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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ge - 4분 33초

오랜만에 여행 포스트가 아닌 다른 포스트.




오늘 머리식힌다고 잠시 돌아다니다가 이 동영상을 보게 되어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글을 쓴다. 4분 33초 실연을 풀타임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뿌리뽑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음악에 대한 도전이라는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참신하고 반항적인 곡으로 평가된다.

몇 년 전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나왔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이다. 더불어 워낙 톡특한 만큼 이 곡의 의도도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데 그것 때문인지 대부분은 존 케이지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다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의도로 곡을 만들었다고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위키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방향실에 간 존 케이지는 완벽한 방음 시스템으로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곳에서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높은 소리는 자신의 신경계가 돌아가는 소리이고 낮은 것은 혈액이 순환하는 소리. 완벽한 고요 속에서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지는 아직 배운 적이 없다. ENT가면 배우려나?)를 들었던 것을 계기로 이 세상에 완벽한 무음은 있을 수 없다는 발견과 그것으로 인한 깨달음이 4분 33초를 탄생시킨 초석이 되었다.

4분 33초의 짧은 곡이지만 꼴에 악장도 세개 씩이나 있고 어떠한 소리도 연주하지 않지만 악보도 있다. 물론 각각의 악보에는 TACET(조용히)라는 말밖에 없지만 어쨌든 청중으로 하여금 소리를 유도하고 그런 소리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소리로 음악을 구성한다는 것은 물론 참신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당시의 평론가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이런 우연성의 음악이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인지 음악도 아니라는 것인지 하는 논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예술성을 지녔다 지니지 않았다는 차원의 논쟁을 떠나 이 '4분 33초'는 많은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고 대접받아야 마땅한 곡이 아닐까 싶다.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프렐류드 연습하다가 4분 33초 연주하면 재미도 있고 굉장히 신선한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이 장난으로 많이 나오고는 하는데 이게 지휘자 선생님 선에서 과연 통과가 될까?^^;; 우리는 시도하지 않았고 다른 회장단도 과연 시도를 할 기수가 있을까 싶은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각자 다른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실제로 무대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면 보는 관객들과 선대 프렐류드 선배들에게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가루가 되도록 까이거나 신선했다고 칭찬을 받거나 어쨌든 모가 아니면 도군. 하려면 어쨌든 지휘자 선생님의 자문과 승낙을 열심히 구하고 공연 준비할 때도 입 딱 다물고 팜플렛에도 기재하지 않은 채 서프라이즈로 해야 곡을 연주하면서 얻어지는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4분 33초 정도의 극단적인 곡이 아니더라도 그런 음악 외의 퍼포먼스 등의 요소를 통해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곡은 다음 기수 회장단 될 후배들이 노리고 있는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으로 충분하지 않을지? 어쨌든 한 번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고 싶어서 잠깐 글을 쓰는데 또 20분 잡아 먹었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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