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우리 가족의 연말 결산 브이로그. 요 몇 년간의 작업기는 신나는 마음으로 구구절절하게 썼지만 작업이 어느 정도 고착화된 지금은 몇 가지 포인트만 간략하게 짚어 봐야 하겠다. 그럼에도 부득이하게 글이 길어지는 부분은 있음.
1. 디자인
1-1. 개요와 세부사항
메인 디자인 컨셉은 다채로운, 그렇다고 너무 많지는 않은 색, 정말 다양한 도형, 그것을 꾸며 주는 몇 가지의 패턴 배경.

bgm인 <20>을 처음 들었을 때 다양한 도형이 교차하며 easy in으로 드랍되는 투박한 15 프레임의 모션을 떠올랐다. 모션을 토대로 떨어지는 오브젝트를 구상하고, 색상까지 정한 큰 틀 안에서 조금씩 작업해 가면서 디테일을 살림. 색이나 오브젝트 등의 디자인 요소들이 꽤나 다양했다. 그래서 모션에서라도 절제된 통일성을 주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그 모션도 중구난방이 된 점은 아쉽다. 오프닝/클로징 및 아이캐치에 사용된 도형이나 패턴 배경은 무료 벡터 소스를 필요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했다. 메인 로고는 직접 만들었는데 대단한 뜻은 없고 그냥 셋이서 이루는 하나를 표현했다. 벡터 도형 소스를 제외한다면 모션이나 기타 요소 포함해서 대부분은 창작을 했다. 딱 하나, 메인 타이포+텍스트박스는 비핸스에서 봤던 것(#)을 조금 참고함.
올해는 블루를 메인 컬러로 잡고 싶었다. 블루를 포함한 다섯가지 정도의 색과 흰 계열+검은 계열의 색 하나씩을 메인으로 잡고 돌아가면서 썼다. 23-24년보다는 사용했던 색의 가짓수가 훨씬 줄어든 편.
1-2. 인포메이션

로고를 중심으로 지명 등의 정보를 좌우로 배치한,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인포메이션 바의 형태. 창의력이 부족한 탓에 형태가 매번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명을 포함한 정보를 담은 텍스트는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더랬다. 특히 이번에 콘티 만들 때 여러 형태를 만들어서 시험해 봤는데 타이틀 로고의 텍스트박스를 변형한 스타일 빼고는 다 별로였다. 따로 모션그래픽을 짜기엔 추가적인 수정이나 용량 부분에서 부담스러워져서 그냥 파이널컷의 컴파운드 클립 기능을 십분 활용했다. 특히 어려웠던 건 네 가지 타입으로 구성된 패턴 배경 만들기. 고정된 마스크를 씌우는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컴파운드 클립 안에 따로 만들어놓은 패턴 배경의 컴파운드 클립을 네 귀퉁이를 자르는 방식으로 마스크를 구현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몰라.
이번에 하나 알게된 건 하나의 컴파운드 클립의 성질이다. 하나의 컴파운드 클립은 여러 개를 복사하고 붙여 넣어도 그 모든 것이 내부의 구성을 공유하는 한 클립이다. 그래서 한 컴파운드 클립의 내부을 열어 구성 요소를 건드리면 마치 동영상의 원본 소스를 건드리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붙여 넣은 나머지 클립의 내용물도 다 바뀐다. 그래서 이번처럼 텍스트박스 후면의 패턴 배경을 4가지로 디스플레이하고 싶다면 컴파운드 클립도 그에 맞춰 4개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1-3. 아이캐치




지난번보다는 더 가독성 있게 구성. 아이캐치 배경에는 벡터 도형들을 나름 의미 있게 구성했다. 가령 4주년 기념일은 사각 다이아몬드와 네잎 꽃 도형, 아난티는 남해 바다와 아난티 자체를 상징하는 고래 모양, 아쿠아리움은 물고기를 구성하는 도형 배열 등등. 가장 의미 없는 건 워커힐 호캉스 파트다. 왜 그렇게 됐냐면 콘티 때 스케치했던 것을 모양이 이뻐 보여 그대로 만들고는 거기다 워커힐을 같다 붙였기 때문이다. 나름 수영장에서 놀았으니 물이 넘실거리는 모양...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럼 왜 초록색이냐는 끝끝내 설명이 안된다. 구상도 만들기도 가장 어려우면서도 마음에 가장 안 드는 건 부여 여행 파트. 무엇이 부여를 상징하는 이미지일까 엄청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백제문화단지의 능사와 롯데리조트 백사원의 원영처마였다. 기존 소스들을 십분 활용하여 능사의 탑과 원형처마랍시고 만들었다. 하지만 도형이 복잡해 직관적으로 잘 다가오는 것 같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아이캐치와 결이 달라서 좀 아쉽다.
2. 촬영과 편집
여전히 촬영은 기법이랄 것도 없이 그냥 일상 중에 찍은 평범한 샷들의 나열이다. 영상미보다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기록에 좀 더 주안점을 둔다고 변명해 본다. 그리고 다른 브이로그에서 보이는 각 잡고 촬영한 컷은 별로 마음에 안든다. 그런 컷을 보고 있자면 촬영을 끝내고 후다닥 카메라 가지러 오는 모습이 자꾸 상상된다. 만약 2026년에 여유가 된다면 일정한 구도로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다음 이어붙였을 때 보기 좋을 만한 설정샷을 구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편집은 일부러 느슨한 템포로 편집했다. 2024년 브이로그는 지금 봐도 화면 전환이 너무나도 빠른 느낌이란 말이지. 이번 브이로그 정도의 템포가 딱 좋은 것 같다. 가끔은 빠른 템포의 곡을 쓰더라도 편집 템포는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는 이벤트의 수가 너무 많다는 느낌. 여행이나 행사 등 큰 덩어리만 두고 나머지는 축약해서 기타 파트로 밀었어도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연초에 콘티를 짜다 보면 언제 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모른다. 일단은 모든 이벤트를 다 리스트업 하고는 앞선 이벤트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렇게 후반 작업까지 가면 앞선 이벤트 중 중요도가 낮은 건 없애버릴까 싶다가도 기껏 만들어놓은 것이 아까워 결국엔 모든 이벤트를 포함시킨다. 길어 보이는 파트를 줄이거나 아예 덜어내는 등 나름 분량 조절을 했음에도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이 영상은 호흡이 늘어지는 것만 같다.

3. BGM : Humming Urban Stereo - 20
2005년 정규 1집 사 들은 이후로 20년째 듣고 있는 허밍어반스테레오의 20주년 기념곡 <20>. 시티팝 느낌, 적당한 템포에 연말 분위기 나는 곡이라 한 해를 톺아보는 영상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2025년 이전부터 몇개 생각해 둔 브이로그 후보곡이 있었지만 작년 초에 이 곡을 처음 듣자마자 모조리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곡은 BVG 버전, instrumental 버전도 있어 필요에 맞게 취사선택해서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 곡에 편집점이 명확해서 필요에 따라 재생시간을 늘리기 좋았다. 하지만 이번 작업부터 드는 생각은 아무리 수익 창출이 없는 영상이라지만 남의 저작물을 내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게 과연 맞나 싶다. 여담으로 나는 이 곡을 2025년 1월에 처음 들어서 2025년 곡이라 생각했는데 2024년 릴리즈 된 곡이었다. 문제는 이걸 렌더링 다 하고 유튜브 업로드 후 하단 설명 적을 때 알았다. 그래서 마지막 크레딧 부분 수정하느라 렌더링 한 번 더 함.
이외에는 그간 멀리서 구경만 하던 아내가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촬영 등 제작에 임하고자 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또한 요 몇년간 다채로운 색과 소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화려해 보이지만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다지 세련된 느낌이 없다. 나중에는 색도 2-3개 정도만 쓰고 적은 소스를 활용해 단조롭더라도 세련된 디자인을 해 보고 싶다. 그걸 구상하고 구현하지 못하는 건 나의 내공 부족 때문이다. 그래도 자꾸 부딪혀보면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올해도 즐겁게 만들어 봅시다.





Sona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