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를 어디로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난번 4년 전 직관 포스트를 여행 카테고리에서 작성을 했으니 그대로 간다.
2018 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Quarterfinals
Day 1 : KT vs. IG / RNG vs. G2
2012년 이후로 Worlds는 계속 챙겨보고 있고, 최근에는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발생하여 조금 주춤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이 전세계 롤판의 큰 주축을 담당하는 것도 있고, 특히나 롤드컵이라는 전세계적인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리게 되어 흔하지 않은 기회라 생각하여 이번에도 직관을 결심하였다. 4강-결승은 잘 모르겠으나 부산에서 하는 8강 정도는 무난하게 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토요일 열리는 8강 직관을 갔다 왔다.
4년 전 바로 그 자리... 그때는 첫 직관에 3:0 셧아웃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감동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1. BEXCO AUDITORIUM
내부 시설이나 그런 건 이전과 큰 차이가 없고, 벡스코 오디토리움 자체가 지금 생각하니 이벤트가 치뤄지는 실내 객장이나 건물 내부 공간 자체가 그리 여유 있는 편은 아니라 MD 스토어도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고, 이벤트장도 협소하고. Predator에서 마련한 이벤트 공간이 있는데 사실 아오안이라ㅋㅋ 체험장을 만들어 놓은 건 뭐 그럴 수 있다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게임을 보러 왔지 게임을 하러 온 건 아니라 생각해서... 차라리 간단한 미니게임을 하고 상품을 얻어갈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으면 좋았을 뻔.
이번에 직관을 하며 느꼈던 것이 몇가지 있는데... 지난번에는 뒷쪽이지만 골드석 중간에 자리를 잡아 화면도 잘 보이고 사운드도 잘 들렸는데 이번에는 왼쪽 사이드 자리를 잡아버려서 화면도 좀 안 보이고, 경기시작 전에는 크랭크가 들어와 화면도 가리고, 반대쪽에서 나는 소리는 잘 안 들리고, 나는 피곤하고 졸렸고, 특히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직관 자체의 감흥은 지난번보다 많이 줄었다. 거기가 찐따자리라 그런가.... 코스하시는 분들이 쭉 옆자리였는데 계속 자리를 비워서 약간 옆에서 보기는 했다.
그래도 막 들어섰을 때의 그 두근두근함은 집에서 편하게 볼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만 사이드에서 보면 오디토리움 장소가 굉장히 좁다.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별로 없다. 대회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뭔가 언밸런스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만한 곳도 잘 없지...
2. LCK vs. LPL
그리고 직관. 운 좋게 내가 예매한 날에 KT가 나온 건 좋았다. 결과론적인 것이지만 나는 이미 그룹 스테이지에서 이 KT가 생각보다 견고하고 노련해서 무난히 우승권을 노려볼 수는 없겠구나 생각을 EDG에게 한 방 먹었을 때 예감을 했었다. 사실 LCK의 자존심이자 슈퍼스타들을 모아놓은 슈퍼팀, 대퍼팀을 넘어 이제는 롤드컵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LCK 1시드를 받고 올라온 팀이었다. 모두가 바란 것은 이전 SKT가 Worlds에서 한창 잘 나갈 때의 포스로 이 팀 저 팀 씹어먹을 것을 기대를 했을텐데 그러려면 그룹스테이지에서 6전 전승을 이뤄냈었어야 했다고 본다. EDG, TL, MAD 상대로 6전 전승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이 팀의 기량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려해 볼 만했고, 실제로 한 방 먹었고, 8강은 안착했으나 상대가 IG이다. 최근 LPL의 기세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물론 우지를 필두로 한 RNG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루키를 위시한 IG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구단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우려대로 1, 2세트에서 일격을 맞고, 3세트는 피오라의 평타 2방이면 3:0 셧아웃을 당할 수 있는 위기까지 있었다. 그 상황에서 텔포타고 상대 넥서스를 치는 스맵의 귀신같은 판단+바론버프묻은 대포미니언의 공성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KT에게 더욱더 큰 실망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KT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대회 역사 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었고, 4세트에서는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였고, 밴픽때문에 욕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5세트까지 가는 분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근데 그만큼 KT가 못했다기 보다는 IG가, 그리고 특히 루키가 정말 잘했다고 느꼈다. 그 유칼을 '미드차이가 난다'고 할 정도로 찍어누르는 모습을 5세트 내내 보여 주었으니깐. 확실히 힘의 차이가 있었고, 판단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던 그림이 그려졌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했다고 격려를 해 주고 싶다.
정말이지... 그 와중에도 그 3경기를 현장에서 봤다는 건 인생에 있어 오래토록 기억할만한 값진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이 순간에는 더욱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이후 나도 멘탈이 터졌고, RNG vs. G2는 물론 G2가 이기면 좋겠지만 1세트에서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구도가 벌어졌고, 나는 전날 과음에 수면이 부족한 상태로 계속 하품하면서 경기를 보고 있었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이후로는 트위치로 계속 경기를 봤는데 결국엔 G2가 오히려 더욱 발전하여 힘의 차이를 증명하며 4강에 진출하는 재밌는 구도를 만들어 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꾸역꾸역 남아서 경기를 보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아마 그러면 다음날 출근을 못 했을 것이다.
3. FUTURE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미 커리어가 오래 되었던 선수들이 많고, 그러기에 슬슬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지 않은가 하는 말도 나오고 있고, 그러기에 이번 롤드컵이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이뤄내지 못하고 아쉽게 마무리를 했던 점은 아쉽다.
KT... 이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삐끗하긴 했지만 이들의 기량 차체는 의심하지 않고, 특히 유칼같은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이 적었다 치면 앞으로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지만 아까 말했듯 이 팀이 계속 지속가능한지의 문제가 너무 우려스럽다. 1년만 더 해 주세요.
더불어 오지랖 넓은 걱정은 이 우지라는 선수에게도 다음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골든 그랜드슬램을 위해 1년간 열심히 뛰어왔던 우지였고, 이래저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번 시즌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그였다. 그간 LCK에 밀려 오랜 시간동안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한 LPL 팬들의 울분은 극에 달했고, 올해 이런저런 국제대회에서 LCK를 각개격파 해 가면서 2013시즌 SKT, 2014시즌 SGW에게 빼앗겼던 롤드컵 우승컵을 이번에는 들어올리나 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이미 'Gap is closing'을 넘어 'Gap is revered'라는 평가를 듣는 이번 롤드컵이다. 이는 LCK뿐만 아니라 LPL도 LCK와의 투탑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된다. LCK뿐만 아니라 LPL에게도 다음이 있을까?
4. AND
그래도 맣따 귀여웠습니다. 이번에도 별로 사진은 안찍어서 선수들 사진은 없음. 앞자리 서서 찍을 수도 있었는데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음... 별로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 보다.
뭔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한 모든 게임문화는 결국 소비자의 덕심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고, 이렇게 코스프레 등의 2차적인 프로슈밍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냥 얼음쉔과 별수호자 코스하신 분들이 장난치는 거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핏빛데스크]라는 이름의 분석데스크는 현장에서는 거의 볼 일이 없었다. 경기 끝나고 볼 일을 끝내고 오면 벌서 끝나 있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빗빛데스크라는 이름도 집에서 다시보기 하면서 처음 알았다. 더불어 사실 현장에서는 해설도 잘 안 들린다. 꺅꺅 질러대는 샤우팅이나 옆사람의 환호소리가 더 귀에 들어 올 뿐... 뭐 그게 직관의 묘미지요.
더불어 RNG는 구단이나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정말 기대 많이 했을텐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아쉬운 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