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새로운 GSL 시즌1이 그 앞을 알 수 없는 캄캄하고 불안한 가운데 출범을 했고, 조금 무모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모한 출발이었지만 숨가쁘게 달려온 끝에 결국 한 시즌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결국 초대 챔피언이 탄생하게 되었다.
모두가 저그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원기 자신도 시즌2에서는 절대로 저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 할 정도로 저그는 너무나도 암울했고 세 종족 중 가장 적은 수가 본선에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도 저그가 우승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고 이번 시즌 우승은 김성제가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김원기의 경기를 모두 보아온 나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의 센스로 테란과 프로토스를 짓눌러왔기에 서슴없이 김원기의 승리를 예상했고 결국 김원기는 그 특유의 센스로 정말 기존의 저테전 양상과는 확연히 다르고 또한 도저히 말도 안되는 플레이로 김성제를 압도하며 GSL의 첫번째 우승자가 되었다.
사실 종족도 종족이고 맵도 저그보다는 테란의 손을 더 들어주었기에 배팅하면서도 불안하긴 했다. 1, 2경기는 테란에게 정말 좋은 맵이고 성적도 그러하기에 김성제의 승리를, 그 이후 6경기까지는 스트레이트하게 김원기가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트리며 김원기는 저그가 그래도 할만하다는 4경기 사막 오아시스 한 경기만을 내 준 채 모든 경기를 잡았다. 내 미네랄ㅜㅜ
오늘 플레이를 보면서 정말 감명깊었던 적이 저테전에서는 항상 테란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테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저그가 거기에 대응을 하는 식이라 항상 저그는 테란보다 한템포 늦는 경향을 보여주었으나 오늘의 저그는 테란을 어떻게 손 쓸 방법도 없이 꽁꽁 묶어 놓았다. 많이 가져가봐야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섬멀티나 뒷마당을 포함한 앞마당만을 가져간 채 김성제는 좀처럼 맵 센터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고 김성제 특유의 견제를 김원기가 보기좋게 막아버리면서 게임 양상 면에서나 정신면에서나 김원기가 여러모로 승기를 차지했다. 임요환과 최연성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김성제로서는 그동안의 저테전의 틀을 깨는 정말 색다른 플레이를 펼쳐줄 것으로 보였으나 수가 썩 맞아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김원기가 상대를 미끼로 유인하고 자신은 뒤를 치는 플레이로 김성제를 크게 위축시키며 자신은 다수의 멀티를 가져가며 배짱있게 일벌레의 수를 다수 확보하는 플레이가 승리의 요인이었다. 오늘은 김성제가 무언가 정말 절대적인 수를 준비했으나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것 같다.
하지만 모든 저그가 김원기처럼 상황 판단이나 배치 타이밍이 뛰어난 것은 아니고 이번 우승으로 저그도 잘 하면 어느정도 강력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저그의 약세가 예상된다. 그렇게 약한 저그로 우승을 가져간 김원기는 저그의 영웅일 테지만 궁극적으로는 저그의 버프를 막는 역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담이고 뭐 어쨌든 오늘은 오프인원도 예상보다 많고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반응도 그 어느때보다도 화끈했다. 그동안 보는 재미는 없을 것이라던 스꼴들의 세력은 모두 버로우를 해 버렸고 스타1 결승전만큼 충분히 재미있었다는 평이 자자하다. 오늘 결승전으로 나는 스타2 이스포츠판의 아주 확실하고 선명한 희망을 보았다. 더욱 많은 이들이 등장할 시즌2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