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이 쓰려고 했는데 그리 되지 않았어요.
1.
지난번 마리오 오디세이 리뷰를 쓰면서 한가지 걱정했던 것은 마리오나 젤다(야숨)가 이런 식으로 게임의 볼륨을 키워버리면 후속작들이 가지는 부담감은 어떡할까 하는 것이었다. 분명 짧아진 플레이타임에 적잖게 실망할 사람들은 있기 마련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꿈꾸는 섬]은 사실 기대도 되었으나 우려도 컸다.
2.
내가 생각하는 [꿈꾸는 섬]의 강점은 두가지인데 첫째는 젤다 시리즈 그 자체인 것과, 둘째는 미니어처 피규어 풍의 그래픽 스타일을 차용하여 세련되어 보이면서도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 이전과 큰 차이 없이 잘 유지시켰다는 점이다. 나처럼 이전에 꿈섬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사람도 마치 처음부터 새로 개발되었던 신작인 양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과거 꿈섬을 플레이했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보기 좋게 재현해 내 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하겠다. 지금은 발매한 지 좀 된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 시리즈는, 물론 지금까지도 몇번이고 우려먹는 1세대의 메인스트림을 가져왔지만 자꾸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니깐 핀트가 어긋나 있는 느낌이 강했다. 1세대의 그 투박한 게임성을 세련된 그래픽으로 즐기고 싶어했던 사람이 많은데 까고 보니 1세대의 탈을 쓴 다른 게임이었으니. 어느게 절대적으로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플레이어들의 추억과 로망을 그대로 가져왔으면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꿈꾸는 섬은 훌륭한 리메이크작이 아닐까? 그래픽 업데이트 위주였던 과거 리메이크작과 달리 이전의 부제를 그대로 차용한 점은 아마 그런 의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전의 경험을 순수하게 옮겨 옴.
다만 갯수가 더 늘어난 소라껍데기나 단페이의 오두막 등 부분적으로 조금 늘어난 요소를 제외하면 GB시절의 메인스트림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볼륨에 있어 아쉬운 점을 지울 수는 없다. 마음먹고 진도를 쭉 빼면 어느새 스토리가 반절 넘게 지나가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 이외에 플레이에 있어 현세대에 맞게 편의성을 개선한 점은 좋았다.
3.
마리오 메이커의 대성공에 힘입어 젤다에도 드디어 DIY 컨텐츠가 등장했다! 싶었지만 단페이의 오두막은 적이나 기믹 지형을 입맛대로 재배치 하는 것이 아닌 기존 던전 지형을 불러와 가로세로로 재배치만 하는 반쪽짜리 DIY였다. 여기에 특정 지형 배치나 조건 등 퀘스트 개념을 도입한 건 좋았으나 이 게임은... 계단이 너무 큰 문제야. 정말 필요한 구역만 보물상자 등을 배치해 놓고 계단으로 이은 다음, 나머지 버릴 만한 구간은 상자나 계단 없는 단순 통과 혹은 보스방으로 구성하면 날로 먹을 수 있다. 까다로운 방 배치를 요구하는 퀘스트도 몇 있었지만 꼼수를 이용하면 대부분 쉽게쉽게 갈 수 있고 (그래서 그런지) 보상도 영 시원찮아서 그다지 마음에 드는 컨텐츠는 아니었음.
4.
하지만 그 모든 걸 떠나서 코호린트 섬은 매우 아름답다. 잘 닦아놓은 그래픽 때문일까? 수려하게 어레인지된 수록곡 때문일까?(OST가 있다면 정말 구하고 싶다) 아니면 자신들의 처지를 알았던 등장인물들 때문이었을까?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웅장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한밤의 꿈처럼 짤막했기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반짝반짝하면서도 아련했다. [꿈꾸는 섬]은 그런 작품이다.
주제곡을 불렀던 안다인씨가 본인 유튜브 채널에 한국어 번안곡을 업로드해 놓았다. 들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