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이 이스포츠판이지 대한민국의 이스포츠판은 60-70%정도가 스타크래프트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판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한가지 다행인 점은 그나마 꾸준히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SF프로리그와 점차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텍켄크래쉬(하지만 이마저도 MBC게임의 폐국으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등이 적지 않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곰TV가 GSL을 통해 스타2라는 종목을 꾸준히 키워왔기 때문에 실제 스타1판은 전체 파이의 40-50%정도라고 본다.
12년동안 긴 역사를 이어오던 스타크래프트1 이스포츠 시장이 큰 위기를 맞았다. 09-10시즌 이후 통폐합과 운영포기를 거쳐 두 구단이 줄었을 때만 해도 위기가 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판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한 특단의 정책으로 게스파는 5전 3승제를 7전 4승제로, 5라운드로 구성된 한 시즌을 6라운드로 확장하여 일단 밑빠진 독을 메우는데 성공을 하는듯 했으나 1년이 꼬박 지난 최근 무리한 해외결승이 좌절되고 시즌이 끝남에 따라 세 구단의 해체가 결정이 되면서 최악의 경우 7개 구단으로 프로리그를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2년 전에도 스타판이 망한다는 소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획일화된 경기양상으로 예전과 다르게 보는 맛이 줄어들었을 뿐 두터운 팬층에 의한 수요도 많았고 각종 기업에서의 지원도 괜찮게 이루어졌던 만큼 이스포츠의 몰락론 위기론 해도 실컷 떠들어대는 사람만 위기의식을 느낄 뿐 대부분의 팬들은 내가 잘 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구단도 구단이거니와 방송사 하나가 폐지되었고 프로리그까지는 아니더라도 MSL이라는 전통있는 대회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타격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회를 통해 기업이 외부로 노출이 되는 기회와 빈도가 줄게 되었고 두 방송사에 걸쳐 점점 덩치를 키워 왔던 프로리그도 개최가 불투명해질 만큼 상황이 매우 어려워졌으며 예전부터 그런 기미는 조금씩 보였지만 한참 빵빵하던 기업들의 지원도 지금은 시원찮다. 두 방송사에서 열리는 개인리그의 스폰서만 봐도 답이 나온다. 혹자는 스타2의 등장이 스타1의 몰락을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언제 가라앉아도 가라앉을 배였고 지금쯤이면 가라앉을 때가 맞다고 본다.
곰TV는 케스파의 외압이 이기지 못해 일찌감치 스타1에서 손을 떼었고 블리자드와의 발빠른 교섭을 통해 국내 스타2판의 뿌리를 쥐는데 성공을 했으며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리그도 많이 안정화되었고 방송사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꽤 짭짤한 수준으로 모두가 우려했던, 혹은 지금도 누군가는 누가 보는 리그냐고 평가절하하는 컨텐츠였지만 이정도면 단기간 안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표면상으로 스타1보다 판이 크냐 현재 흥행 정도가 얼마 정도냐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클 수 있고 계속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타2가 스타1보다 훨씬 전망이 밝다.
그렇고 곰TV는 스타2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이미 MBC게임이 폐지를 앞둔 가운데 스타1에만 대부분의 영역을 의존해 오던 온게임넷과 케스파, 그리고 7개의 스타1 구단과 팬들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스타1로만 맥을 이어간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이제 그들도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기는 했으나 판도가 스타2로 넘어간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고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다.
사실 이들 중 가장 주목이 되는 것은 온게임넷이다.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온게임넷은 스타리그를 진행하고 있으며 1년 전 스타판 대위기론이 돌때만 해도 스타리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가 했으나 자신들은 갈 길을 가겠다는 듯 박카스 스타리그가 개최되었고 잠시 마이스타리그로 쉬어가는듯 했으나 진에어 스타리그의 출범으로 생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아직 구단이 남아있는 한 최소한 스타리그는 유지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을 거쳐 스타리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온게임넷이 포기하기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스타리그를 중심으로 하여 스타크래프트1판을 계속 유지하며 케스파가 적은 구단으로도 프로리그를 계속 유지한다고 하면 스타리그에 프로리그까지 더해져 당분간은 스타크래프트1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시작한 과도기적 시기인 셈이다. 다만 11-12시즌을 포함하여 정말 오래 간다고 하더라도 12-13시즌까지 제대로 유지되기도 힘들 것이며 12-13시즌을 끝으로 대한민국 스타크래프트1 시장은 완전히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스타1만 계속 쥐고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미 MBC게임이 전례가 되었듯 지금상황에서 다른 컨텐츠의 적극적인 발굴 없이 스타1만으로 채널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그들 눈으로도 확인을 했을 것이다. 사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바로 온게임넷이다.
그럼 온게임넷은 과연 스타2로 넘어갈 것인가? 넘어간다면 언제 넘어가는가? 사실 온게임넷에서도 스타2리그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은 공공연하게 들려왔었지만 표면으로 올라온 정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케스파와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케스파의 승인이 없이 단독으로 스타2 리그를 개최하고 중계한다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온게임넷은 조만간 WCG를 통해 실험을 할 것이다. 이전에도 GSL이 케이블로 송출되고는 있었으나 그건 단순히 곰TV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받아 송출한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WCG는 온게임넷 고유의 브랜드가 아니긴 해도 오랜 시간동안 파트너쉽을 유지해오고 있었으며 방송사 자체적으로 대회무대와 중계를 꾸려 케이블로 직접 방송중계를 하는 것은 WCG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이스포츠 팬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성적을 통해 온게임넷은 계산을 하고 결정을 할 것이다. WCG는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푸는 데 보탬이 되어 줄 지표인 셈이다. 그리하여 온게임넷은 두 종목을 병행하든 한쪽이 완전히 끝나면 다른쪽으로 넘어가 집중을 하든 스타리그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스타2리그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 중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온게임넷도 결국 대세를 따라 스타2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 발을 뺀 세 기업이 비록 마지막이 아름답지 못하다고는 하나 지금으로써는 가장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7개 구단(+드림팀)도 이판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7개 구단으로도 최소한 팀리그 운영은 가능할 것 같기 때문에 예전 온게임넷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프로리그(이것이 지금 프로리그의 시초이다) 수준으로 축소하여 리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이렇게 축소된 판에 선뜻 발을 들여놓을 기업이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 첫번째 의문이고 그런 식으로 리그를 운영하여 결국 그들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번째 의문이다. 사실 이것은 케스파가 가진 숙제이고 그런 식으로 무대가 축소되는것 또한 구단에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인이고 더 나아가 무대가 사라진다고 하면? 지원이 그나마 넉넉한 일곱개 구단도 더이상의 존재 이유가 없다. 바야흐로 처음 스타크래프트가 대한민국 이스포츠의 태동이 되었을 때 라면만 먹으면서 여기저기서 구한 상금으로 구단을 꾸려나가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풍요로움을 누렸던 그들은 차라리 지금 해체되는 세 구단처럼 팀을 해체하면 해체했지 그 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원래 스타하던 사람들이 스타2도 잘하니까 구단 전체가 종목을 변경하면 되지 않겠냐 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과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까 하는 것이 문제이다. 종목을 변경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종목을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선수들로 예전만큼의 성공을 당장 이루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니면 기존 팀을 유지하며 새로이 스타2팀을 창단하여 기존의 선수들을 흡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절차가 너무 번거롭고 소요되는 시간도 굉장히 길 것이다. 결국 지원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지원을 할 거라면 차라리 기존 팀을 버리고 현재 운영이 되고 있는 스타2 구단을 인수하여 팀을 창단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팀을 잃은 선수들은 계속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면 알아서 전향을 할 것이고 아니면 각자 생업을 찾아 흩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끝이 구리기는 하나 팀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생이라 본다. 결국 선수, 구단과 더불어 지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선택의 폭이 가장 좁은 것은 케스파다. 한국e스포츠협회라는 이름으로 중계권의 비인정과 판을 키우기 위해 과도하게 일정을 늘린 결과로 결국 판 자체를 무미건조하게 만들어 흥행 감소를 자처하는 등 그동안 많은 만행을 저질러왔던 케스파는 점점 작아지는 스타1판을 보고 똥줄이 탈 것이다. 이미 3개의 구단이 해체되었으며 방송국도 폐지되어 버린 지금 자신들의 주력 컨텐츠인 프로리그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예측컨데 지금에서라도 스타2를 자신들의 컨텐츠로 끌어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중계의 칼자루는 이미 곰TV가 쥐고 있으며 스타2쪽으로는 이미 협의회가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케스파가 끼어들 부분이 '없다.' 기존 협의회와 통합하는 방법도 있으나 과거 케스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 협의회의 의지였기 때문에 통합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만약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팬들을 기만하고 선수와 방송국을 자신의 재산처럼 부리던 케스파가 과거에 행해왔던 오만한 행동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케스파 입장에서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가 스타1판이 사라지고 나머지 컨텐츠만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게스파가 안은 최대의 문제는 그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스타1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계속 스타1을 보면 되고 스타2를 좋아하면 계속 스타2를 보면 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스타1 리그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