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정말 쓰고 싶은 말을 썼으니 이제는 정말 써야 할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풀어보자. 사실 여기다 썰을 푸는 것도 일이 모두 정리되는 다음주부터 시작하려고 했지만 그때 가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 동선도 이리저리 꼬이고 그나마 남아 있는 감상들도 점점 사라질 것 같기 때문에 이런 건 정말 다 까먹고 나서 큰일이다 하고 울고불고 보채어 보아도 소용없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짬을 내어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
처음은 출국으로만 주제를 잡아 짤막하게! 근데 생각한 것보다 출국 동안의 사진이 많아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여행의 시작은 인천국제공항. 예전 일본여행 갈 때 쯤에는 신기하다고 인천국제공항 마구 쏘다니면서 이곳저곳 마구 찍어댔지만 이번엔 두번째 여행이니 그나마 조금 익숙해진 느낌도 없지 않아 있고 허겁지겁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보다 더욱 먼 곳을 간다는 설렘과 기대가 모두 교차하여 셔터를 별로 누르지 않았다는 개뼝이고 사실 우리가 도착을 늦게 해서 보딩까지 시간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맞는 이유였던 것 같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렇게 보딩 시간표가 전광판으로 되어 있는 반면 유럽의 시간표는 아날로그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아날로그 쪽을 더 선호한다. 이따금씩 시간표 전체가 촤르르 넘어가는 그 광경이 좋아서... 하지만 가만히 있다가 막 넘어가고 찍으려니 타이밍이 잘 안나오고 해서 이번에는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없었다.
해외는 두번째이지만 어쨌든 여기에 섰을 때는 완전히 들떠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두바이의 에미레이츠 항공으로 인천공항에서 약 13시간의 비행을 거쳐 두바이로, 그리고 다시 8시간의 비행 끝에 런던으로 가게 된다. 런던 조사하면서 아스날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잠깐 봤는데 이 에미레이츠가 그 에미레이츠가 맞나 했는데 정말이었다.
아 저 문을 나가면 드디어 보딩이야ㅜㅜ F존으로 들아가고 싶었는데 F존으로 들어가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더라. 나중에는 F존에 타는 사람이 되겠어
에미레이츠 항공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은데... 아쉽게도 내가 그때 정말 피곤했기 때문에+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내 손으로 사진자료 확보는 그다지 하지를 못했다. 때문에 같이 간 영짱 사진을 좀 빌려서 설명을 하자면... 물론 허락은 받았습니다.
크게 I, C, E로 표방이 되는 에미레이츠 항공의 컨텐츠 서비스는 물론 다른 추가적인 기능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내가 썼던 기능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I(Information)는 지금 비행하는 항공기의 비행정보나 각종 뉴스, C(Communication)는 일정 요금을 내고 메일이나 전화를 쓰거나 혹은 무료로 기내 내의 사용자와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E(Entertainment)는 말그래도 모든 즐길거리로 여기에는 영화나 TV프로그램, 음악과 심지어는 게임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내 서비스이다. 그럴 일이 없어서 안 해 봤지만 옆좌석의 승객과 화면 공유도 되는 모양이고 테트리스 등의 간단한 게임은 기내 유저와 같이 로컬 네트워크로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 사실 내가 이제까지 타 본 비행기는 대한항공 국내선이나 일본 갈 때 제주항공 뿐이라 이런 서비스를 사용해 본 적이 처음이라... 그리고 시간대가 잠을 잘 시간대인지라 마구 셔터를 누르면 다른 승객에게 누가 될까봐 최대한 자제를 했다.
기본적인 조작은 좌석에 비치되어 있는 수화기나 혹은 터치스크린으로도 가능하다. 터치스크린 감도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게임도 많이 구비가 되어 있지만 한 10년 전에 유행하던 플래쉬게임 수준의 게임이 많다. 그나마 퀄리티 높은 게임이 Insaniquarium Deluxe였는데 게임은 무조건 저 불편한 패드로 해야 해서... 이 이야기는 돌아오는 비행기 이야기에서 풀도록 하자.
이 형은 트론을 보았군.
이건 왠지 화면이 중심이 아니라 저기 있는 승무원이 포인트가 되는 사진인듯 한데... 어쨌든 지금 어디쯤 날고 있는지 현재 비행 상태는 어떤지 혹은 기체 하단과 머리쪽 그리고 기체 꼬리에 달려 있는 카메라로 지금의 비행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막 이륙할 때나 착륙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꼬리에 있는 카메라로 화면을 전환하여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나도 유럽으로 가는 동안에는 다른 것 보다는 그냥 영화를 주로 봤다. 비행시간이 무지하게 길었거든~~ 영화라고 해 봐야 엄청 최신영화가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는데 그게 비행기에 따라 달라서. 대체적으로 기체에 구비된 시설이 좋은 편일수록 DB갱신이 잘 되어 최신영화를 볼 수 있고 안그럼 그저 그렇고. 그래도 우리가 갈 때쯤엔 해리포터 죽음의성물 1부 정도가 있었다고 하면 대강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겠지? 어쨌든 가는 동안에는 디즈니의 라푼젤(Tangled)과 픽사와의 합작작품 업, 그리고 에전에 7기가짜리 초고화질 받아뒀다가 재미없다고 해서 지워버린 그린호넷을 봤는데 그린호넷은 왜 재미없다고 하는지 알겠더라. 아오 그걸 볼 시간에 다른 걸 볼걸... 나머지는 다들 재미있었다.
구비되어 있는 음악의 장르가 굉장히 폭이 넓긴 한데... 인기 차트는 브리티쉬 팝 차트다. 이 사진은 아마 뮤즈 음악이 있대서 찍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정말 지겹게 나오는 안내방송으로 아랍어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나온다. 크게 기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비상시 행동요령 그리고 두바이에 도착할 때는 두바이 홍보영상~ 막 신나게 즐기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는 끌수도 없고 참 난감하고 짜증날 때가 많다. 또한 이런 영상이 나올 때만 아니라 기장이 한번씩 안내를 전할 때도 화면이 멈추며 동작 불가능 상태에 빠진다. 게임을 하고 있을 때는 그 화면이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가 다시 게임이 재개가 되니 상관이 없는데 영화는 그 화면에서 멈추었다가 말한 부분을 넘어가는지 어찌하는지 해서 좀 매끄럽지 못하다.
기내식은 영국 가는 비행기에서 찍은건데 여기서 기내 이야기를 하니까 가져왔다. 한 번 식사에 메뉴가 두가지로 대강 이런 식으로 나오고 식사를 주는 빈도가 굉장히 잦기 때문에 먹으라고 나온 모든 음식을 먹을 정도의 양은 아닌 것 같다. 처음 두바이가는 비행기 뜨자마자 30분 뒤인 12반(한국시각)에 주고 한 숨 자고 나니까 또 주고 영국 가는 비행기도 비행기 뜨자마자 주고 배도 안고픈데 얼마 안지나서 또 주고 하여간 때만 되면 닥치고 밥만 꾸역꾸역 주는게 꼭 사육당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참 자고 있는데 웃는 얼굴로 막 깨우고서는 다짜고짜 뭘 먹을거냐고 묻는다. 먼저 밥을 먹을건지 말건지 물어보는게 예의 아니냐... 뭐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이고 하여간 에미레이츠 비행기 타면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매번 나오는 양을 모두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에 메인 디쉬 위주로 먹고 나머지 디저트나 빵 등은 챙겨 두었다가 여행하면서 간식 대용으로 심할 경우 밥 대용으로 먹어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길고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두바이에! 도착!
두바이가 목적지인 사람과 두바이를 거쳐 가는(Transfer) 두 부류로 나누어 입장을 하고 있었고 경유목적으로 온 우리는 간단한 소지품 검사만 하고 들어가면 끝. 문제는 소지품 검사가 조금 까다로웠다는 점인데 한국에서는 벨트를 메고 통과했을 때 경보음이 울리면 그냥 나 벨트 맸다 하고 간단한 금속탐지과정 이후 바로 보내주는데 비해 여기서는 모든 금속을 모두 탈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때문에 벨트도 무조건 풀어야 하고 심지어는 신발에 있는 금속때문에 맨발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