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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OKYO - 먹부림 이야기

 

여행에는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 각 나라 고유의 식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참 값진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과 대만 여행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다. 맛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이번 도쿄 여행이 올해 초 후쿠오카 여행(#1#2) 때만큼 먹는 데 진심이 아니었던 이유는 지난 후쿠오카 여행이 긴 웨이팅으로 점철된 까닭이었다. 여행을 갔던 7월 말의 도쿄는 한국보다 더욱 더웠던지라 땡볕에서 웨이팅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들을 모아 카페 등지에서 체력을 보존하는 것이 너무나도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가급적 체인점을, 본점보다는 분점, 예약이 되는 곳은 미리 예약, 유명하진 않더라도 구글 평점이 높다면 OK, 그마저도 안 된다면 백화점 매장 푸드코트 등을 이용하자 등의 몇 가지 전제 하에 먹을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결국 유명한 곳만 갔던 것 같으면서도 또 그런 것에 비해선 웨이팅이 길지 않아 참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에는 돈카츠나 라멘 등의 메뉴가 빠진 건 아쉽지만 다음 도쿄 혹은 기타 일본 여행을 위해 남겨둡니다.

 

 

 

1. 츠지한 미드타운 분점
횟집 등의 식당에서 으레 나오는 회덮밥은 먹어본 적이 많지만 회나 기타 해산물을 밥 위에 얹어 덮밥으로 먹는 일본식 카이센동은 처음이다. 하지만 츠지한의 카이센동은 일반적으로 알던 카이센동과는 조금 다르다. 해산물을 곱게 저며서 밥 위에 올린 다음 다 함께 비벼먹는다. 이런 것도 카이센동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에 돌아온 후 츠지한에서 먹었던 것이 생각나서 일식당에서 카이센동을 주문해봤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런 형식의 음식을 정확히 어떻게 지칭하는지 궁금해 찾아봤지만 결국 알 수는 없었다. 구글 지도에서는 '해산물 돈부리'라는 말을 쓰기는 하네.

웨이팅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츠지한의 여러 분점 중 롯폰기의 모리타워 전망대와 가까운 미드타운점을 갔다. 우리가 갔을 때는 한국인 손님 두 명만 있어서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다케 하나 마츠 하나 주문해서 마츠에 있는 우니를 와이프랑 나눠 먹었다. 사실 생선 쪼개서 얹어놓은 것은 비벼 놓으면 먹을 때는 뭐가 뭔지 분간이 잘 안 가고 그냥 회가 맛있다는 느낌만 전해진다. 먼저 나오는 회는 원래 먹는 방법을 순순히 따라 도미 육수에 넣어서 먹지 말고 그냥 반찬처럼 한 점 한 점 다 먹는 게 좋다. 밥을 어느 정도 먹고 달라고 요청하면 그릇에 부어 주는 도미 육수가 찐이다. 색깔만 보면 꼬릿꼬릿한 돈코츠 육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슴슴하면서도 깊었던 해산물 육수의 맛. 하지만 몇 시간씩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맛이냐? 글쎄.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갈만한 맛이긴 하다. 서울 망원역 근처에 거의 똑같이 만들어서 파는 집이 한 군데 있기는 하네.

 

 

 

2. 도쿄 디즈니랜드
올해, 아니 인생 전반에 있어서 잘 한 몇가지 일 중 하나는 바로 디즈니랜드를 갔다는 것이다. 꿈과 희망과 사랑의 나라. 이곳에서의 나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던 90년대 말의 꼬맹이가 되어 있었다. 여기 어트랙션이나 퍼레이드 등은 따로 글을 쓸 것이다. 이런 놀이공원에서의 음식을 기대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굶을 수는 없어서 먹었던 것들을 좀 풀어 본다. 다음에 도쿄 디즈니랜드를 다시 들를 일이 있으면 퀸 오브 하트의 뱅큇 홀을 꼭 가 볼 것 같다.

 

(1) 사라 할머니의 부엌 - 그냥 말 그대로 가성비 떨어지는 놀이동산 식당 맛. 사실 퀸 오브 하트의 뱅큇 홀을 갈까 했다가 웨이팅이 너무 길 것 같아서 구석에 있는 여길 갔더니 웨이팅은 없어서 좋았다. 40주년 기념 세트에 있는 함바그는 공산품이라 그나마 맛있었다. 근데 오므라이스는 별로였다. 시푸드세트는 정말 비추한다. 구성도 부실하고 맛도 없다. 무엇보다 여기는 조명이 부실해서 점심시간에도 너무 어둑어둑하다. 스산한 분위기에 밥 먹으니 참 이상했다.

 

(2) 휴이, 듀이와 루이의 굿 타임 카페 - 디즈니랜드 오면 가장 많이들 먹는 것이 이 미키마우스 글러브 모양 에그치킨버거세트와 알린모찌다. 일반적인 평은 둘 다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알린모찌는 생긴 것만 귀엽지 맛은 전혀 없다는 평이 자자해 애초에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에그치킨버거는 솔찌 사라 할머니 식당에서 먹었던 것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꽃빵 느낌의 번도 나름 독특하면서도 좋았고, 치킨패티가 생각보다 꽤 질이 좋다. 감튀는 그저 그렇다. 근데 일본어 원어로는 에그치킨파오(パオ)라고 되어 있는데 파오가 무슨 말인지 사전을 아무리 찾아도 잘 모르겠다.

 

(3) 스위트하트 카페 - 저녁 퍼레이드 보기 전에 조금 출출해서 급하게 들러 주문했다. 햄버거에 이어 미키 머리 모양이라 주문한 함바그빵. 치즈함바그 데니쉬의 함바그는 사라 할머니의 부엌에서 먹던 그 공산품 맛이다. 마이크 메론빵은 귀여워서 산 것에 비해 맛이 그렇게 없지는 않았다.

 



3. 우동신
도쿄 여행객, 특히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 곳이지만 그만큼 가혹한 웨이팅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웨이팅이 무서워 처음 계획에는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이 식당이 있었더랬다. 셋째 날 아침 일찍 혼자 일어나서 일정을 고민하던 차에 예약 오픈 시간 맞춰서 미리 예약하고 호텔에서 기다렸다가 점심 식사시간 맞춰서 가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전날 디즈니랜드 갔다가 늦게까지 뻗어 있던 와이프는 그냥 그대로 재워두고 급하게 옷만 갈아입고 혼자 나가서 예약 오픈시간 9시를 조금 넘긴 10분쯤 도착해 대기순번 9번을 뽑음. 점심식사는 11시 오픈인데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매장 안을 보니 우리 포함 총 5팀 있었다. 나머지 4팀은 하차했었나 봄.

 

작은 가게지만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생각보다 많았다. 수량 한정 계란말이도 참 궁금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도록 자루우동과 카케우동에 각자 튀김을 추가해서 먹었다. 카케우동은 진한 가쓰오부시 육수가 정말 깔끔했다. 자루우동은 생각보다 쏘쏘. 포항의 박신우 제면소(#), 후쿠오카의 우동 타이라(#, (3))에 비해 우동 면이 덜 쫄깃하지만 사실 그래서 먹기에 더 좋았음. 앞서 들렀던 두 곳은 너무 쫄깃해서 면발 끊기가 조금 힘든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것대로 또 맛이긴 한데... 나도 이제 늙나 봐. 하지만 여기는 우동보다도 튀김이 더 맛났던 것 같다. 첫 타임이라 그런가 깨끗한 기름이 참 좋았다.

 

 

 

 

4. 우나테츠 본점
일본 여러 번 와 봤는데 장어덮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셋째 날 기운 다 빠진 채로 저녁 늦게 센소지 가기 전 아사쿠사역 근처의 본점으로 들렀다.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히츠마부시로 2개(1인+0.8인분) 주문함. 역시 장어덮밥 또한 본토의 맛이 더욱 대단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었음. 이전에 한국에서 장어덮밥 먹을 때는 육수 말아서 먹을 때는 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여기서 육수 말아먹으니 꽤 맛있었음. 그래서 육수만 따로 부어서 맛을 좀 봤는데 슴슴한 가츠오부시 베이스의 느낌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장어구이에서 잔가시가 조금 나온 건 좀 불편했다. 여기서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분명 도쿄에는 더욱 맛있는 장어덮밥집이 더 많으리라 생각을 한다. 사실 맛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 도착할 때쯤 기진맥진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도 밥 먹던 중간에 부랴부랴 찍었다.

 

 


5. 히코베 우동 in 오시노핫카이

비가 일주일 내내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 급하게 결정한 후지산 투어 코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했던 것은 도쿄 날씨를 볼 것이 아니라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 쪽 날씨를 찾아봤어야 했다. 구름 한 점 없었던 도쿄에 비해 후지산 인근은 다소 흐려 보고 싶었던 청명한 후지산 뷰가 나오지 않아 좀 아쉬웠다. 투어 코스 중 오시노핫카이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안내를 받았다. 여러 행선지 중 어디서 밥을 어디서 먹을지도 잘 몰라 미리 알아본 식당도 없고, 특히 이날 컨디션도 매우 좋지 않아 그냥 대충 때우고 말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와 먹을 거면 맛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 안에 블로그 뒤져서 이곳을 발견해서 찾아갔다.

 

간판은 우동이지만 사실 나온 건 된장 칼국수의 느낌이다. 메뉴는 뜨거운 운동과 차가운 우동 단 둘에 토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내가 주문한 뜨거운 우동은 된장 베이스의 구수하고 뜨끈한 국물과 칼국수를 연상케 하는 투박하게 절단한 면발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구비된 고추양념을 넣으면 국물을 칼칼하고 매콤하게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구수하기도 얼큰하기도 한 국물 덕택에 전날 저녁부터 탈이 나 속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게 잘 먹고 기운도 많이 챙겼다. 아내는 차가운 우동을 주문했더니 뜨거운 츠케멘 스타일의 우동이 나왔다. 면을 담갔다 먹으면 덜 뜨겁지만 그래도 이름처럼 차갑지는 않다. 우리 데리고 돌아다니던 가이드들도 여기서 밥을 먹었던 걸 보면 이 집은 확실히 맛집이긴 했나 보다.

 

 

6. 나베조 신주쿠산초메점

샤브샤브 무한리필 나베조. 이런 류의 식당은 한국에도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이곳을 고른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이날 국물 있는 스키야키가 먹고 싶었다. 한동안 기묘한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의 영향을 받아 집에서 관서풍 스키야키를 자주 만들어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자작한 국물이 있는 관동풍 스키야키의 맛이 궁금했다. 둘째로는 가격 생각하지 않고 소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었다. 야키니쿠와 샤브샤브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는데 컨디션 때문에 체력이 다 떨어져서 계산하면서 먹기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기와 채소를 많이 먹고 싶었다. 뭣보다 야키니쿠는 채소가 별로 없으니...  나는 한국인인가 보다. 고기 먹는데 채소가 별로 없으면 고기가 별로 안 들어간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에서 나베조를 택했다. 과하지 않게 달콤 짭짤한 스키야키가 나름 괜춘했다. 돼지+소 무한리필 세트였는데 돼지는 처음 나온 두 판을 제외하면 일절 먹지 않고 계속 소고기만 주문했다. 덕분에 아쉽지 않게 양껏 잘 먹었다. 근데 먹는 중에 계속 타이페이의 마라훠궈가 생각났다. 대만 가고 싶다...

 

 

 

7. 로스트비프 오노 하라주쿠점
이곳은 하라주쿠-오모테산도 부근의 맛집 후보 몇 군데(로스트비프 오노/오레류 시오라멘/돈카츠 마이센) 중 와이프의 취향에 따라 즉흥적으로 정한 곳이다. 사실 와이프가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니고 우리 부부 둘 다 로스트비프 덮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함에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점심 피크시간즈음 도착을 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20여분밖에 기다리지 않아 참 다행이었음. 둘 다 와규에 밥 양만 달리 해서 소스 하나씩 주문했다. 무난하게 먹기에는 아내가 주문한 양파소스가 단짠 밸런스가 완벽해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주문한 와사비소스는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심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좀 짠 느낌이 있다. 작은 그릇 하나에 수북이 올라와 있는 정도라 대식가에게는 좀 아쉬운 양이진 모르겠으나 점심을 적당히 먹고 싶은 우리에게는 딱 알맞은 양이었다.

 

 

 

8. 스시노미도리 시부야점

도쿄에 맛있는 스시집이 얼마나 많은데 대체 여길 왜 가냐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웨이팅이 싫어 예약이 고픈 우리가 가장 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여기라. 마침 시부야 들를 일이 있어서 시부야점으로 갔다.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정도로 맛도 소소하게 좋았고 구성에 비해 가성비도 괜찮은 편이라 부담 없이 적당히 즐길 수 있었다. 우리 와이프는 샤리가 많으면 스시를 몇개 못 먹는데 예약할 때 샤리 양도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샤리를 적게 달라고 해도 가격에 차이는 없다.

한국인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욱 많은 도쿄에서 한국인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는 한국인 웨이터가 있어서 참 반가웠다. "두 분은 여행으로 오셨나요?" 물으시더니 "저도 여행으로 왔어야 했는데... 맛있게 드세요" 하고 가시던데 아ㅜㅜ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친절했던 웨이터 조 님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9. 신주쿠 워싱턴 호텔 조식

음식 사진을 안 찍어서 없음. 25층 꼭대기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뷰가 나름 괜찮았다. 전반적으로 육류가 부족하고 구성에 비해 가격 또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먹은 양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작년 세부 호텔에서 매 끼니 먹었던 조식과 비교하니 뭐가 좀 아쉬운 느낌도 나고... 흰쌀밥 나오는 밥솥 모양 자판기를 처음 봐서 굉장히 신기했다. 미니돈가스는 맛은 있는데 금방 물렸고, 카레는 밥이랑 먹지 않으면 좀 짜다. 사실 쥐어짜 내서 생각을 해 보는데 생각나는 메뉴가 잘 없다. 그만큼 엄청 훌륭하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정도였던 것 같다. 여기는 아침 꼭 챙겨 먹는 서양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 사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오랜 웨이팅을 한 곳이 여기였다. 오전 7시 좀 넘어서 갔는데 40분 정도 기다렸다.

 

 

 

도쿄는 첫 방문이라 초심자이고 하니 체인점 위주로 편하게 돌아다녔지만 다음에 도쿄에 온다면 그때는 좀 더 맛있는 집들을 잘 찾아다니고 싶다. 하지만 그때도 웨이팅이 무서워 그냥 구석으로만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튼 기대했던 것보다 쾌적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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