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에 대한 소회를 푸는 것은 이례적인데 그래도 한 번 풀어 보고 싶어서.
언제 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09 HEXAGE'라는 앱스토어의 정보로 보아 대충 세어도 최소 10년은 지난 게임. 기억하건대 아이폰 3GS 사용하던 시절 미국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풀릴 때 받았던 게임이니까 그 정도 되었을 게임이다. 전체 게임 역사 가운데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바일 게임 한정으로는 고전게임으로 불릴 만하다 싶다. 그당시에는 한글화 없이 영어 원문으로 즐겼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글화도 되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게임도 나름 스토리가 있어서 한글화가 도움이 되긴 한다.
<래디안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래픽, 게임성을 거의 그대로 빼다 박은 게임이다. 우주를 유영하며 수많은 외계인들을 처치하여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거기에다 보스전, 타임 패러독스를 가미한 약간의 스토리 그리고 무기 파워업 등의 요소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화면 밖에서부터 날아오는 적들을 쏴 격추시키는 게임 플레이는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거의 흡사하며 플레이어는 격추된 적으로부터 간혹 떨어지는 파워업 아이템 혹은 파워업에 필요한 게임 내 재화를 수집하여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플레이어가 장착할 수 있는 무기는 총 6종으로 보통의 슈팅게임이 그러하듯이 대미지와 발사 범위가 반비례한다. 이 게임의 무기 구매 시스템에서 아쉬운 점은 챕터 간 업그레이드 계승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껏 자금을 들여 무기를 최고 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해 놓았는데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일정 자금만 가지고 처음부터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재화의 누적은 사용 가능한 무기의 다양성으로 이어져 한 회차 안에서도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기본적으로 가장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해도 쉽기 때문에 다회차가 권장될만한 게임이 아니고, 리더보드 등 스코어링을 위해 다회차를 해도 보다 더 높은 효율을 좇다 보면 결국 사용할 무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냥 재화를 많이 줘서 한회차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재미를 주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한 게임에 등장인물이 개입하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적 보스를 처치하고(챕터 1)-모종의 이유로 미래로 갔더니 멸망해 있는 인류(챕터 2)-적의 도움으로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꿔버림(챕터 3)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떻게 미래로 가 버렸는지, 주인공에게 털린 적은 왜 주인공을 도와줘서 본인 종족을 말살하고자 하는지 등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이런 스토리라도 있는 것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얼마 없는 보스전을 포함하여 게임 전체가 쉬운 편에 속한다. 조금만 숙달되면 노 미스 플레이도 가능할 법하다. 하지만 게임 디자인이 약간 엉성한 부분이 있어 적들이 공격을 하다보면 이건 정말 못 피한다 싶은 부분이 간혹 나올 수도 있다. 어차피 스코어링 할 것도 아닌데 기분만 잠깐 더럽고 말지. 다행히도 우리 쪽이 피격을 받으면 잔기가 하나 줄어들고 스코어링 배속 시스템이 초기화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정 부분에서 재시작하거나 이전의 파워업이 몽땅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런 점은 참 친절한 것 같다.
왜 이걸 포스팅하냐면 최근에 문득 생각이 났는데 내가 과연 엔딩을 봤는지 안 봤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스토리도 잘 기억이 안 나서 다시 한 번 플레이했다. 이렇게 기록을 남겨 두면 이제는 플레이를 안 하겠지.