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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WORLDS

 

 

 

LCK, LPL, LEC 세 리그를 제외한 다른 리그들이 죄다 통폐합된 탓에 메이저부터 마이너까지 한 데 모여 자웅을 겨뤄보는 연말의 큰 축제 느낌은 다소 사라졌지만, 덕분에 밀도 있는 포맷으로 길게 늘어짐 없이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이번 월즈. 매번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월즈는 올해도 수많은 그림들을 남겼다.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하나씩 풀어 봅니다.

 

 

 

1. 팀과 선수들

 

T1 vs. KT

결승과 우승 이야기를 먼저 해 본다. 개인적으로 모든 스포츠에 있어 우승은 한두 구단에서만 줄창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가져가는 것이 더욱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실력도 없는 팀이 우승컵을 가져가는 것도 이상하지만 우승팀이 다양한 것이 볼거리도 이야기할 거리도 많지 않은가? 단적인 예로 말이 좋아 돌돌티젠이지 다르게 말하면 그 두 팀 이외에는 안정적인 우승권이 잘 없다는 뜻이다.

 

이번 월즈 결승전에 오른 T1과 KT 두 팀 모두 어느쪽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월즈 우승을 기다린 선수들도 있었기에 둘 다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생각에 의해 KT 쪽에 더 마음이 가는 편이었다. 치열한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시리즈 전반적으로 T1의 노련함과 유연함이 더욱 앞섰으며, 그런 단단함을 깨는 KT의 한방 또한 돋보였다. KT의 은하열차가 종착지에 다다르지 못한 건 참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1의 우승이 더욱 납득이 가는 건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의 T1이 밴픽(만 봐도 T1의 우승을 예상할 정도였다)이나 인게임 플레이에서 더욱 탁월한 면을 보였던 점 그리고 파엠을 구마유시가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아깝게 우승을 놓친 KT도 뜨겁게 빛났던 한 해였기에 참 기분 좋은 결승이었다.

 

 

T1

 

가까스로 4시드 막차를 탄 월즈와 가장 먼 팀, 하지만 지난 4년의 모습을 생각하면 늘 월즈와 가장 가까웠던 팀. 이미 스스로를 증명했으나 아직도 승리에 굶주렸던 T1은 한 번 먹기도 힘든 월즈를 무려 쓰리핏이나 달성했다. 사실 이번 월즈 전반에 걸쳐 T1이 마음 편한 구간은 거의 없었다. 특히 8강 AL전이 가장 큰 위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8강과 4강에서 승리하며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유구히 전해져 오는 법칙, 월즈에서의 T1은 LPL에게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깨지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페이커는 여섯 번째 월즈로 과거 SKT 시절의 스스로를 넘어섰고, 오너-구마유시-케리아는 세 번째 월즈로 각각 역체 라인에 입성했으며, 도란은 그토록 원하는 월즈를 처음 들어 올리며 성불했다. 다섯 명의 선수에게 모두 의미가 있는 월즈 우승이었다. 축하합니다.

 

 

Gumayusi 

 

육각형이 아니면 안된다는 엄격한 시선 하에 이미 증명을 했음에도 늘 증명해야 하는 구마유시. 그건 아마 T1의 원딜이라 더욱 엄격했을 것이다. 날조와 음해의 강도가 더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올해 초에는 주전 경쟁까지 견뎌야 했다. 하지만 구마유시는 올 한 해를 묵묵히 버텨냈고 이번 월즈에서는 상수로 작용하며 흔들리는 월즈 초반의 T1을 잘 보좌했다. 더불어 8강-4강에서의 카이사 슈퍼플레이, 결승에서는 카이사 밴을 끌어내는 기염을 토하며 제이카를 근거로 본인을 멸시하던 손가락들을 부러트렸다. 그리고 대망의 파이널 MVP까지 수상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원딜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결승전 경기 전에는 도란의 성불 여부에만 주목하였으나 결승을 치르고 보니 구마유시의 파엠 수상으로 인해 세 번째 우승이 더욱 빛난다.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오랜 인내가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를 지켜보는 다른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제시하리라 믿는다.

 

 

KT / Bdd

 

세체원장. 비록 올해 KT가 가져가는 타이틀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은하로 향하는 롤러코스터를 이끌고 자신들의 꿈을 이루러 가는 그 여정, 그리고 그것을 목도하는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꿈을 꾸게 만들었던 이번 월즈에서의 모습은 실로 위대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한 세트 차이로 우승을 놓친 건 참 아쉽지만 올해 초의 KT를 생각하면 이 준우승은 상상할 수 없었던 큰 성과다. 두 신인들을 데리고 이정도까지 끌고 오며 1등만큼 빛나는 2등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만으로도 비디디와 KT롤스터 모두가 칭송받을 만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다섯 명, 특히 비디디에게는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 리그 플레이오프와 더불어 이번 월즈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뜨거운 눈물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주어 참 감사했습니다.



Chovy

 

참 안타깝다.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그동안 스택도 많이 쌓아 왔고, 올해 멤버가 가장 강력해 보였고, 실제로 1년 내내 리그에서 보여준 팀 전체의 폼 또한 훌륭했기에 올해같은 적기가 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4강에서의 쵸비는 한 스텝이 모자라 또다시 좌절했다. 쵸비는 언제든 월즈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쵸비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언제나 그랬듯 늘 진행 중이니깐. 언젠간 쵸비가 그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우고 그토록 원하는 월즈를 들어 올려 한을 풀 수 있기를 소망한다.

 

 

Peanut

 

아쉽다. LCK컵과 FST에서의 기세와는 달리 리그에서의 HLE는 강력하지만 다소 흔들렸다. 때문에 월즈에서도 쉽지는 않겠구나 했었고 결국 강적인 젠지를 만나 떨어졌다. 젠지한테 떨어지는 건 그럴 수 있어도 이것이 피넛의 커리어 종료로 이어지게 되니 참 아쉽다. 심지어 월즈에서는 본인의 폼이 다시금 만개하는 상황이었던지라 더더욱 아쉽다. 피넛이 월즈 한 번 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어쩔 수가 없구만. 그래도 피넛에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다음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바람으로만 그칠지는 모르겠지만 피넛은 2년 후에도 폼을 유지하며 다시 LCK로 돌아올 것이다.

 

 

CFO

 

가장 T1스러웠던 팀. LCP의 희망. LCK, LPL이 아니더라도 이만큼의 저력이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한 멋진 팀. 앞으로의 선전 또한 기대합니다.

 

 

Shanks

 

지난 MSI때도 말했지만, LPL의 중국인 미드가 월즈를 먹는다면 이 선수가 가장 먼저 먹을 것이다. 빈 이후에는 샹크스가 무섭게 떠오르는구나.

 

 


2. 비주얼 아트

 

라이엇 게임즈가 COVID-19 판데믹으로 놓친 10주년을 뒤늦게라도 챙기고 싶었는지 월즈 15주년을 기념해 뮤비나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서 지난 역사를 되짚는 연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연출들이 또 그렇게까진 와닿지 않았다. 트로피도 그래서 바뀌었나 싶은데 중간에 한 번 리뉴얼된 트로피 디자인이 워낙 별로였어서 의도는 둘째치고 잘 바꾼 것 같다.

 

반면 월즈 디자인 테마는 지난 월즈 테마에서 좋았던 부분들을 잘 뽑아 버무려낸 듯하다. 이 또한 기존의 월즈를 총망라하는 뮤비와 일맥상통하는 기조일까? 2019년의 스태츄(흰금에서 검금으로 변경된... 근데 무엇을 형상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2021년의 색상(비비드 한 파란색과 베이지), 2023년의 3D 챔피언 모델 등의 요소가 눈에 띈다. 크롬 오브젝트는 HOL 느낌도 좀 난다. 무난한 디자인의 조합은 이뻤지만 트랜지션 등의 모션그래픽은 좀 심심했음. 준결승까지 이어진 무대 디자인은 일관된 디자인 컨셉이 유지되어 참 아름다웠으나 근데 결승 무대에선 갑자기 20년 전으로 회귀한 엉뚱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으로 바뀌어 좀 깼다. 2022년부터는 매년 비핸스에 올라오던데 올해 디자인도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3. 음악

이번 월즈에선 단 하나의 테마곡을 꼽기엔 좀 애매하다. 세트 오프닝 때 오케스트라 테마 이후에 나오는 곡이 그나마 자주 나오기 때문에 대표성을 띠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곡은 본채널인 LoL Esports에서는 안 튼 것 같고, 현지 채널인 LPL은 확인할 길이 없고, LCK에서만 틀었나 싶다. 사실 무슨 곡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안나온다. 그래도 이번 월즈는 전반적인 밴픽음악이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더욱 좋은 평을 받는 두 곡. <Rewind>는 마치 진이 말아주는 듯한 밴픽 브금. 월광 소나타 3악장을 활용한 <Good News>는 조용히 전의를 다지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드랍에서 긴장감이 훨씬 고조된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삽입곡이 좋았다. 올해는 바빠서 커머셜 브레이크 곡까지 들을 시간은 없었다. 작년엔 좋은 곡 많았는데...

 

 

 

4. 트리비아

 

월즈 만능론

 

최근 들어 더욱 뜨겁게 타고 있는 논쟁 포인트. 타 스포츠와는 달리 LoL Esports 산하에 FST, MSI 그리고 가장 큰 중요도를 지닌 월즈가 있고 그 아래에 각 지역 리그가 있다. 각 지역 리그 우승컵도 커리어의 큰 축을 담당하지만 그 무게는 월즈에 비하면 가볍다. 팬들 사이에서의 커리어 비교 지표 또한 월즈를 포함한 국제전 성적이 더욱 가중치를 얻는다. 이런 월즈 만능론은 이미 오피셜로도 증명되었다. LCK의 한 해를 결산하는 LCK 어워즈에서 2022년 최고의 선수는 1년 내내 내내 별 소득 없다가 마지막에 월즈를 먹었던 제카 선수가 선정되었다. 월즈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리그 몇 번과 월즈 한 번을 선택지로 주면 훨씬 많은 선수들이 월즈를 선택하지 않을까?

 

작금의 지역 리그는 그렇게 되었다. 그러기에 라이엇이 자꾸만 리그를 축소하고 통폐합하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결국 월즈를 포함한 국제전이 가장 중요하니깐. 오랜 기간의 퍼포먼스나 커리어를 두고 이야기를 한다면 꼭 월즈가 절대적인 건 아닐 수 있다. 월즈 타이틀이 없다 하더라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탁월함을 보여주며 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피넛 선수도, 한 끗 차이로 성불하지 못하지만 이미 많은 커리어와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는 쵸비 선수도 위대하다. 하지만 이 둘 포함 모든 선수들이 월즈를 열망하는 것을 보면 결국 월즈가 장땡인 것이다.

 

 

깨진 스위스 3승의 저주

23, 24월즈 두 번의 사례를 겪으며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3승을 거두며 녹아웃 스테이지로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새로운 패치 버전, 다양한 리그가 모이며 한 경기라도 더 진행하여 경험을 쌓고 메타를 정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랜 휴식이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는 올해 KT의 사례로 타파가 되었다. CFO는 상대적이지 절대적인 약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CFO를 상대로 3:0 승리에 경기 내용도 꽤 좋았거든. 결국 잘하는 팀은 3승 쌓고 먼저 올라가서 쉬어도 잘하더라. 다만 전반적인 경기 일정 자체가 컴팩트해지면서 스위스와 8강 텀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것 또한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여전히 KT는 인터뷰에서 오래 쉬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녹아웃, 싱글 엘리미네이션

 


대회의 긴장감, 약팀의 한방으로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역시나 싱글 엘리미네이션이다. 돌이켜보면 풀리그 및 더블 엘리미네이션 체제의 LCK보다도 조별리그 후 싱글 엘리미네이션 체제의 롤챔스, 그 이전의 스타리그가 보는 맛은 훨씬 있었던 것 같다. 강팀이 진정 강팀이려면 약팀의 한방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팀이어야 한다. 강팀에게 강력한 일침을 한 대라도 놓을 수 있다면 그 팀은 이미 약팀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유구히 지속되었던 지난날 스포츠의 역사가 증명한다. 월즈의 더블 엘리미네이션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던데 일정 상으로도, 그리고 대회의 중압감과 보는 맛을 위해서도 현재 포맷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리그는 열심히 안 챙겨봐도 월즈는 열심히 챙겨 보게 되네. 현생이 바빠 나노 단위로 열심히 톺아보진 못해도 재밌었다. 내년도 기대합니다.

So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