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학기 스타리그 관련 작업물 이후에는 그다지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때문에 방학 중에 개최를 하려고 생각했던 스타리그 시즌2도 그냥 백지화해버리고 좀 쉬고 있을 찰나 공연연습 중에 팜플렛의 자체제작을 통한 비용절감을 위해 그래픽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았다. 난 정말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그간 벌여놓은 일이 있으니까 그냥 내가 하게 되었다. 이놈의 동기들-_-
그래도 20회 기념이고 내가 작업한 물건이 실제로 인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된다고 생각을 하니 좀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때처럼 좀 더 세련된 효과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검색해보고 익혀봤지만 썩 만족할만한 스타일은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중점적으로 세웠던 원칙은 '크게 부담을 주지 않지만 심심하지는 않는' 스타일이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했지만 그 과정 가운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내가 기존의 작업하는 방식대로 작업했을 때의 이미지와 인쇄했을 때의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고 일반적으로는 어떻게 인쇄물 작업을 하느냐 하는 부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목적을 가지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열어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회장 선배가 마감기한을 다음날로 정해버리셨다. 그래서 그냥 시안레벨의 적당한 수준으로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색을 입히고 텍스트를 써 놓아 완성된 시안을 제출했다. 제대로 된 진행은 후에 다시 손을 댈 때쯤에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인쇄업체에서 시안을 토대로 새로이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존재가치를 깨닫지 못했던 나는 완성물을 내 손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과 처음에 내가 추구했던 스타일이(특히 폰트부분의) 변형될 것을 우려해 작업파일 자체를 그쪽에 넘겨주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넘겨주어도 소용이 없는 것이 나는 단순히 브라우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를 제작했고 그 이미지는 인쇄하기에 해상도가 너무나도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해상도를 높여서 작업을 했더라면 PSD파일로도 충분히 인쇄가 가능했을텐데 나는 당시에 해상도에 대한 개념이 완전 없었던 상태였고 결국 PSD파일을 토대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작업을 하여 AI로 변환하게끔 하는 수준에서 끝이 났다.
뭐 그래서 더 이상 내가 손을 댈 수도 없었고 작업물 자체에 대한 정이 뚝 떨어져서 이후 작업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팜플렛 말고 포스터도 내가 작업헀는데 소스 자체의 크기가 워낙 작아 이미지가 뭉개지는 것은 감수를 해야 했다. 어쨌든 아니나 다를까 인쇄물의 폰트는 싹다 변경되어 느낌이 너무 달라졌다.............. 그다지 많지 않은 한글폰트 중에서도 그나마 적합한 녀석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완전히 날아가버리니까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참고로 아래 인쇄물의 이미지는 작업파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실제 인쇄된 팜플렛을 스캔하여 업로드한 것이라.............좀 구질구질함. 심지어 결과물까지 나한테 없다-_-
어쨌든 이번 작업을 통해 일반 이미지와 인쇄를 위한 이미지 자체와 작업방법에 대한 차이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목표로 하는 작업인 경우 비트맵 이미지는 정말 크게 작업을 해 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포토샵의 역사를 쭉 살펴보면 4.0~5.0까지만 해도 포토샵의 주 업무는 인쇄용 이미지를 위한 작업이었다....헐퀴
처음에 작업했던 표지 이미지는 이렇다. 다만 이 이미지의 문제점은 사실상의 포인트인 'ORCHESTRA de PRELUDE'부분이 웹에서 보았을 때도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이것을 인쇄했을 때는 정말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심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인쇄했을 때는 색이 좀 더 밝아지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이 부분의 수정까지는 내가 했다. 포스터를 만들어오라는 오더가 있어 포스터 작업은 눈물을 머금고 AI로... 하지만 새로이 오브젝트를 마련할 시간이 안 되어 다시 다 그리고 때려붙였지만 그래도 인쇄물을 보면 이미지가 많이 뭉개져 있다. 아마 복사를 할 때 제단을 위해 이미지를 좀 더 키워 넉넉하게 복사하는듯 한데 제발좀... 노이즈 그라데이션을 준 텍스트 박스 부분을 단색으로 변형시키고 싶다는 오더가 있었지만 그 부분만큼은 절대로 변형시키고 싶지 않아 그냥 색을 더 진하게 해 주는 수준에서 그쳤다. 글자에 테두리를 넣은 것은 내가 아니고-_-; ORCHESTRA de PRELUDE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OST 'ORECHESTRA de NODAME'의 패러디인데 de 하나만으로 프랑스어로 취급을 받아 문장 전체를 프랑스어로 고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되었다 아이고-_-
여기서부터는 마감을 위해 정말 발로 만들기 시작했던 부분이다. 블로그 바탕이 흰색이라 보이지는 않겠지만 전면이 모두 색으로 차 있으면 답답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일부러 여백을 주었고 오브젝트는 어떻게 배치를 할까 하다가 표지의 커다란 멍 부분을 그냥 응용하여 가져다 붙이는 방식으로 했다. 표지의 연장선이랄까. 다른 오브젝트로 은은한 일치감을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저렇게 가져다 붙이니까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좌측의 악기 오브젝트는 둘 다 같은건데 비올라가 따로 도형이 없어서 바이올린과 크기의 차이를 두어 비올라임을 알아보게 했다. 좌측 오브젝트는 첼로. 지휘자 선생님이 들어가는 자리라 지휘봉을 든 손 오브젝트를 넣을까 생각도 해 봤는데 그 오브젝트는 맨 마지막장에 넣는 것이 더 괜찮을 것 같아서 아껴뒀다.
색이 좀 이상하긴 한데 실제로 나온 이미지는 원본과 비슷한 색상이다. 일단 페이지 전체에 여백이 없다는 것이 실제로 볼 때 꽤나 답답함을 주었고 좌측 하단의 오브젝트는 전체적으로 크기를 줄이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오브젝트 자체의 사이즈는 조정하지 않고 글자만 줄인 것 같다. 20회 기념으로 로고 비슷한 개념으로 작업해 넣은 오브젝트는 크기와 위치가 바뀌었다. 다른 페이지들을 보아도 저 오브젝트는 이리저리 위치도 바뀌고 크기도 색상도 마구 바뀌는데 실제로 작업을 했을 때는 페이지마다 통일성을 주기 위해 오브젝트를 같은 사이즈와 같은 위치로 고정을 해 놓고 오브젝트 자체는 흰색이지만 투명화를 주어 페이지마다 색이 달라보이는 것 뿐이지 원래는 다 같은 오브젝트였다. 저 부분은 정말 아쉽다.
변형이 되어 제일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여기.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떠올랐던 것이 파트를 나타내는 저 텍스트였다. 다른 폰트는 다 제쳐두고 헬베티카에서 적합한 것을 찾느라 굉장히 많이 뒤졌고 Neue LT Pro가 딱 맞는 느낌이라 바로 골라서 썼다.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바이올린 1st와 2nd는 비교적 얇은 폰트를 쓴 이유가 바이올린은 모두 하나라는 나름대로의 주장때문에. 객원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받지 못해 그냥 구석에 저렇게 꿍쳐놨고 비올라처럼 세로로 사진을 찍는 경우는 드물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냥 지난 팜플렛의 구도대로 파트를 배치하고 비올라 오른쪽에는 어떻게 할까요 하는 텍스트를 그냥 집어넣었다.
오브젝트는 클라리넷이 들어갔는데 딱히 의미는 없다. 현은 앞에서 다 넣었으니 남은 관 두개를 어디다 배치하느냐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그냥 클라리넷이 먼저 보이길래 먼저 넣었던 기억밖에는 나질 않는다.
딱히 코멘트는 없다. 프로그램 페이지를 채워 넣으면서도 상당히 허전함을 느꼈고 폰트선택에도 그다시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해석부분의 글은 내가 채워넣었다-_-; 단지 이미지에 직접 채워넣은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해서 해석글을 네이버링해서 내가 쓴 것 뿐. 프로그램 부분의 흰 박스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깔끔하고 좋지만 폰트가 굴림체 비슷해서 심심했던 느낌이 든다. 두 페이지에 걸친 플룻 오브젝트는 잘리고 말았다.
font :: 윤고딕 320;330;340;360, 옥션고딕
노코멘트^_^ 아껴뒀던 지휘자 오브젝트를 사용했다는 것 뿐.
역시 이 페이지마저 폰트가 바뀌고 여백이 사라지고 하단 오브젝트의 폰트 사이즈가 줄어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변경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