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이스포츠 팬들에겐 정말 고봉밥 그것도 곱빼기 같았던 올해의 MSI. 올해도 무난히 LCK가 득세하는 가운데 젠지가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마음 같아선 전경기 다 챙겨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시간대인지라 아쉽다. 그래도 정말 중요한 경기는 하이라이트도 다 챙겨봤다. 아래는 대충 짚어보는 나의 감상.
- Players -
Chovy
쵸비는 이 정도 천장 쳤으면 월즈 한 번 먹어야 하는 건 아닐까? 국제전의 쵸비라는 오명도 이제는 충분히 벗어버린 듯하고 본인의 폼 그리고 팀원의 폼도 한껏 올라와 있는 올해야말로 숙원을 풀 적기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올해 월즈에서 기대받는 쵸비와 기대받는 젠지 사이에서 누구의 영향력이 더욱 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Duro
전 세계적으로 서포터 구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훌륭한 선수의 탄생을 목도함은 참 가슴 벅차다. 내가 서포터 플레이어라서 더욱 그렇고, 매드라이프 샤라웃을 해서 더더욱 그렇다. 특히나 명문 구단, 쟁쟁한 팀원들 사이에서 본인의 이름값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해 주어야만 했기에 부담감이 엄청 심했을 것이다. MSI 트로피라는 보상을 통해 한시름 놓았을 듯. 이번 MSI를 기점으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좋은 선수가 되길 기원한다.
T1 + Doran
이번 MSI에선 젠지보단 T1을 응원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특히나 도란의 국제전 타이틀을 기대했는데 더더욱 아쉽게 되었다. 솔직히 제우스의 이탈은 T1에 있어서 너무나도 뼈아팠다. 3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제우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대체로 들어온 도란도 훌륭한 선수이지만 그 제우스에게만큼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MSI를 통해 도란도 T1에 잘 맞는 훌륭한 조각임을 확인한 것 같다. 더구나 LCK컵, 그리고 2025 시즌 1-2 라운드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이 로스터는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올해도 잘하고 내년에도 도오페구케 가 봅시다.
Shanks
올해 타 리그 선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언제쯤 LCK에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싶은 타잔과, 나머지 한 명이 이 샹크스다. 나이트를 제외하면 월즈 먹을만한 중국인 미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선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올해 월즈에서의 AL이 참 기대됨.
- MSI -
대회 포맷에 대한 호평. 무엇보다도 전경기 Bo5 다전제였던 점이 너무 좋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대회가 엄청 치열했던 탓에 5꽉 경기도 많이 나와 볼거리가 늘었다. 실버 스크랩스는 하나의 상징이다. 보통 하나의 국제대회 안에서는 5꽉 비중이 적다. 실버 스크랩스가 나온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Bo5 다전제에서 강팀과 강팀이 만나 마지막 세트까지 다다랐다는 그 치열함 그 자체다. 하지만 올해 MSI에선 5꽉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이번 대회 한정으로는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이 되었다. 초반엔 '대회 참 재밌네' 였으나 후반쯤에 가서는 '아 또 나와?' 싶었던.
전경기 Bo5를 떠나 MSI 자체가 지니는 짧은 일정이 참 좋다. 쉴 틈 없이 호로록 끝내버리는 국제전. 덕분이 시청자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대회 화제성은 짧은 기간이지만 잘 유지가 되고. 트로피의 무게는 월즈가 훨씬 무겁지만 이렇게 가볍게 보고 넘기기에는 MSI 쪽이 훨씬 더 좋다. 그래서 곧 열리는 EWC도 매우 기대한다. 월즈 기간도 제발 단축해 달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올해 포맷은 어떻게 될까?
피어리스 다전제에서는 밴픽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 메타챔이 있고, 상대방이 뭘 잘하고 뭘 선호하는지도 잘 파악해야 하는데 밴 리스트가 매번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밴픽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결국 라운드가 반복되며 나오는 챔프가 더 나오니깐 메타챔 파악은 쉽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디테일한 밴픽 싸움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는 밴픽이나 경기 양상에 대한 해설 영상을 좀 찾아봤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젠 롤도 공부하면서 봐야 한다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다양한 양상이 나오는 지금이 훨씬 좋다. 하지만 리헨즈의 신지드 같은 필살 픽과 상대팀이 그 필살픽을 대처하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건 또 아쉽다.
리그 통폐합 후 총 10개 팀만 참가한지라 풍성한 느낌은 없어졌다. 마이너지역도 대거 참가했던 예전의 MSI는 마치 작은 월즈 느낌이었는데. LCP로 통합되며 LJL, 특히 에비의 따봉이 보기 힘들어지는 건 참 아쉽다. 하지만 소위 어중이떠중이들 없어지며 강팀들만 남아 짧은 기간 안에 밀도 있게 치러지는 다전제의 향연이 좋았다는 의견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LCK의 독주는 좋지만 전체 리그가 흥행하려면 지역 간 격차 없이 고루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 생각해 보면 보는 롤이 가장 쫄깃하게 재미있었던 건 LCK가 부진해 대회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던 10년대 후반대부터 20년대 초반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LCK가 타 리그에게 졌을 땐 기분 드럽지만 비등비등하거나 상대방이 더욱 앞서 있는 상황에서 이겼을 때의 환희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FST에서 KC가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LEC의 지속적인 활약을 예상했건만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남겨 참 씁쓸했다. 오히려 LTA가 가능성 있어 보여서 의외였다. 더불어 예전부터 다크호스가 가득했던 지역인 LCP의 활약도 고무적이다. 2황은 안되더라도 늘 3황의 자리를 노리며 메이저 지역에게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잘 해냈으면 좋겠다.
올해 MSI는 별로 기억에 남는 삽입곡이 없다. 왜냐하면 아침시간에 짬 날 때 음소거로 보거나 하이라이트 몰아서 봤기 때문에. 그나마 하이라이트 bgm(#) 정도? 뭔가 모션 템플릿 사이트에서 예시로 삽입된 곡 느낌.
여튼 LCK 올해도 잘해줘서 좋았고 올해 월즈 내년 MSI 내년 월즈도 다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