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콘솔 역사도 따지고 보면 아주 조금은 긴 편이다. 가물가물하지만 외형으로 유추를 해 보아 확실하게 세가 마스터 시스템, 국내 이름은 삼성 겜보이 시절부터 시작을 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찾았는데 당시 물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가격이 꽤 센 걸 보니 부모님이 꽤나 출혈이 크셨거나 누가 안 쓰는 걸 얻어왔거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렵 내가 살던 아파트 옆에 있는 조그마한 오락실에 자주 드나들어 집에 게임기를 두고도 오락실에 간다 해서 야단을 듣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게임으로 인한 부모님과의 크고 작은 트러블이 시작이 되었지... 내가 가지고 있던 세가 마스터 시스템과는 달리 이후 발매된 세가 마스터 시스템 2(삼성 알라딘보이)에 알렉스 키드가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던 것이 참 부러웠던 기억도 난다. 이후 PC가 막 보급되던 때는 그것만으로도 즐길 것이 충분했던지라 초등학교 시절은 콘솔의 공백기로 남아 있다. 사실 포켓몬 등은 에뮬이 더욱 널리 퍼지던 시절이라 굳이 콘솔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후 RPC... 이전에 포공GBA라는 포켓몬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면서 GBA를 구매했던 것을 다시 시작으로, 이후 PSP와 NDSL, Wii와 3DS를 마지막으로 소소한 콘솔 라이프를 즐겨 왔다. 전 기종을 통틀어 전부 30개 정도의 타이틀로 개인적으로는 헤비까지 갈 필요 없는 라이트 게이머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니 잘 모르겠다.
자질구레하고 별 볼 일 없는 콘솔 라이프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고,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공백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없었지만 그 시절을 아주 짧게나마 불태웠던 콘솔이 있었다.
2000년 즈음에 이를 무렵까지는 PC통신을 통해 VGB라는 에뮬레이터가 널리 퍼졌고 국내에서 1세대 포켓몬 게임(포켓몬 적/녹)을 접한 사람은 대부분 이 시기에 이 에뮬레이터를 통해 접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 PC통신 이후 인터넷이 막 보급되고 있을 무렵인지라 웹에서 직접 롬파일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당시 많이 쓰이던 플로피 디스크는 에뮬레이터와 함께 롬파일이 딱 들어가고 조금 남을 정도의 용량이었기 때문에 우리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시절 내 또래들은 전부 다 포켓몬 게임을 하고 TV에서 방영하는 포켓몬스터를 보고 자랐다.
그러는 와중에 1세대가 저물고 이제 막 금/은이 나올 무렵일 것이다. 혹은 금/은이 나오고 난 후 시간이 조금 지났을지도 모른다. 학급 친구 중에 한 녀석이 포켓몬 금 소프트와 더불어 게임보이 컬러를 들고 왔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게임보이의 존재에 앞서 닌텐도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포켓몬 게임은 에뮬레이터로만 존재하며 그렇게 플레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때에 GBC는 정말 혜성같은 등장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포켓몬을 플레이하는 그 모습 자체가 조금 지난 말로 하면 너무나도 '간지가 철철 터져흐르는'자태였다. 더불어서 지금으로 보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좋은 화질의 화면도 아니지만 당시 그렇게 작은 기기에서 그런 색을, 그런 생동감 넘치는 모션을 보여 준다는 것 자체로도 어린 아이들의 수준에서는 정말로 큰 충격이었다. 그 클리어퍼플 색상의 GBC는 롬파일이 풀리기 전까지 우리 사이에서 연이은 화제가 되었고 롬파일이 풀린 후에도 꽤 좋은 대우(기기보다는 기기주인이 대우를 받지만)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GBC를 끼고 일어났던 여러 일들 중에 그게 기억난다. 내가 직접 플레이를 하진 않지만 플레이 하는 것 지켜보겠다고 그 넓은 운동장에 몇시간을 쪼그려앉았던 적이 있었다. 토요일이었는데 그 날은 해가 져서 화면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게임을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고동마을 들어서기 전까지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최근 트위치의 채팅 메커니즘을 이용한 twitch plays pokemon이 1기를 거쳐 2기까지 진행이 되고 있고 한번씩 들어가서 보는데 그 때 생각이 나더라. 마침 집에 크리스탈 버전이 있는데 이걸 밤마다 10-20분정도 돌려볼까 했는데 GBA로 2세대 돌리는 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도 있고 해서 결국 중고로 GBC를 구했다.
지난 세월과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딱 그 정도의 물건이지만 어쨌든 가격이 정말 부담이 없어서 구했다. 앞면에 기름때가 엄청나게 탄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제대로 만져보는 건 처음인지라 나름 감격스러운 마음을 잔뜩 안고 크리스탈을 삽입하여 구동했는데 크리스탈 소프트 내의 배터리가 다 되어 세이브가 안되더란다. 아... 그래서 배터리도 갈 겸 GBC 케이스까지 갈아서 쓰고 있다. 확실히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최근 나온 콘솔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어쨌든 없는 시간 쪼개서 소소하게 즐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