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2025 가을 부여 - 먹부림 이야기 + α

Sonance 2025. 11. 7. 18:09

 

 

 

지난 6월에 이어 또다시 성수기를 피해 조금 이르게 잡은 가을 휴가. 원래는 10월 초중순쯤 떠날까 하다가 단풍 구경도 함께 하고 싶어 10월 말로 잡았다. 그런 것치고는 단풍은 별로 못 봤다. 그동안 아이와의 몇 차례 여행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쌓인지라 여행지를 어디로 잡든 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어디로 떠날 것인가? 처음엔 우리 부부 모두 다 경험이 없는 강원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나마 가까운 강릉 부근에는 그다지 묵고 싶은 숙소가 없고, 깨끗하고 주위에 볼 만한 게 좀 있다 싶은 괜찮은 숙소는 속초까지 올라가야 했었다. 강릉과 속초 모두 대구에서는 너무 멀었다. 긴 이동거리를 감수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곳인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이번엔 아니다'라는 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숙소를 먼저 정한 후에 컨텐츠를 채워 나가면 어떨까 했다. 가족끼리 묵기 좋은 숙소를 찾던 중 유튜버 또떠남의 영상(#)을 힌트 삼아 여행지를 부여로 정했다. 이번 여행의 가장 주된 목적은 롯데리조트 부여에 묵는 것, 그리고 이제는 아이가 밖을 좀 돌아다닐 수 있으니 백제의 전통문화를 감상하는 한국적인 여행을 가능한 한 많이 해 보는 것이었다.

 

 

1. 먹부림 이야기

처음엔 엄빠의 식사는 점심이든 저녁이든 모두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계획했다. 근데 실제로 일정을 진행해 보니 밖에서 저녁을 먹기가 참 애매했다. 오후 5시쯤 식당에서 엄빠가 저녁을 막고 따로 챙긴 유아식으로 아이 저녁도 함께 해결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오후 일정을 진행하다 보면 그 5시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저녁 엄빠 식사는 아이를 재운 후 배달 또는 포장한 음식을 먹게 되더라. 그렇게 처음에 계획과는 틀어진 메뉴도 있지만 딱히 실패한 메뉴는 거의 없다 싶다. 오히려 리조트에서 먹은 단 한끼인 조식이 유일한 실패였다. 아래는 먹부림 이야기.

 

 

1-1. 아리산 : 쟁반짜장과 탕수육

첫날 롯데리조트 부여 체크인 후 아이 저녁을 부랴부랴 주고 잠을 재운 후 느즈막히 주문해서 먹었던 배달음식. 원래의 계획은 아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재운 후 룸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룸서비스로 배달 가능한 메뉴가 샌드위치 등의 디저트 메뉴밖에 없었던 것은 물론, 아이를 재우고 난 오후 7시 30분부터는 룸서비스 신청이 불가했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래서 첫날은 배달음식을 이용하기로 하고 재빨리 배달앱을 켰다. 부여에선 요즘 한창 뜨는 땡겨요는 사용이 불가능했고 쿠팡이츠도 잡히는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강제 배민행. 위치가 위치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지만 그중 아내와 마음이 맞는 중식으로 결정했다. 정말 간만에 짜장면 배달 시켜 먹었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쟁반짜장은 여타 짜장과 다를 것 없는 달고 짠 맛이다. 근데 왠지 모르게 맵싸하다. 고추나 후추 매운맛과는 다른 느낌. 짜장을 오래 먹다 보면 느끼해져서 물리기 마련이지만 이런 맵싸함이 덜 질리게 했다. 다만 탕수육은 다소 딱딱했다. 그래도 소스 적셔 먹으면 먹을 만했다. 군만두는 그냥 보통. 그래도 전반적으로 딱 기본은 하는 퀄리티라 아쉬움 없이 잘 먹었다. 여담이지만 '아리산'이라는 중식당은 여느 동네에나 있을법한 이름이다. 실제로 찾아봐도 참 많다. 내가 옛날에 살았던 동네에도 아리산이 있었다.

 

 

1-2. 삼정식당 : 한우사골냉면, 한우사골탕, 접시고기

여행을 할 땐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마련이다. 삼정식당은 그 니즈를 충족하는 단 하나의 식당이었다. 한우 사골이 들어간 물냉면은 어디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다. 여행 후에 궁금해서 따로 검색해 봤는데 이곳처럼 사골육수 베이스의 냉면집은 잘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물냉면, 감기기운이 살짝 오는 아내를 위한 한우사골탕 그리고 사이드로 접시고기를 주문. 물냉면은 여타 냉면과 비슷하게 달고 신맛이 나지만 좀 더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차이점이다. 밸런스가 잘 잡힌 원래의 국물만으로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소스를 곁들일 필요가 없다. 한우왕곰탕은 부산의 거대곰탕(#, 3.)처럼 녹진한 맛보다는 깔끔한 맛이 났다. 아내 입맛에는 이쪽이 좀 더 나았을 것 같다. 평범하지만 훌륭한 맛의 접시고기는 좋은 사이드 메뉴다. 그리고 들깨 가루를 넣었는지 참기름이 들어갔는지 왠지 모르게 고소했던 김치가 자꾸만 생각난다. 만약 다음에 또 온다면 파불고기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3. 시골통닭 : 통닭과 닭개장

 

나의 2픽. 부여 놀러 오는 모든 사람들이 먹는다는 시골통닭. 여긴 닭으로 된 거의 모든 음식을 파는 곳이다. 가게 이름은 통닭인데 통닭만 아니라 파닭도 닭똥집도 삼계탕도 닭죽도 닭개장도 닭도리탕도 판다. 그중 가장 메인인 통닭 한 마리와, 사이드로 닭개장을 함께 먹었다. 여섯 시 가까이쯤 포장해 왔지만 아이가 잠들고 난 후 여덟 시쯤 되어서야 포장을 뜯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 튀김의 바삭함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튀김옷이 간간한 탓에 가라아게 느낌도 살짝 난다. 하지만 튀김옷은 거들뿐 계육이 워낙 훌륭한지라 통닭 본연의 맛에 충실한 느낌. 매운 고추와 후추향이 물씬 풍기는 닭개장은 맛있게 먹었지만 꼭 먹어야 할 만한 메뉴는 아니었다 싶다. 오히려 닭똥집을 먹어볼 걸 싶었다. 이 집은 집 주변에 있었으면 치킨 먹을 일 있을 때 메인으로 두고 늘 이곳만 먹어도 좋을 정도였다. 왜 꼭 이런 집은 우리 집 주변에 없나.

 

 

1-4. 장원막국수 : 막국수와 편육

나의 1픽. 비수기에 여행을 선택한 건 웨이팅을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 또한 컸는데 이 식당은 유일하게 웨이팅이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이 웨이팅은 우리가 오픈시간 전에 가서 생긴 웨이팅일 뿐, 기다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오픈하자마자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주문한 지 5분 이내에 후다닥 나오는 막국수와 편육. 

 

막국수는 다 아는 맛 같지만 뭐랄까... 그런 기본적인 아는 맛을 잘 쌓아 올려 훌륭한 정수처럼 빚어낸 맛이다. 메밀면 자체는 그냥저냥이었지만 이 육수가 정말 인상 깊다. 달고 신 맛 안의 구수한 감칠맛이 젓가락을 자꾸만 부른다. 편육은 아마 앞다리살 부위의 수육인데 양념을 별로 가미하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편육만 먹으면 살짝 느끼할 수도 있지만 이 느끼함을 막국수가 잘 잡아준다. 그래서 애초에 편육을 막국수에 싸서 먹어보라는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다. 이 비수기에 사람들이 오픈시간 전부터 줄 서서 먹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하지만 웨이팅을 해서까지 먹어야 할 맛인가? 이런 물음은 최근 나의 성향 변화 때문이다. 나이도 조금씩 들고 아이도 있으니 요즘은 돈 더 주더라도 웨이팅 안 하고 밥 먹고 싶다. 그래도 이곳은 1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1-5. 엄가네곰탕 : 갈비찜

아내의 1픽. 원래 이날 저녁은 구드래돌쌈밥이라는 한식당에서 연잎밥 혹은 쌈밥을 먹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류의 한식당은 전국 어딜 가나 있고 상향평준화된 퀄리티는 다들 비슷하다. 그래서 메뉴를 선정해 놓고도 글쎄올시다 했더랬다. 그러던 와중 이날 저녁 또한 음식을 포장해서 먹어야 했기에 포장에 부적합한 쌈밥은 기각, 좋은 메뉴를 찾아보다 지나가다 본 곰탕집에서 갈비찜을 팔길래 아내와 상의 하에 갈비찜으로 선회했다.

 

달고 짭짤하고 부드러운 갈비찜. 중자 5만 원이라는 센 가격대지만 갈빗대는 아쉽지 않게 많이 들어 있다. 갈빗살도 워낙 부드럽고 갈빗대에서 쏙쏙 잘 빠져서 먹기 편하다. 특이한 건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서 갈비탕 국물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찜과 탕 사이의, 하지만 찜에 더 가까운 그런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포장한 지 시간이 좀 지나고 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이 집의 맛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이날 갈비찜을 먹고 며칠간 아내를 괴롭히던 코감기가 회복되었다. 오비이락인지.

 

 

1-6. 본디마슬 : 조식

 

실패. 사실 이곳 조식도 평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숙박시설 조식도 여행을 이루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 별 생각 없이 선택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약간은 허접한 결혼식 뷔페 느낌. 메뉴도 좌석도 딱 그 정도였다. 키즈코너에 있던 냉동돈까스가 가장 맛났다. 비수기 이벤트로 받은 10% 할인권은 투숙객 할인 5%가 적용된 가격에서 10%를 다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할인 전 원가에서 10%가 적용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실제 체감 할인폭은 크지는 않았다. 다음부턴 호텔 조식은 평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제외하고 특히 리조트 조식은 신중히 고민할 것. 사실 롯데리조트 부여 내 식당들은 평들이 하나같이 처참했기 때문에 내부 식당을 이용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브런치 식당인 비베러디쉬가 그나마 평이 나은 편. 아침부터 바쁘게 조식 먹으러 가지 말고 체크아웃 후 느긋하게 브런치나 먹고 집으로 돌아올 걸 그랬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비베러디쉬 가기.

 

 

1-번외. 율가가 : 율빵, 율잼

 

몰랐는데 부여는 밤이 유명하단다. 하지만 밤에는 슬픈 한계가 있다. 밤 디저트가 적은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바밤바 맛이 나기 때문이란다. 찾아보니 율가가라는 디저트 맛집에 선물하기 좋은 밤빵이 있어서 맛도 보지 않고 구매함. 집에 와서 맛을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더라. 빵이고 잼이고 부담스럽게 달지 않은 소소한 맛. 단맛보다도 밤 본연의 고소함이 물씬 풍기는 그 맛은 바밤바는 노선이 확실히 다르다. 일하는 병원에 선물로 돌렸더니 직원들도 다들 맛있다고 호평이 자자해 성공했다 싶은 디저트. 배송이 된다면 가끔 주문해서 먹고 싶다.

 

 

 

2. 트리비아

 

2-1. 롯데리조트 부여

한국적인 요소를 십분 활용한 외관과 깔끔해 보이는 객실에 매료되어 이곳을 선택했다. 사실상 이번 부여 여행의 시발점이다. 리조트와 건너편의 아울렛 야경도 참 아름답다지만 아이를 재운 후 포장해 온 저녁을 느즈막히 먹고 씻고 정리하고 드라마 좀 보다가 자기 바빴기 때문에 야경을 볼 생각조차 못했다. 객실을 제외하면 부대시설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 느긋하게 리조트를 거닐며 여유를 만끽하는 스타일의 숙소는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원형 정자가 인상적인 백사원, 그리고 원형 리조트 내에 핑크뮬리가 가득 피어있는 정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2층의 키즈존 달달숲은 너무나도 작은 규모에 우리 아이 연령대에서 이용할만한 시설도 아니라 잠깐 둘러만 봤다. 수영장 아쿠아가든은 방문을 하려고 세 사람 모두 수영복을 챙기긴 했다. 하지만 필수 착용이었던 수영모와 아쿠아슈즈가 없어서 글쎄 싶던 차에 마침 원래 가려고 했던 날짜에 휴관을 했던지라 그냥 넘기기로 했다. 아쿠아가든 시설은 참 좋던데 돌 좀 지난 우리 아이가 마음껏 놀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다음에 왔을 때는 야경도 보고 부대시설도 더욱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격을 떠나 프레지덴셜 객실에 묵고 싶었다. 프레지덴셜 객실에 있는 사각 테라스가 고즈넉하니 참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가격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는다면 스위트 정도도 만족하고 묵고자 했다. 근데 때마침 비수기 이벤트(#)로 스위트 객실을 프레지덴셜 객실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 덕분에 숙박 부담이 훨씬 줄었다. 처음 계획했던 쉼이라는 여행 테마에 맞춰 테라스에 앉아 티 한잔 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여행이 관광으로 변절되어 시간상 야외 테라스는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 클린과 콘도 객실 타입 중 콘도를 선택한 이유는 취사 여부와는 관계없이 서브 침실이 침대가 아닌 온돌방이라 아이를 재우기가 좀 더 편했기 때문. 평소 6시 반-7시쯤 자는 아이지만 변화한 환경에 적응을 하느라 한 시간쯤 더 늦게 잠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잠에 들면 다시 깨는 일 없이 잘 자서 다행이었다. 분리수면 잘하는 우리 아들 참 고마워.

 

그리고 이건 호텔의 문제는 아니긴 한데... 우리가 묵은 프레지덴셜 콘도는 마운틴 뷰였다. 우거진 나무 뒤로 골프장이 살짝 보이는 풍경. 근데 둘째 날 아침 일찍 주변으로 운동을 다녀와서 침실을 보니 멧비둘기가 유리창에 부딪혀 테라스에 죽어 있었다. 부딪히면 큰 소리가 들렸을 텐데 아내와 아들은 거실에 있었던지라 아무 소리를 듣지 못했단다. 비둘기 사체에는 출혈이 없어 그나마 꼴은 덜 험했지만 차갑게 식어가는 사체를 그냥 둘 수 없어 객실 정비하는 분들에게 요청을 했다. 멧비둘기 사체는 치우긴 했는데 창문까지 닦아 주시지는 않아 비둘기가 충돌했던 흔적이 퇴실할 때까지도 남아 있었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비행기가 아닌 리조트에서 당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음.

 

 

2-2. 관광

그럼 관광으로 변절된 그 여행에선 무엇을 봤나? 부여는 모르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동네이지만 알고 보면 놀 곳 볼 곳 먹을 곳이 정말 많다. 아래의 볼거리 이외에도 황포 돛배나 수륙양용버스(현재까지는 정비로 수개월 휴업 중) 같은 탈 거리나 궁남지, 부소산성, 고란사, 구드래조각공원 같은 볼거리도 소소하게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긴 어려웠고 제일 핵심인 백제문화단지와 국립부여박물관, 그리고 부여에 있던 건 아니지만 그나마 근교에 있던 선샤인스튜디오를 방문함.

 

2-2-1. 백제문화단지, 국립부여박물관

옛 백제를 재현한 백제문화단지. 테마파크이지만 재현도를 위해 인간문화재급 장인들이 대거 투입될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을 쓴 곳이다. 이런 재현과정은 단지 좌측에 위치한 백제문화역사관에 잘 기록되어 있다. 백제문화단지의 가장 메인 포인트는 능사라 생각하지만 사비궁이나 위례성 또한 은근 볼거리다. 다들 전기어차니 사비로 열차니 하는 걸 타고 다니지만 운송수단이 꼭 필요할 정도로 단지가 엄청 넓은 건 아니다. 처음엔 사비로 열차 시간을 기다릴까 했는데 다음 열차 출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그냥 유모차 끌며 단지 안을 걸었다. 가볍게 둘러보니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오직 금동대향로를 보기 위해 갔다. 우연히 타이밍이 잘 맞아 로비에서 상영하는 미디어아트도 관람했다. 로비 천장의 돔이 닫히며 암실을 만든 후 천장에 360도로 쏴 주는 빔 영상이 시원시원하다. 금동대향로는 기대했던 만큼 아름다웠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컸다. 국부박의 메인으로 걸고 있는 국보이니만큼 따로 구별된 공간에 전시되어 있으며 향로 근처엔 제작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영상자료도 있다. 몰랐는데 한때 웹에서 잠깐 화제가 된 호자라는 이름의 요강이 이곳에 있었다. 실제로는 귀엽다기보단 기묘한 느낌.

 

 

2-2-2. 선샤인스튜디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사실 이곳은 부여가 아니고 논산이다. 부여에서 편도 40~50분 정도 소요되는 장소인지라 리조트 숙박 중에는 오가기 어렵겠더라. 그래서 첫날 리조트로 향하는 동선에 포함해 들렀다. <미스터 션샤인>은 예전에 한 번 봤지만(#) 이곳을 들르기 위해 한참 전부터 아내와 재관람도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봤던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어 여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았다. 나는 드라마의 한성 바닥 전체가 다 스튜디오일 줄 알았는데 일부 한옥, 골목, 그리고 몇 가지 건물만 자리하고 있다. 글로리 호텔도 생각보다 작다. 김희성, 유진 초이가 각각 303호, 304호에 묵고 있어 최소 3층 이상 이상의 건물로, 그리고 쿠도 히나가 접객하는 넓은 홀 등 빈관은 꽤 크고 넓은 장소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2층짜리 건물에 넓은 메인 홀도 드라마와는 달리 꽤나 좁다. 스튜디오 방문 후 드라마를 다시 보니 3층 테라스라고 생각했던 장소가 실은 2층이었다는 것, 메인 홀을 포함해 각종 객실은 다른 곳에서 촬영했던 것 따위가 비로소 보인다. 빈관이 생각보다 작긴 해도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하고 아들도 걷기 연습할 겸 빈관을 누비게 하며 잠깐이나마 시간을 잘 보냈다. 그래도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돌다리도 있고 불란서 제빵소도, 바등쪼 트리오가 한 잔 하던 술집도 작게나마 구현되어 있어 재밌다.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에는 컨셉 살리느라 모두 하오체를 사용한 것도 웃음 포인트다. 스튜디오 내엔 맛이 그저 그러면서도 비싼 우동집도 하나 있다던데 그래도 관광지에서 밥 먹는 재미가 있지. 그래서 여기 우동집을 점심으로 먹으려고 했지만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되어 휴게소에서 밥 먹고 오느라 못 먹었다.

 

 

 

 

 

여튼 별 기대도 준비도 안 하고 간 부여에서 잘 먹고 잘 놀다 온 것 같아 참 좋았다. 다만 당분간은 아이가 어린지라 해외보다는 국내 위주로만 다녀야 할 것 같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휴가들을 어디서 무얼 보고 뭘 먹으며 지낼지 고민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여행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