혹은 별다른 것 없으면 3~4시까지도 잠을 자다가 그 이후에 아이를 돌보았다. 이런 부분에서 올빼미족인 나와 새벽형 인간인 아내의 서로 다른 생활패턴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네 달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육아에 있어서는 이른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늘 아이에게 매달리는 아내의 희생이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도 이 와중에 별 탈 없이 통잠도 잘 자고 먹는 양도 쭉쭉 늘고 신체와 행동도 주수에 맞게 잘 자라는 우리 아이가 참 대견하고 고맙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평일에 아이를 볼 시간이 적다는 것이다. 내 퇴근시간은 보통 7시, 때에 따라 9시로 늦기 때문에 귀가하면 아이는 거의 늘 자고 있다. 그래서 한밤중의 수유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출근하는 평일, 집을 나서기 전 잠깐 얼굴 보고 마는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4개월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그 잠깐의 교감마저 없어진다. 오늘도 출근하기 전 아이에게 올해의 마지막 인사를 압축해서 퍼붓고 왔다. 그래서 오프 때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아내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교감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
2. 직업
대학병원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미천한 나에게 3년째 러브콜을 보내주시던 선배님 병원으로 드디어 이직을 했다. 로컬은 야생이라지만 지난 9개월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우선 관심 있었던 통증환자를 접하게 됨이 가장 좋다. 하이드로다이섹션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이지만 습득과 적용이 쉽고 빨라 진료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올해까지는 어떻게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없도록 주사하는 스킬에 집중했지만 내년부턴 이론 또한 크게 보강해야겠다는 생각.
더불어 이 병원이 만족스러운 점은 개인의원임에도 전반적인 시스템이 잘 세팅되어 있다는 점이다. 간조도, 원무도, 상담도, 임상병리사도 알아서 잘 돌아기 때문에 나는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직원이 왜 이리 많지 싶었는데 많아서 좋은 이유가 있긴 있더라. 그래서 가끔 병원이 물리적인 의미로 좁다는 생각 또한 든다. 어쨌든 자질구레하고 귀찮은 것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이런 나의 성향으로는 세팅되어 있는 곳에서 따박따박 월급 타 받는 페이닥터 신세를 평생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더불어 직원들 분위기 좋은 건 덤이다. 직장에 사람 냄새가 나면 출근해도 싫지가 않다. 사실 나부터가 사람 냄새를 팍팍 풍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결론은 올해 참 일하기 좋았다. 사실 이직은 몇 개월 일찍 할 수도 있었지만 이전 대학병원에서 놓아주질 않았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도, 이직할 병원 입장에서도 좀 곤란한 상황이었다. 나의 바람대로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욱 좋았겠으나 그렇다고 묶여 있던 그 몇 개월이 그렇게 아깝지만은 않다. 그 몇 개월 동안 좋은 꼴 못 볼 꼴도 더 봤고 대학에 있으면서 채우고자 했던 부분을 나름 만족할 만큼 채웠다. 그래서 이제는 대학병원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도 우스갯소리로 펠노예 하지만 지난날의 내 펠로우 생활은 노예가 아니었음에 매우 감사하다. 펠로우 생활도 그렇듯 모든 건 지나고 보면 내게 반드시 무언가를 남기는 것 같다. 이런 경험 하나하나를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3. 재테크
드디어 여유자금이 생겨서 재테크를 시작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투자에 미숙한 점, 그리고 보다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우리 부부의 성향을 고려해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했다. 최소 원금을 잃지 않는 선에서, 최대 은행 적금보다는 조금 더 벌자는 마인드셋을 가지고 재테크에 임했다. 10년 정도의 상대적인 단기 유동성 자금을 위해서는 적당한 적금 쪽을 택했다. 당장 저축 가능한 선에서는 아내의 공무원연금공단 쪽의 조건이 그나마 괜찮았다. 이외에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연금저축계좌에서 S&P500만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추후 연금저축계좌 내에서 다른 금융상품에 손을 댈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장은 안 할 듯? 추후엔 IRP도 개설해야 하겠으나 당장 1-2년 이내에는 계획이 없다. 이후에 유동성 자금을 더욱 효과적으로 불리기 위해 주식을 해야겠다 싶을 땐 미장에 손을 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ISA에서 해외주식 거래가 가능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근데 지금 환율이 무지막지하게 올라서...ㅜㅜ
더불어 증여의 중요성 또한 잘 알고 있다. 가능한 선 안에서 증여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실 없이 잘 증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를 위하여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해 똑같이 S&P500만 넣었고 해지환급금 수령 목적으로 종신보험 하나도 들어 놨다. 이런 재정적인 뒷받침을 미리 마련해 주는 것은 실패하더라도 뒤가 있다는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한 번의 실패로 재기의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엄격함에 있다. 우리 아이도 가급적 실패 없이 순탄하게 세상을 살면 좋겠으나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외교부 연설에서 페이커는 '실패는 성공의 일부'라고 했다. 매우 공감한다. 하지만 재기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야 훨씬 수월하다. 우리가 아들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인생의 여유와 버팀목이다.
4. Art
내 수준에 예술이라는 말은 참 거창하지만 다양한 카테고리를 묶을 때는 이만한 말이 없다.
4-1. 사진, 영상 촬영
상반기 몇 차례의 여행에서는 사진도 열심히 찍고 영상도 조금 찍어 봤다. 다만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별로 고민이 없는 것 같다. 고민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 그런 성장 없이 정체되어 있는 사진과 영상은 참 촌스럽기 그지없다. 무엇을, 어떻게, 왜 담을 것인가. 그 이전에 사물과 인물을 얼마나 자세히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가 결여된 것 같다. 나에겐 그런 재능 이전에 센스라는 것이 없는 것인지. 여행사진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때나 찍은 영상들을 모아 연말 브이로그 만들고 있으면 한 번씩 한숨이 난다.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 하반기 출산 이후부터는 모두 놔 버렸다. 우선 사진을 찍을 시간적 여유부터 없었다. 그리고 찍을 거리조차 없었다. 출산 전에는 백일이나 돌 등 아이의 성장기를 내가 직접 찍는 것도 고려했었는데 정작 우리 아들은 스튜디오에 다 맡기는 바람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하반기 들어서는 장비가 거의 놀고 있다. 그래도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썼다. 잊고 있었는데 올해 조카 100일 사진을 찍어주러 가긴 했구나. 이제 우리 아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엄빠랑 여기저기 다니게 된다면 다시 카메라를 많이 들어 봐야지. 내년에는 인물 사진과 영상 촬영 그리고 색감을 다루고 편집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다.
4-2. 디자인, 영상 편집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노션에 그간 흩어져 있던 나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이제 보니 각 항목마다 붙이는 키워드는 좀 거창한 것 같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누구한테 보여줄 건 아니고 이 블로그처럼 그냥 자기만족용이다. 원본과 작업 과정 모두를 잘 정리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으나 외장하드가 날아간 후(#, 5.)부터는 그럴만한 게 남아있질 않았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남아 있는 것, 그리고 기억에서 잊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흔적들만 하나둘씩 모았더랬다. 정리하면서 느낀 건 디자인 작업은 2012-2015년 닌갤에서 놀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는 것, 그리고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내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정제되어 있지 않구나 하는 점이다. 요즘 유튜버 존코바(#) 채널을 종종 보는데 취미로 하는 디자인이라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적용하는데 힘을 쏟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좋은 자극을 받는다.
올해 작업은 세 가지. Sonance 로고를 활용한 BI 비디오 리뉴얼(#), 우리 아들 백일떡 라벨 그리고 3년째 만드는 연말 브이로그다. 백일떡 라벨은 원래 다른 곳에 주문하려고 했다가 주문이 늦는 바람에 기한을 못 맞출 것 같아 그냥 내가 급하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날림으로 작업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꽤 만족스럽다. 다만 CMYK 색상을 다루는 것이 아직도 어색할뿐더러 인쇄물 작업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보니 내가 원하는 색감을 실물로 얻어내는 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니라. 다음엔 좀 더 잘해보자.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그간 써볼까 말까 고민만 했던 애플 모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션은 애펙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강좌도 애펙만큼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이래저래 배워서 써먹어 볼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빌어 영가남(#) 그리고 빠르크(#) 선생님 참 감사합니다. 모션도 사용하기가 쉬워서 기본적인 개념만 탑재하면 내가 원하는 간단한 수준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애펙보다 좋았다 느꼈던 부분은 그룹화가 주는 직관성이다. 애펙에서 하나의 null object에 많은 개체를 물리다 보면 자꾸만 헷갈렸는데 모션은 상위 그룹에다 모션이나 효과를 따로 지정할 수 있으니 정말 간편했다. 특히 매우 간편한 그룹 마스킹에 가장 큰 감탄. 다만 조금 고차원적인 것을 연출해 보고자 한다면 강좌나 예제가 상대적으로 모자란 모션으로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건 좀 더 써 보면서 살펴본다. 자세한 건 2025년 초에 쓸 2024년 브이로그 이야기에서 풀자.
5. 운동
거의 놓았다. 출산 이후로는 아이 케어하느라 운동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출산 후 70일 정도까지는 집에서 간단히 맨몸운동 하는 정도였고 80일 이후부터는 아이 생활패턴이 그나마 자리가 잡혀 시간이 되는 경우 러닝을 5km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아이가 4개월부터는 통잠을 자기 시작했지만 내가 감기를 오래 앓는 바람에 컨디션이 메롱이라 조깅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년부턴 아이 통잠 재우고 러닝을 일주일 4-5번 하루 8km 정도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에 피크민 블룸을 시작하면서 조금 더 많이 걷는 경향은 있다. 출근하고도 점심시간엔 30~40분 정도는 늘 밖에 나가 걷는다. 이게 체중감량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게임도 하면서 겸사겸사 부족한 활동량을 채우는 데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도 여름에는 못하겠지?
6. 여행
늘 해외진출을 꿈꾸는 나지만 임신과 함께 해외여행은 무산됨. 돌이켜 보니 올해 초 바르셀로나행 이야기도 잠깐 나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임신을 준비하는 상황이었고, 임신 초기와 시기가 겹친다면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니 괜히 무리하지 말자 싶어서 그만두었더랬다. 그래도 가능한 선에서 국내라도 몇 차례 왔다 갔다 했던 건 참 만족합니다. 올해는 통영-거제로 묶는 남해안 여행을 한 번, 부산을 위시한 아난티를 두 번 갔음. 맨날 가는 부산 말고 다른 곳도 가 보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 추가로 올해 초 서울도 한번 갔었는데 우리 부부 둘 다 A형 독감 걸리는 바람에 호텔에 누워서 죽만 먹다 왔다는 매우 슬픈 사실이... 호텔 바로 옆이 DDP였는데 한 번도 못 가봤다. 앞으로는 아이가 어린 요 몇 년 간은 국내 호캉스 위주로 다녀 보고, 머리가 굵어지고 국내와 해외의 개념을 알 5세 정도 때부터는 해외여행을 기획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닌텐도 디즈니 조기교육 시켜서 도쿄부터 뚫고 싶다.
7. 기타
7-1. 영화
출산 전까지는 의욕적으로 봤다. 주중에 한 번 있던 오프 때는 와이프 출근해 있을 동안 영화를 주로 봤다. 많으면 하루에 세 편도 봤지만 역시나 출산 이후로는 놔 버렸다. 그래도 넷플릭스 넘기다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으면 하나씩 꺼내 본다.
올해엔 와 인생 영화였다 했던 건 없었지만 그래도 파벨만스(2022), 인사이드 아웃 2(2024), 파묘(2024), 슬픔의 삼각형(2022), 접속(1997), 더 웨일(2022), 서울의 봄(2024),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2023), 서치 2(2023), 프란시스 하(2012) 그리고 주(2022) 정도가 좋았다. 특히 연말에 봤던 <주>는 흠잡을 곳은 많아도 컨셉이 너무나 뚜렷하고도 강렬한지라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7-2. 드라마
순환 육아를 하기에 출산 이후 와이프와 함께 드라마 챙겨 보는 낙은 없어졌다. 그래도 출산 전까지는 계속 같이 봤다. 소년시대(2023), VIVANT(2023), 코우노도리(2015, 2017), LTNS(2024), 성난 사람들(2023), 눈물의 여왕(2024), 산후조리원(2020), 히어로는 아닙니다만(2024), 쌈 마이웨이(2017), 스토브리그(2019)를 함께 봤는데 거를 타선 없이 모두 좋았다. 연말에 보았던 <오징어 게임 2>도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확실한 강점이 있는 드라마였다. 다만 하나의 시즌이 아닌 한 시즌의 파트 1처럼 느껴졌다. 시즌 1 때는 간단하게 감상평도 남겼었는데 시즌 2의 평은 보류. 시즌 3가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시즌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과 세계관이 클래식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를 결정지을 것 같다.
이외에 혼자서 취향껏 본 것 중에 그나마 좋았던 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4), 살인자ㅇ난감(2024) 정도. 더 보이즈 S4(2024), The 8 Show(2024)는 좋은지 별로인지 잘 모르겠다. 나머지는 그다지... 특히 <삼체>는 왜 넷플릭스에서 골치 아파하는지 알겠다. 돈 들인 티는 나는데 그만큼 재미는 없었어.
7-2-1. 시리즈
TV시리즈 이외의 것들. 올해 넷플릭스 예능만 두 개 챙겨 봤었는데 <더 인플루언서>는 스포도 스포이거니와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엉성해서 후반엔 김이 팍 샜다. 반면 <흑백요리사>는 말이 필요 없다. 아직까지도 신드롬이 유지되는 정말 대단한 예능이다. 시즌1의 아쉬운 부분을 다음 시즌에는 꼭 보완하면 좋겠다. 이외에는 <피의 게임 3>이 <더 지니어스> 시리즈 뺨 칠 정도로 그렇게 재밌다던데 다른 OTT 손대기도 꺼려지고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안 본다. 대신 <데블스 플랜 2>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얼른 나왔으면...
애니메이션도 몇 개 봤다. <란마 1/2>은 날 것 그대로의 원작 느낌은 없어지고 순한 맛 덩어리라 실망. <단다단>은 예전에 좋아했던 트리거 느낌과 비슷해 재밌게 봤다. 1쿨을 애매하게 끊어서 기다리기 참 애매하다.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는 이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폼니 이미지를 통해 대충 존재만 알던 작품이었다.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매우 취저야. 근데 연재 텀이 너무 길어서 힘들어. <아케인> 시즌 2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플롯이 와닿지 않아 아쉽다. 유이하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오프닝 시퀀스와 세비카 전투 씬 정도.
7-3. 게임
올해는 거의 닌텐도 스위치로만 놀았다. 올해의 투탑은 <유니콘 오버로드>와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 젤지영도 재미는 있었으나 야숨과 왕눈이 젤다 기준치를 한껏 올려놓았던 바람에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정말 재미있었다. 별 스토리는 없긴 해도 적에게 점령되어 있던 지역을 하나둘씩 탈환하는 과정도, 그 과정에서 동료를 점점 늘리는 것도,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수려한 아트 스타일이고 뭐고 다 좋았다. 단 하나, 내가 코딩 이해도가 모자라서 이래저래 힘들었던 점이 아쉽다. 막판엔 대충 조합만 맞춰 놓고 닥돌만 했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열심히 했던 게임은 내가 느낀 것들을 정리해 리뷰로 남겼겠지만 '나는 코딩 못해'를 리뷰에 쓸 수는 없으니... 100%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좋은 자극이었다. 일각수의 반지는 버지니아에게 줬더니 반응이 시큰둥해서 다시 로드해 정실인 스칼렛에게 줬다. 천년문은 지난 리뷰(#)에서 자세히 풀었으니 줄입니다. 여담이지만 블로그 유입 로그에 천년문 리뷰가 꽤 많이 잡힌다. 그만큼 좋은 게임이시라는거지~
근데 포켓몬 레전드 Z-A와 닌텐도 스위치 후속기기가 올해 안에 발표되지 않은 건 참 충격이다. 겜프릭 테라리크가 영향을 주었을까? 아쉽다.
이외에는 죄다 닌텐도 계열이긴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 다시 손을 댔다. 10월 말부터 <피크민 블룸>을 시작했다. 몇 년 된 게임인데 미리 알고 일찍 시작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을... 이쁜 만보계를 벗어나지 않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만보계를 이뻐 보이게 만드는 많은 매력적인 요소들이 자꾸만 게임에 빠져들게 한다. 작년 닌텐도 스토어 도쿄에 있던 큰 피크민 스태츄를 마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피크민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게임을 하다 보니 피크민들이 정말 귀여운 애들이라는 것이 잘 체감된다. 블룸은 이래저래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꽤 오래 즐길 듯. 더불어 올해 초 포켓몬 프레젠트에서 소식으로만 접했던 <포켓몬 카드 게임 포켓>도 종종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카드 뽑는 재미로 했는데 어느 정도 이후부터는 재탕만 나와서 슬슬 노가다로 느껴진다.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레어 카드 뽑으면 신이 난다. 최근엔 뮤 팩 새로 열려서 다시 신나는 마음으로 뽑고 있다.
7-4. 블로그
일기 같은 이 블로그의 가장 큰 독자는 나 자신이다. 누가 읽을 것이라 가정해서 글을 쓰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늘 갖고 있다. 몇 년 만에 다시 꺼내 보아도 잘 읽히는 글을 늘 쓴다면 참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꽤 많다. 표현이 어색하거나, 문장이 쓸데없이 길거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 못하거나. 그런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예전엔 이랬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다가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문구를 발견하면 스리슬쩍 수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엔 글을 쓸 때마다 예전에 읽었던 조지 오웰의 <정치와 영어(#)>를 상기시키려고 애쓴다. 특히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것과 명확한 표현으로 상황과 생각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한다. 이렇게 글 쓰는 연습을 해서 누굴 주냐 싶지만 그냥 자기만족이다. 그리고 쓰다 보면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다만 문득 드는 또 한 가지 생각은 좋은 글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퇴고를 여러 번 해야 그나마 읽음직한 글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 고민 없이 가볍게 쓴 글이 잘 읽히기도, 며칠을 고민하고 글쓰기 버튼을 무겁게 눌러도 나중에 다시 보면 읽기 드러울 때도 있다. 결국엔 그때그때 다르다.
7-5. 책
몇 권 못 봄. 딱 세 권 읽었는데 두 권이 육아책, 한 권은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전 사장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책이다. 군의관 시절에는 활자중독... 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나름 다독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꽤 의욕적으로 독서를 했었는데 요즘엔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여전히 책에 손이 안 간다. 내년엔 좀 더 많이 읽어봐야겠다. 적어도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겠다.
올해는 열심히 살았나? 예.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임질 것이 많아져서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 2025이라는 숫자는 참 낯설지만 그래도 한 해 열심히 잘 살아 봅시다.
+ 이렇게 적지 않으면 까먹고 말 것이니 내년의 목표를 미리 세워 모아 놓자.
- 아들을 잘 키울 것, 아내를 더욱 사랑할 것, 가정과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 것
- 깊은 신앙을 위해 노력할 것, 성경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갈 것
- 하이드로다이섹션과 충격파 치료의 이론과 실전을 익힐 것
- 재테크, 몇 발자국 내딛지 않은 현재의 투자 상황을 되짚고 더욱 나은 투자가 있을지 생각해 볼 것
- 좋은 사진과 영상 구도를 공부할 것, 보정은 그다음
- 책과 영화를 좀 더 의욕적으로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