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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Bangkok - 먹부림 이야기

 

 

이번 여행의 행선지로 방콕을 고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로는 그 동안 안 가 본 여행지 중 적당한 곳을 골라 가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일본, 대만... 많이 가 봤으니 이제는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지난번 학회 차 갔던 발리처럼 교통이 불편한 곳은 질색이었다. 사실 발리 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는데, 발리행 이전의 나는 항상 지하철이 깔려 있는-교통이 '명확한'곳을 주로 다녔다. 그러면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지 계획이 명확히 서니까 여행의 난이도가 줄어드는데 비해 발리는 지하철은 고사하고 그 흔한 버스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미터기도 잘 없는 택시가 발리의 주요 운송수단이라고 할 때 너무 놀랐다. 결국 호텔 픽업할 때 만났던 Erwin 아저씨와 이야기가 잘 되어 개인 기사처럼 데리고 다녔었지. 4~5일 간 10만원정도 주었던 것 같다. 어쨌든 방콕은 BTS건 MRT건 페리건 명확한 운송수단이 있으니깐 OK였다. 물론 그것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택시를 타야 했지만 거기는 그랩이 워낙 잘 발달되어 있어서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쓸 데 없는 이야기가 많았군. 방콕은 물론 불 것도 많은 도시였지만 그래도 나의 여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먹부림이기에 먹었던 걸 정리해보고자 한다. 순서는 생각나는 대로.

 

 

1. 딸랏롯파이 - 홀리 쉬림프 ; 해물찜, 립

방콕을 갔으면 야시장을 꼭 가 보고, 딸랏롯파이에 들르면 꼭 이 음식을 먹어보라 하기에. 요런 계통을 주로 하는 집은 홀리 쉬림프, 크레이지 쉬림프로 크게 두 집이 있었는데 네이버 뒤져보니 평은 홀리 쉬림프가 더 낫더라. 그래서 갔다.

테이블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버켓으로 들고 온 해물찜을 풀어서 장갑을 끼고 뜯어먹는데 아... 우리나라 해물찜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태국 특유의 향신료와 소스가 굉장히 궁합이 잘 맞았다. 먹을 때마다 더욱더 감칠맛이 도는 그 맛. 아직도 생각이 난다. 후기 보면 여기에다 밥 비벼먹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립까지 큰 걸 시켜먹었기 때문에 밥이 들어갈 배는 남아있질 않았다.

립은 평범했다. 평타는 치는 수준. 생각보다 양이 좀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준수한 식사였다. 여행 갈 때는 일부러라도 웬만하면 맛과 분위기를 음미하며 드문드문 먹는 편인데 여기서는 그야말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만큼 맛이 있었다. 가격은 고사하고 이 구성 이 맛 그대로 한국에 들여온다면 분명 대박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 방콕 여행의 베스트 밀로 꼽겠다.

 

 

 

2. 수다식당 - 푸팟퐁커리+α

현지식. 푸팟퐁커리+볶음밥+모닝글로리볶음+허브치킨?을 먹었다. 푸팟퐁커리는 보통. 사실 한국에서는 딱 한 번 먹어본 적 있는데 그 때나 이 때나 푸팟퐁커리가 그렇게 대단한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볶음밥은 국내에서 먹던 그것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약간 심심했는데 레몬인지 라임인지를 짜 넣으니 독특한 맛이 났다. 허브치킨은 꽤 괜찮았다만 여기만의 맛이었느냐 하면 잘 모르겠다. 모닝글로리볶음은 왜 다들 극찬하는지 알겠다. 한국에서도 미나리 등등 이용하면 비슷하게 만들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레시피 연구를 하게 만드는 반찬이었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현지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찾아가면 좋겠다 싶다. 한창 바쁠 때는 종업원들이 응대를 개떡같이 해서 별로였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우리는 점심시간이 거의 다 끝날 무렵인 오후 1시 30분쯤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사람도 별로 없고 종업원도 빠릿빠릿하게 잘 응대해주고 해서 별 불만은 없었다.

 

 

3. MK 레스토랑 - 수끼

사진을 개떡같이 찍어서 여기 실을 수 있는 사진이 이딴 것 밖에 없다니 슬프도다...... 무슨 샤브 사진이 이래ㅋㅋ 대만 갔을 때 먹었던 마라훠궈 등등이 생각이 나서 가 봤다. 하지만 거기처럼 무한리필은 아니고 정량 달아서 나오는 곳이다. 만 2인 세트도 양이 꽤 많기 때문에 모자람은 없었으나 아쉬움은 있었는데 다른 구성에 비해서 고기 양이 작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샤브를 먹었다'하는 느낌이 안 든다. 무언가를 물에 풍덩 담궈서 삶아 먹기는 했는데 그게 뭔가 한참 부족하다는 말이지. 특이한 건 양념을 얹은 훈제오리가 같이 나온다는 점? 이것 때문인지 삶아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매우 작다. 5점이었나 7점이었나...

그리고 이런 샤브샤브는 으례 소고기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한 점 삶아 먹어 보니 우리가 알던 소고기 맛이 아니었다. 소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 하면서 한참을 이상해 하다가 메뉴판을 찾아보니 영문으로는 비프가 아니라 치킨 어쩌구 되어 있는데,,,

PPAP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4. 아속역 근처 노점 - 족발덮밥

여행을 가면 아침은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돌아올 때 야시장이나 편의점에서 간식거리와 맥주 등을 사서 필요 이상으로 성대한 야식을 먹자는 주의다. 그러니 살이 찌지-_- 그래서 호텔도 조식은 웬만하면 예약하지 않는 편인데 이 족발덮밥집은 아침 혹은 야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날 오전에 딱히 일정이 없는고로 간단히 준비만 한 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공중상의 거리에 있는 이 노점을 찾아갔다.



사실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인 족발덮밥과 방콕 와서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팟타이를 먹고 싶었으나 아침에는 팟타이가 안 된다 하더라. 아쉽게도 그냥 삶은 닭이 들어간 쌀국수를 같이 시켜서 먹었는데 국수는 솔직히 긴가민가한 수준이고(좀 더 보태면 굳이 돈 줘가면서 사먹기도 약간은 아까운 정도) 족발덮밥이 이곳의 정수였다. 달짝지근한 족발육수에 야들야들한 고기... 게다가 간이 별로 세지는 않아서 아침식사로는 제격이다 싶었다. 차라리 족발덮밥을 두 개 시켜서 양껏 먹을 것을.

 

 

5, 카오산 로드 - 나이쏘이, 쿤댕

끈적국수로 유명한 쿤댕, 갈비국수로 유명한 나이쏘이. 카오산 로드에서는 대부분 이 두 곳을 가는 것 같았다. 사실 방콕의 국수는 한국의 잔치국수와 비교하면 그 양이 심히 적은지라 한 그릇을 시키면 1인분은 안 될 것이라 생각을 했고 과감하게 두 곳 모두 들러서 각각의 국수를 맛보기로 결정했다. 무려 이게 방콕 첫 끼.

나이쏘이를 먼저 들렀다. 갈비국수라더니 그냥 커다란 소고기를 풍덩 담구어 푹 우려낸 육수와 소고기를 고명으로 한 국수가 기본으로 나온다. 면의 굵기나 토핑 등을 선택할 수 있으나 이외의 메뉴는 잘 모르겠다-_-;;; 맛은 있는데 국수를 먹는 느낌보다 구수한 고깃국 한그릇 먹는 느낌이었음.



이후 약간 배가 찬 상태에서 쿤댕으로 향했다. 풀 네임이 쿤댕 꾸어이짭유안이라던데... 어쨌든 쌀국수라 기본적으로 걸쭉한 맛이 있지만 여기는 그 걸쭉함이 보통 쌀국수의 두 배 이상 정도? 면을 풀고 풀고 풀다 보면 국물 전체가 걸쭉하게 된다. 완자니, 두부니, 표고버섯이니 하는 고명이 어우려저 좀 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특히 버섯 향히 진한 편. 여기서는 야채롤 튀김도 하나 주문해서 먹었는데 이것 또한 진국인 듯.

두 군데를 모두 가 본 사람들은 항상 자기는 어느 쪽이 더 낫다, 특히 쿤댕 쪽이 좀 더 맛있었다는 말을 하던데 사실 두 군데 국수가 노선이 다른지라 딱히 우열을 가릴 수가 없을 것 같다. 갈비국수는 구수하고 깊은 맛에, 끈적국수는 깔끔하고 산뜻한 맛에 먹는 것 같다. 그래도 두 개 중 하나 선택을 하라고 하면 나도 끈적국수요.

 

 

etc. 싱하 맥주

저녁식사에는 항상 맥주를 곁들여 마셨다. 싱하 맥주, 타이거 맥주 등 이곳 특유의 맥주 브랜드가 몇 가지 있는데 어째서인지 싱하 맥주만 먹게 되었다.(타이거를 주문하고 싶어도 타이거는 없고 싱하만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맛는 국내 맥주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삿포로, 오타루 비어 등등 일본에서 마시던 것보다는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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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말고도 먹은 건 많고(특히 망고밥은 기존의 관념을 훌륭하게 깨 버리는 대단한 음식이었다.) 뭔가 이것저것 더 덧붙여서 정성스레 쓰고 싶었는데 삶이 너무 바빠서 여기에 시간을 그다지 많이 할애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재밌고 맛나고 알찬 여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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