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풀오프를 받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차 인사이드 아웃이 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 충동적으로 2회차 관람을 결정했다. 지난번은 더빙으로 봤으니 이번에는 자막으로!
1. LAVA
1회차 더빙관람때에도 한국어로 번역된 Lava를 들었을 때 정말 감미롭고 좋았다고 느꼈던 성우들 목소리는 이후 사운드트랙을 찾아 몇 번 들으니 머릿속에서 싹 없어져서 원판과 더빙판의 이렇다 할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원판이 lover와 lava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잘 살려 더 듣기 좋았던 것 같다. 비교고 뭐고 이 곡은 편안하게 듣기 딱 좋은 곡인 것 같다. 롱런할듯
2. 더빙과 자막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원판은 역시 대사를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집중해서 직접 들을 경우 자막으로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하는 본연의 의미를 음미하는 맛이 있는 반면 더빙판의 가장 큰 장점은 역대 3D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시도하는 현지화인데... 특히나 버럭이의 신문은 더빙판이 좀 더 읽기 편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같은 경우는 애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가 피망이라고 브로콜리를 피망으로 바꿔놓을 정도라던데 이정도 정성이라면 더빙판도 좋지 않을까? 게다가 더빙판 연기도 좋아요.
3. 조이코패스
라일리의 효율적인, 그리고 절대적인 행복관리를 위해 슬픔이를 원 안에 가둬놓거나 회상통로에서 슬픔이를 걷어차는 기쁨이는 조이코패스 조석대 조이증 등 불명예스러운 별멍을 주렁주렁 얻게 되었다. 아마 픽사 작품 중 가장 많이 까이는 주인공 아닐까. 기쁨이가 그런 행동까지 취하게 된 점은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을 하라는 라일리 엄마의 강요아닌 강요가 기쁨이의 강박스런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는 해석도 보이지만 그건 좀 너부 간 것 같고 그냥 라일리의 첫 성격이 기쁨이였던 점, 11년동안 라일리가 미네소타에서 자라면서 정말 부족한 점 없이 자랐기에 행복한 삶을 살았던 라일리에게는 기쁨이가 리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점, 결정적으로 기쁨이를 제외한 나머지 성격들도 라일리의 행복을 위하고 있으며 그것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은연중에 합의가 된 것처럼 보이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때의 기쁨이는 다른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므로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지만.
4. 추억
나는 그래도 이 작품이 더욱 와닿고 마음에 드는 점은 사라져가는 마음 속의 추억을 다시 한 번 조명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실의 라일리와 자신은 맞지 않음을 깨닫고 라일리가 앞으로 더욱 나아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빙봉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와닿았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들이 있겠지... 소중했습니다.
5. 수미상관
이제 겨우 11살이 된 라일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기쁨이의 대사 이후 바로 큰 사건이 터지며 에피소드가 진행되었고 작품은 12살이 된 라일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비슷한 대사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처음 개봉하고 약 2개월 정도의 시간만 지났을 뿐이니 벌써 차기작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차기작이 나온다면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사춘기 버튼과 더불어 라일리의 청춘을 그리지 않을런지. 다만 이미 세계관에 있어 구조적인 것은 대부분 보여주었고 그것을 한 번 다 허물고 새로 복구하여 쌓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 다음엔 그런 것보다 더 큰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기 나름이다만 나는 이 제작진의 상상력을 믿는다.
6. 그켜미
까칠이 짱짱걸
이번에도 버럭이 신문 집중해서 보고 싶었는데 버럭이가 신문 펴고 있는 장면엔 거의 대부분 까칠이가 같이 나오더라고. 그래서 제대로 못 읽었어
7. please don't grow up. ever.
내가 재관람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
엔딩크레딧 후반부에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기에 나도 두 눈으로 담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후일담 영상 지나가고 노래 엔딩크레딧 계속 지나가는데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다 나가고 직원이 사람들 다 비었나 확인하러 와도 나는 버티고 버텨 저 메시지를 보고 디즈니 CI와 픽사 CI 보고 자리를 나섰다. 모르고 봤으면 더 와닿았으련만...
KBS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삼둥이가 출연한 지 1년이 되었단다. 콩알만할 때부터 출연하여 지금은 키도 부쩍 크고 말도 유창하게 늘어 하루하루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끔은 예전에 말도 제대로 못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송일국씨가 '더 안컸으면 좋겠다' 하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닌데도 걔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한번씩 있다. 하물며 진짜 내 자식이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수 없지 않을까?
피트 닥터 감독이 본인의 딸을 모티브로 삼아 라일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 묘사가 정말 훌륭하여 '딸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 없이는 이러한 관찰, 이러한 묘사는 불가능하다. 이런 묘사를 가능하게 한 피트 닥터 감독의 딸에 대한 애정에 경의를 표한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찬도 있었던 만큼 자기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하루하루 커 가는 것이 참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금 두 눈으로 담을 수 없는 현재의 모습이 참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람이 자란다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 기뻐할 일이다. 여기서도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네 음...
더불어 이 엔딩크레딧에서는 다섯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오색빛깔 불빛이 시종일관 점멸하는데 가장 마지막은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노란색과 파란색만 남더니 파란색이 먼저 사라지고 이윽고 노란색이 사라진다.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정리가 안 되어서 끝. 나중에 삼탕을 하게 된다면 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