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작업물을 만드는데 그것을 대표할 팀명을 정하고 로고도 만들고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미적지근하다가 공론화시키니 몇개의 안이 나왔는데...
그 안건을 토대로 로고를 만들었다. 로톰은 영상과 관련, 사이와 루브도는 그림과 연관이 있어 나온 안건인듯. 최종적으로 '이름은 루브도, 디자인은 사이'로 결정이 나서
이렇게 2차 시안이 나왔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최종적으로 이러한 로고가 나왔다. 스펠링이 바뀐 이유는 처음엔 그냥 생각 없이 ROUVEDO라 적었는데 어원을 따져 보니 루브도는 루브르(박물관)+圖(그림 도)더라고. 그래서 Louv(루ㅂ)+eu(ㅡ)+do(도) 해서 LOUVEUDO라는 최종 스펠링이 탄생했다. 스펠링 정하는데 30분정도 걸린 것 같다.
모션도 넣어서 최종적으로 엔딩크레딧에도 삽입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것이 균형을 잘못 잡아 이미지가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점? 왜 그랬을까....
처음에는 그냥 팀으로 모두를 묶고 싶어서 진행한 작업이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 자기들끼리 팀루브도 하면서 부르는 거 보니까 괜찮은 작업이었다 싶다. 다만 일회성 집단이라 이쪽 관련 작업물을 우려먹을 기회가 없어 좀 아쉽다.
5. LOGO
툴을 십여년 동안 만졌지만 툴을 잡으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내 명의의 닉네임 로고를 파는 것이었다. 허접한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로고작업은 항상 즐겁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여차하면 그냥 타이포만으로 적당적당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 만들고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로고 각각에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건 닉네임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느냐 마느냐의 차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아무 뜻이 없는 닉네임은 어떻게 하기가 좀 힘들다.
이번에 팀을 결성하여 작업을 했고 예전에 스태프에게 로고 붙여주는 것처럼 영상제작팀 모두에게도 로고를 선사하고자 했다. 점점 대회 참가자보다 다른 부분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별로 불만 있는 사람은 없는 듯.
일단 팀루브도 로고부터.
1) 유동닉_레드
엔딩크레딧 일러스트 팀의 실질적 수장으로 많은 도움을 준 유동닉_레드.
기본적으로는 DJMAX의 수록곡 RED에서 착안하여 메인 타이포를 Impact체로 박고 그 위에 일러스트를 덧입히는 방향으로 했다. 일러스트는 유동닉_레드에게 직접 받아 사용하는 방향으로 했다. 내가 일러스트를 스스로 감당할 자신도 없고 로고 받는 본인의 손을 직접 거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흑발적안 레드의 날카로운 눈매만 뙇 박는 것을 생각했는데 레드아저씨는 그림 그리는 유동닉_레드라는 오너캐가 따로 있더라. 그걸 그려도 되냐고 해서 그냥 그리라고 했다. 유동닉을 어떻게 영어로 옮기나 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variable'이라는 말을 썼다가 다양한 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flexible'도 'liquidity'도 원래 뉘앙스와는 잘 맞지 않는 듯 해서 고정(fixed)의 반대말인 unfixed를 사용했다. 참고로 영미권에서는 이런 유동닉을 anonymous로 사용하고 있다더라. 생각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유동닉과 익명은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아직까지 자짤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2) ReNFeN
이건 국시공부하면서 떠올랐던 것. 지난번 로고가 너무 날림으로 만들어서 이번에 좀 세련되게 리뉴얼을 해보고자 했는데 이전것도 그렇고 이번것도 본인이 엄청 마음에 들어해서ㅋㅋㅋ 처음 구상했을 때는 하단 타이포의 N에도 끝을 조금 나누는 등 효과를 주려고 했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별 의미없이 지저분하기만 해서 그냥 원래대로 돌<b>3려놓는 것으로. 이 분도 엔딩크레딧에서의 자기 파트를 움짤로 떠서 자짤로 사용하고 있더라. 흡족.
3) 술타
여기서부터는 대부분 닉네임의 유래를 묻고 원래 뜻을 알아내어 작업을 한 케이스에 속한다. 술타는 게임 제작사 ATLUS를 뒤집어서 적당히 읽은 말이라 하여 ATLUS를 써서 좌우로 뒤집었다. 타이포는 아틀러스 로고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깔끔한 스타일로 찾아서 썼다. 타이포만 덩그러니 있으면 심심하니까 원형인 아틀러스를 표시하자고 하여 A만 따로 뽑아 심볼로 사용했다.
4) 월옥
월옥은 달+감옥이라기에 그만. 디자인이 중간에 한 번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타이포를 초승달이 가로지르는 모양을 3분컷으로 만들었다가 너무 엉성해서 바꿨다. 감옥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웹에 돌아다니는 벡터를 적절히 손봐서 만들었다.
5) Simpso
개인적으로 심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호머가 바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다. 정말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이라 나름 상징성 있는 컷이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 딩뱃 폰트 중에서 그런 이미지도 있었는데 호머가 서로의 목을 조르는(이런 장면이 특정 에피소드에서 나온 것 같은데) 모양 있어 이쪽이 더 약을 빨아 훨씬 큰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대로 채용.
6) 제랏슈
난 이 분 그림이 너무 좋아. 그 거칠게 대충 쓱쓱 그려넣은 것 같으면서도 깔끔하고 정제된 독특한 스타일. 그런 스타일에 부합하는 스타일을 내기 위해 그냥 펜으로 몇 번 슥슥 그은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스펠링은 항상 자기 그림 옆에 xae라고 써넣던데 그걸 그대로 따 왔다. 근데 제랏슈는 xae로 시작하지 않을텐데? 오히려 xae는 청발적안의 그 분이 더 생각난다.
7) 인문
왜 사람+문이 아니라 인문학인가... 처음엔 사람+문 해서 비상구를 생각했는데 닉네임 유래를 물어보니 인문학이라고 해서 정말 구민을 했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문학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까지의 내 삶이 인문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까가 참 고민이었다. 사람을 위한 학문이니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는데 하다가 그냥 human shape vector 끌어와서 박아넣고 타이포는 그림자처럼 쭉 뻗쳐 놓았다. 이러고는 '고뇌하는 자' 하니까 다들 끄덕끄덕 하더라. 꿈보다 해몽.
8) 으어
무슨 일이 있어도 얘 닉네임만큼은 꼭 한글로 그것도 약을 한사발 빨아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본인 이미지와 잘 어울리니깐. 예전에 닉네임의 유래에 대해서 한창 떡밥이 돌았을 때 자기는 기지개 펴다가 으어어어어 하면서 닉네임 지었다길래 그게 생각나서 사람이 기지개 펴는 모양에다 '으'와 '어'만 붙였는데 좀 허전해 보여서 기지개 시원하게 펴라고 으와 어를 몇개 더 붙였다. 지금 보면 일어나자마자 역도 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귀엽다느니 하며 반응은 손에 꼽을 정도로 꽤 괜찮았던 편이었던 것 같다.
9) 삐쨜
이상한(bizarre) 이미지는 어떻게 구현할까 하다가 문득 grotesque - EZ2DJ 4th Trax의 그로테스크 채널이 생각났고 왕창 충혈된 사슴은 충분히 이상하다 싶어서 그걸 비슷하게 만들어볼까 하다가 로고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 대충 내가 가지고 있는 딩뱃 폰트에서 몇개 가져와서 아기 사슴에 뿔이 왕창 돋아난 모습에 눈에는 오성을 박아 나름대로 이상한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헀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냥 귀여운 사슴 정도로 표현된 것 같다. 타이포는 원래 스펠링에서 조금 비틀어 좀 더 한글 음절 본연의 느낌에 더 가깝도록 했다. 사실 작업 막바지 단계에서 급조한 로고라 그다지 고민도 하지 않고 정성도 쏟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삐쨜 본인은 그다지 마음에 쏙 와닿지 않아 하는 느낌.
팀루브도 이외의 로고도.
10) 도박사
나름 신경을 많이 쓴 로고. 도박사가 도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박사와 도박사(gambler)의 언어유희를 잘 살린 닉네임이라 생각하여 타이포는 Dr.DO를, 전체적인 형태는 도박에 사용되는 카드 뒷면을 나타내려고 했다. 처음 구상시에는 겜블러가 손으로 카드를 바닥에 촥 펼치는 구도였는데 닉네임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손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 불필요한 부분이 커진다 싶어서 기각하고 그냥 카드만으로 전체 형태를 구성했다. 실컷 만들고 보니 패턴은 뒤에 흰 바탕이 그대로 깔리기에 그걸 하나하나 지워내는 작업을 힘겹게 해야만 헀다...ㅜㅜ 그래서 시간 꽤 걸렸다.
11) 루시리엘
미안합니다. 이 닉네임은 본인도 별 뜻 없이 지었다길래 나도 별 뜻 없이 만들었음.
간만의 로고작업에 그것도 왕창 하게 되어 정말 재밌게 작업을 했다. 원래 작업물은 이 블로그 이외에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잘 공개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닉네임 로고들은 수고했다고 선물로 주는 겸 해서 만들 때마다 족족 닌갤에 올렸다. 다들 알아서 잘 사용하거나 아님 내팽겨치거나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