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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TILL. FOREVER.

 

정점.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13년 혜성처럼 나타난 고전파는 4년 동안 자그마치 세 번의 월즈를 먹으며 2010년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그 찬란함도 잠시, 다소 빛이 바랜 2010년 후반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그의 시대는 저무는가 싶었다. 누구에게나 에이징 커브는 오고, 특히나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너무나도 짧으니까. 그리고 페이커조차도 그런 흐름을 바꾸지 못할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그 이후의 월즈가 없더라도 이미 그가 쌓아 놓은 금자탑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커리어였으며, 그만큼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꾸준했던 선수가 바로 페이커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2021 시즌 월즈 4강, 2022 시즌 월즈 준우승, 그리고 2023-2024 시즌 두 번의 월즈 우승을 통해 그가 여전히 건재함을, 그리고 월등히 위대함을 다시금 증명해 내었다.

 

올해는 페이커의 최근 3년 계약 중 가장 마지막 해였다. 페이커를 가치 있게 하는 건 당장의 성적 이외에도 그가 가진 상징성과 꾸준함을 포함한 정말 많은 부분이다. 구단 입장에서 재계약을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최근 3년간 보여준 성적마저 월즈준우승 한 번, 그리고 두 번의 우승이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아직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페이커다 보니 재계약은 누구나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이 4년이란 시간은 정말 많은 것을 상징한다. 이는 이스포츠 판에서는 전무후무했던 기간이며, 현 규정상 가장 최장 기간이다. 이것은 구단이 헌사하는 최고의 대우이자 예우다.

 

 

 

페이커는 위대한 선수다.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과 명장면 중 개인적으로 가슴이 일렁인다 느꼈던 적은 딱 한 번 있다. 그 유명한 제드 미러전의 영문 해설을 듣고 있으면("FAKER, WHAT WAS THAT?") 10년이 훌쩍 지난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가 심금을 울린 적은 없었다. 한동안의 침체기 이후 월즈 리핏, 초대 EWC 제패, 초대 LoL 홀 오브 레전드 헌액. 이 모든 과정은 참 경이롭지만 감격스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4년 재계약 영상은 정말 가슴 벅차다. PV도 잘 뽑혔고 발표 장소도 한몫한 것 같다. 시기도 적절하다. 작년 말부터 엠바고 잘 지키고 있다가 최근 홈그라운드에서의 기분 좋은 연승 끝에 대서특필. 그 무엇보다도 이번 재계약이 가진 그 자체의 상징성이 그 뜨거움을 완성시킨다. 이 PV는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을 걸어 온, 그리고 아무도 걷지 못할 길을 걷는 페이커의 여정을 알리는 힘찬 전주곡이다.

 

 

우리 아들에게 그분의 이름을 따 붙여 준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또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우리 상혁이가 그분처럼 엄청 위대한 인물이 되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처음 이름 붙이며 소망했듯 그 꾸준함과 열정을 닮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상혁이를 데리고 함께 페이커를 영접하는 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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