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올해의 결산. 크게 잡아 육아, 일, 자잘한 영상 작업으로 한 해가 다 갔다. 매년 늘 흘러가는 듯 살았지만 올해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 무엇인가를 의지적으로 쥐어잡기 위해 작게 발버둥 치는 것도 없지는 않았다.

1. 가족
은사님이 말씀해 주신 약속의 4년이 찾아왔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 4년 차에 다다른 우리 부부는 말과 행동이 거의 동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사소한 다툼은 있으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원인이고 그것도 대화를 하면 금방 해결된다. 그 이외의 부분에도 동질감을 훨씬 많이 느낀다. 개그 코드가 같다거나,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집안일을 잘 나눠 해치운다거나, 서로의 양보가 더욱 너그러워진 덕분에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 의견 합일이 빠르다거나. 특히 대화나 상황 속에서 같은 말을 떠올릴 때가 올해 들어 더욱 잦아졌다. 가령 얼마 전 <흑백요리사 2>에서 안성재 셰프의 시식 장면에서 "열심히 먹네"라는 똑같은 말이 동시에 튀어나오는 것처럼. 이쯤 되면 서로가 칼라(#)로 이어진 듯 사고 자체가 비슷해지는 것 같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서로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습득하며 스스로를 고쳐 나갈 때 진정한 한 몸으로서의 가족이 완성된다. 이런 상태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임을 나는 안다.

1-1. 육아
우리 아들은 효자다. 잘 먹고, 잘 자고, 잠깐 혼자 둬도 알아서 잘 놀고, 잘 크는 우리 아들. 무엇보다 잘 웃고, 울 일이 있어도 곧잘 그친다. 아들이 별 탈 없이 잘 크는 데에는 휴직 후 전적으로 옆에서 케어해 주는 아내 덕분이다. 본인은 육아를 하나도 모르니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며 섭렵한 육아 도서가 여러 권. 그 속에서 세운 견고한 이정표에 따라 아이를 양육해 나가니 아이도 흔들림 없이 잘 따라오는 것 같다. 아내의 수고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당신 덕분이다'라는 말을 정말 자주 하게 된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멋쩍어서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리 가정이 안정적인 건 아내 덕분인 것이 명백하다. 나도 함께 책을 보고 습득하여 알아서 발맞춰 가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시간은 없고... 모르는 건 아내에게 묻고 대부분은 아내의 지도 하에 함께 양육에 참여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날들은 아침 출근 전에만 잠깐 마주할 뿐이지만 그만큼 오프 때는 늘 아들과 붙어 있으려고 애쓴다. 걷고 어지르기 시작하면서 예전보다는 손이 더욱 많이 간다. 가끔은 힘들다 싶다가도 아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싶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는 타임슬립으로 과거의 선택을 바꿨더니 딸의 성별이 아들로 바뀌는 사건을 통해 주인공에게 큰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아들을 보면 충격에 휩싸인 주인공의 얼굴이 한 번씩 떠오른다. 지금의 우리 아들과 나의 아내를 만나지 못한 세계관은 정말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만큼 난 우리 가족이 소중해. 다들 나의 삶으로 와 줘서 고마워요.
2. 일
올해도 일하기는 좋았다. 오래 있으니 보이는 단점들도 있으나 장점이 그것들을 상회한다. 대우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주중 오프 하루가 주는 삶의 여유가 결정적이다. 이전에 이곳을 스쳐간 많은 원장님들이 어떻게 느끼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접한 대표원장님은 인간적이고, 이 직장은 아직 사람 냄새가 나며, 이따금씩 몰아치는 로딩은 힘들어도 내 주도적으로 조율할 여지가 있다. 때문에 고민을 부르는 치명적인 스트레스는 없다. 다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현재에 안주해도 될 것인가? 이직이나 개원 등의 다른 길 또한 모색해야 하나? 이래저래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나의 모토라 어느 쪽이 좋을지는 더욱 고민해 보아야 하겠다. 다만 아직도 이곳에서 보고 배울 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든다. 과연 언제까지고 여기에 천년만년 붙어 있을 수는 있을까?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3. 재테크
늘 그렇듯 모토는 안전빵. 그와는 별개로 ISA에서 국내 개별주에 적잖게 투자해 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올해 투자시장이 호황을 이루며 투자해 놓은 것들이 죄다 많이 불었다. 근데 과연 호황인가? 잃지는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긴 하나 그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넣어 둔 금이 이렇게나 많이 오른 건 화폐가치의 하락을 반증하는 꼴이라 조금은 씁쓸하다. 이제 돌반지를 나누는 풍경은 곧 사라지겠군.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이렇게 불려 놓은 원화가 나중에는 휴지조각이 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채권 등도 알아봐야 하는데 다른 것이 더 바쁘다 보니 마음조차 앞서지 않은 것 같다.
4. 운동
운동이라고 할 만한 것을 가까스로 다시 시작함. 올해 봄까지는 근무 중 점심시간을 활용해 도보 걷기 정도의 운동을, 그리고 아이 통잠자는 시기부터는 집에서 맨손운동이나 덤벨 등의 홈트 정도를 이어 왔다. 그러던 와중 5월 들어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는 바람에 야외 걷기를 접고 이전에 한창 했던 러닝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도 출근 전 새벽시간대로. 새벽시간 러닝은 장점이 많다. 더운 여름철엔 그나마 기온이 낮아 뛰기 쾌적하다. 영하의 온도를 찍는 추운 겨울철이라도 옷을 껴 입으면 나름 괜찮다. 무엇보다 공복에 몸이 덜 무거워 뛰기 편하다. 처음에는 더운 여름에만 덜 더운 새벽에 뛰어볼까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겨울이 되어도 지속하고 있다. 평생 올빼미로 살던 내가 갑자기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한 달을 꾹 참고 나니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내가 새벽에 뛰는 바람에 아침에 아이 깨우고 아침밥 주는 일은 아내가 다 도맡아 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새벽에 미리 운동을 해 놓으면 아내의 저녁 운동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결국엔 윈윈이다.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생활체육 수준도 안 되는 뜀박질에서 페이스와 주행 거리를 좀 더 늘려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딱히 욕심도 없기 때문에 기록 향상은 참으로 요원해 보인다. 노력은 해 봄. 그래도 아직까지는 뛰는 것이 재밌다.
5. 영상과 디자인

올해는 취미로 하는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작년을 마무리하며 이런저런 목표를 세웠지만 이것 덕분에 그런 목표들이 거의 등한시했다. 상반기엔 아이 돌 준비(#)를, 하반기에는 연말 결산 브이로그(#TBA)로 바빴다. 대충 만들어도 되지만 만들다 보면 없는 살림에 욕심이 더해지니 손이 점점 더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2022년부터 4년째 연말 결산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드는 내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능력의 한계+품을 많이 들이기 싫어하는 내 성향으로 인해 허접한 수준을 유지 중인 비주얼 아트, 둘째는 구도나 모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컷편집 위주의 영상이 주는 심심함이다. 전자는 비핸스나 인스타그램 위주에서만 남의 작업물을 감상하고 좋은 요소를 체크하던 정도였으나 이제는 디자인 혹은 미술과 관련된 서적을 드문드문 구해서 읽는 정도까지는 발전했다. 그래도 결국 하던 습관이나 하고 싶은 스타일이 정해져 있다 보니 변화나 발전의 폭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 후자는 개선이 어렵다. 연말 브이로그는 한해의 일상 가운데 우리 부부 모두가 그때그때 찍어놓았던 영상을 박박 긁어모아 나열하며 정리하고 기록하는 용도다. 그러다 보니 매번 촬영할 때마다 구도나 편집 등을 신경 쓰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 이건 핑계고 구도나 주위 사물, 빛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공부를 하면 될 텐데. 이런 건 어디서 알아봐야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과는 별개로 우리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에는 많은 힘을 쏟고 싶다. 시간이야 많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공부하고 시간을 쏟다 보면 언젠가는 발전해 있겠지... 그래도 하나 마음에 드는 건 애플 모션에 많이 적응했다는 것이다. AE에 비해 플러그인이나 이펙트 등이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툴 사용이 워낙 쉬워서 좋다. 오히려 모션 쪽이 더욱 나은 부분 때문에 작업이 수월해진 점도 있어 큰 계기가 없다면 AE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6. 문화생활
6-1. 영화
못 봄. 영화는 긴 시간을 들여 집중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없으니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된다. 주된 영화 감상 경로였던 넷플릭스로 영화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더불어 육아 때문에 영화관 갈 생각은 엄두조차 못 냈다. 그래서 올해 극장에 걸린 영화 몇 편 못 본 건 아쉽다. 특히 <어쩔수가없다>같은 건 꼭 보고 싶었는데... 한때 매년 100편 이상씩은 보고 싶다는 나의 꿈이 이렇게도 무너지는구나. 하지만 솔직해지자. 영화를 안 본 건 다른 것에게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렇다. 현생이 바빠져서 여가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런 와중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내를 졸라서 봤다. 정말 재밌게 봤다. 정석적으로 훌륭한 작품인지라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글로벌 메가 히트 현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국 자본으로 일본 영화사에 의해 한류가 주목받는 건 참으로 기이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기분 좋은 일이다.
6-2. 드라마


올해 새 드라마를 몇 편 못 봤네. 근데 이건 재관람한 것도 있고 다른 시리즈를 정주행 한 덕분이기도 하다. 올해 굵직한 <폭싹 속았수다>와 <미지의 서울>두 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후기를 남겼던 <폭싹 속았수다(#)>보다는 <미지의 서울>을 더욱 재밌게 봤는데 생각할 거리는 많아도 정리가 안되어 후기를 못 남겼다. 아내는 대본집(#)도 구매했다. 이외에는 <미스터 션샤인>(재관람), <중증외상센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그리고 혼자 봤던 <블랙 미러> 시즌 7(특히 레버리 호텔, 장난감 에피소드)은 좋았음. 아내가 재밌게 봤던 <스터디그룹>은 내 취향은 아니었고, 도시락만 남기고 떠난 <오징어 게임> 시즌 3은 실망이더라. 오겜은 후속작의 탄탄함과는 별개로 이미 클래식이 되어버려 국내외로 후속작이 주구장창 나올 듯.
6-3. 시리즈

버라이어티 시리즈는 올해 상반기에 방영했던 <데블스 플랜: 데스룸>, 하반기의 <흑백 요리사 2> 정도. 데플2는 안 좋은 쪽으로 역대급을 찍었다. 다소 허술했던 시즌 1이라도 재미있게 봤던 나로서는 시즌 2가 매우 아쉬웠다. 전체적인 전개 이전에 게임 설계 자체가 노잼이었다. 메인매치는 흐름만 대충 체크하는 정도로 봤고 옆에서 같이 보던 아내는 시종일관 졸았다. 중반까지는 같이 보다가 결말은 나 혼자 보고 아내한테 설명만 해 주어 아내의 시간을 절약해 주었다. 부정적인 여운이 길어서 한동안 디시 데플갤도 좀 들락날락했더랬다. 로켓단 트리오+저스틴 민, 김하린 정도의 플레이어만이 기억에 남는다. 흑백2는 심사위원 백종원 이슈가 크긴 하지만 참가자들의 실력과 열정은 진실하다. 다양한 음식의 비주얼과 평을 통해 맛을 상상하는 재미가 참 원초적이다.

애니메이션을 아내와 함께 보는 건 참 이례적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진격의 거인>은 함께 보아도 좋을 만한 작품이라 생각했기에 추천 끝에 함께 보았다. 잔인한 연출에 내성이 없는 아내는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했지만 점차 회차를 거듭하며 서서히 적응하며 몸도 마음도 조사병단이 되었다. 그리하여 정말 무서운 기세로 정주행을 끝냈다. <진격의 거인>은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인생 작품이 되었다. 이런 서브컬처 작품도 함께 볼 만한 것들이 많으면 좋으련만.
6-4. 책
책은 아주 조금 읽음. 주로 육아서적을 구매해 읽는 아내 따라 책 살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지나가듯 기억해 두었다가 떠올린 디자인 관련 서적을 몇 개 구해다 읽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디자인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다. 에이핫의 <디자인 구구단>을 보면 디자인 초보들을 위해 마치 공식을 대입하듯 색을 사용하고 요소를 배치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과정이 개성을 잃게 만드는 획일화로 보인다. 미술에는 정형화된 스킬이나 형식보다는 자유로운 개성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특히 AI가 득세하는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조금씩 보고 있는 <로고 대백과>에 실린 수많은 기업의 로고가 각자의 성향에 따라, 가끔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제각각의 모양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이외에 <디자인 컨셉 사전>은 구매해 두고 아직 못 읽음. 이외에 다른 분야의 책을 몇 권 더 읽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마법의 연금 굴리기>, 그리고 중간즈음 읽다 만 상태를 수년간 유지하다 드디어 다 읽게 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0> 정도. 다른 책도 읽고 있는데 내년엔 올해보다 책 좀 더 읽어야 하겠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더 읽었다.
6-5. 게임


현생이 바빠 게임을 진득하게 할 수가 없었다. 하루에 한 시간 하면 많이 했다. 작년 말부터 닌텐도 스위치로 <역전재판 456 오도로키 셀렉션>을 띄엄띄엄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확실히 엉성해서 몰입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진도가 잘 안 나가는지도... 시작을 작년부터 했는데 아직도 다 클리어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닌텐도 스위치 2가 나왔다. 1차 추첨을 세 군데나 당첨이 되어 물량 확보가 편했다. 번들로 들어 있던 <마리오 카트 월드>를 잠깐 플레이하다가 <동키콩 바난자(#)>, 그리고 지금은 <포켓몬스터 레전즈 Z-A>를 플레이 중이다. 바난자와 PLZ는 확실히 잘 만든 게임이다. PLZ는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포획과 육성이라는 원초적인 재미에다 새로운 즐길거리를 잘 가미해 놓은 느낌. 이것도 DLC까지 진득하게 플레이하고는 후기를 한 번 써 봐야 하겠다. 이외에는 작년 말부터 시작한 <피크민 블룸>을 아직도 플레이 중. 1년 만에 84 레벨 찍고 데코피크민을 682종 모았다. 게임 자체가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과몰입하지 않고 그냥 매일 루틴을 챙기는 정도로 소소하게만 즐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계속 플레이할 것 같다. 작년 결산 때 이야기했던 포케카 포켓은 피로도가 높아져서 금방 접었다.
7. 여행


아이가 어려서 여전히 국내여행뿐. 그래도 국내라도 기분전환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올해는 크게 경남 남해(#), 충남 부여(#)를 가 봤고 그 사이엔 이런저런 일로 자잘하게 서울 한 번, 부산 해운대 한 번 그리고 기장(#)을 한 번 갔다. 작년부터 어쩔 수 없이 국내여행을 두루 다니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국내도 볼거리 먹을거리 놀 거리가 참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잘 알아보고 열심히 준비해야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이 점은 국내든 해외든 똑같다. 가능하면 내년 혹은 빠른 시일 내에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를 또 한 번 더 가고 싶다. 수년 전 놀러 갔던 전주는 잘 알아보지 않고 가서 노잼이었는데 다시 잘 준비한다면 풍성하게 잘 놀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감 또한 든다. 또는 올해 갔던 부여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발굴하는 재미 또한 느끼고 싶다. 해외여행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때가 오겠지. 그전에 우리 아들을 잘 키워 내는 것이 먼저다.
8. 지름


몇 가지 구매목록이 있어서 정리. 우선 가장 큰 구매는 앞서 말했던 닌텐도 스위치 2 인 듯. 오랜 기다림 끝에 실제로 만져본 소감은 스위치 1 때와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넓은 화면이 주는 시원시원함, 새로운 조이콘과 프로콘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이 모두 좋지만 실제 게임플레이가 전 세대 기기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프레임 등 전반적인 게임플레이가 부드러워진 점은 만족한다. 전용 타이틀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게임 대충 낼 바에는 매번 하는 밥상 뒤집기 하더라도 게임을 옳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
두 번째는 애플워치 울트라 2. 애플워치는 2018년 시리즈 4를 예구해서 여태까지 썼었다. 노후화 탓인지 작년부터 프레임 드랍과 아쉬워지는 배터리 타임이 불편하더라. 그러다 보니 러기드한 디자인에 배터리 짱짱한 애플워치 울트라에 눈이 가더란 말이지. 수없이 살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에 올해 애플 키노트에서 공개된 울트라 3가 전작과 눈에 띄는 차이점이 없길래 키노트 발표 다음날이 당분간은 가장 저렴할 것이라 생각해서 울트라 2 신품을 체감가 85만 원 정도로 구매했다. 애플워치 울트라를 쓰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착용해 보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외에는 화면 밝기나 배터리 등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럽고 특히나 동작 버튼의 편의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Nike Run Club 앱으로 설정해 두었더니 겨울철 러닝할 때 장갑 낀 손으로도 앱 실행이 간편해져서 좋다. 올해 최고의 지름.
마지막으로는 에어팟 프로 2. 2019년 기존에 쓰던 에어팟 프로에서 노이즈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들리길래 이제는 오래 썼다 싶어서 프로 2세대로 교체했다. 아내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고는 싶어 했으나 큰 필요가 없어 오랜 시간 긴가민가 하던 차에 내 거 사는 김에 아내가 쓸 에어팟 4세대도 함께 구매해서 숙원을 풀었다. 프로 2의 향상된 ANC, 반응속도 등이 마음에 들고 아내의 에어팟 4는 내가 써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요긴하게 잘 사용하는 중.
8-1. 지름의 고민
고민하는 지름은 휴대폰과 랩톱. 2022년 구매한 아이폰 14 프로를 만 3년 이상 쓰고 있다. 휴대폰 성능이 점차 상승하며 교체주기 또한 길어지는 추세라던데 내가 딱 그렇다. 아직도 사진이나 영상은 그런대로 괜찮게 찍히고, 배터리 성능이 70% 후반대로 떨어져도 보조배터리와 수시 충전으로 커버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128gb의 기본형 용량인데 정리를 아무리 해도 사진과 영상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용량이 부족하단 말이지. 바꾼다면 또 프로 라인을 택하겠지만 17 프로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지금 당장 바꾸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갤럭시 라인업도 잘 뽑혀서 눈이 간다. 하지만 수년째 맥 랩톱을 사용하고 있고 이제는 윈도보단 맥 환경이 더 익숙하고 필요한 작업에 알맞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할 휴대폰도 랩톱 환경을 따라오지 않을까. 랩톱이 모바일 환경을 따라왔던 과거에 비하면 큰 변화다 싶다. 랩톱은 2019년형 맥북 프로. 여태 만 6년 5개월 정도 썼다. 인텔맥을 현재까지 쓰는 것도 놀랍지만 아직까지도 쓸만하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주로 사용하는 파이널컷 / 애플 모션이 macOS에 최적화된 덕분에 굴리는 건 부족함이 없는 건 아니고 조금... 그래도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애플 모션 쓸 때 조금씩 답답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직전 macOS인 세쿼이아까지는 2018년 이후 모델까지 지원했기 때문에 쓰던 맥북에도 올려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탑재되는 타호부터는 2019년을 건너뛰고 2020년 모델까지만 지원해 이제는 내 맥북이 후속 지원을 못 받는 기기가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이제는 오래 썼다 싶네. 더불어 그간 윈도 랩톱 사용기간이 4년을 넘기지 못했던 걸 보면 맥으로 환경을 바꾸고자 한 6년 전의 결심은 좋았던 것 같다.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과 랩톱은 오래되어 생기는 단점은 있어도 못 쓸 만큼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기변을 고민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AI발 램 수급 부족 문제 때문이다. 램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지라 만약 내년 이후부터 기변을 한다면 비용이 꽤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그렇다고 잘 쓰고 있는 기기들을 두고 새로 기변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당장 구매한다고 해도 비용을 치르는 건 문제없으나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고민만 하고 있다.
이외에는 블로그에 쓰는 글 수가 조금 줄어든 점이 있고, 좀 더 읽기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짜임새 있게 퇴고하고 맛있는 문장을 지어내는 능력이 부족함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가끔은 별 의미 없이 떠들고 싶은 욕구를 배설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수년째 쓰는 결산도 해가 지나면서 구성이나 내용이 고착화되는 듯하다. 1년간 있었던 모든 일을 다 담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삶 가운데의 변화도 조금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큰 변화 없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비슷한 말을 의무적으로 쓰는 것도 참 웃겨. 그래서 앞으로의 결산에서도 내용의 큰 변화가 없는 부분은 덜어내고 가족이나 게임, 영화, 드라마 정도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작년에는 올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웠는데 바쁘면 그냥 넘어가기 바쁘고 계획이 크게 달라지는 점도 없으니 스킵.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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